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5)

혜원1008 | 2018.11.30 13:41:46 댓글: 8 조회: 2257 추천: 7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80828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1 무지의 꽃(5)

<이 사진 어떻슴둥?> 할머니는 사진 한장을 빼들고 똑같이 앨범을 뒤적이는 김할매한테 신나하면서 보여줬다. <아이고, 너무 어리게 나왔슴당. 좀 더 나티 나는걸로.> <재작년61절에 공원가서 찍은겐데 이 사진이 제일 이뿐거 같은데…> 김할매랑 윤할매 그리고 경숙이네 할머니까지 다들 일하러 가고 공부하러 간 경숙이 집에 간만에 모여들었다. 아주 옛날적 앨범부터 들춰 보면서 경숙이 보일 사진을 찾는다고 할머니는 오랫만에 돋보기까지 꺼내 끼셨다. 앨범은 경숙이 갓 태어났을때 흑백사진부터 최근에 채색 사진까지 총 8개가 넘어갔다. 제일 오래되고 낡은 앨범 첫장엔 경숙이 백일사진이 들어있었다. 흑백 사진인데 애기 입술하고 볼만 빨가스름하게 덧칠을 한 옛날식 사진, 밑에는 1973 2월 백일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사진속에 젖살이 올라 볼이 빵빵한 애기는 입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었다. <아이고 이뻐라…> 윤할매는 그 사진을 한창 들여다 보셨다.<우리 손녀 이쁘지. 지 애비 닮아서 눈이 부리부리 해서는> 할머니도 빙그레 웃으면서 덩달아 백일사진 들여다 보셧다. <경숙이 에미도 이쁘장하재요> 김할매도 한마디 던지면서 손은 연신 다른 앨범을 열어졎히며 목표한 자리 용 사진을 찾아낼라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윤할매는 목적같은건 잊은채 앨범 구경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 속엔 경숙이 성장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참 이쁘게도 키웠구나복한것> 이사진 저사진 어느하나 웃는 얼굴이 아닌 사진이 없었다. 어딜 보나 빛가번쩍한 옷을 걸친건 아니지만 그냥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표정보면 충분히 유복하게 키운 딸애였다. 그때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수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개도 않물어가는 돈이라는것이 우리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돈이 없으면 곧 불행이였다. 경숙이는 어쩌면 유년시절에 자기 인생의 모든 복을 다 써버렸을지도 모른다. 경숙이 한테 지금 다가오는 이 먹구름이 유년시절 마지막 복까지 다 거둬가고 드디어 암흑의 불행이 다가오는것은 아닐가 싶다.

김할매가 마지막 앨범을 막 열어졎히려는데 그 속에서 사진 한장이 툭 떨어졌다. <아이고 찾았네 찾았어> 방바닥에 떨어진건 경숙이 최근 상반신 사진이였다.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은 경숙이가 사진속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는 날 사진사 아저씨가 경숙이 너무 이쁘다면서 별도로 특별히 한장 더 찍어준 사진이였다. <이쁘게 잘 나왔네> 할머니도 큰 숙제를 완성했다는듯이 표정이 환해졌다. <이리 이뿐것을 그 멀리 시집보낼라니 아깝지 않슴둥?> 윤할매는 안타까워 하며 손으로 사진을 매만졌다. <머 못사는 나라 시집가는 것도 아니고 가서 잘살아라는건데 아까울게 머있다고..> 할머니는 사진을 낚아채서 얼른 진행하라고 김할매 손에 쥐여줬다. 할머니가 결정한 일은 항상 일사천리였다. 아들이 동의 따윈 필요 없었다. 할머니는 그냥 이 집 식구들 전부를 위하여 최선의 선택을 했을뿐이다.<두고봐라, 나중엔 다들 나한테 고맙다 하잰가>

