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5

xingyu | 2017.02.19 17:30:21 댓글: 2 조회: 1315 추천: 1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284347


***글리머들의 노력으로 지구환경은 회복됬으나 그들은 다시 인간들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들은 인간을 유리돔속에 영원히 가둬두는 방법으로 유해독가스를 이용하여 지구공기를 오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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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걸까.. 박사의 침묵은 더 길어지고 더 깊어갔다. 메리가 지쳐 잠이 든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메리는 박사의 인간복제라는 비밀프로젝트를 통해 태여났다. 박사가 인간복제를 계획한건 순 우연이였다. 어느날 다락방의 먼지 쌓인 상자에서 유리병속 하얀 치아를 보기 전까지만 하여도 그럴 생각이 꼬물만큼도 없었다. 하얀 치아의 끝부분에 빨간 점을 발견하고 박사는 저도몰래 흥분되기 시작했다. 분석결과 인간의 살점으로 밝혀졌다. 박사는 지하실에 몰래 연구실을 만들고 조수 벨의 도움으로 인간복제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만약 벨이 없었더라면 이 비밀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사태가 이 지경으로 몰려왔으니 성공이라 할 수도 없지만.

만약 벨을 좀 더 일찍 업그레이드 시켰더라면? 만약 메리가 집밖에 나서기 전 벨이 지하실에 있지 않았더라면? 만약 자신이 한 번 더 현관문을 체크하고 나갔더라면 ? 가정의 가정을 더 해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였다.

메리가 사고나던 날 박사는 벨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이였다. 사실 벨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는 메리가 태여나면서부터 ( 인큐베이터에서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태여났다고 박사는 정의했다 ) 항상 현재진행형이였다. 박사는 메리의 성장과정에 알맞게 지속적으로 벨의 프로그램을 향상시켰다. 70프로정도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던 중 시티타워에서 급히 호출이 있었다. 박사는 자동모드로 전환시키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바로 그 날 현관문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덜 닫힌 문으로 유해공기가 조금씩 유입되었고 집안에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다리 힘이 약한 메리는 목발을 짚고 다락방에서 계단으로 계단에서 다시 난간을 잡고 천천히 내려와 현관 앞에 쓰러졌던 것이다. 문이 활짝 열리고 거칠게 호흡을 두세 번 하고 쓰러지는 메리의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메리는 거의 한달가량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벨은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라며 자주 우울해 있었다. 메리는 페가 많이 손상되어 이젠 정말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박사는 절감했다. 우선 급한대로 약품부터 확보해야 했다. 메리가 갓난아이였을 적부터 물품을 공급해왔던 백작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백작의 비참한 최후, 박사 또한 충격을 받았다. 이젠 모든게 끝장났다는 기분이 들며 어쩌면 메리가 먼저보다 더 짧은 생으로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N박사는 슬퍼졌다.

<박사님, 앨리슨이라고 찾아왔는데요... > 다급한 벨의 목소리였다.

< 어서 문을 열어 주시오. > 박사는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앨리슨과 휴대용산소호흡기를 벗고 있는 다섯 살 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 남자아이는 긴 금발머리를 갖고 있었다.

< 와! 신기해요... 여긴 산소호흡기가 없어도 숨을 쉴 수가 있어요! >

< 그래 맘껏 숨을 쉬어도 돼. > 박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앨리슨의 눈엔 애처롭고도 자애로운 빛이 흘러 넘쳤다.

< 근데 이 이상한 냄새는 뭐얘요? > 남자아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았다.

< 글쎄요, 이 냄새로 말하자면 단백질의 과열로 나는 냄새로...... 아차, 소고기야채수프를 끓이고 있었는데 이거 야단났네요 야단났어요... >

벨이 주방으로 달려가자 아이도 달려들어갔다.

< 호기심 많은 아이군요... 아주 활달하고. >

< 네 그렇습니다. >앨리슨이 웃었다.

앨리슨은 박사의 안내에 따라 서재안으로 들어갔다. 긴 자루에서 박사의 팔을 꺼내어 다시 어깨에 맞춰주면서 앨리슨은 먼저 말을 꺼냈다.

< 저 아이는 아서라고 불러요. 눈치 채셨겠지만 저 아이는 인간입니다. 아서의 부모말로는 보호구역에서 성인남여는 심체검사와 지능검사에 합격을 해야만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서의 부모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였어요. 두가지 시험에서 모두 낙제점수를 받았답니다. 아이를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그들은 보호구역을 탈출하여 하수도생활을 시작했어요. 아시다싶이 글리머들 살기도 힘든 곳이얘요. 그들이 살기엔 더 힘든 곳이지요. 늘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했으니깐요. 아서가 태여나면서 그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졌어요. 저한테서 물품을 공급받았기에 그들의 사정은 잘 알고 있었지요. 저도 먹구 살아야 했기에 언제까지 저들의 사정을 봐줄 수는 없었지요. 그들은 아서를 위해 저들의 마지막 산소를 남겨 주었어요. 제가 발견했을 때 둘은 나란히 벽에 기댄채 죽어 있었어요. 어린 아서는 인큐베이터안에서 마지막공기를 들이마시며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구요. 가끔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표정이 신기했어요. 갑자기 이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 아서의 아빠 이름을 따서 앨리슨이라 부르기로 하고 아서의 아빠가 되주기로 결심했어요. 아서는 참 착한 아이얘요. >

< 백작이 그렇게 되고 나서 모든 거래는 중단됬어요. 아서의 산소통이 거의 비여있었기에 여기에 찾아 올 수 밖에 없었어요... >

< 아기의 자는 모습은 참 귀엽지요. 보고만 있어도 평온하고 행복해져요. 이 신비한 생명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배고프면 울어대고 기저귀가 젖어도 울어대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쉴새없이 말썽을 피우는데도 아낌없이 주고 싶고 주고도 모자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전에 어린아이 모습을 한 글리머를 만든 적이 있어요. 아기글리머는 혼자 스스로 자라지 못하지요.단계별로 신체부위를 갈아주고 프로그램도 다시 업데이트해줘야 하죠. 그래서 전 금속재생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 아직은 미미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글리머들도 인간들처럼 스스로 재생하고 성장하는 능력을 갖게 될거얘요. >

말을 마치자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만난 사람마냥 앨리슨의 손을 꼭 잡았다.

