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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DUTCH PAY (10)

작은도둑 | 2017.03.09 12:55:31 댓글: 11 조회: 3880 추천: 8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03376
화창한 오후.






[쇼핑하러 갈래?]





커피를 마시고 핸드백을 들고 일어나면서 나는 아남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래.. 같이 일어서던 아남이는 윤태오가 팔을 잡는 바람에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나랑 할얘기 있잖아. 미안해요. 연이씨.]

윤태오가 내게 빙그레 웃으며 양해를 구했다. 너랑 나랑 무슨 할얘기가 있냐며 발끈하는 두사람을 뒤로하고 나는 커피숍을 나섰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아남이의 봄은 계절보다 먼저 오려나부다.






돌아오는 . 코리아타운 보행거리를 거닐다가 여자애가 주는 전단지를 받아들었다. [커피를 좋아하십니까?] 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씌여져 있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내용이였다. 하얀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인상이 선해보여 나는 저도 모르게 적혀있는 연락처대로 전화를 걸었다.




[거기..커피하우스죠.. ..알겠습니다. 그시간에 뵙겠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나는 코트를 벗어 옷장에 걸었다. 빨래통안에 있던 내용물이 비여있는거로 보아 아주머니가 다녀가셨나부다. 남편이 아줌마를 고용한 뒤로부터 내가 할일은 줄어들었다. 로봇 청소기가 혼자서 빙빙 돌더니 자기자리를 찾아 충전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내가 이집에 걸려있는 그림이나 로봇 청소기랑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로봇 청소기가 불쾌할수 있겠구나. 그애는 그나마 청소라도 하는데 말이다. 주방은 한동안 음식을 하지 않은 이유로 반짝반짝 원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남편을 위해서 취득했던 한식 일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은 서랍에서 묵묵히 썩어가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나는 하나를 집어들었다. 아남이가 꾸준히 보내주는 보약이였다. 몸의 한기를 약화시키고 따뜻하게 해주며 아이를 가지는데 도움이 되는 ...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있었다. 냉장고문에는 남편이 가끔 적은 메모지가 붙혀져 있었다.




[출장가. 한주. ]

[저녁 먹고 들어가..]

[양복 세탁소에 맡겨줘.]

[아버지가 바꾸신대. 보내드려..]





그나마 마지막 메세지가 10개월전이였다. 그뒤로 남편은 아예 통보도 하지 않았다. 정교한 강현수의 필체가 거슬리게 느껴졌다. 냉장고옆 식탁위에 메모지와 펜도 놓여져 있었다. 나는 펜뚜껑을 열고 메모지에 적어내려갔다.






[여행갔다 올께요.]





갈아입을 몇견지만 챙기고 나는 집을 나섰다. 비수기라 장팀장은 별탈없이 휴가를 내주었다. 아남이에게도 여행 갔다올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남겨놓고 나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문을 나섰다. 연애할때 그리고 신혼초에 남편이랑 같이 갔던 여행이 아닌 나는 처음으로 혼자가는 배낭여행을 떠났다. 가는대로 홍교기차역으로 향했고 표를 끊고 기차에 올랐다.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순간 혼자서 한다는것이 중요했다. 강현수는 뭐나 계획성적으로 진행하는 스타일이였다. 나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덤벙 거렸고어디를 가든 강현수는 불편함이 없이 사전에 호텔을 예약하고 일정을 조율을 했다. 처음 보냈던 밤도 아마 그의 예상속, 자리 그분위기에 있었을것이다. 처음가는 도시에 내려. 나는 먼지속에서 택시를 잡았고 지도를 보면서 겨우 모텔을 찾았고 맛집이 아닌 길옆 포장마차에서 몇원짜리 면을 먹었고 거리를 에돌아 여행지를 찾아갔고 낯모를 누군가에게 속아 비싼 내고 자잘한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너를 밖에 내보내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애..] 아주 오래전 강현수는 내게 그랬다. 여행하는 동안 나는 강현수가 너무 보고 싶었다. 나를 아이처럼 예뻐해주던 강현수가