경숙이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애들은 다들 책에 빠져 있는 동안 경숙이는 하염없이 창밖나무가지에 앉아서 재잘 거리는 참새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쟤네들도 저렇게 자유스러운데.. 나는 곧 이국땅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한테 팔려가겠구나.) 여기까지 생각하니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제밤에 그 많은 눈물을 흘리고도 내 몸속에 수분이 남아있었구나 싶었지만 애들눈에 띄이기 싫어서 얼른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니야~ 절때 시집 않간다고 할거야.. 그런데 학비는 어떡하지?!) 학비 생각하니 눈앞이 막막했다. (차라리 그냥 돈벌러 외지 가버릴가? 윤정이는 광주 무슨 공장가서 한달에 천원 넘어 받는다고 하던데) 윤정이라 함은 경숙이 초중때 동창이였다. 공부에 별 소질이 없었던 윤정이는 집안 사정도 그렇고 해서 (경숙이네랑 별반 차이 없었다) 일찌감치 광주에 돈벌이 나섰다. 최근에 온 편지에는 잘 지낸다고 돈도 잘 벌린다고 구구절절 써보냈었다. <경숙아~ 여긴 일년사시장철 너무 따뜻하다. 월급은 연길보다는 훨씬 더 많이 준다. 사장님도 잘 해주고…> 그 편지를 떠올리니 당장 그리로 가고 싶어진다. 지금 공장 들어가서 힘들게 일을하더라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한테 시집 가는것보다는 낫지.. (그래 그렇게 해야지, 당장 윤정이 한테 편지해서 아니지 전보를 쳐야겠다. 나도 광주 간다고. 그런데 광주까지 기차표는 얼마나 하지? ) 태어나서 기차라곤 도문가는 열차밖엔 못타본 경숙인데 광주까지 몇일은 가야 할텐데 눈앞이 막막했다. 경숙이는 저도 모르게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한참 멍하니 그저 아무생각도 없이 한숨에 한숨을 잇는 그 와중에 툭 하고 먼가가 경숙이 팔에 부딪혀서 바닥에 떨어졌다. 어디선가 날아온 쪽지였다. 경숙이는 얼른 주어서 꼬깃꼬깃한 쪽지를 펼쳐 보았다. <있다 쉬는 시간에 교실 뒷문 쪽에서 볼것 정호> 쪽지를 손에 든채 경숙이는 정호쪽을 보았다. 머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해서는 지 손목시계를 손짓하고 뒷문쪽을 가리키면서 난리도 아니였다. (어휴~ 정호야, 지금은 연애 할 기분이 아니란 말이다. 나 남조선에 팔려가게생겼단 말이다.) 경숙이는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정호가 너무 야속해 눈을 흘겼다. (이쁜 가시나 앙탈은) 정호는 그 표정 보고는 자기한테 앙탈을 부리는줄 알고 입이 더 헤벌죽해서는 좋다고 난리났다. (머저리 같은 아새끼..) 경숙이는 아예 획 몸을 돌렸다. 지금 이와중엔 정말 정호 생각은 하기 싫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되자 저도모르게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는 경숙이 발길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경숙아 우리 주말에 머리도 쉬울겸 마반산 놀러 아이갈래? 공부도 좀 쉬엄쉬엄 해야지 잘되지...> 정호는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죽여가며 말하고 그 내내 누가 오나 여기저기 분주하게 흘깃거리고 있었다. 무슨 첩보영화 찍는것도 아니고 참... <반장 그게 아니고..> <야 부담갖지 말고 .. 머 친구끼리 바람쇠러 갈수도 있지 머 아직 친구니까...><정호야..> 경숙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걸 보구나서야 지금 상황이 그게 아니였구나 라는 눈치를 챈 정호, 더 이상 싱글벙글 할수가 없었다. < 왜 이래? 무슨 일 있니?> 경숙이는 그 한마디에 아예 울음이 터져버렸다. 갑자기 울고 있는 경숙이를 정호는 머리만 긁적일뿐 어찌 할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나이 먹도록 정호는 연애해본적도 없고 상대가 그니까 여자가 울고 있으면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경숙이는 한창을 울고 나서야 차차 진정이 되어갔다. 여름이라 교실뒷쪽에 나무들이 한창 우거져 있어서 다행이 다른 애들 눈에 띄이지 않을수가 있었다. <할머니가...>정호는 인제야 말하는구나 안도 하면서 경숙이 한테 한발 더 다가섰다.<응 할머니가 왜 ? 머라고 하셨니? 할머니한테 욕먹어서 운거니 ?> 경숙이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면서 말했다.<그게 아니고.. 할머니가 나보러 남조선에 시집가랜다.> <?!> 정호는 한동안 이해를 못한듯 고개만 갸우뚱 했다. <남조선에 누기한테? 니네 남조선에 아는사람 있니?> <아니, 그게 아니구.. 그냥 모르는 사람한테 돈 좀 받고 국제결혼해 가란다.><머라고?!> 정호는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개혁개방시대에 이무슨 봉건통 같은 소리니? 혼인자유가 된지가 언젠데.. 해방전이니? 말도 않돼.. 걱정마라 절때 그렇게 못한다. 내가 알기론 본인 동의 없이 절때 널 강제로 외국에 시집 못 보낸다.> 정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구 우리나라는 만으로 22살 돼야 결혼할수 있다. 아니면 조혼죄다..> <정말이야? 그럼 나 아이 가도 된다는 말이야?> <그럼 .. 무슨 그런걸로 속으 썩이니? 넌 아직 결혼 할 법적나이도 아이 됐다. 니 나이 되면야 내부터 시집오라고....> 정호는 아차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지금이 이 말을 꺼낼 분위기는 아니지 않은가.) 다행이 경숙이는 눈치 못챈듯 했고 똑같이 인제 19살밖에 않되는 정호가 한 말들을 되짚어 보면서 그게 머라고 안심이 서서히 되어가고 있었다. 