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6)

혜원1008 | 2018.12.01 16:54:49 댓글: 6 조회: 2186 추천: 8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81908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2 장 절망의 꽃

(1)

경숙이는 그 모든것이 다 해결된것마냥 홀가분하였다. 비록 정호한테 조금은 미안하지만.. 그런데 정호는 그렇게 속좁은 아이가 아니였다. 한 이틀 좀 우울한가 싶더니 이내 활력을 찾았고 이젠 아예 어떻게 장기 연애를 할것인가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편지를 어찌 주고 받고 전화번호는 어떤식으로 교환하며 몇달에 한번은 얼굴을 보는거로... 기차를 이틀꼬박 넘게 타고서라도 꼭 얼굴을 자주자주 보자고 새끼 손가락까지 걸고 말이다.

연대 보송절차는 김선생님 덕분에 빨리 진행 되였고 이제 나머지 서류 몇장에 경숙이 부모님만 싸인 하면 다 끝날 판이였다. 덕분에 다른 애들이 다들 시험준비에 정신없을즘에 경숙이는 오히려 한가해졌다.사전 입학으로 처리되는 경숙이는 시험은 않보아도 될 상황이였으니까 말이다. 간만에 느껴보는 마음의 여유였다.

경숙이네 부모는 확고했고 경숙이도 남조선 시집가느니 차라리 혀깨물고 죽는다고 하는 판에 할머니는 더이상 고집을 부리지는 않으셨다. <알아서들 하겠지. 난 이제 모르겠소.> 라고 하면서 말이다. 가정은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고 가진것 없이도 맨날 웃음소리 들려오는 그런 동화속에 나오는 가정으로 되돌아갔다. 그냥 이대로만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리제 퇴근 아이 함까?> 구두공장에 같은 소조에서 일하는 영희가 이제 막 일어서면서 옆자리에 경숙이 엄마한테 말을 걸었다. <.. 먼저 가오. 난 머 더 해야할게 있어서.> <10시 넘어가는데 이제 그만 마무리 하쇼. 리제 그러다가 쓰러지겠슴다> 경숙이 엄마는 알았다는듯이 웃음을 지었다. <금방 갈거요>

야근은 밤 10시면 마무리 되었고 동료들은 하던일을 다 멈추고 정리하고 서둘러 퇴근하였다. 그제야 경숙이 엄마는 미싱기 밑에 놔 두었던 빨간색 가죽원단을 꺼냈다.<쇼리네 딸이 둘이재?이거 저번에 양품(샘플)만들고 남은 원단인데 색갈이 너무 고와서... 가져다가 딸년들 구두나 만들어주오.> 항상 인심좋은 반장아저씨가 품안에서 아주 고운 빠알간 색갈의 가죽원단을 꺼내주었다. <어쩜 색갈이 이리 고울수가. 감사함다 전반장님><이것밖에 없으니까 남들 눈에 띄이지는 말구.허허> 전반장은 무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시절엔 너나 나나 검정색 구두가 전부였고 저렇게 빨간색이 이쁘게 나온 가죽원단은 참으로 구하기가 힘들었다. 경숙이 엄마는 다들 퇴근하고 난뒤에 조심스레 빨간원단을 꺼내들고 이내 이리저리 신발틀을 대고 모양을 그려넣고 재단했다. (빨간 구두 만들어 신기면 우리 경숙이 혜숙이 얼마나 고울까) 원체 손재주가 좋은 경숙이 엄마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최신식 가죽장식모양까지 넣으면서 열심히 작업에 몰두했다. 딸년들의 발사이즈즘이야 눈대중으로도 딱 맞출수 있었고 경숙이 엄마 손을 거쳐서 만들어 나간 구두가 수만컬레는 될것이니 세상에서 최고로 이뿐 구두를 만들어 주는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구두를 만드는 내내 엄마는 어릴때 읽었던 신데렐라이야기책을 떠올렸다. (우리 딸들도 이 이뿐 신을 신고 왕자님이랑 결혼할것이야.. 신데렐라처럼) 갑자기 옆구리가 쿡 하고 쑤셔왔다. 요즘따라 자주 이런 통증이 오는데 그럴때마다 엄마는 손가락으로 아픈 곳을 꾹 누르고 잠간 아픔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통증은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더 자주 더 세게 나타났다. 이마에는 땅방울까지 송글송글 맻히기 시작했지만 엄마는 이 악물고 버텼다. (난 지금 아프면 않돼.. 우리 애들 다 공부 마칠때까지만은 아프면 않돼...)

