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베스트 월간 베스트 3개월 베스트 베스트 게시물
꽃배달 한국, 중국 전지역배송

[이야기]세친구

네로 | 2002.01.17 10:11:51 댓글: 0 조회: 1214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61
나에게는 오래동안 사귀여온 두친구가 있다.성해와 광려,

초중을 다닐때였다.2학년에 올라가니 이목구비가 멀쩡하고 키가 껑충한 녀석이 싱겁게 말을 걸어온다.<나 성해인데 너 이름이 머이야?>대강 인사수작을 하고 헤여졌다가 추석인가?산에서 벌초를 하고 돌아온듯 낫을 쥔 그녀석과 마주쳤다.나름대로 반가워서 우리집에 불러들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성해도 나처럼 아버지를 여의였다고 한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라 우리둘은 순식간에 가까운 사이로 되였다.

성해는 유행에 민감한 녀석이라 항상 새로 나온 신발이나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워낙 생긴것마저 멀쩡해서 교내 뭇 녀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였다.부시시한 머리에 무릅이 튀여나온 바지한벌로 일년을 지내던 나도 붙어다니다보니 그런것만 따라배워서 얼마안가서 스승의 경지를 릉가했으니 머리에는 항상 무쓰를 반짝거렸고 구두도 하늘을 우러러 티끌한점 안묻고 반들거렸다.

어머니도 나의 이런 변화를 보고 저으기 놀라는 눈치였으나 <애늙은이>라고 불리던 막내녀석이 점점 팔팔해지는것을 보고 저으기 흡족해하셨다.

그때 나는 공부를 꽤나(반급에서 중간정도^^) 잘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런것은 성해한테 티끌만치도 영향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당구실력과 유행가실력만 나날이 향상되였으니 뭐나 너무 빨리 배우는게 나의 흠이랄까?

그럭저럭 고중입학시험이 닥쳐와서 머리를 싸매고 얼마간 공부했는데 그만 고중시험을 친 우리반 학생중에서 덜컥 1등으로 합격하였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1등이다,그도 그럴것이 보통때는 20등이요,시험을 잘봤을때야 15등이라서 한반에서 10명정도가 붙는 고중은 요행을 바랄정도였는데..아무튼 미스테리다.채점을 잘못했을게다.

성해녀석도 그럭저럭 같이 고중을 같이 다니게 돼서 당연하게 같은반으로 들어왔고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던중 하루 운동장에서 호기심이 가는 녀석을 발견했다. 콩나물처럼 가늘고 긴녀석인데 피부가 밀가루더미에서 건져낸사람처럼 하얗고 코등에는 근시안경을 걸었는데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한눈에 공부벌레라는것이 알렸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니 내심 반가와하는 눈치다. 룡수평이라는 시골에서 온 광려(두통이)라는 녀석인데 낯설고 물설은데로 학교다니다보니 친구한명 변변히 없었던것이다. 그녀석도 알고보니 불량끼가 만만치 않아서 야들야들한 외모와는 달리 독한 배갈을 한번에 한병 마셔버리기가 주특기요,담배도 하루에 한갑씩 꼬박꼬박 피웠다.

그것도 나와 성해는 그냥 연기만 폴폴 내면서 피우는 흉내만 냈는데 광려는 독하기로 이름난<장백삼>담배를 페속 깊숙히까지 들이그었다가 코구멍으로 풀풀 내뿜었다. 우리는 이에 감탄하고 달갑게 교육을 받아들였으며 당구치기와 유행가테이프를 같이 듣는것으로 우정을 돈독하게 다져갔으니 이때에 바로 3총사가 탄생한것이다.

광려녀석은 이상하리만침 나를 닮았는데 키도 같은 182센티요,버쩍 마른 몸매하며 심지어 안경도수마저 어김없이 같은 375도 였다.옷은 물론 안경까지 서로 바꿔낄 정도였으니...게다가 글장난하기도 좋아해서 둘이 항상 서로 글로서 상대를 비꼬았으니,그때 번득이는 재치와 위트는 아마 지금도 따라갈수가 없는것 같다.

나중에는 심지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서 둘이서 같은 순간에 같은 말을 하고는 깜짝 놀라서 어리둥절해하던때도 많았다.어떤때는 둘이서 쌍둥이로 오해받을때도 있었다.그리고 썩 후에야 알았지만 나는 화룡대표로,녀석은 룡수평대표로 같이 소학생 지력경연대회에서 맞붙었던 라이벌이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세명이 죄다 장신이여서(성해녀석이 평균점수를 가장 많이 까먹었다.179센티,본인은 180이라고 우기지만 맨날 키가 작다고 구박받았다.)같이 다닐때에는 무서울것이 없었다. 학교의 주먹들은 물론 시내의 자질구레한 깡패도 우리는 집적대지 않았으니 고중시절을 이상하리만침 무사하게 지냈다.

[잘 모르겠지만 화룡은 연변의 시칠리아섬이라고 할만큼 깡패가 살판치고 따라서 폭력사고가 잦다.한달에 한번꼴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웬만하면 뉴스취급도 못받는다.역이나 영화관주위에는 항상 깡패가 무리지어 지나는 사람을 괴롭히고 조무래기의 돈을 뜯어냈다.지금도 그런지? ㅡ.ㅡ 외지사람들은 화룡에서 왔다면 건드리기 싫어한다.]

