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8--벚꽃이 필 무렵에

lian1124 | 2018.06.03 20:54:01 댓글: 6 조회: 2133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644662


나는 정이 많고 눈물도 많은 사람이다
.17년만에 재결합 HOT 콘서트를 보면서 오열하고, 드라마 보면서 눈물 콧물 다 짜기도 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속상해서 울면 위로는 안하고 옆에서 청승맞게 같이 운다. 창피해서 누구한데 말한 적은 없지만 언제 있을지도 모를 내 결혼식에서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운 적도 있다.비가 오면 슬프고, 눈이 오면 옛 생각이 나고 바람 불면 쓸쓸해지는 나는 한마디로 꽤 재수없는 인간이다.

이런 나여서인지 잊지 못할 추억, 그리운 사람도 너무 많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어서 자꾸 떠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이 있다면 바로 10년전인 2008년이다.

오늘 처럼 좋은 날, 창가에 앉아 멍 때리면서 그 시절 추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본다.

1.벚꽃이 필 무렵에

며칠전 야마다상으로부터 메이지무라(明治村,느린 우체통이 있는데 편지를 써서 부치면 10년후에 도착한다.)에서 온 편지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고맙다고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신다.10년전에 내가 어떤 내용이 담긴 편지를 썼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 감사하다는 얘기였을터,그도 그렇것이 유학생활의 모든 흔적에는 야마다상의 배려가 깃들어 있었다.

2008년 벚꽃이 필 무렵에 나는 교환유학생으로 일본에 갔었고 야마다상을 처음 만난건 유학생 환영식에서였다. 아담한 체격에 인상이 온화한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힘든 일이 있으면 뭐든 연락하라며 명함을 내미셨다. 야마다 에미코 ,지역 국제교류협회 회장님이셨다.그날 이후로 나와 야마다상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넉살이 좋았나 싶게 협회의 모든 활동에 야마다상 껌딱지가 되어 붙어다녔다.온천여행에 세계자연유산 선정지역 탐방이며 가부키 관람에 이어 일주일에 한번 직접 강의 하시는 붓글씨 수업을 들으러 가서 맛있는 집밥까지 먹고 오기도 했다.

뿐더러 야마다상을 통해서 많은 따뜻한 분들도 만났다.

어디서 나온 배짱이였는지 가부키 동호회 공연을 보다가 담당자분께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대사 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으니 무대에 올라가게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다.바로 한달 후에 있는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하러 다녔는데 그것도 야마다상 지인 부부가 주 2회 왕복 4시간씩 운전해서 바래다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한데 폐를 끼쳤는지...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

연습 첫날,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배테랑 배우들의 목소리 그리고 고운 자태와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모기 목소리에 나뭇가지처럼 뻣뻣한 내 팔다리가 얼마나 창피하던지 , 주제넘게 나선 자신의 목을 조이고 싶었다.몇번이고 반복해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야마다상의 격려에 힘입어 몇줄 안되는 대사를 나 혼자 백번도 넘게 연습했던 거 같다. 공연이 있는 날 협회의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셨다.공연 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주신 분도 계셨고 일본 문화를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손편지를 써주신 분도 계셨다.

야마다상의 붓글씨 수업 수강생중에는 가족의원을 운영하시는 사모님이 한분 계셨다.
스피치 대회 출전을 앞두고 수강생들 앞에서 연습을 했었는데 너무 감명깊게 들었다면서 집으로 초대해주셨다. 알바를 찾던 차에 자신의 의원에서 알바하도록 해주시고 가까이 사는 간호사 언니한테 픽업까지 맡겨 편하게 다니도록 배려해주셨다.사모님의 기모노를 빌려 기모노 체험도 했고 비용을 내주셔서 간호사 언니들과 함께 쿄토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유학생활이 끝날 무렵 마지막 달 알바비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말씀드렸더니 그동안 열심히 해줘서 차비에 보태라고 더 넣어주신거란다. 너무 면목이 없었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항상 느끼지만 난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인가보다.


그리고 명절 때마다 선물 챙겨주시고 어딜 가든 사진 찍어주시고 사진첩을 만들어주시던 나루카와상, 유학생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카리스마 중국어 선생님 니이지마상도 계셨다.같이 물만두를 해먹고 김치를 담그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야마다상의 두손을 꼭 쥐고 여전히 울보 답게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맙다고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많이 늦긴 했으나 8년만인 재작년에 드디어 약속을 지키고 그때 신세를 진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 드렸다.


벚꽃이 필 무렵에 만나 활짝 꽃 피운 우리 인연이 ,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처럼 쭉 이어진지 10년이 되었다.내겐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 언제 꺼내봐도 가슴 따뜻한 추억들이다.


--英小莲在济州

추천 (2) 선물 (0명)
IP: ♡.43.♡.73
내사랑이다 (♡.117.♡.147) - 2018/06/04 12:50:06

잘보고 갑니다

lian1124 (♡.43.♡.73) - 2018/06/05 06:13:51

감사요^^

nilaiya (♡.116.♡.85) - 2018/06/04 22:18:32

울보님 근데 왜 일본유학했으면 일본말에 관련일 할텐데
제주도에서 소.말 똥 냄새 맡고 있는지

lian1124 (♡.43.♡.73) - 2018/06/05 06:16:06

말똥 냄새 맡고 있는 건 집 근처에 말 공연장이 있어서요 ㅋㅋㅋ 하고 싶은 일 하는 중이에요

부코푸 (♡.34.♡.116) - 2018/06/05 11:11:24

주인장님은 보고있으면 참 편하고 사람을 흐믓하게 하게 하는 분입니다.
꼭 친구하고 싶은 욕심나는 사람이네요.

lian1124 (♡.70.♡.168) - 2018/06/05 11:50:25

우리 친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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