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7(일이가 소학교를 졸업하다.)

십자가의길818 | 2017.03.10 20:17:43 댓글: 0 조회: 1347 추천: 0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3304476
갓 걸음마를 타며,수백번을 넘어지면서도 오또기처럼 다시 기어일어나서 타박타박 걷기 시작하고,또박또박 말을 번지기 시작하며 애고사리같이 하얗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엄마등에 업혀 아빠엄마를 부르기 시작하던 때가 어제같은데,어느덧 일이도 소학교의 한학급의 반장으로 배움의 요람에서 동년의 꿈이 무르익고있다.

3년동안의 일이의 소학교생활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노라니 김신이때문에 동네에 소문이 다퍼져서 얼굴들기 창피했던 반복된 일상과,시집식구들을 찾아가서 호소해도 별방법을 찾지 못하고 하염없이 뜬밤을 지새면서 베개깃을 적셨던 날들과,새우잠을 자고 일어나면 일이,연이,김신이 세사람의 아침식탁을 준비하며 천사같이 맑고 고운 두 아이가 걸음을 채우치며 등교길에 오르던 시간들에 받은 유일한 위로와,병원에서 같은 하루의 연속으로 간호사로 일해온 피곤함과,그안에서 자신도 조금씩 알아가고 익숙해져가는 결혼생활과 육아에 관한 배움의 연속이다.

그렇게 이순이는 너울쓰고 뭇사람들의 축복을 받던 아릿다운 신부로부터 이악물고 달려온 강한 여자로,엄마로 변화돼가고있다.

일이도 벌써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번개같은 스피드의 낌으로 훌쩍 커서 중학교의 문턱에 들어섰고,일이의 3년세월을 회상하니 연이에 비해 경제적인 투자와 교육면에서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어서,이순이는 동안의 일이의 모습들이 기록의 필림을 펼치며 한장한장 눈앞에 다시금 떠올린다.

그당시 한창 유행인 전자유희라는 새로운 게임이 생겨서,학교다니는 남자애들중에는 전자유희청에 가서 시간을 떼우며 빠져있는 경향이 있다.

일이의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커온 정을 지켜본 결과,성격은 내성적이면서도 침착하고,공부는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들이지 않지만 숙제만큼은 누나한테 물어서라도 열심히 완성하는 스타일,놀때는 웃고 떠들며 복잡한 분위기도 아니지만,가난한 집에 친구,부유한 집의 친구를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단결심,키도 크고 얼굴도 생기있고,피부도 이순이를 닮아서 희고,가끔은 장난기에 빠지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열중하는 끼많은 어린이,이순이가 매일마다 주는 1,2원의 작은 소비돈을 꽁꽁 모아서 전자유희청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빠져있는 일이의 뒤소문을 들었다.

어쩐지 요즘따라 하학하면 집에 제시간에 오지 않는 차수가 잦고,주말이면 친구집에 간다고 하면서 누나와도 적게 놀고 빠져나가는 일들이 많아서,아빠가 돌아오면 무서워서 그러는줄 알고 내버려뒀는데,소문에 의하면 학교에서 공부를 안하는 애들이 대부분인 전자유희청에서 그런 애들무리에서 어울린다고 한다.

그날은 토요일,수줍은 아씨마냥 봄기운이 사르르 맴도는 춘삼월의 토요일,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는 녹은 눈길을 밟으며 휴일날의 분위기로 한창이다.

서둘러 아침시장에 다녀와서 반찬들을 준비하고,김신이,이순이,김연이,김일이 4식구가 아침밥을 함께 먹고,김신이는 한단위의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마당에서 마작판을 벌린다.

(차!툐!삥!깡!후!)짝짝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마작소리를 들으며 이순이도 오랫만에 김신이의 옆에 앉아서 쉼표를 찍으며 구경에 한창이다.1원,2원,5원,10원짜리가 마작상위로 쉼없이 오가고,두 아이는 마당 한켠에서 달아다니면서 술래잡기에 정신이 없다.

(됐소,형님에.점심이나 먹구 다시 하기요.아즈마이,형님이 오늘 영 쉬붙슴다.)
김신이의 위동생-철수가 팔에 낀 시계를 들어올리면서 말한다.

(야야.차다차.)자랑하기 좋아하고 칭찬해주면 바지춤이 벗겨지는줄도 모르는 성격의 김신이는 더 흥이 나서 앞에 나간 마작쪽을 주어들이며 위풍있게 말한다.

에구,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슴다?점심 준비할테니까 죠꼼만 기다리쇼예.)이순이도 기분이 즐거워서 마당에서 출입구문을 열고 주방쪽으로 들어간다.

한참 지나서 낚지볶음,새우깡튀김,고사리볶음,소고기오이냉채 등 푸짐한 요리들이 완성되고,이순이가 방긋이 웃으면서 마당의 사람들을 부른다.

(다들 점심 잡숫고 다시 노쇼,다됐슴다.)

(예,아즈마이.수고했슴다.)

(형님에,점심 좀 먹구 하기요.)

이구동성으로 언성들이 높아진다.

