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인연(7)

카풋치노 | 2017.05.29 21:06:00 댓글: 10 조회: 2951 추천: 7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76722
<정말 다행이에요.이런데 노인부부가 거주하고 있어서, 아니였으면 소은씨 그늦은밤에 어쩔뻔했어요?! 아가씨가 겁도 없이 밤에 혼자 산에 막 오르고!>



<운이 좋았던거죠,이렇게 깊숙한 산속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계셨다니!>



<좋은 운과 나쁜 운은 같이 따른답디다. 함부로 운이 좋다고 말하며 위험한짓을 하는거 아닙니다.> 선우는 나에게 날카롭게 얘기한다.







아침을 먹은뒤 우리는 오두막집 뒤에 숲속으로 들어가보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두막집 뒷쪽에는 울타리로 주변을 감싼 작은 텃밭이 있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신선한 채소들이 자라고있다.노인부부가 직접 재배하는 텃밭인거 같았다.

우리는 텃밭을 지나서 숲쪽으로 들어갔다.내가 앞에서 걷고 뒤에 선우가 따라오며 그렇게 좁은 길에 들어섰다.

나의 제안으로 숲에 들어가보기로했던것이다.처음 선우는 바로 마을로 내려가자고 했으나 나는 아침공기도 마시고 아름다운 경치구경을 좀 더 하고싶어서 뒤에 숲숙에 가보기로 했다.

조금 걸어들어가니 길이 넓게 트여 선우는 나랑 가지런히 걸었다.



아침산길에 들어서니 새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들린다. 어미를 부르는 소리마냥 슬프고 고독하게 들린다.

산속의 공기는 깨끗하고 상쾌하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땅을 비추어 푸른잎들이 섞여 있는 듯한 숲속의 냄새가 상큼한 향을 뿜어낸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 자연향을 마음껏 느낄수있는 이곳,절묘한 산속 경치가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뿜어내고있다.



<어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이쪽 산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상하게 누가 나를 부르는거 같이 홀린듯이 말이죠. 근데 누구한테 홀리운게 아니라 그게 다 나의 의지였던거 같아요.원래 산을 좋아해요, 취미가 많지않은데 등산하는걸 좋아해요,전부터 혼자 자주 등산을 다녔는데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는 이렇게 높은 산이 없잖아요, 여기와서부터 눈에 자주 들어오는게 꼭 올라와 보고싶었거든요.>

나는 선우에게 어제 올라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 늦은 시간에 혼자 올라온 그 용기가 대단해요. 오늘 나랑 같이 와보면 되는데, 나랑 다니는게 그렇게 싫어요?> 선우는 약간 화난듯한 말투이다. 아직도 화가 덜 풀린 모양이다.

<오늘 오전에 돌아가는 일정이라...아! 맞다~ 나 오늘 돌아가는 열차표 시간이 다 돼가네...>

<괜찮아요,내차로 돌아가면 되죠, 내일까지 휴가 아니에요? 왜 오늘 돌아가요?>

<여기는 2박3일이면 여행 충분하다고 해서...여행지 구경은 다 했고 혼자서 더 돌데두 없고 오늘 돌아가서 하루는 푹 쉬고 다시 출근해야죠.>

나는 이제 이렇게 선우와 긴 대화를 하는게 불편하지않았다. 언제 이런 변화가 생긴걸가?



<이제 제가 왔으니 혼자 아니죠. 그리고 다 구경한것두 아닌데,한곳을 빼먹었는데?> 선우는 이제야 환히 웃으며 얘기한다.

<그게 어딘데요? 여행지는 다 구경한거 같은데...>

<온천,여기 온천도 유명한데 설마 그거 몰랐던거 아니죠?>

<아~알아요.근데 내 계획에 온천은 포함 안됐어요. 옷도 준비안했고...>

<수영복은 부근에 많아요, 내가 사주게요.>

<에잇 됐어요, 원래 온천은 별루라...>

<왜요? 어디 보자, 몸매가 딸려서 자신없나? 뱃살이 보이는거같기도 하고, 하하~> 선우는 나를 아래위로 훍어보는듯 하며 웃으며 장난을 친다.

<장난하지 마요,안속아~온천은 정말 안갈거에요.오늘은 여기 숲숙에서 구경 좀 하다 돌아가야죠.오늘 돌아가서 내일 하루는 집에서 푹 쉴려구요.선우씨는 온천 가보세요,아직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나는 오후 시간표로 다시 끊고 가면 돼요.>

<소은씨도 없는데 혼자서 먼 재미로 놀아요,정 돌아갈거면 내차로 같이 움직여죠. 근데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구면 피로가 확 풀리고 개운한게 정말 좋은데 진짜 가기 싫어요? 혹시 몸에 먼 흉터라도 있는건가...괜찮아요, 안볼게요 ~> 선우는 그렇게 장난끼가 가득한 그전모습으로 다시 날 대해준다.

<그래요, 못나서 보여줄 몸매두 없네요,치...> 나는 선우의 장난을 받아주며 안하던짓을 하고있다.



