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이어트중

lian1124 | 2018.06.27 17:58:14 댓글: 12 조회: 2212 추천: 7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3664295

나는 토끼다 나는 토끼다. 각종 풀들을 약간의 소스로 버무려 만든 샐러드 한접시를 먹는 동안 나는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적지도 않은 양을 원샷 때리고 나서는 창작을 한답시고 책상 앞에 마주앉으니 얼마 못가서 금새 허기가 지고 우울해진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다.수십번을 시작하고 수십번을 실패했으나 매번 오뚝이 처럼 발딱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나라는 인간의 N번째 도전이다.물론 중간에 성공한 적은 있으나 너무 기뻐서 정신줄을 놓았더니 어느새 익숙한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언젠가는 비포 애프터 사진을 올리며 이러이러하게 뺐어요~

살을 빼니 인생이 달라졌어요 하면서 최대한 얄밉고 재수없게 자랑하고 싶어서.언젠가는!

여기서 주의할건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고도비만은 아니라는 점. 조금만 빼면 딱 적당한 수준이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그리고 그 허다한 도전들이 전혀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티 안나게 조금씩 빠지는 중이니까.

미우새에서 김종국 씨가 100키로가 넘는 매니저를 데리고 운동시키는 장면이 나왔었다.칼로리 연소에 도움이 된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마시고 23층 계단을 5번을 왕복한다.똥씹은 표정을 한 매니저가 헉헉거리며 한계단씩 겨우겨우 오른다. 저 정도는 나도 할수 있지! 의욕이 활활 타오른다.

김종국씨가 준 팁에 의하면 계단으로 오르되 내려올 땐 무릎에 무리가 가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란다. 23층을 다섯번이라, 내가 사는 이 곳 건물들이 7층을 안 넘긴다는 사실에 너무너무 감사하다(그렇다고 15번 왕복할 생각은 죽어도 안함) 3번까지는 그럭저럭 할만하다. 4번째부터는 숨이 차오르더니 5번째는 숨이 턱턱 막히고 앞이 캄캄해진다.그래도 5번 성공했으니 나름 뿌듯하다.

운동을 했으니까 먹어도 되겠지? 오늘만 먹을까? 날씨도 안 좋은데? 수많은 자기 합리화끝에 결국 몽유병환자처럼 자동으로 냉장고로 향한다.결과는 보시다시피 오늘도 실패다.낙관적인 내 사고방식대로라면 오늘도 성공은 못 했다.새벽에 일어나 걷기도 하고 낮에는 계단도 오르고 헬스장도 다닌다.작심삼일로 끝나는게 아니라 한달넘게 꾸준히 견지도 한다.그러면서도 성공 못한 이유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세상은 넓고 맛있는 건 너무 많으니까.먹을 핑계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어떤 연예인이 그랬다.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이다.

이런 염장 지르는 소리,그 맛을 아니까 먹는거잖아!

크면서 복스럽게 생겼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내가 생각해봐도 난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집순이인 내가 어쩌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희한하게도 그 날따라 꼭 만두를 빚거나 떡을 굽고 있었다.맛있다고 소문난 집에 가서 줄서서 기다리다 보면 나한테까지 팔고 똑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그리고 내가 어딜 가든 주변에 음식 잘하는 분이 계시고 또 그분이랑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살을 뺄 이유가 100가지가 있다면 나에겐 먹을 이유가 101가지나 있다.

10년만에 동창을 만났다.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반가우니까 10년의 풍상고초를 안주삼아 술 한잔 해야겠다.

월드컵 진행중이다. 중국 14억이나 되는 인구중에 축구 잘하는 11명이 못 나온다는 현실이 슬퍼서 치킨이나 뜯어야겠다.

스트레스는 쌓이면 병이 되니까 음식으로 바로바로 풀어야 된다.

먹으면 살이 되고 피가 된다 .

그게 쌓이고 쌓여서 오늘의 내가 되었다.