정호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지.. 내가 않간다면 되지.. 머가 문제야? 그런데 돈 문제는 어뜩하지?) 거기까지 생각하니 경숙이는 또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정호야? 넌 지망 어디썻니?> <? 인민대, 넌 아직두 결정 아이 했니? 북경쓰지 그래> 그럴수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니 정호야..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던 경숙이가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난 금방 결정했다.> <? 어디로 쓸건데? 북경어디?><..연변대학! 쓸거다>정호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말이 되는 소릴, 니 성적에 연대 쓸일 머가 있니? ><아니, 결정헀다...> 경숙이는 이윽고 먼가를 결심하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반주임 한테 가본다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정호만 그 자리에 덩그라니 던져둔채... (정호야.. 미안하다. 나도 북경에 니가 가는 대학 근처로 가서 니 얼굴도 맨날보고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은 날 그렇게 멀리 보낼만한 형편이 않되는구나. 4년동안 변심하지 않을거야.. 너만 않변하면 돼.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경숙이는 마음속을 소리쳤다. 정호가 내 마음속 소리까지 들을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 경숙이는 급하게 교무실에 들어섰다. <, 경숙이 웬일이니?> 반주임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생님 저 지망 정했슴다.> <, 그래?! 부모님하고 상의 했니? 그래 어디로 정했니?> <연변대학 쓰겠슴다> 경숙이는 확고하게 대답했다. 반주임은 한창 어안이 벙벙해 있었고 앞 쪽에 앉아계셨던 2반반주임 최선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셨다.<경숙이 니가 왜 연대가니? 넌 남개대 정도는 써줘야지> 반주임도 보고 계시던 책을 아예 덮고는 경숙이 쪽으로 자리를 고쳐 앉았다.<그래 한번 얘기 해봐라 어째서 연대를 쓰겠다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 <대신 연대를 쓰면 장학금 받을수 있잼까? 학비도 해결하고 외지아이 가면 생활비도 줄일수 있고 해서...> 이야기를 들은 2반 반주임은 그제야 이유를 알겠다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면 도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장학금? ~ 니 성적 정도면 그래 장학금 받을수는 있겠다. 집이 그정도로 많이 어렵니?> 묻기는 했지만 김 선생은 어느정도 경숙이네 사정을 알고 있어서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 그래서 난 북경이나 천진은 못갈거 같슴다. 가까운 연대로 가겠슴다. 대신 장학금 받아서 학비 해결됐으면 좋겠슴다.> 김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수 없는 일이지.. 내 월급이 조금만 많아서 저 애한테 보태주면 대학도 좋은데 가고 팔자도 펼건데..) 생각하면서 손이 저도모르게 가슴위 셔츠호주머니를 만졌다. 월급은 아내한테 다 바치고 셔츠주머니엔 담배값으로 한달에 5원 받는게 다 였다. 박쥐표 한달치 담배값으론 충분한 용돈이였는데 눈앞에 가난한 애제자 학비를 대준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일개 고등학교 교사의 뻔한 월급액수 였다. 한동안 침묵을 하고 계시는 김선생님한테 경숙이는 다시금 못을 박아 이야기했다. <최대한 학비부담을 줄이고 빨리 졸업하고 취직해서 우리 가족 책임져야 함다.> 김선생님은 어쩔수 없다는듯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니 뜻을 알겠다. 연대쪽에 학생처장 내 잘 안다. 그쪽에 이야기 해서 니 학비를 장학금으로 면제하는 조건으로 보송(특별학생 대합시험없이 사전입학시키는 방식)되게끔 해주마.니 성적이면 충분하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경숙이는 연신 허리굽혀 인사하고 교무실을 나갔다. <아까운데.. 중점대학 백프로 갈만한 애인데 김선생 아까워서 어뜩합니까?> 최선생 눈에도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최선생도 경숙이네 반 정치과 수업 맡으신 선생님이라 경숙이가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 익히 잘 알고 계셨다. 김선생은 대답대신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들춰냈다. 약간 신경질적으로 힘을 주는 바람에 바래진 몇년째 입으신건지도 모르는 바지의 주머니끝 실밥이 조금 더 풀려졌다. 담배 한모금 빨고 나서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들은 사무실에 담배를 피셨다)무언가를 결심하듯 김선생은 전화기 옆으로 가서 다이얼을 돌렸다. <, 안녕하심까~ 연대 학생처로 전화 돌려주세요...> 경숙이를 위해서 어쩌면 내가 할수 있는 마지막 노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김선생은 조바심까지 났다. (언젠가는 가정형편이 않좋은 애들이 마음껏 공부 할수있는 세월이 왔으면 좋겠다. 언젠간 오겠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런 세월이 꼭 올거야..)