우리들의 인연은 이상하리만치 끈적거려서 집을 이사해도 한눔이 옮기면 다른집도 어김없이 같이 동네로 옮겨지는통에 붙어다니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다.

심지어 나중에 내가 연길로 오자 성해네 집도 뒤질세라 연길로 이사왔고 광려네 집도 연길에서 얼마 안떨어진 조양천으로 옮겨왔다.

맨날 붙어서 야간자습 빼먹고 비디오방으로 다녔는데 나중에는 비디오테잎이름만 암기로 100개이상 술술 공책에 받아적을 정도였다. 서로 좋아하는 스타들에 대해 이야기할라치면 밤이 짧고 술이 부족했다.그때는 술도 어찌나 잘마셨던지 점심시간에 컵에다가 배갈을 한컵그득히 부어 건배를 하고 학교로 나갈때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선생님은 물론 주위학생들조차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야간자습시간에도 맨날 슈퍼에 달려가서 사이다대신 소힘줄안주에다 배갈을 물처럼 마셨는데 그때가 참 그립다.아무튼 술마시고 들킨적은 없었던걸로 기억된다.

광려녀석은 고중에 붙기전부터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성해녀석이 안부러울리 없었다. 드디여 성해도 이웃한 반의 아리따운 녀학생을 눈독들이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중 드디여 백화점에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는 그녀를 보았다. 마땅한 구실이 없어 채바퀴돌듯하던 그녀석이 갑자기 음흉하게 웃더니 나보고 성냥가치를 그녀의 자전거열쇠구멍에 넣어달란다.

우리는 서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으흐흐흐)
좀 있다가 그녀가 나오더니 아니나다를가 열쇠가 안열려서 어쩔바를 모른다. 이때 성해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가더니<어째 그러오?자전거열쇠가 안열리오?>라고 하면서 수작을 건다. 그러더니 옷핀으로 후비후비해보다가 아예 자전거를 덥썩 어깨에 멘다.<내 가져다주께,집이 어디요?>

흐...녀석은 아닌게 아니라 소질이 있었다.얼마안가 그녀를 우리가 모인장소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만 왕따가 되고말았다.나만 여자친구가 없었던것이다. 그나마 같이 그냥 어울려다닐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서로 이야기랑 곧잘  나누었는데 영화를 볼때에야 비로소 내처지가 얼마나 비참한가를 깨닫게 되였는데 녀석들은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던것이 영화관에 들어가니까 따로따로 앉는것이였다.

나보고 어디가서 앉으란말인가?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눈치무디게 광려옆으로 다가앉으니 녀석은 호주머니에서 해바라기씨를 한줌 꺼내주며<저리가서 봐라!>하는것이여따! 흑흑... 배신자! 지금도 속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아무튼 여태껏 제일 쓸쓸하고 외롭게 본 영화인것 같다.

아마 녀석들은 그후에도 나를 빼돌리고 쌍쌍이 데이트를 즐겼을것이다.더욱 괘씸한것은 그후 수차 "선수교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들끼리만 실속을 챙기고 나한테는 여자친구 한번 소개시켜준적이 없으니 두고두고 용서를 못받으렸다.

아뭏든 세월은 흘러흘러 고3이 되였고 우리들은 당연한 결과로 모두 대학에 붙지 못했다. 또 무정한 세월이 몇해 흘러가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여 97년에 나는 한국으로 광려는 내지로 들어가게 되였다. 현재 나는 서울,성해는 연길,광려는 심수에 있다.다들 몇천리씩 사이두고있는것이다.

지금 내나이 설흔살이요,녀석들은 설흔하나라 다 아이가 뛰놀때건만 아직 다 총각의 몸이다.다행히 녀석들은 다들 착실하고 어여쁜 여자친구를 두고있고 금년에는 다들 결혼한다고 한다.

이전에 같이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우리 2000년에 같이 결혼하자!> 2000년에 결혼하지 못한것은 물론이요,같이 결혼하자던 약속도 못지킬것 같다.녀석들은 저희들끼리 결혼한다고 나한테 아주 미안해하지만 나야말로 부끄러워 낯을 들수가 없다. 친구의 결혼식에 참가도 할수 없는 몸이 되여있으니 이빚을 두고두고 갚을길이 없다.

친구들아,부디 결혼해서 잘먹고 잘살아라! 그리고 변변치 않은 이글을 결혼선물로 바친다.

2002년 1월 11일 너희들의 친구 상일이가 서울에서 씀.
추천 (1) 선물 (0명)
IP: ♡.157.♡.150
22,954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880
네로
2002-01-17
0
933
네로
2002-01-17
0
745
네로
2002-01-17
0
866
네로
2002-01-17
0
1163
네로
2002-01-17
1
991
네로
2002-01-17
0
872
네로
2002-01-17
1
1242
네로
2002-01-17
0
878
네로
2002-01-17
1
1148
네로
2002-01-17
1
1214
네로
2002-01-17
2
1122
네로
2002-01-17
0
1099
네로
2002-01-17
1
1022
네로
2002-01-17
0
1091
네로
2002-01-17
2
1731
네로
2002-01-17
1
1296
네로
2002-01-17
0
932
네로
2002-01-17
0
1080
네로
2002-01-17
0
856
네로
2002-01-17
0
1267
네로
2002-01-17
1
1095
네로
2002-01-17
0
1812
네로
2002-01-17
0
1075
네로
2002-01-17
0
1229
네로
2002-01-17
1
1252
네로
2002-01-17
0
1076
네로
2002-01-17
0
109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