경숙이는 간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매일 새벽 두세시까지 공부하다가 갑자기 초저녁에 (그래봤자 10시는 넘었지만 ) 잠에 들려니 잘 적응이 않되였다. 옆자리에 보니 혜숙이가 카세트녹음기 틀고 이어폰은 한쪽이 빠져버린채 깊은 잠에 골아떨어져 있었다. 낡은 녹음기는 끝까지 다 돌아갔고 이어폰에서는 더이상 노래가 흘러 나오지도 않았다. 녹음기는 아버지랑 함께 일하는 철수삼촌이 선물해준것이였다. 그래봤자 실컷 쓰던 낡은 녹음기였지만 (가끔 노래가사가 이상하게 들림) 노래를 좋아하는 혜숙이한테는 보물 1호다. 특히 요즘 남조선 노래테이프를 어디서 얻어와서는 거의24시간 귀에 끼고 있을정도 였다. 경숙이는 혜숙이 깰세라 조심조심 혜숙이 녹음기를 가져다가 테이프를 돌려낀뒤 귀에 이어폰을 끼었다. 한창 돌아가고 나서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처어어엉 바아아아지 가아아아....>하면서 소리가 완전 이상하게 들렸다. 건전지 다 됐군. 경숙이는 서랍을 조심스레 열었고 거긴 혜숙이 이발자국으로 가득한 이미 쓸대로 써버린 건전지들이 수두룩했다. 경숙이는 녹음기 뒤에 건전지를 꺼내서 이빨로 꽁꽁 씹어서는 다시 집어놓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청바지가 잘어울리는 여자...> 녹음기에서는 약간 느린톤으로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긴급적인 이빨 처치를 받은 건전지는 그나마 제 역할을 한동안 했고 경숙이는 최신으로 나온 남조선 멜로디를 들으면서 서서히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경숙이는 갑자기 창문으로 밝고 화사한 빗이 들어오는것을 느꼇다. 볼이 한여름 해빛을 받은듯 따뜻해나고 눈이 부셨다. 머지? 하면서 경숙이는 눈을 떳고 밖에서 <경숙아~ 경숙아 >하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경숙이는 얼른 밖에 나가 보았고 엄마는 손에 커다란 쟁반을 들고 서계셨다. 쟁반에는 온갖 맛있은 음식들이 들려져 있었고 엄마는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 이게 다 머임까? 어디서 났는데?> 엄마는 계속 웃고만 계셨고 <혜숙이랑 철용이도 불러다 같이 먹어야지..> 당장 방에 뛰어들어갈려는 경숙이 손목을 잡으면서<너만 먹어. 우리 큰 딸 줄려고 가져온거야...>라고 하셨다. <??> 경숙이는 한창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제일 맛나보이는 닭다리 하나를 뚝 떼여서는 입에 넣었다. 고소한 닭기름에 담백한 육즙이 섞여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 너무 맛있슴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황홀한 맛이였다. <천천히 많이 많이 먹어.. 우리 큰딸..> 엄마는 내내 웃으면서 바라보고만 있었고 입에 와구와구 쑤셔넣던 경숙이는 갑자기 사래가 걸려서 켁켁 거렸다. 한창을 켁켁 거리던 경숙이는 자신의 기침소리에 놀라서 눈을 번쩍 떠버렸다. 방안은 어둑어둑 했고 창문을 통해 날이 푸르스름하게 밝아 오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모든게 다 꿈이였다. <에이.. 좋다 말았구나.. 아까워라>경숙이는 맨입만 쩝쩝 다시다가 물이나 마셔야지 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거실에 있는 뻐꾸기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경숙이는 간만에 일찍 일어났는데 이제 더 자면 깨기도 힘들고 차라리 엄마 도와서 식구들 아침 밥이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인차 능숙한 손으로 쌀을 씻어 쇠가마에 앉히고 찬거리 머 있나 찬장들을 살폈다. 그리곤 식탁밑에 굴러다니는 감자랑 옆에 사놓은지 얼마 않되는 가지랑 고추를 잡아들고 씻고 껍질 바르고 했다. (내 팔자가 그렇지.. 맛있는거 나 혼자 먹으라 할리도 없고 닭다리가 철용이 제치고 내 한테 차려졌을리도 없잖아..) 경숙이는 어의 없다느듯 혼자 피식 하고 웃었다.

