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그리고 조선족여자 episode -2- '그여자의이야기'

그냥아이유 | 2017.07.22 14:05:00 댓글: 10 조회: 4277 추천: 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423169

한국남자 그리고 조선족여자


episode -2- '그여자의이야기'






나는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니...처음부터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건 아니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이된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엄마는 집근처 용문교 건너에있는 봉제공장에서 일을했고 아빠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풍족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가장 행복하고 걱정거리도없었던 시절이었다





평범한 가정이 평범하지 않은 가정으로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않지만 엄마는 평소에도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인가 일을그만두더니 집과 병원을 오가는일이 잦아지다가 병원침대에 누워 지내는 날이 더 많아졌다 당시 같은 동네에서 살고있던 아재,삼춘이 우리집에 들러 무거운 표정으로 아빠와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몇개월이 지났을까 엄마를 만나려면 집이 아닌 병원으로 가야했다 학교가 끝나면 병원으로 향하는일이일상이되었다 아직 어린나이였기때문에 엄마가 어느정도 아픈지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엄마를 만나러 하루한번 병원으로 가는일이 귀찮다고 여겨졌을정도로 당시 나는 너무 어린나이였다 몇개월에 몇개월이 더 지났을까 나는 더이상 학교가 끝나고 병원에 갈 필요가없어졌다 어느날 아재는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엄마 하늘로 소풍갔다 좀 늦게 오실꺼야'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하면웃기는 일이지만 그당시 나는 정말 엄마가 소풍을 간줄로만 알고있었다






그리고 또 몇개월이 지났다 갑자기 아빠는 집을 정리하고 새집으로 이사를 갈꺼라고 내게 말했다 아빠손을잡고낯선아파트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처음보는 아줌마가 있었다 아빠는 내게 "이제부터 어머니라고 불러라"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낯선 아줌마에게 인사를 시켰다 이상했다 아빠는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는데 차마 입에서엄마라는 말이 떨이지지 않았다 그 아줌마는 내게 상냥한 말투로 "니가 미향이야?"라고 이야기했지만 소풍간 우리엄마와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 들어 경계심을 늦출수없었다





몇개월정도를 아줌마,아빠,나 이렇게 셋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줌마 그리고 아빠가나에게 막 대하는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거부감이 들 정도로 잘 대해줬지만 이상하게 그런 행동들이 싫었다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때 당시는 말을 하기싫었다 모든것이 싫었다 그냥 소풍간 엄마가 보고싶었다





여느때와 똑같은날 아빠는 내게 짐을 싸라고하셨다 더이상 이집에서 살지 않게되었다면서 내일부터는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꺼라고 이야기했다 아빠는 아줌마랑 어디 좀 가야할것같다면서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말 잘듣고 있으라고 이야기했다 그날밤 짐을 싸서 할머니,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할아버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시고는 아빠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빠는 나에게 "금방 올게"하고 집을 나선지 몇개월동안 소식이없었다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아빠가 소련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삼춘에게 들었다 삼춘은조금만 참으면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내가 먹고싶은 양꼬치,꿔보로,랭면을 실컷 먹게해줄꺼라고 이야기했다 그무렵 나는 바로 옆집에 살고있고 나와동갑인 아재딸 선향이와 역시 같은 동네에 살고있는 삼춘아들 동생 정갑이와 어울려지내며 생활했다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소련에 갔다는 아빠는 그동안 두,세번 그것도 하루정도만 볼수있었다그무렵 나는 "엄마가 하늘로 소풍갔다"라고 이야기했던 아재의 말이 거짓말이라는것을 알정도로 성장했다자칫 내성적으로 자랄수도있었지만 근처에 살고있는 선향이와 정갑이 덕분에 활동적으로 자랐다 가끔 동네아이들을 때려놔서 할머니한테 매질을 당한적도있었지만 동네에서 나는 성격밝고 활달한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빨랐다 키도 웬만한 남자애들보다 컷고 남들보다 많이 나온 가슴때문에 가슴을 꽁꽁싸매고 학교를 가야할정도였다 내 외모때문인지 아니면 성격때문인지 몰라도 남자,여자 가릴것없이 친구들이 내주변으로 몰렸다 마음이 맞는 몇몇 남자애들 그리고 여자애들과 함께 어울려다니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학생본분에 벗어난 일은 하지 않았다