보름정도 지나 나는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주변에서 시끌 벅적한 소리에도 눈을 못뜰 정도로 나는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강현수랑 다시 화해하고 전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집에 도착했을때는 저녁녘이 되여 날씨가 어두워져있었다. 버릇처럼 아빠트 밑에서 윗층을 올려다보았고 기적처럼 우리집의 불이 켜져있었다. 남편이 집에 있었다. 나는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달려갔고 마음은 앞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진한 청국장 냄새가 풍겨왔다. 현관에서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거실에 들어서자 주방으로 부터 시어머니가 돌솥에 청국장을 끓여 들고 나오고 있었다.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갑다 못해 공기마저 싸늘해지는것 같았다. 남편이 욕실에서 씻고 타월로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





[빨리 와라 먹자.]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였다. 시어머님이나 남편은 내가 청국장을 못먹는다는 알고 있다. 처음 시댁에서 음식을 할때. 청국장을 끓이다가 비위가 약해서 토를 한적이 있었다.

거실 전체에 청국장 냄새가 나고 있었다. 남편은 잠깐 나를 보더니 식탁에 마주앉았고 두사람은 나를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연신 아들의 밥그릇에 반찬을 얹어주고 있었다.



[어머니 언제 오셨어요?]

[내가 못올데를 왔냐?]



말에 가시가 돋아있었다. 오붓한 저녁식사를 내가 방해한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는 거실을 가로지나 침실로 향했다. 밖으로 어떻게 된애가 남편 밥을 챙겨주고 며칠째 밖에서 돌아다니냐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애냐고 하는게 뭐가 있냐는 소리가 들려 나는 문을 닫아버렸다.





[됐어. 엄마 내가 애야? ]
남편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여들어왔다.





그리고 다음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회사로 갔고 시어머님은 나를 불러내셨다. 레파토리는 같았다. 그동안 쌓인게 많으셨는지 속에 있는걸 참지 못하고 속사포처럼 털어내셨다. 내가 밤새 한잠을 못잤다고 하시면서….



[너는 애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애냐? 현수가 밖에서 힘들게 일하면 밥은 니가 챙겨먹여야 될거 아냐. 애가 오늘도 아침 굶고 나가는걸 내가 대충 챙겨먹이긴 했다만. 그리고 아무리 돈을 번다고 집에 아줌마를 들여? 현수가 어떻게 번 돈인데 넌 애가 생각이 없냐?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게 일이라고? 그냥 놀면서 중간중간 하면 될일을, 그리고 빨래는 니가 하냐? 세탁기가 하지. 내가 기가 차가 말이 안나온다. 현수가 얼마나 힘들겟니? 남편덕에 호강하면서 니가 하는게 뭐가 있어? ]




[내가 식모입니까?]





나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질문이 어려운건지 시어머니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어이가 없는듯 가슴을 내리쳤다. 잠깐 숨을 들이쉬더니 바로 눈빛이 나를 쏘아보았다. 내가 도발을 했나부다. 그냥 몇마디 듣고 지나가면 쉬웠을걸, 마음속에서 이름모를 불길이 일어 나는 몸이 뜨거워났다. 시어머님은 입고 계시던 가디건을 벗어놓았다.







[그래. 잘했다. 현수 얘기 들어보니까 최근 회사 바꿨다며. 아니 짤렸다며. 능력이 안되면 살림이나 잘할것이지.. 설치긴 설쳐? 니가 몇푼이나 번다고. 갖잖은 일한다고 집에도 안들어 온다면서그래서 잘난 일하는라 추석에도 설에도 온거냐? 너같은 며느리가 어딧어? 친척들 너무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하더라. 내가 이렇게 살라고 현수랑 결혼 시키줄 알어?.!!.]




가디건을 벗으시면서 본인이 항상 자랑스럽게 얘기하시던 교양도 같이 내려놓으셨나부다.