(신이야,그만 좀 따라,우리돈 다 따려구?)단위형님-호영이는 심각한 얼굴표정으로 그만 밥먹자는 못마땅한 눈치다.

(었소,가서 술 사오우!빨리 갔다오우.)김신이가 백원짜리를 지갑에서 꺼내면서 이순이를 부른다.

(아즈마이,내 갔다올게,여기와 앉아서 같이 잡수쇼.)

철수와 호영이가 방에서 반찬들을 함께 날라오는데,철문밖으로 연이가 놀란 기색으로 달려들어오면서 엄마에게 챙챙한 목소리로 따지며 소리친다.

(엄마,일이 어디갔슴다?내 변소갔다온 사이에 없어졌슴다.엄마!)

......

한참이 지나고 술상이 벌어졌는데도,일이는 보이지 않는다.

김신이는 아들이 잃어진것도 모른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술기분에 정신이 팔리고,단위식구들도 반찬을 집으며,맥주잔을 찰싹찰싹 부딪치고 비우며 주위에 신경을 돌리지 못한채,이순이만 안달아난 마음에 앞피마를 걸친채 연이앞으로 달려온다.

(엄마,일이 어디에 숨었는지 알지?일이 빨리 찾아줘.)

(응,연이야,연이는 꼼작말고 빨리 아빠옆에 가서 밥먹어라.엄마가 찾아볼게.)

(싫어,배안고파.엄마랑 같이 갈래.)

철없는 연이는 엄마의 앞치마자락에 동동 매달리면서 같이 가겠다고 고집이다.

(엄마 말 들어 응,여보,연이두 같이 밥먹이쇼 예.)소리치면서 일이를 불렀건만,묵묵부답인채 술자리에만 집중하는 김신이,그사이에 벌써 술이 잘된것 같다.

(연이,철문 잠구고 변소 갔니?안잠구고 갔니?)

(안잠구고 갔어.일이 숨는 사이에 내 급해서 막 달아갔다 왔거든.)

(알았다.연이 가서 밥먹어.절대 밖에 나오면 안돼.)

연이를 아빠옆에 앉히고 밥먹기 시작하는것을 확인하고나서야,당황한 가슴을 눅잦히면서 철문을 나가려던 순간,전자유희청에 가서 빠져있다던 생각이 뇌리를 새삼스레 스친다.

마당에 무릎까지 쌓인 땔나무위에 앞치마를 벗어놓은 이순이는 북적하게 멀어져가는 술상의 성들을 뒤로하고,일이의 친구-김빈이네 어머니가 알려주던 애들이 자주간다는 유희청으로 총총걸음을 밟으며,식어가는 햇살아래 초조한 마음이 뒤섞인다.

질척질척 녹은 눈들이 운동화위로 묻어나며 유희청간판에 당도했을때에는 어느새 하얗던 새 운동화가 눈길을 적신 흙색으로 가득하다.

유희청의 애들은 담배피는 애들도 있고,돈뺏다가 안주면 협박해서 때리는 애들도 있다고 했는데,설마 그런 애들한테 아픈매를 맞고있는건 아닌지?

요즘들어 희청에 간다는 말을 들은후로 2원씩 주던돈도 1원으로 줄여서 줬는데,무슨 돈으로 또 간거지?

후......심호흡을 들이켰다가 내켜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고 간판을 보는 순간,불안했던 마음들이 교차되면서 부처님께 다시 빈다.

(부처님맙소서.매맞지 말게 하옵소서!)

주저할새가 없다.커다란 출입문을 열고닫으며 들락거리는 몇몇의 아이들을 번갈아보면서 안에 들어선 이순이,담배연기로 가득한 전자유희청안은 크고작은 키의 어린애들로 붐비고,그사이에서 유희기계의 손잡이를 날렵하게 돌리면서 한창 신이 나있는 구석쪽의 아들이 컴컴한 불빛을 뚫고 눈에 안겨온다.

상상했던 가슴아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은것에 대해 천만다행인데,그 지독한 연기속에서 뒤로 다가간 엄마도 의식하지 못한채,소리치면서 흥분에 젖은 일이와 그옆에서 지휘라도 하듯이 맛장구를 치는 가엾은 어린 심령들......

이순이는 울화가 폭발할것 같은 욱하는 기분을 가까스로 억누리며,몇초간을 생각을 굴리다가 기계앞을 막아선다.

(엉!엄마......)

이가 손짓을 멈추고 아무말도 못하고 이순이를 빤히 쳐다본다.

가늘게 웃던 실눈의 초점이 굳어져서 눈치만 살피는 일이,부모의 보살핌과 타이름이 부족했음을 자책하면서 톤을 높여서 소리친다.

(따라나오지 못해!)

조용히 따라나서는 일이는 여전히 엄마아빠만은 두려워하는 아직은 걸어야 할 길이 길고 먼 여리고 철없는 시절,담배연기만 아니였더라도,한순간에 알아볼수 있는 공부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이는 장소만 아니였더라도 한창 놀나이의 일이에게 자유를 줄수 있는 엄마지만,그장소만은 다시 못가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고싶다.

