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랑이야기(11)

balabala | 2018.03.20 14:25:29 댓글: 12 조회: 3820 추천: 14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3579482

11. 사랑하고 사랑해

다음날 아침, 나를 데리러 온 진혁은 평소와 달리 정장수트 차림이 였다. 짙은 네이비색 수트에 안엔 같은 색 계열의 스트라이프 셔츠,다크 브라운 톤의 구두를 신은 진혁의 모습에 나는 눈을 뗄수가 없었다. 늘 청바지에 운동화, 티셔츠를 선호하는 그가 정장수트를 입은 모습이 새롭기도 하고 더 성숙해보이고 너무 멋있었다. 이런 남자가 나를 사랑해주다니 마냥 행복하고 좋다. 나는 그렇게 눈 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 진혁을 바라보았다.

진혁: 침 흘리겠다! ㅎㅎ

!!!” 진혁은 내가 뭐라고 얘기하기 전에 연신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왜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어느샌가 진혁은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았고 나는 점점 더 진혁한테 의지하고 있었다.

연이: 오빠, 오늘은 웬일로 수트야?

진혁: 봐봐..니 남친도 수트빨 좋지?

연이: ????.............좋지……….^^;;;;;

진혁: 어제 너랑 밥먹던 그 자식보다 더 멋지지?

어린애 같은 진혁의 모습에 나는 배 아플정도로 미친듯이 웃었다.

연이: 오빠, 걔는 그냥 오랜 친구야~ 내 눈엔 당연히 오빠가 더 멋지지!

진혁: 그냥 보여주는 거야! 나도 이런 모습있다고ㅎㅎㅎ

늘 감정기복이 없고 표현이 없는 진혁이였다. 그리고 그는 어른이였다. 나는 어른들의 사랑엔 질투같은건 없을 줄알았다. 진혁은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질투를 표현했다. 고마웠고 행복했다. 그렇게 감정변화가 없는 사람이 나로 인해 질투하고 나로 인해 예전엔 볼수 없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진혁의 사랑이 느껴질수록 나도 진혁을 점점 더 사랑해 가고 있었다.

우리는 같이 일하고,운동하고,데이트하며 그렇게 매일매일 붙어 있었다. 하지만 열애 중의 연인은 하루 24시간을 붙어 있어도 부족하게 느껴지는건 당연한 것 같았다. 날 집에 바래다 줄 때마다 진혁의 표정에서 나는 그의 아쉬움을 볼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었다. 내가 보수적이여서가 아니라 나는 뭐든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였다. 갑작스럽게 시작 된 사랑에 나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내 모든걸 다 줘버리면 진짜 이 사람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도 늦은 밤 까지 영화보고 데이트 하고 집에다 바래다주던 길, 진혁이 국경절 연휴에 뭐할거냐고 묻는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하고 맞이하는 첫 연휴진혁은 나와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진혁: 우리 S시 근처에 있는 A휴양지로 갈까? 거긴 산이라 나무도 많고 조용하고 좋아. 휴양지라 사람도 많지 않고…. 너 사람 많으면 힘들어 하잖아. 호텔도 쁘띠호텔이라 방들도 나름 느낌있고 괜찮고멀지 않아서 운전해서 가면 되고….드라이브도 할겸 어때?

말과 동시에 그는 몇장이나 되는 프린트물을 보여줬다. 거기엔 그 휴양지에 대한 소개, 그중 어떤 호텔이 좋으며 유명한 코스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약도까지 다 복사되어 있었다.

낯설었다. 여유없이 살았던 지난날에 난 여행은 생각하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내 삶의 가장 아름다웠을 20대 초반을 나는 30,40대나 겪을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사느라 누리고 살지 못했다. 그리고 호야는 뭐든 내 손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뭐든 내가 알아서 준비해야 했고 뭐든 내 힘으로 했어야 했다.그런 나에게 여행도 낯설었고 누가 이렇게 챙겨주는 것도 낯설었다그리고 내 취향에 맞춰 뭐든 준비한 진혁의 배려에 감사했다.

연이: ….. 이정도로 준비 했는데내가 거절하면 안되는거지?

진혁: 외국도 생각해 봤는데멀리 가자 그럼 니가 거절할게 뻔하고 ….그리고 난 조용한 곳에서 너랑 둘이 있고 싶어….

진혁의 말에 순간 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진혁: 연이야,,,

연이: 알았어.. .. 그래알았….가자 오빠….

우리 여행계획이 세워졌고 날이 다가 올수록 나는 왠지 긴장되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 그날은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 너무 예뻣다.