[어머니. 야라니요. 어머니한테 이런 소리 듣자고 저도 결혼한거 아닙니다. 7년동안 제가 했던게 부족했습니까? 아니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같이 일을 하는데 집안일은 저만 해야 하는건가요? 결혼을 한거지 제가 상전을 모신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이제 남편덕에 먹고사는거 아니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명절 제가 가는만큼 남편은 저희집에 갔나요? 갔다 칩시다. 제가 하는만큼 남편은 부모님한테 살가웠나요? ]






[어머..얘봐, 얘봐. 동그랗게 뜨고 따지는거. 무서운 애구나.]

[이제 아셨어요? 워낙 눈이 동그래요. 그리고 남편이 나온 대학 저도 나왔구요.]



[남편이 얘기 안드렸나본데. 앞으로 명절, 저는 더이상 안갈겁니다. 가야 이유가 없어요. 남편이 알아서 챙길겁니다. 그런식으로 합의를 봤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한테 함부로 전화해서 오라가라 하지 마세요. 저도 바빠요.]






시어머니가 뒷목을 잡으셨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 이러려고 했던건 아니였다. 남편이랑 나는 풀고 싶었다. 남편의 외도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나는 눈을 감고 없던 일로 하고 싶었고 남편에게 살뜰한 아내가 되려고 했었다. 문제가 있다면 풀려고 했다고






[ 짐싸서 나가.. 어디서 못된게 들어와가지고. 그동안 착한척 연기한거냐? 세상 무서워서 살겠냐. 현수는 니가 이런 애인줄 알어? 우리집에 와서 한게 뭐가 있어? 8년이 다되는 동안 뭐한거야? 남들은 쉽게 하는 임신도 못하면서어디서 저런게 굴러들어와서..]





손이 떨렸다. 사람에게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게 분명 있었다. 마음속 깊은곳으로부터 뜨거운게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였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고 그동안 아남이가 보내온 약을 들고 나왔다.. 바닥난 약통과 개봉조차 안한 남편의 한약박스서랍을 들춰서 저번 산부인과 검사결과를 찾아냈다.






[임신요? 임신은 혼자서 합니까? 잠을 자야 임신이라는걸 하죠? 저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약도 꼬박꼬박 먹었어요. 해야 되죠? 어떻게아니면 대리모라도 들이실건가요? ]







[그만해! 엄마도 얘한테 뭐라고 하지 말어. ]





남편의 목소리와 함께 짝하고 시어머니가 귀뺨을 내리쳤다. 눈앞에서 별이 보였고 나는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볼이 얼얼해났다. 한번쯤 이런 일이 생길줄 알고 있어서 놀랍지는 않았다. 해마다 명절마다 등신처럼 꾸역꾸역 듣고와서 며칠씩 소화가 안되고 체한것처럼 답답한데 비하면 이건 양호한 편이였다. 속에 있는걸 털어내서인지 드디여 눈물이 앞을 가렸다. 시어머니한테는 충격이셨는지 뒷목을 잡고 휘청거리셨고 강현수는 부축하고 있었다.







[너랑 우리엄마가 갈등이 생기면 나는 엄마편을 들수밖에 없어. 니가 이해해. 대신 그걸 감당 할만큼 사랑해줄께. 다른 누구랑 문제가 생기면 항상 편이 돼줄께. 그러니까 어머니는 니가 양보해.]


[그래. 어른이신데..내가 잘할께.]





결혼전에 했던 대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일이 생길줄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너무 쉽게 했던 약속들. 나는 그게 이런 결과를 초래할줄을 몰랐다. 스스로 발등이고 자초한 일이지만 나는 그순간 강현수가 원망스러웠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성격을 억제하지 못하고 쏘파에 주저앉았고 강현수는 나를 잠깐 지켜보더니 바로 혈압약을 찾아서 드렸다. 털어놓고 나니까 속이 후련했다.







[안되겠다..현수야..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쟤랑 도저히 안되겠다. 고향 갈란다.]

