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판-음식을 담는 그릇의 이름

아홉 개로 나뉜 구절판에는 보이지 않는 뜻이 숨겨져 있다.

첫 번째는 구절판의 구(九)에서 전해지는 아홉이라는 숫자다. 우리 민족에게 아홉이라는 숫자는 모든 것을 뜻하는 포용의 의미가 담겨 있다. 흔히 쓰는 말 중에 ‘구족(九族)’은 모든 백성을 의미하며, ‘구중천(九重天)’은 온 우주를 뜻한다. 임금이 살던 궁궐은 ‘구중궁궐’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구절판이라는 음식이 지닌 ‘화합’이다. 밀전병에 달걀지단·고기·미나리·숙주 등 여러 재료를 한데 싸 먹듯이 각기 다른 빛깔과 다른 촉감, 다른 맛을 절충하고 융합시키는데, 이는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사람들의 섞임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구절판엔 한국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 조상들은 우주 공간을 상징하는 오방색을 음식에 나타냈는데, 구절판을 보면 가운데 하얀 밀전병과 푸른색 오이, 붉은색 당근, 황·백 달걀지단, 검은색 석이버섯까지 오색(五色)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재료가 각각 매운맛, 신맛, 짠맛, 쓴맛, 단맛 등 다섯 가지 맛(五味)을 고루 지니고 있다. 구절판은 밀전병에서 탄수화물, 쇠고기와 황· 백 달걀지단에서 단백질, 각 재료를 볶아 주는 식물성 기름에서 지방, 각종 채소와 버섯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으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팔괘 (八卦)

팔괘는 자연과 인생의 구체적 형태(우주)를 나타낸다. 즉 건은 하늘[天]과 아버지[父]를 뜻하고, 곤은 땅[地]과 어머니[母]를 뜻한다. 간은 산[山]과 막내아들[少男]을 뜻하고, 태는 연못[澤]과 막내딸[少女]을 뜻한다. 진은 천둥뇌성[雷]과 큰아들[長男]을 뜻하고, 손은 바람(風)과 큰딸[長女]를 뜻한다. 감은 물[水]과 가운데 아들[中男]을 뜻하고, 이는 불[火]과 가운데 딸[中女]을 뜻한다. 팔괘는 우주의 기본 구조로 상대성 원리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