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주간 베스트 월간 베스트 3개월 베스트 베스트 게시물
너를 탐내도 될까? (70회) 2 194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71회) 2 111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66회)21 1 226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65회)16 1 181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69회)10 1 176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67회) 1 171 죽으나사나
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DUTCH PAY (8)

작은도둑 | 2017.02.14 15:57:06 댓글: 19 조회: 4490 추천: 1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278516


남편은 외박을 했다
. 시간은 느리고 초조하게 흘렀다. 12시가 넘는 순간 내 마음에도 정적이 흘렀다. 무심하긴 했어도 강현수는 말도 없이 외박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전에는 적어도 사전에 늦어진다고 하거나 무슨일때문에 늦어진다고 얘기를 하는 편이였다. 조금씩 내려놓고 비우고조금씩 물러서는 가운데 나는 이제 한계에 도달할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디까지 이해를 해야 하는걸까...





강현수의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1 365일 거의 꺼놓는 습관이 없는 사람인데바닥으로 치닫는 기분속에서 혹시라고 어쩌면 사고가 나서 통화가 안된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갈마들었다.




[여자는 남자가 연락이 안되면, 꼭 안좋은 쪽으로 생각해. 그래서 연락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단정짓고. 쉽게 생각해봐. 그가 그시간에 다른 여자를 만날 확율이 더 많겠어? 사고를 당했을 확율이 더 많겠어?]





아남이가 심리학 과정을 곁들어 들을때 했던 얘기였다. 많이 아는게 문제가 되여 아남이는 사실을 외곡할수가 없어서 연애가 잘 안된다고 했고 나는 그가 감정이 메말랐다고 했다. 가끔은 현실이 주는 선의적인 거짓말이나 모르면 좋았을 일들, 아남이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일을 빠르고 정석으로 마주하는걸 택했고 나는 모두에게 최선이고 특히 내가 받아들이기 편한쪽을 선택을 했다. 그래야 이 관계를 유지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어둠이 짙게 깔린 조용함이 신물이 났다. 핸드폰에서 윤태오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미안해요. 늦은 시간에..]

[아니요. 연이씨.. 아직 초저녁인데요. 무슨일인데요?]

전화저편으로 시끌벅적한 배경음악에 윤태오의 목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혹시 강현수랑 같이 있어요?]





전화저편으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남편이 일이나 접대를 하는 시간에 전화를 한적이 없었다. 내가 할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었다.





[아니요. 아직 안들어왔나요?]





짧은 침묵사이에 윤태오가 했을 갈등이 느껴졌다. 찾아볼까요? 하는 말에 나는 괜찮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밤이 깊어갔다. 나는 모든 전등을 끄고 침실로 들어가 이불속에 차가운 몸을 넣었다. 자정이 밝아올때쯤, 집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침실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이랑 마주쳤다. 남편은 잘 빗어올린 머리가 내려와 이마를 덮고 있었고 샤츠에는 느슨하게 넥타이가 매여져 있고 공문가방과 양복웃옷이 팔에 걸쳐져 있었다.





[아직 안 잤어?]

[.]

[먼저 잘거지. 기다렸어?]

[당신이 안들어왔는데 어떻게 먼저 자요? ]

[들어가 자. 나 씻고 다시 나가야 돼.]





옆을 스쳐 지나는 남편몸에서 약간의 술 냄새와 향수냄새가 같이 풍겨왔다.




[여보..]

[..]





남편이 욕실을 들어가다말고 고개를 돌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손 내밀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거리인데..나는 웬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나한테 할 얘기 없냐고? 왜 늦었냐고? 이시간까지 누구랑 같이 있었냐고? 일찍 들어오라는 내 메세지 보지 못했냐고? 그리고그리고나 아직 사랑하냐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내뱉을수가 없었다. 간신히 지탱해왔던 선의적인 거짓말이나 나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방패막들, 나는 아직 그걸 뚫고 진실과 맞짱 뜰 용기가 없다.





[늦었네요.하루쯤 안 씻어도 되니까 잠깐 눈 붙혀요 나오늘 회사일이 많아서 일찍 나가야 돼요.]





