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입술의 시간-이인원

봄봄란란 | 2022.06.24 08:20:59 댓글: 0 조회: 650 추천: 0
분류이쁜시 https://life.moyiza.kr/goodwriting/4379513

방금
발등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책갈피 속에 영영 잠들었을 이 한 컷
그때
셔터에 잡히지 않았다면
까맣게 지워졌을 장면들

기억 속에 순장된 얼굴
눈꺼풀 아래 매장된 만남과 이별

발굴이 되기도 도굴이 되기도 했다

누가 가슴에 삽을 댄 것일까
깜짝 놀라 깨어난 분홍 입술의 시간

벼락같은 한 장면과 다 늙어 죽어 다시 만난다면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그래도
나는 분홍색으로 질문했을 것이다

푸르렀던 젊은 날 개장해 보자
녹슨 애증의 시절 이장해 보자

도톰한 분홍 입술의 시간
자꾸 달싹거리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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