중국책방&한국만화방

네로 | 2002.01.17 09:59:02 댓글: 0 조회: 1126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39
책을 한구절한구절 읽어나가는 여느사람과는 달리 하루밤에도 대충대충 몇권씩 읽어치우는게 주특기인  나로써는 비싼 책값을 감당할 여유가 없었던것이다. 중국에 있을때는 다행히 대여료가 저렴한 책방이 많아서 수시로 몇권씩 빌려보곤 했다.한권빌리는데 50전이였으니 한화로는 80원정도쯤 될거다.

책방이라고 해봤자 거의다 길옆의 조그마한 가게이고 진렬한 책이라곤 무협지에다가 멜랑꼬리한 연애소설이 전부다. 하지만 나는 워낙 잡식성이라 저질소설이건 세계명작이건 닥치는대로 읽었으니 책을 읽는동안만큼은 흥미도 없고 시큰둥한 현실세계를 떠나 마음껏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책읽기가 좀 어려워졌는데 다름아닌 회사가 산골깊숙한 곳에 위치하고있기때문이였다. 반시간에 한번씩 지나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20분쯤 나가면 자그마한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엔 중국의 책방과 비슷한 곳인 만화방이 있었다.

철판으로 만든 자그마한 연길의 책방과 한국의 만화방은 차원이 달랐다.비록 시골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규모였고 깨끗한 실내에는 탁자와 소파가 줄느런히 놓여져있어서 편안하게 않아서 책을 볼수 있었다.

네벽에는 사람키를 넘는 책장이 줄느런히 붙어있는데 책장은 밑에 바퀴가 달려있고 미닫이식으로 되여있어서 앞의 책장을 밀면 또 뒤줄의 책장의 책을 꺼내볼수 있게 되여있다. 공간의 효과적인 이용을 위한 멋진 아이디어였다.(어릴때 영화에서도 미닫이식으로 된 책장을 많이 보았는데 스위치를 누르면 미닫이로 된 책장이 스르르 열리고 그뒤에는 책대신 어김없이 밀실입구,혹은 금고가 나타나곤 했다. ㅡ.ㅡ)

진렬해놓은 책중에는 소설과 무협지도 더러 있지만 만화방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거개가 만화였고 이현세,박봉성,이두호같이 작가별로,내지는 무협만화,성인만화같이 쟝르별로 분류가 되였다. 수천권에 달하는 만화책을 보면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만화책을 써낸다는것이 새삼스럽게 놀랍고 만화가 얼마나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것을 알수가 있었다.

만화는 거개가 시리즈로 되였는데 짧게는 3권으로부터 길게는 십수권까지 다양했다. 단행본은 거의 찾아볼수가 없었다. 만화방이용객들은 어린이가 아닌 성인들이 대부분이였는데 거개가 한무더기씩 책을 탁자에 쌓아놓고 열심이 탐독하고 있었다.혹자는 담배를 연신 피워내면서... 혹자는 컵라면을 후룩후룩 먹으면서... 하긴 한권빌리는데 800원이라고 해도 시리즈 한편을 보려면 5000원내지 만원은 있어야 하까 어린이들이 범접을 못하는것도 당연지사라 하겠다.

만화라서 내용도 좀 통속적이고 쉽기는 하지만 성인들을 주제로 그린것이 많았다. 뭐 성인문화의 영원한 주제는 돈,권력,여자,폭력이라고나 할까? 음허허...특별히 "에로"쟝르는 따로 책장이 마련되여있고 18세미만은 빌려볼수 없도록 되였었다.

만화=어린이책 이라는 공식이 머리속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나로써는 좀 어안이 벙벙했으나 이해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필경 만화는 재미있지 않은가? 어린이만 보라는법이 어디있는가? 게다가 어른이 볼수 있는 만화도 얼마든지 있는데...

만화방에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거개가 어릴적부터 만화와 친해온 세대이고 만화방은 드물게 머리를 비우고 조용히 휴식할수 있는 곳중의 하나인지라 한국에는 만화방이 널리 퍼져있었다. 지금 이시간도 어느 만화방에서 책에 머리를 파묻고 낄낄거리며 좋아하는 청년이나 직장인들이 있을거고...

하지만 사람이 사는 절주가 점점 빨라지고 여유가 없어져 그런지 내가 한국에 있은 길지 않은 몇년세월에도 만화방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피씨방이 전염병처럼 전국에 퍼지면서 만화방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만화방이 한국인의 추억의 한모퉁이로 사라져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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