남편의 눈길이 한참동안 나를 응시하다가 침실로 향했다. 나는 샤워를 하고 해장국 끓여넣고 일찍 집문을 나섰다. 배가 고팠다. 배가 고픈데 최근에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루종일 굶어서 예민하고 허전한거라고 믿고싶었다. 사람은 먼가를 채워넣어야 하는 욕구가 있는데 그게 안돼서 나는 이런거라고...





[다른 사람을 만나라는게 아니다.남편이 니가 원하는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채우라는거야.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모임에 참가하거나 어학학원에 등록하거나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남자나 여자나 만나면서 자잘한 사랑과 관심에 대한 해소를 하라고…]





아남이가 전에 심리학 강의를 들으면서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그때도 나는 남편을 만나서 연락을 하네마네를 가지고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게 한심했다. 다행히 나는 이제 20대가 아니였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새로운 서류를 받아가지고 나는 금방 업무모드로 바뀌였다. 이것도 어쩌면 아남이가 제안했던 사람을 만나 소통하면서 자잘한 관심에 대한 해소가 아닐까 싶었다.





이번에 맡은건은 웨딩이 아닌 엎어진 결혼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였다. 결혼식만 남겨놓고 청첩장까지 다 돌린 커플이 파혼을 한 경우였는데 여자의 허영심과 사치벽이 원인이였다고 한다.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그걸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결혼을 못해준다고 하는거 나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설정이라고 믿고 있었다. 예비신랑을 만났을때에야 나는 그 현실버젼을 만나게 되였다. 그동안 진행된 비용을 정산하고 나는 여전히 심각한 신랑한테 위안이랍시고 한마디 건넸다.





[그녀를 잊으세요. 더 좋은 인연이 다시 찾아올겁니다.]

[어떻게 잊을까요? 그여자한테 내가 쓴돈이 얼마인데. 전부 할부로 산거란 말이얘요.]

[..]





파혼신랑의 씁쓸한 미소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그래. 말로는 위로가 안되겠구나 싶었다. 나는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그 신랑앞에 놓고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신랑은 할부가 끝나는 날까지 그 여자를 잊지 못하겠구나.]

판양의 주선으로 나는 회사내 직원들이 한달에 한번씩 모임이 있다는걸 알았고 참가하게 되였다. 그리고 평일 상대방의 일에 무관심으로 보이는 동료들이 그렇게 말이 많다는걸 처음으로 알았다. 술이 한순배 돌아가면서 서로 자기가 맡았던 웨딩중 재미있을 일들을 애기하고 있었다. 파혼신랑의 얘기에 판양은 그 남자는 할부가 끝날때까지 그여자를 기억할거라고 했고 다들, 할부의 기간과 금액이 그 남자가 여자에 대한 미련이라고 했다. 그외에도 재미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 커플은 결혼조건이 금연 금주, 금클럽이였다고 한다.




여자: 담배는 끊어야겠지? 나중에 애도 생길텐데

남자: 그럼그럼.

여자: 술은? 자기 술은? 술마시면 개되잖아.

남자: 그럼그럼.

여자: 클럽은? 결혼후에도 친구들이랑 클럽갈거야?

남자: 아니. 안갈거야

여자: 울 자기 착하네.. 이제 뭘 더 관두면 되지?

남자: 결혼!



이밖에도 결혼중에반지를 갖고있던 화동이 결혼식 도중에 그걸 돌리면서 장난치다가 잃어버리는 바람에 찾지못했다는 얘기와 드레스를 여러벌 고집한 신부가 맨 마지막 드레스로 갈아입었을때는 하객들 전부 가고 신랑 신부만 남았다는 얘기와 허니문 공항까지 가서 여권을 두고 와서 해외여행을 못간 커플들 얘기로 열을 올렸다. 맥주도 한잔 하고 뒤늦게 자리가 끝나 택시를 탔는데 판양이 나를 안쪽으로 밀고 비집고 들어왔다.





[뭐냐?]

[합석.]

[니 차는?]

[술 마셨잖아.]


택시는 서서히 출발을 했고 나는 창을 열었다. 바람이 불어와 머리를 식혀줬다. 하루종일 바쁘게 보내다보니까 다른 자질구레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차는 도시의 큰 길을 가로질러 운행하고 있었다. 도로 옆에 화려한 호텔이 눈에 띄였다. 강현수가 사업을 금방 시작했을때, 그리고 우리가 이 도시에 처음으로 세방살이를 시작했을때, 강현수는 결혼기념일마다 저 호텔에서 잠을 자고 아침을 먹자고 했었다. 하루밤 숙박비가 우리 한달 생활비랑 맞먹는 저 호텔에서그리고 많은 시간들, 내가 집에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강현수는 이도시의 밤을 질주하고 있었을것이다.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고 계약을 하고 밤을 새워 일을 하고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 귀가를 할때 그는 무슨 생각들을 했던걸까..