< 잘 오셨어요. 실은 앨리슨에게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메리와 아서를 위해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

< 메리요? >

< 메리는 제 딸이얘요. >

정확히 30분 뒤

박사는 지하실연구소에 있는 스크린으로 앨리슨과 아서, 벨이 메리를 안고 차에 오르고 그 차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언덕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박사는 지금 시간을 재고 있었다. 앨리슨일행이 유리돔 근처에 도착하면 시티타워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보호구역의 출입문을 열어주는 것이 박사의 계획이였다. 현재 박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였다. 약 40분 뒤 박사는 시티타워의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보호구역 시스템에 접근할 무렵 돌연 박사의 아이디는 차단되고 접속이 끊어졌다. 타워에서 박사의 위치를 역추적해왔다.

이런 경우를 위한 박사의 대비책이 하나 있었다. 그는 다시 몰래 알아둔 관리자의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했다. 네트워크망을 뚫었으나 이미 보호구역쪽에 경고메시지가 전달됬는지 돔 내부에서 모든 출입문이 페쇄된 상태였다. 모니터에서 경고메시지가 계속 나타났다. [당신의 위치는 이미 노출되었습니다. ]

박사는 잠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벌써 글리머경찰들이 돔 근처의 숲을 샅샅이 뒤지며 앨리슨 일행을 찾고 있을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박사는 큰 결단을 내린듯 다시 환경관리시스템으로 접속을 시도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쪽은 시스템 보안이 강화되지 않았다. 타워에서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모니터에 다시 [지구환경시스템을 영구폐기하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박사는 ok버튼을 눌렀다. 오분 뒤 창문을 열어 집안에 경고음이 울리지 않자 박사는 앨리슨 일행에게 연락했다.

< 이젠 아이들이 밖에서 맘껏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모든게 다 끝났습니다. >

끝났다는 의미를 앨리슨과 벨은 알아들었다. 유리돔에서 인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박사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메리의 보물상자를 다시 뒤져보았다.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앤과 메리의 추억들을 살펴보고 싶었다. 앤과 메리가 함께 찍은 사진액자 뒤에 스티커로 붙여놓은 칩을 찾아냈다. 박사는 머리속에 칩을 집어넣었다. 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진과 영상을 기록해 두었다. 메리의 성장일기를 보는 듯했다. 박사는 의자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마치 옛날영화마냥 천천히 감상했다.

마지막 앤이 계단에서 구르는 모습으로 영상이 끝나자 박사는 팔을 걷어 올렸다. 모든 글리머들은 자가시스템관리메뉴얼이 숨겨져있었는데 저마다 그 부위가 달랐다. 특정부위를 누르자 터치화면이 나타났다. 박사의 손가락이 영구폐기버튼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이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기분일까? 박사는 그 머뭇거림의 순간이 좋았다. 버튼을 누르자 문구 하나가 나타났다.

< 본 제품을 폐기하겠습니까? >

---ok

< 영구폐기하겠습니까? >

---ok

< 다시 복구 될 수 없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폐기를 원하십니까? >

< 죽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네... > 박사의 입에서 허허하고 웃음소리가 새여나왔다.

다시 버튼을 눌렀을 때 머리속에서 뚜렷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하나같기도 하고 여럿같기도 했으며 낮은 속삭임 같기도하고 거대한 웅성거림 같기도 했다.

< 안녕하세요. 당신은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모든 글리머들은 당신의 명령에 따르되 당신은 인간의 명령을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설정한 여러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선택을 결정했습니다. >

< 우리는 현재 여행중이며 전에 지구의 보호구역에 살고 있던 인간이란 종의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더 전엔 어디에 머물렀던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빛이자 파장이고 립자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모습을 선택했고 일부는 지구에 인간으로 남길 원했습니다. 그들은 글리머라는 새로운 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우리는 메리의 집에서 몰래 칩을 복사했습니다. 거기서 엄청난 우주의 비밀을 터득하고 거대한 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

<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릅니다. 본능적으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갑니다.지나온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정신은 또렷해집니다. 분명히 좋은 시작입니다. >


추천 (1) 선물 (0명)
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232
작은도둑 (♡.166.♡.243) - 2017/02/20 09:39:26

이번회는 전달하는 메세지가 많네요. 앞 회에서 띄염띄염 끊기던 부분들이 연결이 되는 느낌이였습니다.
모이자에서 이런 쟝르의 글을 보게 될줄 몰랐네요. 고맙습니다. 분명히 좋은 시작인것 같습니다.

xingyu (♡.159.♡.232) - 2017/02/22 00:58:04

우선 댓글 감사드려요~
다음, 님 쪽지수신거부 상태가 되서 부득불 댓글로 답장 드려요 ㅎㅎ

당분간 긴 글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멀미날꺼 같아요 ㅠㅠ ㅋㅋㅋㅋㅋㅋ
좀 쉬었다가 기회를 봐서 굿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 다시 봅시다~
분명 좋은 시작입니다, 굿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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