같이 어울려다니던 친구들과 대부분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무렵의나는 꽤나 인기가많았다 학교가 끝나면 학교근처에 한족애들 뿐만 아니라 다른학교 조선족애들이 나를 보기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이 머저리 같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나와 친하지 않은 몇몇 여자애들은 나를 경계했고 이상한 소문을내기도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평소와 다를것없던 어느날 학교를 다녀왔는데 집앞에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할머니,할아버지,나 셋이서만 사는집에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까 불길한예감이 스쳐갔다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삼춘과아재가 울고있었고 아즈바이는 모여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있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모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던게다 아주 나쁜일이 있었던것 같았지만 어른들은 나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않았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하늘아래 의지할곳이 모두 사라졌다 아빠가 있기는 했지만 소련으로 건너간 뒤로는1년에 연락도 몇번 하지 않는 남과 같은 사이가되어버렸고 아재와 삼춘이 근처에 살았지만 가정이 있는분들이라나에게 온전히 신경을 쓸 겨를이없으셨다 그때 내 인생처음으로 방황을했던것같다 친하게 지내던 몇몇 친구들중담배와 술을 하는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돌아다녔다 학교에서는 나를 안좋게 보는 여자아이들 몇명을불러 혼내주는일도 많았다 당연히 학교와 동네에 소문이 좋지 않았다 여러차례 학교에 아재와 삼춘이 불려왔다내가 보호자가 없었기떄문이다 그냥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속이 터질것만 같았다 엄마,아빠 그리고 할머니,할아버지가 보고싶은건 아니었다 지금도 그시절 내가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수없다




내가 방황을 시작하고 아재와 삼춘은 나를 얼레고 혼내고 해봤지만 나는 모든게 귀찮고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면서 살고싶은 마음뿐이었다 얼마뒤 2년정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아빠가 집으로 찾아왔다 할머니,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도 일을 핑계로 오지 않았던 아빠였다 그당시 아빠는 말만 아빠지 옆집 아저씨만도 못한 존재였다 내가 세상에서 기댈수있는 유일한사람은 아빠였지만 그당시 아빠는 나에게 있어서 그저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때려치고 아빠손에 이끌려 소련으로 향하게되었다 내가 향한곳은 모스크바 옆에있는예카라는 도시였다 생전처음보는 생김새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모든것이 혼란스러웠다 아빠는 예카에서 가장 큰 원단도매시장에서 작은가게를 하나하고있었다 장사는 그럭저럭 되는 모양이다 아빠가 운영하는 가게로 들어가니 깜둥이 두명 그리고 백인아줌마 한명이 가게를 돌보고있었다그리고 몇년만에 아빠와 사는 아줌마도 다시 만날수있었다





가게가 끝날떄까지 멍하니 가게앞에 앉아만있었다 알아들을수없는 소련말들이 어지럽게 내 귀를 스쳐갔다이게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백번도 넘게했다 몇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아빠,아줌마와 함께 아빠가살고있는 집으로 향했다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였다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가니 여러명이 거실에 나와 TV를 보고있었다 깜둥이 한명 그리고 백인아줌마와 아들로 보이는 애... 뭔가 엉성한 조합이었다




알고보니 그집은 여러명이서 같이 사는 집이었다 화장실과 거실 주방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방3개에서 각자 생활을 했다 나는 4평 남짓한 공간에서 아빠,아줌마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소련생활은 쉽지않았다 중국으로 가고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중국에서는 나를 돌봐줄사람이 없었기때문에 소련에 적응을 해야만했다