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나는 하마트면 기사석에 머리를 박을뻔했다.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여 부딛치려는 찰나에판양이 내 몸을 확 잡았다. 가운데로 차 하나가 끼여들고 있었고 기사가 뭐라고 방언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
뭘 하느라 정신줄 놓고 있는거야?]

[와우순발력 좋은데… ]





술기운에 나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래. 자칫 심란한 날에..나는 오늘 이녀석 덕분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저기.저 호텔 가봤어?]

뜬금없는 내 질문에 그는 고개를 돌려 호텔정문을 확인하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 근데 왜? 가고 싶어?]

[. 그렇긴 한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어디서부터 해명을 하면 오해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울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낮게 깐 목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술 취하면 저기에 내려줄께.]

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진지한 표정이 장난같아보이진 않았다.

[가지말라고 잡으면 같이 있어줄수도 있고.]

[먼 농담을 진담처럼 하냐?]





판양은 그제야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차는 30분 더 달려 집앞에 멈춰섰고 잘 들어가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그는 바로 차와 함께 사라졌다. 밑층에서 올려다본 우리집은 여전히 전등이 꺼져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비번을 누르고 집에 들어섰다. 전날 구석구석 늘여놓았던 이벤트용 꽃과 양초들이 잘 정리되여 식탁에 놓여있었다. 아줌마가 다녀가셨나부다. 남편의 셔츠는 이미 씻어서 베란다에 걸려져있었고 각종 리모콘은 조리정연하게 탁자위에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엽서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올해 마감 금요일 저녁 남편회사의 송년회에 사모님 초대한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매년 이맘때마다 있던 일이였다. 초반 1.2년은 다니다가 나중에는 그런 자리가 따분하고 불편해서 나는 항상 거절을 했었다. 남편이 주인공인 자리라 나만 바라봐 달라는것도 말이 안되였고 비지니스적인 관계들이라서 별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차차 남편은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엽서 옆에는 심플한 아이보리색 드레스도 한벌 놓여져 있었다.





한해가 마감돼 가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입었던 청바지와 셔츠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묶고있던 머리를 풀어내렸다. 웨이브가 자연스레 드리워졌고 화장대앞에 마주앉아 심플한 목걸이를 찾아서 걸었다. 연한 화장을 하고 아이새도와 마스카라를 한후, 립스틱을 바르는거로 마무리를 했다. 꾸준히 했던 요가때문에 드레스가 안성맞춤하게 몸에 걸쳐졌다. 한동안 선머슴마처럼 하고 다니다가 갑자기 꾸민 내 모습이 낯설지만 싫지는 않았다.





송년회 예식장에 도착했을때, 나는 그동안의 변화를 체감으로 느꼈다. 오래전 오붓하던 송년회 스케일이 아니였다. 예식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 1년내 도움을 준 거래처와 고객들까지 초대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남편이 정문에서 손님들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게 시선이 머물더니 가까이 오라고 손을 내밀었다. 가까이 다가갔을때, 남편이 내 귀에 작게 속삭이였다.




[당신 오늘 예뻐..]





나는 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나는 이것으로 족했다. 나는 귀밑까지 빨개졌다. 그리고 반시간째 나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드디여 한순 배 돌고 간만에 신은 하이힐이 불편해 의자를 찾아 앉아서야 드디여 한단계 마무리된 셈이였다. 물을 마시고 있는데 윤태오가 가까이 오더니 내게 와인잔을 건네주었다.



[연이씨 송년회 온거 오래간만인데요.]

[.. 이런자리가 저는 여전히 적응이 안되네요.]

[저도 그래요.]


연신 아는척을 해오는 여자들때문에 말과 달리 적응을 너무 잘하는거로 보였다. 순간 아남이가 난리를 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여자관계 복잡할거 같다고 재수없다고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여자한테 인기가 많은 남자는 매력적일수밖에 없었다. 윤태오도 물론이고... 아남이한테 매력으로 비춰질지는 모르겠지만... 윤태오의 옆자리를 다른 여자분들한테 양보해주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화장을 고쳤다.





