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위장의 밤3

Research | 2018.03.12 10:16:00 댓글: 0 조회: 604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bbs.moyiza.com/fiction/3573519

3.

다음 날 아침, 마사키 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식당에 모인 다카아키와 료코 부부, 그들의 장남 다카오, 장녀 유키코, 차녀 히로미, 도지로의 내연의 처 에리코, 비서 나리타, 가정부 아사코, 도쿠코 노파는 제각기 복잡한 표정을 짓오 있었다.

"다시 말해서."
료코가 에리코를 노려보며 물었다.
"오늘 아침에야 아버님이 안 계시다는 걸 알았다는 건가?"
"예"

에리코는 질세라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턱을 끌어당긴 채 대답했다.
"어제밤은? 연회가 끝난 다음 아버지 방으로 가지 않았어?"
"가긴 했지만 문도 잠겨 있었고 잠드신 것 같아 그냥 방으로 돌아갔거든요."
"그랬단 말이지."

료코는 잠시 차가운 눈길로 에리코를 바라보다가 그 시선을 자신의 남편에게 돌렸다.
다카아키는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연회 도중이었어. 끝나기 전에 한마디 해 주시라고 부탁드리러 방으로 갔었지. 사장님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셨어. 마무리를 부탁드렸지만 피로하니까 적당히 끝내라고 하셔서 말이야. 그런 다음 잠깐 일 이야기를 했어. 나리타와 에리코 씨도 같이 있엇지."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다카아키 옆에 서 있던 나리타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사코 씨에게 커피를 좀 가져오라고 했을 때였습니다."
나리타의 시선을 받고 뻣뻣하게 굳은 채 아사코가 말했다.
"그랬습니다. 제가 갔을 때 사장님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그런 다음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건가?"

료코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카아키 부부의 세 자식은 자신들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로골적으로 지겹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어제밤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료코는 다시 젊은 가정부에게 물었다.
"아사코, 자기는 늘 물병을 가져다 두게 되어 있잖아?"

아사코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고 노크를 했는데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떡할까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오셨어요. 사장님은 오늘 피로하시니까 필요 없다고 하셔서 저는 그냥 돌아갔습니다."
"맞아, 그랬어." 하고 다카아키가 말했다.

"그렇다면."
료코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연회 도중에 방으로 가셨다가 오늘 아침까지의 어느 시점에서 바깥으로 나갔다는 말인데. 그렇지만 대체 어디로...... .에리코 씨, 어디 짐작 가는 데라도 없을까?"
"없어요."
질책하는 듯한 료코의 어투에 에리코가 화난 듯이 대답했다.

"엄마, 우리느 이제 가도 되지 않을까?"
그때 장남 다카오가 오누이를 대변하는 투로 말했다.
"우리는 어제밤 할아버지를 보지도 못했고 할아버지가 갑자기 어디로 나가셨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 턱이 없잖아?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 싶어."
여동생 유키코와 히로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료코는 잠시 다카오와 여동생을 바라보다가 그들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듯 가도 좋다고 말했다.
"경찰에 연락을 할까요?"
아이들이 간 다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도쿠코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이 집에서 일한 지는 30년이 다 됐다. 그러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료코 다음으로 발언력이 있는 존재였다.

"벌써부터 소란을 떠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
료코가 말했다.
"아버지가 갑자스럽게 변덕이 나서 어딘가로 가셨을지도 모르니까 잠시 두고 보도록 해."
"게다가 사장님이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이 사원들에게 알려지면 회사 운영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고."
다카아키도 료코의 의견에 동조했다.
결국 오늘 하루만 기다려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카아키는 평소처럼 출근을 했지만 나리타는 집에 남아서 응접실 전화로 도지로가 갔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며 어디든 전화를 걸었다. 물론 그는 그게 아무 소용없는 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료코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으니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수상쩍게 생각할 것 같아 힘껏 연기를 했다.

"그렇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번 전화를 걸어 본 다음 나리타는 료코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사업상 사장님께서 가실 만한 곳은 다 확인해 보았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나는 이제부터 친척들에게 한번 알아볼게요."