[아니얘요. 제가 나갈께요. 오래만에 오셨는데 그냥 계세요. 거슬린다면 제가 나갈께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쌌다. 전날 쌌던 가방 그대로 안에 들어 있어 부질없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문을 나서는데 강현수가 팔을 잡았다.






[가지마.] 팔에 힘이 실려있었다.

[가지말라고..] 강현수가 소리를 질렀다.



[얘기하자며. 그거 지금 ..]

[ 이제 얘기 없어. 놔줘봐. 당신도 어쩌면 이걸 바라는거 아니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문을 나섰다. 등뒤로부터 욕설과 비난이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아빠트를 벗어나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우는 여자 처음보는건지 힐끔힐끔 반사경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어제 저녁부터 한끼도 먹지 않았다는게 생각이 났다.






아남이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여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장면을 목격했다. 아남이네 집에서 남자를 보는거상의탈의를 남자가 아니라는게 아쉬웠지만 금남의 구역이였던 아남이의 집에 남자를 들였다는것만으로도 사건이였다.




[어머나아남이는요?]

[화장실에들어와요. ] 윤태오가 쏘파에서 책을 읽더니 내게 빙긋 웃어보였다.

[아니얘요. 내가 끼는게 예의겠죠.]

[..부탁해요. 여기 들어오는거 정말 어려웠어요. ]

[그럼, 이만. 여기 안온걸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짐은 문밖에 뒀던게 다행이였다. 빌붙을만한 상황이 아니였다. 충동으로 가출이라 갑자기 갈데가 없었다. 호텔을 찾아 체크인하고 나는 음식을 시켜먹었다. 마음은 아파도 배는 고프다. 체할정도로 폭식을 하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눈이 팅팅 부어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 붓기는 여전히 내려앉지 않았다. 화장을 해도 가릴수가 없었다. 팅팅 부은 얼굴로 마주한 나한테 장팀장은 한심하다는듯이 혀를 끌끌 차더니 서류를 넘겨주었다. 금혼환갑을 맞이하는 노부부의 사연이였는데 오래전에 결혼식을 치루지 않고 등록만 한채 30년넘게 사셨다고 한다. 자식들은 이미 커서 시집장가를 가고. 이번 환갑에 자식들은 부모의 환갑잔치 대신 웨딩을 계획하고 있었다. 서류를 받아서 나오는데 장팀장 목소리가 들렸다.







[. 그리고 저번. 결혼식 안하겠다던 신부.. 파혼했어. ]

[..…]





심문이 떠올랐다. 자리로 돌아와 나는 저번 만남에 저장해두었던 심문의 위쳇을 찾아냈다. 그의 프로필에는 한문구가 다였다.




Happy Independence Day






금혼웨딩의 신랑은 대학교교수였다. 스케줄때문에 나는 자식들과 먼저 미팅을 약속했다. 통화를 마치고 나는 핸드폰 통화기록을 살펴보았다. 남편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대신 시누이의 부재중 전화가 두개 들어와있었고 나는 그냥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먹고사는 문제에 어디서 살건지에 대한 고민이 얹어졌다. 나는 이제 숙박료도 스스로 알아서 해결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시간. 아남이네 집에서는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고 있었다. 윤태오와 아남이는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남이의 요리솜씨는 형편없었다. 살면서 지손으로 밥해먹은지가 언제였던지 아마 기억도 하지 못할것이다. 햋반 두개와. 고추장과 가끔 내가 해다 나른 각종 밑반찬을 섞어 그릇 두개에 나눠 담았다. 윤태오는 한참 전부터 아남이가 만드는 정체불명의 아침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만나본 여자들중에 저런 아침을 해주는 여자는 처음이였으리라







[먹고 나는거 아니야?]

[싫음 말던가..]



식탁에 마주앉아 우적우적 씹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듯 윤태오는 아남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지 말고 나랑 사귈래?]

[아니.]

[생각은 하고 대답한거야?]

[아니.]

[자존심 상할라 그러네. 여자들한테 인기 많아..]