그 외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직원들은 내가 강현수 와이프라는게 부담스러운지 대화를 걸지 않았고 거래처는 거의 남편과의 인맥쌓기에 더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 행사 진행은 권지안이 조율을 하고 있었다. 진행자랑 대본을 수정하고. 회사 직원한테 남편의 영문통역원고를 맡기고 남편이 미처 챙기지 못한 거래처 관계자들을 자리에 안내하고 신경쓰고 있었다. 강현수도 뭔가 필요한거 있으면 바로 권지안을 찾고 있었다. 허탈하지만 이게 내가 느끼는 현실이였다.





송년회는 거창하게 개막을 했다. 순서대로 남편의 직원과 고마운 분들에 대한 인사와 주요 거래처 관계자들의 축사가 있었고 그뒤에는 직원들의 공로상과 같은 내용들이 이어졌다. 나는 오래동안 남편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직원들 사이에 남편은 근사한 리더였고 거래처와 함께 있는 강현수는 믿음직한 파트너였다. 그는 넥타이를 풀어 내게 건네주더니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어울려 건배를 하기도 했고 바이어와 파트너들과 호탕하게 포옹을 하고 원샷을 했다. 송년회는 점점 뜨거워졌다.





혼탁한 공기에 바람을 쏘이려고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화장실에 들렸다 나오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뒤돌아봤더니 판양이 카메라를 들고 서있었다.





[웬일이야?]

반가웠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지루했는데 익숙한 얼굴이 되게 반가웠다.


[여기. 오늘 결혼하는 팀 있잖아. 거의 끝나가그러는 너는 웬일이야?]

그가 내 아래위를 스캔하는게 느껴졌다.

[남편 회사 송년회.]

[..사모님 컨셉.]

[이상해?]

[아니..예쁜데..]




예쁘다는 얘기를 너무 쉽게 해서 순간 뻘쭘해졌다. 전에 미니스커트 입었다고 뭐라하던게 생각이 나서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는 이런 내가 어색한건지 아래위를 훑어보다가 이왕 차려입은 김에 선심을 쓴다며 카메라를 들었다. 미처 눈치챌 사이없이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앞에서 뭐하는거냐고 따지고 있는데 정문으로 강현수가 권지안의 손목을 잡고 나가는게 눈에 띄였다. 순간, 눈길과 손길이 한순간에 멈췄다. 판양이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이 든건지 나는 바로 두손을 내밀어 판양의 볼을 잡고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구를 위한건지 알수없으나 어떤 이유였든간에 나는 남편의 프라이버시가 들키는걸 원치 않았다.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워도 괜찮아? 빨리 가봐. 내일 봐.]





판양을 뒤로 하고 나는 강현수를 찾아 따라 나갔다. 호텔 밖에서 나는 드디여 두사람을 발견했다.






[머하는거야?] 남편의 낮게 깐 목소리가 들렸다.

[왜요? 나는 그러면 안돼요?] 손이 떨렸다.

[먼저 집에 가. 내일 다시 얘기하자.]

[싫어요. 당신도 나 떼여내려고 와이프 부른거 아닌가요? 내가 부담돼서.]

[그런거 아니야.]

[그럼 왜 몇년동안 안오던 와이프를 초대했는데요?]

[넘겨짚지마. 거기까지라고 얘기했어.]

[거기가 어딘데요? 큰 오다를 계약한걸 빌미로 크리스마스 이브 같이 있어달라는 부탁 들어주는거? 아니면 술먹고 집 데려다주는거? 7년째죠. 졸업하고 바로 당신밑에서 일한거. 그동안 난 남자 사귈틈 없이 주말 없고 년휴없고 밤낮없이 당신옆에서 일했어요. 당신 와이프 자리 욕심나 이러는거 아닌거 알잖아요. 한번은 제대로 봐줄수 있잖아요. 내가 그녀보다 뭐가 부족해요? 당신 바비인형 같은 와이프보다.. ]



들고있던 파우치백을 툭하고 떨어뜨렸다. 두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로 향했다. 남편의 눈길이 심하게 흔들렸다. 권지안은 내게 다가와 백을 주어 건네주더니 당돌하게 고개를 약간 치켜들고 남편을 돌아보았다.