이것저것 막 만들고 있는데 할머니가 먼저 방에서 나오셨다. 연세가 드시고 나서부터는 아침잠이 없어서 항상 일찍 일어나셨다. <니 에미는 어쩌고 니가 아침을 하냐?> 할머니는 주방에서 분주히 먼가를 만들고 있는 경숙이를 보고는 기특해 하면서 말을 걸어 왔다. <내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나서 심심해서 헤헤> 그래 하면서 할머니는 경숙이 엄마 방문을 두드렸다. <아직 않일어 났소?> 한창을 두드렸는데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이윽고 할머니는 방문을 확 열어 재꼈고 .. 방안은 깔끔하게 정돈된 채로 이불도 다 개어져 있었다. 지난밤에 누가 자고 간 흔적이란 찾을수가 없었다. <니 에미 어제 아이 들어왔니?> 그제야 경숙이도 다듬던 야채를 내려놓고 엄마 방에 뛰어들어갔다. <난 너무 일찍 자서 못들었는데. 할머이 도 못 들었슴까? 들어오는 소리를> 할머니는 머리를 끄덕이셨다. 경숙이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확 들었다. 요즘 야간잔업 하고 매일11시 다돼서는 녹초가 되어 들어오는 엄마를 보면서 저러다 아파서 쓰러지면 어뜩하지 하고 항상 걱정이 되었었다. <할머니 애들 아침 해 먹이쇼. 내 엄마 단위에 가 보겠슴다.> 할머니는 날래 가라고 손짓하시곤 혀를 끌끌 차셨다. <몸도 아이 좋은사람이 어디서 쓰러져 있는거 아닌지 에휴~>

경숙이는 자전거 페달을 정신없이 돌렸다. 평소라면 40분은 걸렸을 거리를 20분안에 도착했다. 엄마가 일하는 공장은 그리 크지 않은 공장이였다. 대문쪽엔 자그마한 경비실이 있었고 쇠로 된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경숙이는 경비실 창을 정신없이 두드렸고 한창을 지나서 잠에서 금방 깬 경비 아저씨가 눈을 겨우 뜨며 창문을 열었다. <꼭두 새벽에 무슨일이오?> <우리 엄마 여기서 일하는데 엊저녁에 집에 아이 들어왔슴다. 엄마 차간에 한번만 들어가 보게 해주쇼> 경비아저씨는 시끄럽다는듯이 손을 내 저으며 화를 내셨다.<어제 쟈발한 사람들이 10시반에 다 나가고 공장이 텅 비었소.. 무슨 말도 않되는 소리로 사람 새벽부터 깨우오> 창문 닫고 돌아설려는 아저씨 한테 경숙이는 통사정을 하였다.<아저씨 미안함다. 한번만 도와주쇼. 우리 엄마 건강이 않좋아서 저번에도 길에서 쓰러진적이 있슴다. 한번만...> 건강이 않좋아서라는 말이 속에 걸렸는지 아저씨는 어깨에 낡은 곤색작업복을 걸치고는 열쇠뭉치를 들고 경비실에서 나오셨다. 주먹만한 자물쇠 두개를 열고 대문을 연 아저씨는 앞장서서 공장차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경숙이는 엄마가 일하는데 몇번 와본적이 있어서 정확이 어느 자리에서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육중한 차간의 역시 쇠로 된 대문을 열어재끼니 안에는 가죽용 미싱기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경숙이는 엄마가 항상 앉아서 일으 하던 자리로 정신없이 뛰어갔다. (엄마.. 제발 별일 없어야 함다. 제발.. 우리 엄마 제발 아무 일 없게 해주쇼 제발 ) 경숙이는 마음속으로 기도 하고 또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신도 경숙이 기도따윈 받아주지 않았고 저 만치에 누군가가 미싱기 밑에 쓰러져 있는게 보였다. 경비 아저씨도 놀라서 뛰어왔고 경숙이랑 함께 경숙이 엄마를 부축해 일으켰다. 엄마는 미싱기 밑에 마구 쓰러져 있었고 손에는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 빨간색 구두를 잡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손도 얼음장 처럼 차가웠다. (제발.. 제발.. 우리 엄마 별일 없게 도와주세요.. 제발) 경숙이는 빌고 또 빌었다.