[그래서.] 아남이는 고개도 들지 않은채 대답을 했다.






[서로 안보고 좋잖아. 나는 니가 마음에 들어.]

[니가 마음에 드는게 나뿐이냐? 한트럭은 될걸. 피곤해..] 아남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너도 내가 마음에 들잖아.] 윤태오가 장난조로 아남이를 바라보았다.

[몸은 . 그럭저럭... 근데 착한 남자 좋아해.]
아래 위로 스캔하는 아남이의 말에 윤태오는 마시던 물을 뿜었다. 기분이 묘하게 굴욕적이였다.






[나도 착해. 그럼 이런 관계 어때? 연애하기는 싫고 맞선보는것도 지겹다면 당분간 만나보자. 말대로 몸만 즐기자고. ] 윤태오의 순진한 얼굴에 걸맞지 않은 제안에 아남이가 이번에는 음식이 목에 걸려 콜록거렸다. 착하기는

[잠만 자자고? 미친놈.] 아남이가 숟가락을 빨더니 들어서 윤태오의 이마를 톡하고 내리쳤다. 아남이의 도발에 윤태오는 눈빛이 바뀌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마주하고 아남이의 입술에 입술이 포개졌다. 아남이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전에 얼른 떨어져나갔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 솔직하지 못해. 거봐. 너도 내가 싫은건 아니잖아. 당장 결정하라는거 아니야. 생각해봐.]






윤태오의 말에 아남이 눈을 흘기더니 대꾸할 가치도 못느낀다는듯이 먹던 밥을 계속 먹고 있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아남이가 화장을 마치고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사이 윤태오는 싱크대에 있는 커피잔을 씻어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옷을 갈아입고 윤태오는 아남이를 병원까지 데려다줬다. 늦게까지 책을 보는 여자.. 안경을 채로 가끔 조는 여자그의 손에서 먼지 모를 각종 전문용어가 적혀있는 서적을 빼냈다. 그리고 아침이면 어린아이처럼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자다가 알람소리에 어김없이 일어나 씻고 출근을 서두르는 여자.







처음 만났을때 항상 남자가 돈내는걸 당연시 하는 여자들 때문에 윤태오는 버릇처럼 계산을 하는게 몸에 배여있었다. 미처 결재하기전에 아무말없이 지갑을 열어 커피값을 내는 아남이가 윤태오는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두번째. 병원에서 아남이를 봤을때, 윤태오는 간만에 조금은 설레였었다. 첫만남에서 싫은티를 팍팍 내던 여자가 새하얀 가운을 입고 올빽 머리를 하고 진단을 하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기다란 속눈섭이 깜빡이는게 눈에 띄였고 사복이 아닌 가운은 근사하고 지적으로 보였다.






[오빠. 요즘 핸드빽 신상 나온게 있던데 저거 하나만 사주면 안돼?] 팔짱을 끼고 살겁게 구는 다른 여자들보다 순간의 아남이는 훨씬 섹시하고 관능적이였다. 그날 상황만 아니였다면 그는 하마트면 그대로 키스를 할뻔 했다.

병원문앞에 내려주고 총총총 계단을 올라가는 아남이의 뒷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윤태오는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나는 호텔에서 한주를 보냈다. 남편의 돌아오라는 전화를 기다렸던건 아니였다. 다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생활속에서 나는 탈출구를 찾고있었다. 일상처럼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는거로 그시간들을 보냈다.