한편 그날 경숙이 엄마도 그냥 손놓고 있을수가 없었다. <전반장(그때 공장에서 쓰는 관리직급) 내 쟈발(야근) 좀 넣어주쇼. 쟈발비(야근수당)이라도 좀 받게..> 전반장은 시끄럽다는듯이 이리저리 피해다니느라 바뻣다.<쇼리, 내 말했재요.. 제 그 몸으로 그렇게 일하면 또 쓰러지오. 돈도 돈이지만 몸부터 챙겨야지.>경숙이 엄마는 아예 두손으로 전반장 팔뚝을 잡고는 늘어졌다. <한번만 도와주쇼~ 우리 딸이 요번에 대학 들어가는데 학비두 모아야 되구.. 내 몸은 내 잘 암다. 인제 다 낫았습니다. 이거보쇼> 말하면서 경숙이 엄마는 하나둘 하나둘 하면서 전반장앞에서 행진도 했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면서 건강 문제 절때 없다고 사정사정하였다. 보다 못한 전반장<그래 알았소. 그럼 한달 먼저 해보오. 하다가 힘들면 바로 얘기하오> 경숙이 엄마는 날아갈듯이 기뻣다. 야근까지 해봤자 한달에 더 나오는 돈은 백몇십원이 전부다. 그래도 머 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거 같은 엄마 마음이였다. (일단 국제결혼부터 막고 보자. 내 귀한 딸을 외국에 팔수는 없어) 그날부터 엄마는 억척스레 일을 하였다. 남보다 발빠르게 뛰어 다녔고 저녁밥을 직공식당에서 대충 떼우곤 바로 야간작업에 뛰어들어 매일 저녁 10시까지 미싱기 앞애서 가죽이랑 씨름질 했다.