늦게 출발하면 차가 많이 막힐것을 예상하고 우린 조금 이른 아침에 출발했다. S시를 벗어나니 낮은 산들도 보이고 푸르른 나무들도 보이고 도시와는 다른 시골의 풍경들이 너무 분위기 있게 느껴졌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것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날 그 소소한 풍경이 그렇게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는건…. 그때의 나, 그때의 진혁, 그때의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아름다워서 온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2시간반 즘 운전해서 우리의 목적지 A휴양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다행히 진혁이 예약한 호텔로 가서 확인했더니 체크인 가능하다고 해서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가니 넓은 방에 넓은 베란다가 딸려 있었다. 호텔이 산 꼭대기에 위치한 관계로 베란다로 나가니 발 밑으로 산들이 겹겹이 보였고 이른 시간이라 안개도 살짝 껴있었다. 나무냄새와 새소리가 너무 좋았다.

진혁: 연이야 신발 편한걸로 갈아신고 우리 나가자~

연이: 이거 운동화라서 편한데?

진혁: 저번에 00에 갔을때 너 그거 신고 걸었더니 발 아프다 그랬어.

진혁은 그렇게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 다 기억하고 챙겨줬다

.

진혁: 여기 앉아봐~

자기 캐리어에서 새로운 운동화를 꺼내서 신겨줬다.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신발을 신겨주는 진혁의 모습을 보고있으니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사람들한테는 차갑기로 소문난 이 사람이 나한텐 이렇게 늘 따듯했다. 닭살 돋는 말, 애정표현같은건 소름 돋는다고 못하는 사람이지만 늘 이렇게 마음 따듯한 사랑을 주고 있다.

진혁: 발 안 아파? size맞아? size대로 사긴 했는데

연이: .. 맞아

코맹맹이 소리에 진혁이 고개 들어 나를 본다. 촉촉해진 내 눈가를 살짝 닦아 주고 껴안아 주었다.

진혁: 가자 이젠!

우린 진혁이 미리 알아본 정보에 따라 등산도 해보고 유명하다고 한 코스에도 가보고 하루종일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서히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가는 길, 양쪽으로 큰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깊은 산속에 둘만 있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갑자기 진혁이 등을 보이더니 업히라고 했다. 진혁이 힘들가봐 한사코 거절하는 나를 진혁은 억지로 업었다. 그의 등은 넓고 따듯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날 진혁의 그 등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진혁은 나를 업고 안정적인 보폭으로 걸었다. 그의 숨소리와 심장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나는 시간이 이 순간에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이: 오빠, 꼭 우리 아빠같아.

진혁: 내릴래? (10살이란 나이차이 때문에 이런말에 예민함ㅎㅎ)

연이: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야~~ 아니야~~~~~~

연이: 오빠나 오빠가 없으면 이젠 어떻게 살지?

진혁: 그런 날 없으니까 걱정하지마!

나는 진혁의 목을 더 꼭 껴안았다.

호텔에 도착해서 우린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고 맥주 한캔씩 들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도란도란 수다를 떨었다. 고요한 산속의 밤, 그렇게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남녀가 한방에 있다. 우린 성인이다. 밤이 깊어 갈수록 긴장되었다.

자자 이제…” 말과 함께 진혁은 내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 갔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진혁의 손이 불덩이처럼 느껴졌다. 함께 여행 오기로 했을 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고 그리고 그동안 진혁이가 보여준 진심에 나도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그러나 막상 닥치니 애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긴장 되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전달 되는 것 같았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 진혁이 들을가 무서웠다. 서서히 다가오는 진혁의 숨결이 느껴진다. 평소보다 약간 거칠어진 숨소리와 떨리는 손에 진혁이도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진혁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가왔고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 있던 마지막 장벽까지 허물어졌고 우리는 서로가 서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를 서로에게 확인시켜줬다.

우리는 5일동안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다른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오로지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던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진혁에게 점점 많은걸 의지했고 진혁은 그런 나에게 무한애정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5일 동안 우린 서로가 옆에 있는 생활에 습관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의 품 안이고,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이 보이는 생활에 중독되었다. 심지어 진혁은 나중에 우리 나이들어 은퇴하면 여기에 예쁜집 짓고 이렇게 둘이서 조용히 살자고 했다.

꿈만 같은 5일을 보내고 S시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했다.

행복에 물들어 있던 어느 하루 난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전화를 받았다.

호야: 연이야

연이:

호야: 잘 지내지?

연이:

호야: 점심에 잠깐 얼굴 볼수 있을까?

연이: 그래. 밥은 안될것 같고 회사근처 까페에서 보자.

헤어지고 6개월만에 처음 만났다. 호야는 예전과 다른것 없이 그대로 였다. 오히려 그는 짧은 단발의 나를 보고 흠칫했다.

