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고래 이야기 3(완결)

날으는병아리 | 2018.09.13 17:49:52 댓글: 18 조회: 2473 추천: 5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718898
그렇게 난 의사의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니 참았다가 마신 술이라 그런지 원래보다 더 맛있었다.
이 좋은 걸 뭐하러 끊니?

그후로부터는 술이란 술은 종류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마셨고 술고래 친구들한테 하수도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인정받았다...

내가 너무 간이 동동 뜨게 마셔서 그랬는지, 아니나 다를가 병이 악화되어서 이제는 누워 죽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병상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날 위해 밤낮없이 간호하는 아내가 밖에 나간 틈을 타서 유서를 작성했다.

<여보~ 난 당신한테 미안하오~
결혼하고 한번도 맨정신으로 함께 자지 못하고, 늘 얼빤한 기분으로 이불속에 기어들어 갔으니, 그때마다 당신은 얼마나 아쓸했겠소~

속에서 썩을 대로 썩은 빼갈냄새가 풀풀 나는 이 더러운 입으로 당신의 그 깨끗한 입술을 더듬어 갈 때 당신은 또 얼마나 메스거웠겠소~~

그래도 당신은 머리한번 돌려서 피한 적이 없었지~

내가 죽거든 술을 마시지 않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사오~
술냄새가 나지 않는 이불속 사랑을 다른 남자한테서나 향수해 보오~
난 의견이 없소~
영별이요~~ㅜㅜ
유서 이상 끝~>

이렇게 나는 유서까지 작성을 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죽기를 기다리는 데 다른 거는 다 참을 수 있는데 한가지가 딱 마음에 걸려서 죽을 수가 없었다.

뭐 도박같은 거는 해보지 못한 거라 관심도 없는 거고, 낚시질 못하는 건 참으면 되는 거고, 영화나 여행 같은 거는 원래 취미가 없으니 그렇다고 치는 데, 술이 먹고 싶을 때는 어떻게 참니? 내가 술이 아까바서 어떻게 죽니~


아무튼 술이 아까워서 못죽었는 지, 명이 길어서 못죽었는 지, 이 병아리가 죽지를 않고 여기 이렇게 살아있느니 여러분들은 절대 술을 마시자고 청하지 맙시다~~~

========= 끝 =========


추천 (5) 선물 (0명)
IP: ♡.116.♡.7
악마의향기악마의향기 (♡.223.♡.6) - 2018/09/13 17:56:09

무슨 이리 허무하게 끝남까 ㅋㅋ

날으는병아리 (♡.116.♡.7) - 2018/09/13 18:04:41

빨빨 끝냈소 ㅋㅋㅋ 질질 끄는 성격이 아니래서 아무래도 여긴 내랑 안맞소 ㅋㅋㅋ

엑스블리 (♡.38.♡.68) - 2018/09/13 18:20:46

어떻게 목슴부지햇는지 긍금 ㅎ

꿈별 (♡.71.♡.39) - 2018/09/13 19:35:39

유서두야 해사하게 썻구만 ㅋㅋ

아무리 허구 반이라지만 지내함다 ㅋㅋ

날으는병아리 (♡.116.♡.7) - 2018/09/13 23:39:15

그냥 다 허구라 보면 돼요 ㅋㅋ 설마 제가 저리 행바이 없을가바? ㅋㅋ

한자연 (♡.241.♡.98) - 2018/09/14 07:56:55

성격이 완전 급하시넹..좀 더 쓸게지!

날으는병아리 (♡.39.♡.80) - 2018/09/14 12:30:23

ㅎㅎ 담에 열정이 넘칠 때 재밌는 줄거리로 다시 도전해 보지요

해피투투 (♡.111.♡.218) - 2018/09/14 08:52:41

너무 빨리 끝내셨네요.
참 배에 술고래가 떡하니 들어있는 사람은 어쩔수가 없네요. ㅋ
그래서 옛날 엄마는 툭하면 왈, 그냥 확 술공장을 불살라버려야지 웬쑤야 웬쑤 ㅋㅋ

사나이텅빈가슴 (♡.18.♡.239) - 2018/09/15 08:24:18

이건 먼 옛날 라지오에서 들었던 강동춘이 했던 만담같은데....

날으는병아리 (♡.38.♡.222) - 2018/09/15 09:36:51

1편에 만담내용을 바탕으로 한거라고 밝혔습니다 ㅋㅋ

8호선 (♡.50.♡.44) - 2018/09/19 09:14:07

글 잼잇게 잘 쓰네요

글재주 좋아요

날으는병아리 (♡.38.♡.199) - 2018/09/19 10:33:12

허접합니다

nada77 (♡.214.♡.35) - 2018/09/19 10:24:28

술이 아까바서 아직까지 살아계신거였나요?ㅋㅋ
병아리님 허구라 했지만 다들 진실이라 생각해서 이젠 술지정배이미지로 굳어갈듯 ^^
잼있게 잘 읽었네요

날으는병아리 (♡.38.♡.6) - 2018/09/19 10:34:21

ㅋㅋㅋ 뭐 과거에 자주 들었던 말이라 거부감은 없네요 ㅋㅋ

XingHuo (♡.162.♡.98) - 2018/09/21 13:46:07

기억력이 대단하심. 어렸을때 들어봤던 강동춘만담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고대로 다 옮기셧네요. 덕분에 어렸을때 추억에 다시 한번 빠져봅니다.

날으는병아리 (♡.38.♡.169) - 2018/09/21 13:55:27

제 대뇌는 컴푸터입니다 ㅋㅋㅋㅋ 딴건 몰라도 기억력 하나는 ㅋㅋㅋ

chuxi (♡.94.♡.86) - 2018/09/26 12:49:11

어릴때 록음테이프로 이 만담 듣던 기억이 남다. 잼있어서 막 따라하고 그랬었는데 ㅋㅋ

다시내게로 (♡.39.♡.161) - 2018/10/08 09:06:02

술병 못내놓겠소? 대가리르 탁 ㅋㅋㅋ 재밌었죠 그때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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