료코에게 전화기를 넘겨주고 나리타는 에리코의 방으로 갔다. 에리코는 카펫이 깔린 2층 방의 바닥에 멍하니 주저 앉아 있었다.
"아, 나리타 씨."
그녀는 구원을 바라는 사람처럼 애절한 눈길로 나리타를 올려다보았다.
"예상 밖입니다."
나리타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 곁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설마 사장님 차가 고장이 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에는 늘 회사 차를 사용했으니까요."
"이제부터 어떡하면 되는 거야?"
"사장님 여행 물품은 정리했습니까?"
응, 하고 에리코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내면 그만입니다."

"그렇지만 큰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어. 료코의 말투로 보아 곧 경찰에 알리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 계획이 들통 날지도 몰라."
"그 문제는 일단 안심해도 좋을 겁니다. 부사장님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테니까요."
"그건 그렇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돈을 받고 싶지 않습니까?"
"그건......받아야지."
"그렇다면 시키는 대로 하세요. 난 지금부터 일을 보러 가야 합니다.

우선 이혼을 성립시켜 두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나리타가 에리코의 방을 나섰을 때 아사코가 다가와 마사키 도모리호에게서 전화가 와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리타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과연 도모히로의 용건은 이혼 서류 제출을 잠시 보류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로 그러십니까?"
나리타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물었다.
"어제밤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정말로 이혼할 생각이냐고 따졌지.그랬더니 후회스럽다면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는 거야.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지만 제출하기 전이니까 마음을 바꾸어도 괜찮지 않을까. 정식으로 처리하려면 이혼 신청서 무효 신청을 해야 하겠지만, 자네가 그걸 제출하지 않으면 귀찮은 일을 생략할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을까 싶어."
"아, 그렇군요."
나리타는 마른침을 삼켰다.
"알았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네, 잘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리타는 당했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리타가 전화기를 건 회사 관계자에게 들었는지, 아니면 료코의 전화를 통해 친척들에게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도모히로는 도지로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행방불명이라면 죽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후미에와 도모히로 모자에게는 바라지도 않았던 행운 이다. 유산이 그냥 굴러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서둘러 이혼 신청을 보류했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다카아키에게 잘 보일려고 했던 계획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나리카는 생각했다. 이제는 에리코에게 들어갈 보험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할 수밖에 없겠어.'
나리타는 마음을 새로이 다잡았다.

이날 밤 식당에서 다시 가족 회의가 열렸다. 아침의 아홉명에 더해 도모히로와 그의 아내 스미에가 참가했다.
"역시 경찰에 연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쿠코가 료코에게 말했다.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다카아키였다.
"상황으로 보아 사장님 스스로 행방을 감추었을 가능성도 있어. 경찰에 알리는 건 찬성할 수 없어."
"그렇지만 아버지가 아무 말씀 없이 사라져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잖아. 누군가가 납치했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은 데." 하고 도모히로가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어떤 식이든 도지로의 생사를 빨리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납치를 하다니, 어떻게? 이 집에 사람이 안 사는 것도 아닌데."
"억지로가 아니라도 속여서 데리고 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더욱더 경찰에 알려선 안 되지. 사장님을 데리고 간 사람은 친척이거나 아니면 잘 아는 사람일 테니까."

그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는 동안 료코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경찰에 알려야 할지 알리지 말아야 할지 심사숙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늠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누님은 어떡할 생각입니까?"
도모히로가 료코에서 따지듯이 말하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몇 사람의 몸이 번개를 맞은 것처럼 움찔했다.
"누구야, 이런 시간에."

다카아키의 짜증스런 목소리를 들으면서 도쿠코가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잠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 도쿠코는 료코에게 다가가 귀속말을 했다. 료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접실로 들어오라고 해요."
"료코."

다카아키가 불안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태연자약했다. 그는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리타도 도쿠코의 뒤를 따라 현관으로 나아갔다.

현관 앞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와 같은 색깔의 재킷을 걸친 여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20대 중반 정도이고 도저히 일본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얼굴 윤관이 뚜렷했다. 여자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새카만 머리칼이 어깨까지 늘어졌고 위로 길게 찢어진 눈에 입술을 꼭 다물로 있다. 나리타는 꽤 잘생긴 미녀라고 생각했다.
"부인은 계십니까?"
남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쿠코가 대답하려고 하는데 안쪽에서 료코가 나타났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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