우리는 여지껏 없었던 화목한 분위기에서 서로 많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산책을 즐겼다.



<근데 이런데 오두막집이 왜 있지? 이상하지 않아요?> 선우가 묻는다.



<요즘은 퇴직하고 시골에 내려와 안락하게 지내는 분들이 많으시다면서요,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런 분들 같아요.>



<그러기에 여기 산속은 너무 깊숙하게 위치해있는데...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없고 마을 사람들도 잘 안올라오는 산이라던데 여기서 왜 살지?>



<그게 무슨말이에요? 마을사람들이 올라오지않는다구요?>



<어제 올라올때 그 할머니가...>

갑자기 나무가지가 휘청거리며 휘날리는 소리와 소름돋는 갸냘픈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했다.

<아가야~어디갔어?>



선우와 나는 갑자기 들여온 소리에 놀라 멈추고 서서 서로 멍하니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 들리지않았어요?> 내가 먼저 물어보았다.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있었다.

다시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다시 들리지않는다.



<잘...잘못 들은건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내려갑시다.> 선우와 나는 올라오던 길로 다시 뒤돌아 걸어갔다.



이렇게 많이 걸었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많이 멀어진거 같았고 오두막집 방향이 보이지않았다.



<이상하네,이길이 맞는데,잘못 들어선건가?>선우는 내가 걱정할가바 그러는지 낮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나 조용한 산속에 우리둘만 있던지라 나는 선우의 혼자말이 귀에 잘 들렸다.그리고 무서운 기운이 확 스쳐지나갔다.

<여기가 맞는 같기고 하고,아닌 같기도 하고...> 나도 혼자 소리로 중얼거린다.

동서남북 구분을 못하고 심한 길치인 내가 왔던 길을 알리가 없다.선우랑 얘기하며 주위의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이길이 저길같고 저길이 이길같은게 도무지 구분이 안된다.



<소은씨, 이번 여행 재밌었어요?> 나의 주의력을 돌려보려구 그러는지 선우는 계속 걸으며 묻는다.

<네, 좋았어요.> 나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디가 제일 좋던가요? 구체적으로 얘기해줘봐요.>

<그게...> 머리속이 하얀게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여기는 어떻게 찾아온건지 진짜 궁금하지 않아요?> 선우는 나를 쳐다보며 웃으며 얘기했다.

<사실 어떻게 알았냐면..> 선우의 얘기를 듣고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손이 올라와 나의 어깨를 툭 내리쳤다.

선우가 장난치는줄로 알고 옆을 쳐다봤더니 선우의 두손은 지금 앞길을 막고있는 나무자기를 옆으로 당기고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으악 소리를 지르며 그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멈춰섰다. 갑자기 내가 소리를 지르자 선우가 놀라 나를 쳐다보더니 눈길이 다시 뒤를 향하며 말한다.

<할머니~>

할머니?! 나는 그제야 천천히 뒤로 돌아보았다.



아침밥을 따뜻하게 채려주시고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가셨던 할머니가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걸가??

어제 만나서부터 항상 미소가 얼굴에 가시지않던 할머니가 노여운듯 표정을 하고 말한다.

<아가~어디가~집에 가야지~> 나만 쳐다보며 느릿하게 말하시는데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할.할머니,여긴 어떻게...할아버지는 같이 안오셨어요?>

나는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고 이상하게 말하는 말투에 더욱 놀랐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곳이라 여기 부근이라 이곳에 나타나도 사실 이상할 일은 아닌데 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또 들며 선우의 얘기도 떠올랐다.

(이런데 이상하게 오두막집이 왜 있지?)

할머니가 살고있는 집은 왜 이깊숙한 산속에 마을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고독하게 있는걸가? 지금에야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할머니,혹시 저 찾으셨어요? 무슨일 있으세요?>

<아가~집에 가자~>

할머니는 아까부터 나에게 자꾸 집에 가자고 하신다. 할머니는 내 왼손을 꼭 잡으시며 끌고 걸어갔다.

노인의 손힘이 이렇게 강했었나? 어렴풋이 기억나던 나의 친할머니의 손은 거칠었지만 내손을 잡으실때는 항상 포근하고 따뜻했던 기억이다.

그러나 지금 내손을 꽉 잡고 끌어당기시는 할머니의 손힘은 작고 마른 체구에서 나온 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이다. 으!!! 손이 아팠지만 입을 꼭 깨물고 참았다.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를 옆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선우가 나의 얼굴색이 변하는걸 발견하고 내손을 잡고있던 할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풀려고하였다.

그러자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내시며 선우의 팔을 뿌리쳤다.

<할머니 알았어요,같이 갈게요.손은 놓으시고 제가 잡아드릴게요.> 나는 할머니에게 웃으며 얘기했다.

인자하시던 할머니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게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했지만 일단은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데려가는게 좋을거같았다.



<여보게,할매~이리오게~>

이때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급하게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할머니의 곁에 다가와서 할머니를 내곁에서 떼내며 우리한테 말했다.