그 뒤에 경비 아저씨가 어떻게 해서 구급차 불렀고 무슨 정신에 엄마를 태워 병원에 도착했는지 경숙이는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엄마 손을 꽉 잡고 정신없이 제발제발 하고 있는 경숙이를 간호사가 흔들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딸이요?조금만 비켜서 보우.. 한번 진찰해 보게> 이윽고 의사랑 간호사들이 우르르 몰려 왔고 의사선생님은 청진기도 대보고 눈도 뒤집어보고 옆에 좀 어려보이는 의사한테 이래저래라고 주문을 내리셨다. 경숙이는 의사선생님 손몰을 잡고는 울면서 사정했다.<의사선생님 우리 엄마 별일 없지 예? 우리 엄마 꼭 깨어나게 해주쇼.. 우리 엄마 아이죽지예....> 실신직전인 경숙이를 본 의사선생님은 일단 경숙이를 안심시켰다. <아직 정확한건 몇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 알수 있소. 집에 다른 어른들 있소? 어른들 불러오우.. 너무 걱정 하지마오. 죽지는 않소.. 그니까 빨리 가서 아버지 데려오우> 나이가 꽤 지극하신 의사선생님은 경숙이 어깨를 다독이며 걱정마라고 하시곤 자리를 비웠다. 그제야 경숙이는 좀 진정이 되어갔고 빨리 아버지 한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검사는 오전내내 진행되었고 어느새 엄마 몸엔 각종 호스가 꽂혀지고 응급실의 기계란 기계는 다 엄마 침대옆에 끌려와서 삑삑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경숙이는 간호실 전화기로 여기저기 다 전화를 했고 제일 먼저 용정에 계신 큰이모가 달려오셨다. 아버지는 다행이 멀리 일나가지 않으셔서 오후중엔 도착할수 있을거라고 했다. <어쩌다가..아이구 순녀야 어쩌다가 이리됐니 ..> 큰 이모는 한바탕 눈물을 흘리셨고 막내 여동생의 신세한탄을 한창 대신 해주셨다. 엄마는 점심때즘 정신을 차리셨고 딱 봐도 기운 하나도 없어보이는데 일단 집에 간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의사는 두세번 더 왔다갔다 하셨고 지난 병력은 어떻게 되는지 요 며칠 상태는 어땠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옆에 나이가 좀 어려보이는 의사는 열심히 먼가를 적고 또 적었다. 오후에 헐레벌떡 달려온 아버지는 바로 간호사한테 끌려 의사 만나러 가셨고 의사사무실 밖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못들은척 경숙이도 따라 들어갔다. 빨리 엄마 상태를 알고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지 듣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였다.

<환자가 상태가 좀 아이 좋슴다.> 의사 선생님은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말씀하셨고 한참을 뜸을 들였다. <우리 애 엄마가 몸이 허약해서... 몇년전에 자궁수술도 받고...> 횡설수설 하는 아버지를 멈추게 하고 나서 의사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아직 몇가지 검사결과 다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음... 제가 봤을땐 뇨독증 같슴다.> <? 무슨 증? 그게 무슨 병임까?>아버지는 다그쳐 물으셨고 난감해하는 의사 표정을 통하여 그리 쉬운 병은 아니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콩팥이 문제 생기는 병인데... 그니까 콩팥이라는게 통속적으로 말하면 소변을 걸러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데 환자 같은경우에는 콩팥이 너무 많이 상해서... 지금 며칠째 소변도 잘 못보고 계시고 했다던데.. 어째 이렇게 될때까지 방치해뒀습니까?> 아버지는 순간 말을 잇지를 못했다. 몇달전에 쓰러졌을때 큰 병원 와봤어야 했었다. 그냥 동네 보건소에서 포도당 두어 병 맞고는 이제 괜찮다는 경숙이 엄마 말을 믿는게 아니였다. 때늦은 후회가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왔다. <그럼 어찌 치료방법이 없슴까?> 경숙이는 애써 진정하면서 또박또박 물었지만 걷잡을수 없는 눈물은 양볼을 타고 줄줄 흘러 내렸다. 의사선생님은 후~ 하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 병은 완전 치료를 할려고 하면 다른 사람 콩팥을 이식해줘야 하는데 아직 우리 중국에선 그런 수술 할만한 기술이 별로 없고 또 딱 맞는 콩팥을 찾기도 힘듬다.> 환자가 아픈게 자기 잘못이라도 되는듯 의사선생님은 한참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다가 결심하듯 말을 이어갔다. <일단 혈액투석부터 해야 함다. 콩팥 대신에 인공으로 목 부분 혈관에서 피를 뽑아서 여과시켜서 다시 넣어주는 방법임다.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계속 투석하면 그래도 생명은 꽤 오래 연장 할수 있슴다. 다행이 우리 연변병원이 최근에 투석기계 들여와서 투석치료 가능함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와 경숙이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럼 일단 그것부터 해주쇼. 일단 살리구 봅시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 그런데 이게 투석비용이 만만 찮은데 좀 준비를 해오셔야 할검다.> <얼마나 듬까?> 의사 선생님은 경숙이네 옷차림을 한번 훑어보시고는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한번에 7~8백 드는데. 일단 일주일에 최소 한번에서 두번은 해야 할건데...> 경숙이 아버지는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7~8백원.. 월급에 보너스에 다 합해도 1500원도 않되는 형편이였다. 일주일치 투석값도 채 모자랄판이다. <알겠슴다. 집을 팔아서라도 엄마 치료비 마련하겠으니 선생님 우리 엄마 꼭 치료해주쇼.> 경숙이는 아버지를 부축하며 의사선생님한테 다시금 부탁했다. 그래도 치료방법이 있다는게 어딘가.. 돈이야 벌면 되지. 하지만 경숙이가 미처 알지 못하는게 있었다. 경숙이네 지금 살고 있는 다 쓰러져가는 집 판다고 해도 고작 3만원도 않되고 그 돈으론 엄마 투석비 채 6개월치도 않된다는것을...