[다 모였네요. 제대로 얘기 좀 하죠. 차연씨도 내가 신경쓰이잖아요.]

[여보.]



입이 얼어붙어 나는 간신히 겨우 두글자를 뱉어냈다. 그동안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만들었던 각종 핑계와 변명들, 이제는 더이상 눈감고 야옹할수 없이 와르르 무너났다.





[그만해.]




남편이 다가와 권지안의 팔목을 잡았다.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요? 나는 아니죠? 당신 아내 마음 다칠까바 당신은 나를 한번도 받아준적이 없잖아요.]
권지안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하나하나 내뱉았다.






[당신은 당신남편 얼마나 알아요? 지난 7년 경기가 안좋아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할 상황일때도 나는 떠나지 않았어요. 강사장이 밤을 새면서 직원들이랑 대책 찾을때, 당신은 그흔한 전복죽 먹고 싶다고 전화를 했었죠. 파산 위기가 왔을때, 아버지 수술을 한다고 회사의 남은 자금 쓸어갔구요. 저 남자가 구두 밑바닥이 구멍나도록 고객 방문할때에도 당신의 생일이라고 명품백 사다줬구요. 머가 그렇게 당연한가요? 회사는 저 남자랑 우리가 살렸는데 7주년 송년회 축사에서 그는 내조를 해준 당신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리구요. 지난번 오다도 계약이 무산될법한걸 겨우 체결했는데 내가 받은건 먼지 알아요? 저 남자의 하루밤을 잡아두는거. 당신이 싫어서 이러는게 아니얘요. 저 남자의 여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옆에 있는거로 상관없어요. 당신은 저 남자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그의 마디마디가 비수가 되여 내 가슴에 꽂혔다. 나는 털썩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남편의 외도현장을 목격한것보다 더 비참했다.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남편이 더치페이를 제안할때 나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절망적이지 않았다. 속이 꽉 막혀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다가와 나를 일으켜세우고 양복 웃옷을 걸쳐주더니 떨고있는 나를 품에 안았다.




[닥쳐. 미안해. 먼저 가. 태오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께. 정말 미안해. 나 뒤수습을 하고 가야 돼.]





간신히 손을 내밀어 나는 강현수를 밀어냈다. 내 어깨를 감싸안은 그의 팔에 힘이 실렸지만 안간힘을 써서 그를 밀어냈다. 그동안 안일하게 살았던 후폭풍을 한순간에 몰아서 맞은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몸이 휘청거렸다.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였구나….권지안이 뭐라고 더 내뱉으려는 타이밍에 남편의 손이 올라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소리에 그의 얼굴이 옆으로 제쳐졌다.




[먼저 가..나 좀 앉았다가 갈께..]
나즈막하게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이상황에 내가 할수 있는게 없었다. 빨리 이 자리 이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뿐이였다. 회사 직원이 나와서 남편과 권팀장을 찾고있었고 핸드폰이 연신 울렸다.




[나 괜찮아..]




남편은 권지안의 손목을 잡더니 다시 호텔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한해의 마감일 저녁날씨는 매섭기도 했다. 나는 그자리에 다시 주저앉았다. 드디여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다리 힘이 풀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앞에 다가와 나를 품에 안았다.




추천 (14) 선물 (0명)
IP: ♡.166.♡.110
SILK (♡.175.♡.254) - 2017/02/14 16:54:34

언제나 봐도 참 매끈한 글솜씨에 탄복이 되네요 .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보라빛추억 (♡.140.♡.93) - 2017/02/14 17:03:25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다.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한 눈길을 팔게 된건 전적으로 내 무능함때문이였다. 여주는 이런 식으로 지금 상황을 해석하게 되겠죠. 진짜 적라라한 불륜현장을 목격한것보다 더 절망적일거 같아요. 그런 여주를 판양이 위로해주고 사랑해줄거 같은데... 판양도 좋지만 여주가 결국에는 남편과 함께할거 같아요. 저의 예감이에요.