연대쪽에선 생각보다 빠르게 답이 왔다. 김선생통해서 전달받은 경숙이 지난 6개월간의 모의고사 시험성적을 보고선 더이상 생각하고 말고 할것도 없다고 바로 보송절차 밟자고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변대학이 중국 중점대학에 속하지 못할때였고 학생처는 어떻게 하면 더 성적이 좋은 학생을 모집할까 고심할때였다. (지금은 연변대학도 중점대학에 속한다. 그때보다 규모도 훨씬 커졌고) 그뿐이 아니였다. 보송될 과(전공)는 경숙이 마음껏 선택해도 좋다고 학비 전면 면제에 개인단체를 통한 기타 장학금으로 기숙사 무료 이용도 가능하다고 온갖 성의를 다 표시하였다. 김선생한테 이상 내용을 전달받은 경숙이는 그제야 몇일동안 졸였던 마음을 풀수가 있었다. 간만에 교무실 전화로 아버지랑도 통화하고 주말에 내려오시면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 내 인생은 그저 그렇게 끝나진 않을거야 . 두고봐라 내 비록 연대에서 대학공부를 하더라도 남보다 더 열심히 해서 결코 북경대학 다닌 애들보다 못하게 살지는 않을것이다. )

주말에 예상대로 아버지도 오셨고 다들 모여앉은 자리에서 경숙이는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연변대학 가겠다는 경숙이 말에 아버지는 처음엔 놀란 눈치였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다. <그래, 그것도 방법이겠구나. 집에서 수업다니면 비용도 많이 줄고 여러가지로 좋긴한데... 미안하구나. 애비가 돼 가지고 우리 경숙이 좋은대학도 못 보내주고..>아버지는 고개를 떨구셨다. <아니.. 연대고 나발이고 지금 이 형편에 넌 꼭 대학가야겠니? 저기 앞집 김아무개랑 봐라. 대학 아이 다니고도 일찌감치 장사를 해서 얼마나 돈을 잘 번다고..> <그만하쇼 어머이> 이제까지 입 꼭 다물고 계셨던 엄마가 어쩌다 시어머니 한테 대들었다. <앞으론 대학본과는 나와야지 문맹소릴 아이 듣슴다. 경숙이 남조선에 시집보낼 일 없슴다. 더이상 그 말은 꺼내지도 마쇼> 할머니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탁 놓곤 방에 획 들어가버리셨다. <경숙아~ 엄마도 미안하다. 그런 결정 해주어서 고맙구나. > 엄마는 참고 계셨던 눈물을 흘리셨고 경숙이도 혜숙이도 엄마랑 덩달아 울었다. 가난이 가져다주는 뼈저린 서글픔이였고 안타까움이였고 돈앞에서 어쩔수 없는 한낮 나약한 인간들의 신세한탄이였다. 아버지도 고개 돌리시고 먼 산을 내다 보셨고 철용이는 지금 이 분위기를 정확히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여기저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세상일은 노력하면 노력한것만큼의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경숙이는 생각했다. 북경, 천진에 대학을 포기하고 정호와의 장거리 연애를 할 지언정 큰 딸로서의 가족에 대한 책임은 버릴수가 없었다. 대신 정말 열심히 살거야.. 정호랑 좋아하는 마음도 4년동안 잘 지켜갈것이고 연변대학 나와도 얼마든지 훌륭한 인재가 될수 있는거라 세상사람들 한테 보여줄것이다.. 두고봐라.. 경숙이는 잠자리에 들기전 <연변대학 학과표>를 조목조목 뒤지면서 자신이 앞으로 선택해야 될 미래에 대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새로이 짯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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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짱 (♡.228.♡.82) - 2018/11/30 16:04:50

1편부터 한꺼번에 봣어요, 그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가난땜에 하는 피치못한 선택.. 마음이 무겁네용.
다음회 기대할께요.

혜원1008 (♡.70.♡.47) - 2018/11/30 18:24:53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im제니하루 (♡.34.♡.209) - 2018/11/30 16:38:32

우리 70사람들은 하고 싶은 공부 다한 사람 별로 많지 않습니다만, 경숙처럼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도 꿈을 버린건 참 안타까워요.

혜원1008 (♡.70.♡.47) - 2018/11/30 18:25:26

그렇죠. 70후 고생많이 했죠.

레몬나무 (♡.237.♡.198) - 2018/11/30 22:23:09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지난날 학교다닐적의 가난하던 옛날 추억이 떠오릅니다.

혜원1008 (♡.14.♡.127) - 2018/12/01 16:55:49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행복그까짓것 (♡.70.♡.251) - 2018/12/01 06:34:31

잘읽엇습니다

혜원1008 (♡.14.♡.127) - 2018/12/01 16:56:01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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