......

(엄마,잘못했어,다시는 안갈게!애들이 재밌다고 해서 한번 가봤는데,오늘이 딱 처음이야.)

눈치 하나는 빠르다.거짓말도 술술 나온다.

빠져나올세라 꼬옥 잡은 모자의 손사이로 처음 그런 아들에게 얄밉고 실망스러운 기온을 느끼면서,훈계하기 시작한다.

(그래요?아드님!엄마가 다 알거든.언제부터 다녔고,얼마정도 다녔고,어떤애들이 다니는 곳이고,빠지면 어느정도 공부에 영향을 주고,심지어......이실직고하지 못해?)

(응,잘못했어,다시는 안갈게,엄마.)

(엄마가 요즘에는 점심에 간식사먹을 돈도 조금밖에 안줬잖아.돈이 어디서 생겼어?그동안 다니면서 유희청애들한테 돈뺏긴적은 없어?)

(전에 엄마가 매일준 2원에서 1원씩만 쓰고 모은걸로 다녔어.요즘엔 간식 안먹고 애들돈으로도 같이 논적도 있고.옆에서 놀던 친구가 유희청에서 제일 센 형의 사촌동생이야.아무한테도 돈 안뺏겻어,매도 안맞았고.담배핀적도 없어.)

내가봐도 약삭바른 내아들이다.그와중에도 들키면 얘기하려고 준비해둔 솔직한 핑게와 그저 재밌어서 따라다니면서 논것같은 결론이여서 한시름은 놓인다.

(그랬어?첨엔 어떻게 간거야?)

(빈이가 자꾸 재밌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가봤는데 진짜 재밌어.근데 다신 안갈거야.엄마말 들을거야.)

(다시가면 가만 안나둘거야.지금까진 아무일 없었지만 거기 애들 어떤 애들인지 봤지?!)

......

그번의 교훈이 있은후로 일이는 공부에 더 열중하고,을 마시면 폭력이 잦던 김신이도 주말이면 이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늘어나고,이순이도 열심히 병원에 출근하면서 한식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부둥켜살면서,이미 떼어놓을수 없는 부부로,혈육으로 자리잡았다.

이순이는 그동안의 김신이의 공푸스러운 행동들때문에 아버지-이영호에게서 물려받은 심장병이 가끔씩 악화되어,숨이 가빠지는 증상들을 보이기 시작하고,그럴때마다 두 아이는 엄마의 아파하는 가슴을 살살 만져주면서 달래준다.

이순이는 일이와 연이의 성장과정을 기념하면서 1년에 한번씩 사진관에서 찍은 두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의 뒤장에 날자와 멧세지를 적으면서,사랑으로 가는길에,헌신으로 가는길에 전념하기로 다짐한다.

또 그렇게 다사다난한 해가 지나서 일이의 소학교졸업을 맞이한다.

갸름하게 변한 하얀 얼굴은 고 순수하게 웃는 두 눈아,깔금하고 오똑하게 맺힌 코마루,핑크빛으로 물든 상큼한 입술을 담고있고,양옆으로 보기좋게 열린 귀는 아빠엄마의 말과 선생님의 강의와 누나의 노래를 따라듣고 따라부르는 총명하고 똑똑한 어린 동년을 마감한다.

일이의 졸업식이다.

학교의 주석대위에 올라서서 모든 수고하신 선생님들과 배움의 요람에서 맺은 동학들앞에서 깍듯이 6년3호학생상장을 받으며 소선대경례를 하는 일이의 목아래에서 붉은넥타이가 바람결에 서서히 휘날린다.

김신이네보다 돈이 많은 영호가 반장인 일이보다 먼저 대대장이 됐다면서 엄마한테 불평을 토하던 일이,누나와 한겨울날 강변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구멍뚫린 얼음강판으로 깊이 빠져들어서 먼곳에서 정신없이 놀던 누나를 부르지도 못하다가 겨우 애들에게 구원받은 일이,집에서 함께 놀다가 급히 문밖으로 달려나가는 누나를 쫓다가 손가락이 문틈에 끼워서 끊어진 손톱을 아파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일이,어쩌다 화평한 영혼으로 안아주려고 하면 습관된 무서움때문에 아빠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적도 있는 일이......

그랬던 한 아이도 어느덧 10대의 초반을 마무리하고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커간다.

이순이는 6동안의 모든 교내의 운동회에서 단거리1등을 놓치지 않고 반장직을 꾸준히 감당하면서,연이보다는 다르게 참하고 풍파없이 커온 일이가 있어서 참으로 자랑스럽고 보람있다.

모태(母胎)를 발로 차며 세상에 태어나고싶어서 무거운 10개월을 버텨온 시절과,하늘땅이 맞붙는듯한 뼈저린 통증을 겪으며 낳아키운 김일이,김연이에게 우수하게 자라줘서 감사하고,복된 두아이와 만날수 있도록 생명을 준 일이에게도 감사한다.

삶의 가장 큰 열매된 일이에게 더 멋진 중학시절과 그안에서 진보하고 노력하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김신이가 되기를 마음으로 간절히,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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