아버지는 그뒤로 병원 수금처에 불려가서 품에 꽁꽁싸가지고온 500(일부가불받은월급)을 다 털어넣었다. 택도 없는 금액이였다. 엄마는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고 응급실 비용 채 지불 못한 환자는 그 다음 치료를 아예 받을수 없는 상황이였다.수금처의 간호사는 당장 보증금 천원 더 넣어야 한다고 닥달을 했고 아버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돈구하러 허둥지둥 뛰어나갔다. 큰이모는 경숙이 한테 전달받은 내용을 듣고는 또 한바탕 우셨고 품속에 꼬깃꼬깃 해 넣은 50원짜리 두장을 경숙이 손에 쥐어주곤 일단 집으로 가셨다. 경숙이는19살먹고 처음 알았다. 사람 목숨이라는것도 돈으로 바꿔야 한다는것을.. 같은 시간에 응급실에 들어온 한족할배는 (그 뒤에 뛰어온 두명의 아들,금목걸이 번쩍번쩍 하는 누가 봐도 돈이 많은 집안) 두시간전에 벌써 제일 좋은 병실로 옮겨졌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는 꽌시(사회관계)를 통해 어떤 언질을 넣었는지 주치의는 물론 주임의사에 부원장에 간호장에 차례로 인사까지 오고 난리도 아니였다. 그 할배가 일반 병실로 옮겨지고 나서 응급실엔 경숙이 엄마랑 경숙이만 썰렁하게 남겨졌다.

엄마는 잠깐 의식을 차렸다가 또 다시 잠드시고 했다. 기운없이 병상에 축 늘어진 엄마를 보니 경숙이는 가슴이 미여졌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건데 계속 참았던것 갔슴다.> 의사선생님의 말이 떠오르니 더이상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순 없었다. (가여운 우리 엄마.. 내가 당장 어디 나가서 돈을 벌어서라도 엄마 꼭 치료 하겠슴다. 걱정마쇼.. 엄마 한테는 큰딸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쇼....)

다음화에 계속...

추천 (8) 선물 (0명)
IP: ♡.14.♡.127
해피투투 (♡.60.♡.134) - 2018/12/01 18:07:24

맘이 아픕니다

혜원1008 (♡.223.♡.35) - 2018/12/05 17:58:19

네. 안타까운 이야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계사람 (♡.126.♡.94) - 2018/12/01 22:51:04

휴 안타깝네요

혜원1008 (♡.223.♡.35) - 2018/12/05 17:58:38

사연이 좀 슬픕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짱 (♡.228.♡.82) - 2018/12/05 13:13:27

참 안타깝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병원현실을 별로 변한게 없네요.

혜원1008 (♡.223.♡.35) - 2018/12/05 17:58:57

그때는 더 심했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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