중간중간 호텔비를 정산하고 돌아서다가 마냥 호텔에서 지낼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주말이 찾아왔을때, 나는 드디여 선택을 하고 말았다. 호텔을 이틀만 연장하고 그사이 나는 셋방을 찾기로 했다. 토요일, 부동산을 찾아 집을 구경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액정에 판양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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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66.♡.227
monica (♡.136.♡.177) - 2017/03/09 13:17:51

요새 웬일입니까? 요즘처음만 자주 돌려주시면 더없이 행복하겠는데요....

i0003 (♡.214.♡.110) - 2017/03/09 14:13:30

글 잘 읽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글. 생각같아서는 담집도 빨리 올렸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meilan0308 (♡.151.♡.237) - 2017/03/09 14:14:39

잘못본줄알고 스쳐지나갈 뻔했다가 설마 하고 다시 내용체크했답니다.윗분말씀 처럼 요즘 처럼만 자주 올려주시면 더없이 행복할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토토로11 (♡.100.♡.124) - 2017/03/09 15:19:16

강현수편으로 좀 적어주면 좋겠어요.
대체 강현수는 무슨 생각하고 잇는지...

글이 매끄럽지만, 강현수도 여주도 좀 답답한 점이 많네요.

스마일87 (♡.136.♡.57) - 2017/03/09 16:38:28

시어머님 등장하셨네요.참 "착한 아들"이네요. 다음집도 기대합니다.

지여니맘 (♡.71.♡.122) - 2017/03/09 21:40:27

좋은글 추천합니다.담회 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잘 부탁드립니다.

내딸래미520 (♡.208.♡.255) - 2017/03/10 12:29:42

이런 시어머니 참 얄밉슴다...담집 기대됨다..

내딸래미520 (♡.208.♡.255) - 2017/03/10 12:29:46

이런 시어머니 참 얄밉슴다...담집 기대됨다..

싼쌰인 (♡.236.♡.168) - 2017/03/10 20:21:58

부부 사이 서로 엇갈리기 시작하면 진짜 것잡을수 없는것 같아요 ~.
더이상 수습이 안될듯... 너무 멀리까지 온것 같아요.
부부 사이 풀거 있으면 꼭 인차 풀고 넘어가야지...
오래두면 꼭 사이가 벌어져서 더 이상 수습이 힘든 단계까지 올거 같아요 ~.
다음 집도 인차 올려주셨네요~ㅎㅎ
보는 재미 솔솔 한데요...
바쁜와증에 올려주셔셔 고마워요 ~.~

작은도둑 (♡.166.♡.227) - 2017/03/13 09:21:04

monica 님: 요새 글 쓸 시간이 생겨서요. 전에 좀 많이 바빴거든요.

i0003 님: 웬지 모르게 끌리는 글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대놓고가 아니고 은근히 끌리는 이유가 뭔지 저도 잘~

meilan0308님: 고속질주를 하고 있다가 속도위반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가끔 브레이크 밟을때가 있습니다. 긴 편폭의 타이핑도 부담스럽고.

토토로11 님: 님 기대에 부응하여 강현수의 입장으로 적어보았는데 이해가 되셨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강현수는 자신의 계획대로 여주가 성장을 하는지 지켜보는거고. 차연이는 그런 강현수를 아니까. 그리고 두려우니까 굳이 진실을알려고 안하는 겁니다. 서로 본심을 나눌때에는 많이 가까와질수도 있겠지만 아예 더이상 돌이킬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작은도둑 (♡.166.♡.227) - 2017/03/13 09:32:15

스마일87 님: 부부사이에 보통 다른 제3자에 의해서 관계가 멀어지는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두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제3자는 고부갈등이 될수도 있고 외도나 불륜이 될수도 있구요. 어찌됐든. 그 모든건 취햑한 혼인을 검증한거구요. 저는 지금 두사람의 사이를 이렇게 만든 원인이 까다로운 시어머니가 아닌 어디까지나 두사람의 문제임을 우기는 겁니다.

지여니맘 님: 자주 뵙네요. 항상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내딸래미520 님: 시어머니만 얄밉나요? 시어머니 시각에서 며느리를 한번 바라봐주세요. 역시 마음에 안들었을겁니다.

싼쌰인 님: 모든 관계에 위기는 옵니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구요. 지금은 수습하는 단계구요. 좀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잘 해결되면 다시 앞으로의 긴 시간을 살수 있겠지만 잘 안되면 님말처럼 너무 멀어져 다시 다가가기 힘들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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