작은도둑 (♡.166.♡.1) - 2017/02/17 10:33:42

많은 사연 저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불륜이나 외도도 순간의 충동이 아니라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겁니다. 여주로서는 가장 원치않은 이유였을겁니다. 사람이 변했다고 하기보다는, 긴 세월동안 서로의 격차가 벌어져 가치관이 바뀌였다고 할까요. 생각이라는거 사람하기 나름이지만 세월의 경력과 터득이 뒷바침이 된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할수가 있을지 고민입니다.

특별히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아픈사람은 존재하며 상대방은 어느덧 아마득한 앞에 서있네요.

여주는 많이 혼란스러울겁니다. 본인의 가치에 대해서 많이 흔들릴거구요.
[너는 너대로 괜찮다.]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이런 위로를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전히 괴로울겁니다. 스스로 헤쳐나오기전에는요. 항상 정답이 없고 어떤 선택을 해도 데미지가 있을때 저는 보통 가장 합리하고 객관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이 얘기인즉, 남편이 여주를 떠나서 행복해진다면 여주는 힘들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저는 보낼겁니다.

이상. 제 소견이였구요. 글의 결말은 아직 정해진거 없습니다. 님의 댓글 저 항상 의식합니다.흐름에 맡길려구요.

내딸래미520 (♡.127.♡.49) - 2017/02/14 18:21:49

잘 보고 갑니다. 여주인공 삶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 됩니다.

꿈과미래812 (♡.48.♡.236) - 2017/02/14 19:49:34

글재주 참 좋으신같아요 .
잘보고 갑니다~~

chriskim (♡.31.♡.126) - 2017/02/15 08:29:03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연재입니다...
오늘 하루는 터치페이 덕분에 기분좋게 시작햇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겟습니다..

솜사탕520 (♡.40.♡.98) - 2017/02/15 09:04:19

점점 재밌네요 ...

연재 조금만 빨리 해주세요 ㅋㅋㅋ

팬입니다 ~~

스마일87 (♡.120.♡.134) - 2017/02/15 10:24:11

참 실감나는 좋은 글입니다.
남자란... 여자란... 가끔 핑게도 많고, 스스로 자신을 속이죠. 믿으면 유지되고, 금이 실리면 그 금을 메워가는 것이 사랑 아니겠나요? 예전에 스쳐가던 인연, 나름 행복하고 가슴 아픈 추억이라 생각했었죠. 근데 지금은 생각을 달리 했습니다. 사랑이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고, 행복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사랑을 나누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자신한테 당당해야 겠죠.
누구나 배워서 할 수 있는 사랑 아닙니다. 그 사랑 믿으세요. 같은 여자로서 권지안님도 스쳐가는 남의 남편 잡지 말고, 자신한테 좋은 사랑 찾기를 바라는 맘입니다.
다음 회도 기대합니다.

토토로11 (♡.100.♡.124) - 2017/02/15 12:44:49

드라마 같은 글이네요.
남편은 여주를 사랑하면서 왜 그렇게 덤덤하게 대하는지..
읽을수록 궁긍해지고 빨려들어가네요.
글솜씨 너무 좋네요.

지여니맘 (♡.204.♡.203) - 2017/02/15 22:05:50

넘오래 기다리게 안하구 인츰 올려줘서 넘 감사합니다.담편도 계속하여 기다리겠습니다.

meilan0308 (♡.241.♡.9) - 2017/02/16 09:04:03

담집 언제까지 기다려야할ㅈㅣ... 기대하고 기다리고있겠습니다.

별꽃향기 (♡.2.♡.124) - 2017/02/16 10:09:19

너무나 기다려지는 좋은 글입니다 매일 매일 읽고 싶은건 저만의 욕심이죠 ㅎ.ㅎ

작은도둑 (♡.166.♡.243) - 2017/02/17 10:52:40

SILK 님: 글은 그냥 생각의 흐름과 정리일뿐입니다.저는 뭐나 문자로 기록하길 좋아합니다.ㅋ

내딸래미520 님: 여주의 삶은 좀씩 나이질겁니다. 天下无贼에서 유덕화의 대사가 기억납니다.그는 왜 경계를 안하냐고.그는 왜 상처받으면 안되냐고. 왜 끝까지 바보처럼 살게 놔두냐구요.생활의 진실을 알게끔 도와줘야 된다고. 여주한테는 그 진실을 보게끔 도와준 계기가 될겁니다.

꿈과미래812 님: 고마워요. 님의 글에는 제글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chriskim 님: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하시려는 분한테 내용이 좀 혹독하고 냉정했네요.기다려주시는 마음에 힙입어.조만간 바로 올리겠습니다.