같은 집에서 살고있는 백인아줌마의 아들에게 소련말 과외를 받았고 외국인 학교를 다니고 아빠가게에나가 간단한 일을 도와주면서 소련말을 배워나가면서 바쁘게 지냈다 하지만 마음한구석은 여전히 허전했다 내가 태어나고자란 중국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만갔다 그럴수록 나는 예민해져만갔다 별일아닌데도 울음이 터지고화를내고 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그당시는 생소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울증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 와중에도 아빠는 내 상태가 심상치않다는것을 알아채신것 같았다 아빠는 소련에서 대학을 졸업하면곧바로 중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내가 공부를 할수있는 모든것을 지원해주겠다고 하셨다 하루빨리소련에서 벗어나고만 싶었기에 악착같이 공부를했다 예카에서 나름대로 알아주는 전문대학교에 입학해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꽤 괜찮은 성적으로 졸업까지 할수있었다




아빠는 내심 내가 소련에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다니면 이곳에 적응을 하고 정착할꺼라고 생각을 하셨던것같다졸업후 교수추천으로 꽤 괜찮은 조건의 회사와 컨텍이되었지만 나는 모두 거절했다 그당시 나는 빨리중국으로 돌아가고싶은 생각뿐이었다 아빠한테도 중국에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적잖이 놀라는 눈치셨지만 과거 약속때문에 결국 중국으로 가는것을 승낙받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연변으로 돌아왔다 소련으로 건너가 한번도 중국땅을 밟지 않았지만 친한친구들과는QQ와 MSN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친구들은 내가 다시 중국에 오게 되서 너무 잘됐다고 이야기했지만대부분의 친구들은 연변이 아닌 다른지역에 나가있었다 연변에는 두세명의 친구만이 남아있었는데 그중 가장 친하게지냈던 춘매라는 친구의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게되었다




연변에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소련에서 생활했기때문이기도하지만 연변에서는 내가 할수있는일이 많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소련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백방으로 할수있는 일을 찾아봤지만 마땅한일이없었고 고민을 하던 찰나 칭다오에서 자리를 잡고있던 춘매와 함께 어린시절 같이 어울려다녔던 춘월이라는 친구에게 연락이왔다 연변보다는 내가 할수있는일이 많을거라면서 칭다오로 오길 권유했다 평소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 춘월이었기에 몇일 고민하다가 칭다오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당시 연변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같이 고민했던 춘매와 함께 칭다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칭다오에 일자리가 많다는 춘월이의 이야기가 쉽지 와닿지 않았다 산둥하면 우리사람들에게거지로 유명한 곳이 아니었나..그런데 칭다오에 무슨 일자리가 많다는건지 쉽게 이해가되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따질 형편이아니었다





한국남자 그리고 조선족여자

episode -2- '그여자의이야기'


추천 (5) 선물 (0명)
IP: ♡.32.♡.10
신재이 (♡.245.♡.43) - 2017/07/23 10:01:33

이렇게 빨리 2집으 올려줘서 고맙소.3집두 빨리 올려줬으면 좋겠소.재밌게 잘봤소.담집 기대하오.

그냥아이유 (♡.32.♡.126) - 2017/07/27 16:30:10

감사합니다 ^^

연어 (♡.164.♡.131) - 2017/07/23 14:04:17

은근히 재미있을것 같네용ㅇㅇㅇ
빨리 올려주세용ㅇㅇㅇ^^*

그냥아이유 (♡.32.♡.126) - 2017/07/27 16:30:17

감사요 ^^

츄파춥스 (♡.143.♡.164) - 2017/07/24 07:18:25

잼잇어요 우연이 2집부터 읽게됏네요 기대됩니당

그냥아이유 (♡.32.♡.126) - 2017/07/27 16:30:24

감사합니다 ^^

monita55 (♡.90.♡.99) - 2017/07/24 12:51:05

담집이 궁금해지고 엄청 기대되네요.

그냥아이유 (♡.32.♡.126) - 2017/07/27 16:30:33

감사합니다 ㅎㅎ

장백산00 (♡.173.♡.17) - 2017/07/27 16:54:41

잘보고갑니다. 다음집 기대됩니다~

qqqqq123 (♡.227.♡.213) - 2017/07/28 16:40:21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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