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빨래

네로 | 2002.03.22 17:30:01 댓글: 2 조회: 1008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507
친구들과 모인 회식자리...소주에다 삼겹살로 만포식한뒤 2차로 노래방엘 갔다. 그런데 어두컴컴한 노래방에서 파아랗게 불빛을 뿜고있는것이 있었는데 바로 나의 바지였다.

순간 깜짝 놀랐다.우째서 이런일이? 바지에는 크기가 동전잎만한것도 있고 혹자는 줄무늬모양의 퍼런 불빛이 명멸하고있었는데 주위의 시선이 쫘악 나에게로 집중된다.

깜짝 놀랐지만 그 원인을 인차 알아차렸다. 바지를 빨때 대야에 가루비누를 듬뿍 풀어넣고 바지를 불궈두었다가 대충 비비고 헹궈냈는데 가루비누가 채 빠지지 않은탓에 겉보기는 말끔했지만 자외선등불밑에서 가루비누의 형광성분때문에 불빛이 어른거렸던것이다.

아무튼 한동안 그래서 웃음거리가 된적이 있는데 빨래란 참 힘든일이다. 주방타일바닥에 불궈두었던 빨래를 펴놓고 비비고 짓밟고 솔로 문지르고... 끔찍하고 지겨워서 일주일씩 모아두었다가 하는데 그래서인지 일요일은 즐겁지가 못하다. 늦잠자고 일어나서 빨래들을 하고나면 창밖도 거뭇거뭇...

세탁기는 감히 상상할수 없다.콧구멍만한 주방엔 들여다놓을 자리도 없거니와 이사가 워낙 빈번해서 세탁기따위 무거운 짐짝을 갖춰놓기도 부담스럽다. 중고라고 해도 10만원을 호가하는 세탁기가격도 문제지만... 아무튼 그래도 꿋꿋하게 손빨래로 버텨왔는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세탁소신세를 자주 진다.

퇴근길에 세탁소에 맡겨놓은 옷가지들을 찾으러 갔다.파카 한벌에 면바지 하나,청바지 하나, 윗옷은 한벌에 4000원이고 바지는 한벌에 2000원,한국의 물가를 놓고볼때는 별로 비싸지는 않다만...

세탁소아저씨가 옷에 티를 닦아내고 마무리다림질을 하는 동안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옷에 묻은 국물자국이 지워지지 않은건 드라이클리닝(乾洗)을 했기때문이란다. 드라이클리닝은 염색이 안벗겨지고 옷도 잘 상하지 않는 반면에 세탁력은 떨어진다고 한다.

실크나 한복따위는 옷에 오물이 묻으면 금방 염색이 풀리고 얼룩이 가기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원래처럼 되돌리기가 힘들다고 한다. 특히 우유나 요구르크같은 유제품(乳製品)이 묻을 경우 최악이라서 벗겨지지가 않는단다.

아저씨는 옷에 남은 얼룩에 세척제를 스프레이하고 솔질을 하면서 한마디 보탠다. 칫솔같은걸로 문지를 경우 섬유가 보풀이 일므로 반드시 돼지털로 만든 솔을 써야 한다는것.

세탁소에 않아있을라니 이전에 저지른 비리?가 생각난다. 연길에 있을때 우리집에서는 자그마한 슈퍼를 했는데 수입증대를 목적으로 액화가스(LPG가스)도 대신 충전해주고 세탁물도 대신 받아서 세탁소에 넘겼다.물론 건수당 일정액을 챙겼다.

문밖에다가 灌煤氣(액화가스를 넣어드립니다.) 乾洗(드라이크리닝)이라고 써놓은지 얼마쯤 지나니 손님들도 꽤나 모인다. 드라이하는 가격은 윗옷 한벌당 15원이고 바지는 8원으로 기억나는데 나는 출근길에 회사근처의 세탁소에 갖다주고 퇴근길에 옷을 찾아와서 손님들에게 돌려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하루 한 손님이 청바지 두벌을 맡겼다. 세탁소에 가져가려다가 수판알을 튕겨보았다. 이건 모직천(毛料)도 아니니까 세탁소에서도 드라이가 아닌 물세탁을 할게 분명한데... 차라리 내가 세탁기로 빨아버리고 슬쩍? 음하하...

작전돌입! 마침 일요일이라 시간도 충분하고... 세탁기로 돌려낸뒤 빨래줄에 널었다. 그런데 시간이 문제다.저녁이면 손님한테 돌려줘야는데 두터운 청바지가 제때에 마를리가 없다. 즉시 다리미를 들고 바지말리기에 나섰다. 이리다리고 저리다리고... 드디여 바지도 다 다려지고 말랐는데 다림선도 비뚤고 아주 말이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저녁녘에 찾으러 온 손님의 낯이 흐려진다. 칼처럼 주름이 생긴 바지를 보더니 청바지를 주름세우는 법이 어딧냐고 따진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둘러댔다.<여태껏 그세탁소에서는 주름을 세웠는데요.> 아무튼 무사히 넘어가고 16원이라는 거금을 획득! 어머니한테 상납하니 어머니도 기가 막힌지<너나 소비돈으로 써라.>라고 하신다.

그런데 그뒤로부터는 그런 좋은일이 다신 차례지지 않았다. 청바지나 화학섬유로 된 바지는 어머니가 중도에서 다 가로채서 세탁및 수금을 일임하셨으니..."아들넘한테도 가끔 돈벌이 시켜줘욧~ ㅜㅡ"

.......................................................................

드디여 옷도 마무리가 깔끔하게 되여있고 옷걸이에 걸친뒤 비닐커버까지 씌워져서 나의손에 넘겨졌다. 집에 돌아와서 옷걸이에다가 옷을 차곡차곡 걸쳐놓으니 물고기를 줄에 가득 널어말리는 어부의 심정이다. 흐뭇하다 이말씀.

자~ 내일에는 새옷을 입고 누구랑 데이트할가?
추천 (0) 선물 (0명)
IP: ♡.157.♡.150
sampin (♡.105.♡.8) - 2002/04/01 15:34:45

나도 집에서 다림질을 했었지만...역시 어려워요...

영이 (♡.176.♡.120) - 2002/08/08 09:30:37

^^ , 전 주로 아이롱 필요없는 옷을 마니 사죠... *^^* , 주름 잘 펴지는 옷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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