솜사탕520 님: 재미있다니 다행입니다. 팬이라고 해주셔서 쑥쓰럽구요. 좀 더 타자를 빨리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은도둑 (♡.166.♡.243) - 2017/02/17 11:12:52

스마일87 님: 위기에 대처하는 사람의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상처를 뒤져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고 그냥 덮는 방법도 있구요. 감정에 금이 생겼다는걸 의식하는 순간 이미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일수도 있어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더이상 예전같지 않다면 어떡할까요? 여주의 인칭으로 쓴 글이라 더많은 감정표가 던져질걸 예상하지만. 권지안 입장이라면 색다른 버젼이 될거 같네요.

토토로11 님:부부의 다른 형태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많은 부부들은 그러잖아요. 사랑인지 정인지 모르겠다고...
결혼할때는 사랑이라고 확신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서로의 열정이 소모되고. 그런 와중에 제 3자가 개입하면서 평형이 흔들리고. 뜨겁기도 했다가 덤덤하기도 하구요.현실이 훨씬 더 드라마틱한것 같습니다.

지여니맘 님: 항상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편도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

meilan0308 님: 주말 또 반납해야 겠네요.기대에 부응해야 할텐데...

별꽃향기 님: 아이디가 예쁘네요. 기다려진다는말에 기분이 좋습니다.특히 오늘같은 날에는요. 비가 금방 쏟아질듯 흐린 날이네요. 커피한잔과 더불어 좋은 하루 되세요.

한자연 (♡.13.♡.196) - 2017/02/17 11:20:49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남주 여주 둘다 끝까지 잘 됏으면 좋겟네요!! 추천요

초초마미 (♡.200.♡.51) - 2017/02/19 16:03:19

우연히 들렸다가 본 글 너무 재미있네요.잘 봤습니다.읽을수록 끌려드네요.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스텐레스 (♡.4.♡.131) - 2017/02/20 12:12:40

남주 여주가 위기 잘 극복하고 잘됐음 좋겠습니다.
남주도 여주도 모두 서로를 많이 좋아하는거 같은데~

작은도둑 (♡.166.♡.1) - 2017/02/23 09:24:58

한자연님: 어떤 결말을 원하시는지 보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초초마미님: 처음 뵙네요. 재미있었다니 고맙습니다.기대치에 부응해야 할텐데.

스텐레스님: 안일함이 버릇이 되여 위기가 온걸 실감을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그런데.위기가 왔다고 꼭 나쁜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사랑의 형태는 여러가지구요. 풀어가는 방식도 여러가지 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xingyu (♡.159.♡.232) - 2017/03/01 22:14:45

일단은 긴글 쓰시느라 수고많으십니다
이단은 거짓말 같겠지만 먼저와 같이 쪽지 보낼 수 없어서 댓글로 답장 대신합니다
삼단은 큐큐 안합니다.. 댓글이라 뭐라 더 말을 못하겠네요 ㅎㅎ
굿밤!

22,938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2940
죽으나사나
2024-04-18
2
111
죽으나사나
2024-04-16
2
194
죽으나사나
2024-04-16
1
176
죽으나사나
2024-04-15
1
167
죽으나사나
2024-04-15
1
171
죽으나사나
2024-04-14
1
226
죽으나사나
2024-04-14
1
181
죽으나사나
2024-04-13
0
241
죽으나사나
2024-04-13
0
160
죽으나사나
2024-04-12
0
182
죽으나사나
2024-04-12
0
172
죽으나사나
2024-04-11
1
157
죽으나사나
2024-04-11
0
108
죽으나사나
2024-04-10
1
201
죽으나사나
2024-04-10
0
115
죽으나사나
2024-04-09
1
209
죽으나사나
2024-04-09
1
144
죽으나사나
2024-04-07
1
179
죽으나사나
2024-04-07
1
153
죽으나사나
2024-04-04
2
212
죽으나사나
2024-04-04
1
205
죽으나사나
2024-04-02
2
243
죽으나사나
2024-03-31
1
238
죽으나사나
2024-03-28
1
230
죽으나사나
2024-03-26
1
325
죽으나사나
2024-03-24
1
358
죽으나사나
2024-03-20
1
407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