호야: 머리 짤랐네

연이: , 나한테 어울리는건 따로 있더라고.

호야: …. 좋아 보인다. 예전보다..

연이: 나 남자친구 생겼어.

호야: , 지성이한테서 들었어.

연이: 왜 보자고 했니?

호야: 그냥,, 한번 보고 싶었어. 잘 지낸다고 하니까.. 한번 보고 싶었어.

연이: 은영이는 잘 지내니?

호야: ……………………..

연이: 행복하게 살아.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호야: 연이야우리는….

연이: 호야, 오늘 마지막으로 얼굴 안봤으면 좋겠다. 오늘 얼굴 보자고 했던건 난 너한테 미련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서야. 나는 너한테, 지난 6년한테 최선을 다 했다. 더 해 줄것도 없고 미련도 없어. 니가 왜 보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나한테 관심끄고 니 갈 길 가기 바란다.

호야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꺼 였을땐 별볼일 없었던 것이 남이 가져가니 좋은거였나?”싶어서 다시 뒤돌아보는 사람의 간사한 마음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뭐든 어영부영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호야와의 관계도 확실한 마침표가 필요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 했고 그 시간에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이젠 그것 또한 지나간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나의 인생은 현재 진행형이며 나의 미래는 과거의 그가 아닌 지금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저 사람 이진혁옆에 있다.

실은 호야의 전화를 받고 진혁에게 사실대로 얘기를 했다.미련때문이 아닌 마침표를 찍기 위함이라는 말과 함께,,, 한참 말이 없던 진혁….. 다녀오라고 하면서 나를 꼭 껴안아 줬다. 불안해 하는 진혁의 모습을 보았다. 잠깐이면 되니 까페 앞까지 태워 달라고 했다. 그렇게 진혁은 차에서 나를 기다렸다.

내가 까페 밖으로 나왔을때 진혁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든든했다. 나는 어린아이 마냥 뛰어가서 진혁의 목을 껴안고 매달렸다.

연이: 오빠~~~~ 사랑해~~~~~~~~~~

진혁: 사랑해.

** 다음편이 마지막 편이 될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14) 선물 (0명)
IP: ♡.131.♡.39
준호 (♡.236.♡.171) - 2018/03/20 15:15:22

마지막편이라니까 괜시리 걱정되네요.ㅎㅎㅎ
제발 해피엔딩이길 바랍니다.
그리구,진혁이 너무 핸셈하게 다가오네요.ㅎㅎ

challenger1 (♡.238.♡.111) - 2018/03/20 15:58:57

보는내내 행복했어요 ㅎㅎㅎ
빨리 올려주세용 ㅎㅎㅎ

meilan0308 (♡.151.♡.225) - 2018/03/20 16:11:36

역시 호야가한번쯤 나와주네요 ,ㅎㅎ
담집 해피엔딩에 한표 걸고 기대하고 있을게요.

상콤상콤상콤상콤 (♡.70.♡.1) - 2018/03/20 16:51:05

사랑이고프네요 ㅎㅎ

형단 (♡.193.♡.151) - 2018/03/20 20:07:34

오늘도 쟘있게 보고가요~

한자연 (♡.241.♡.86) - 2018/03/20 21:22:48

보는 내내 기분이 좋네요!! 벌써 마감이 된다니 아쉽지만 다음편 길게 길게 써주세요.추천 !!

오렌지나라 (♡.86.♡.35) - 2018/03/21 08:17:33

이제 곧 마지막회 기대해야된다고 하니 조금 아쉽네요

20141006 (♡.65.♡.90) - 2018/03/21 08:32:38

ㅎㅎ 잘보고 갑니다 해피엔딩일거 같은데요.. 그나저나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진혁같은 남자,, 결혼해도 최고의 남편일까요? ㅋㅋ

지여니맘 (♡.65.♡.86) - 2018/03/21 10:22:30

잘 읽고 갑니다.마감편 기대할게요.

화이트블루 (♡.69.♡.47) - 2018/03/21 14:06:04

호야가 등장했네유.괜실히 호야가 후회대서 소중함을 그땐 모르고 찾아와서 만회하는것을 생각하니 불쌍하네..사랑은 사랑으로 메꾸나봅니다.

한자연 (♡.241.♡.29) - 2018/03/21 19:29:17

해피엔딩 이어서 너무 좋네요.글 쓰시느라 수고하셧어요..다음에도 좋은글 다시 올려주면 고맙겟습니다.남편분과도 행복하게 잘 사세요.

kimtaitai (♡.136.♡.48) - 2018/04/05 01:22:04

ㅣ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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