나 오늘부터 살 뺄거임! 여느때 만큼이나 진지한 내 얼굴을 보며 친구년이 왈: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방금 한마리 웃었어.찌릿거리는 친구년 눈빛을 뒤로 한 체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먹는 걸 줄이고 운동은 조금씩 늘리고 나름 과학적이고 합리한 계획을, 이번에는 정말 성공할지도 모르니까.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불필요한 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키워 기초대사량을 높임으로써 먹어도 살이 잘 안찌는 체질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인생살이랑도 좀 닮은 듯 하다. 인생을 사는 것 또한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필요한 것을 채워넣어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니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쓰잘데기 없는 욕심을 덜어내고 가진 것에 감사해하는 마음을 키워야 할 것이다.
없는 것에만 집중하는 만큼 불행한 일도 없겠다.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이 발조차 없는 사람을 보고나니 더는 괴롭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행복이란 언제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해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성공에 대한 조급함을 줄이고 여유로움을 키워야 할 것이다.

, ,번듯한 직장,행복한 가정이 성공의 지표가 되기라도 한 듯 세상은 사람들을 다그치고 또 다그친다.하지만 생각하는대로 안되는게 세상살이다보니 마음만 급해지게 되는 현실, 앞을 보고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지친 자신을 다독여주고 길가의 풍경에도 눈길을 주는 여유로움도 지닐 필요가 있다.

사람으로서는 교만함을 경각하고 겸손함을 지녀야 할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땅콩사건으로 유명해진 어느 재벌일가의 갑질 논란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21세기에 양반행세를 하는 걸 보니 사상이 아직도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나보다.아무리 비천해보이는 누군가도 자신과 똑같이 부모님의 소중한 자식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봄에 있어서 옹졸함을 버리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은 때론 불공평하고 부조리로 가득하여 아름답지 만은 않다.열심히 노력을 해서 얻은 내 자리를 난데없는 낙하산이 떡하니 차지하기도 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도 한다.하지만 살다보면 분명 좋은 사람이 더 많고 계란이 모여서 바위를 깨는 재밌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다이어트중이다.
지금보다 좀 더 날씬해지고 싶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서



추천 (7) 선물 (0명)
IP: ♡.43.♡.73
피시골드 (♡.72.♡.251) - 2018/06/27 18:06:54

일단 먹어야 다이어트할 힙이 생기지요. 이건 진리입니다.

lian1124 (♡.7.♡.236) - 2018/06/27 18:09:19

ㅋㅋㅋ 동지를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zhy085 (♡.250.♡.2) - 2018/06/27 19:44:57

저도 요즘 생각으로만 다이어트 하고잇습니다 ㅋㅋ
편하게 삽시당^^

lian1124 (♡.7.♡.236) - 2018/06/27 20:04:11

그럽시당^^

쌍가풀 (♡.8.♡.68) - 2018/06/27 21:18:57

다이어트는 먹고 하는게 포인트 ㅎㅎ

lian1124 (♡.7.♡.236) - 2018/06/27 22:55:35

정확하십니다!ㅋㅋ

20141006 (♡.108.♡.77) - 2018/06/27 22:13:22

글을 진짜 잘 쓰시네요~
갑자기 학창시절 어문시간에 작문쓰던 생각납니다
서두 본문 결말 비유 의인 등등 작문선생님이 가르치던 그 모범 답안이 여기에 다 들어있네요
긴글 잘봤습니다

lian1124 (♡.7.♡.236) - 2018/06/27 22:56:46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저도 오랜만에 작문 선생님 생각이 나네요 ㅎㅎ

피어나 (♡.204.♡.129) - 2018/06/29 16:54:02

다이어트는 성공한여자들은 진짜 독하잖아요..
저도 몇백번은 실패했습니다.. 적게 먹으니 허기가 져서
더 먹게 되고 .한번은 위장염이 걸려 꼬박 삼일 굶고난것ㅇ
계기로 그때부터 작은사발에 적당량만 먹으니 반년만에 살이
빠졌습니다. 접시를 작은사이즈로 바꾸고 매끼마다 한정된
량만 먹으면 어느순간 빠져있습니다. 견지하기 너무 힘들지요.

lian1124 (♡.223.♡.174) - 2018/06/29 21:47:51

다이어트 성공한 여자랑 담배 끊은 남자는 독종이다 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ㅋㅋㅋ 제 경험상으로도 다이어트는 운동보다는 적게 먹는게 답인 거 같네요.
그릇 사이즈 교체 들어갑니다 ㅎㅎ

그대라는이유 (♡.62.♡.133) - 2018/07/01 13:57:33

저두요 다요트중…
악쓰고 뺏었는데…
지금은 원상복귀…
또다시 다여트중…

lian1124 (♡.43.♡.73) - 2018/07/01 15:16:57

같이 힘냅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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