<자네들 빨리 가라고 하지않았나!왜 여태 안가고 여기에 올라왔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태도가 어제와 사뭇 달라 나는 많이 놀랐다.



어제 저녁 산속의 오두막집을 발견하고 마당에 나와 계신 두분을 처음 만났을때,할머니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유독 반가워하며 내손을 잡고 집안으로 안내했고 할아버지는 나를 보더니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짓다가 다시 엄숙한 표정으로 바뀌셨지만 무뚝뚝한 표정뒤엔 자애로움이 묻어나는걸 느낄수있었다.

허나 지금의 혼란스워보이는 할머니와 짜증과 분노로 대하는 할아버지는 너무나 낯설다.



나는 선우를 쳐다봤다.선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종이조각을 내앞에 내민다.



-밥먹고 빨리 가-





손바닥만한 쭈굴쭈굴해진 종이조각에 적혀있는 글씨가 삐뚤삐뚤 쓰여져있다.

금방 말하시던 할아버지의 말투와 이글씨 내용을 보니 아마도 할아버지가 우리한테 남기신 메세지인거같다.



선우는 내가 산책을 하고 싶어하니 거절할수가 없어서 숨긴듯하다.그리고 이 메모에 큰 의미를 두지않았을것이다.

내가 먼저 발견했어도 노인들이 남긴 인사말 정도로 받아들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않았을거다.

나는 아침 산경치를 구경하고 싶었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대면하며 제대로 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갈 예정이였다. 아마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던걸가?



<자네들 빨리 가!> 할아버지는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할머니를 부축이시며 우리한테 빨리 가라고 재촉하신다.



<안돼!가긴 어디가! 아이가 이제야 찾아왔는데 가긴 어딜가!안돼~> 할머니는 놀랍게도 고함을 지른다.



<빨리 가지못해?! 멍청하게 서서 머하는거야 자네들!>



나는 어찌할바를 몰랐다.선우가 먼저 나에게 가자고 말한다.

<소은씨 우리 일단 먼저 가요.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계시니 괜찮으실거에요,지금은 잠시 자리를 피해드리는게 좋을거같아요.>

선우는 떨고있는 나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할머니는 나에게 달려오며 내옷자락을 부여잡는다.

<안돼!가지마~> 서글프게 눈물을 흘리시며 내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않는다.

<할머니~>

선우와 나는 동시에 할머니를 부르며 부축히려 했으나 할머니는 땅에 주저앉은채 내옷자락을 잡고 통곡한다.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할머니를 끌어안으며 토닥여주자 그제야 할머니는 할아버지품에 안겨 오래동안 슬프게 흐느꼈다.



선우와 나는 떠나지않았다. 노인들과 두서발자국 떨어진곳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할머니가 너무 슬프게 울고있으니 나도 따라 슬퍼진다.

할머니한테 무슨 사연이 있길래 나를 잘못 알아보시고 저리도 슬퍼하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두손을 꼭 잡고 걸어가시던 행복해 보이던 뒷모습 뒤에도 슬픈 이야기가 있는것이구나~ 역시나 행복은 불행 그다음인가보다.

한참을 지나 할머니는 울다 지쳤는지 할아버지의 품속에서 잠이 드셨다.이마를 찌프리고 불안하게 잠에 든 할머니를 바라보니 어제 처음 보았을때보다 많이 늙어보이신다.



선우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를 등에 업고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할아버지와 나는 뒤따라 걸으며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할아버지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걸어간지 얼마안지나니 도착할수 있었다.

오는길에 유심히 길을 살펴보니 십자가거리처럼 갈래길이 있었다. 아마 그곳에서 선우와 나는 길을 잘못 들어갔던것같다.

내눈에는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길들인지라 올라오던 길이 맞는지도 알아볼수가 없었다.





집안에 들어가서 나는 이부자리를 펴고 선우는 조심스럽게 할머니를 눕혔다.

할머니가 깊게 잠이 든걸 확인한후 우리들은 마당 베란다에 자리잡고 앉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그들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인부부에게는 늦둥이 외동딸이 있었다.결혼해서 오래동안 애가 생기지않던 부부에게 아내나이 서른후반과 남편나이 사십대에 들어서 딸이 생겼단다. 늦둥이 자식이 생겨서 행복해진 부부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웠고 딸도 매우 올바르게 자라줘서 부러울게 없는 화목한 가정이였단다. 아쉬운건 딸은 서른이 지나도록 남자친구를 사귀지않아 결혼을 못했고 하루가 다르게 빨리 늙어가시는 부부는 딸이 결혼하는 그날을 기다리는게 제일 큰 바램이되였다.그러나 부모의 심정과는 달리 딸은 혼자 여행다니기 좋아하고 혼자의 삶을 즐기며 살았다고한다.

초원,사막,바다,산 심지어 외국여행까지 자주 기회만 생기면 혼자 여행 다니기를 좋아했고 그해 집에서 멀지도 않은 이곳에 여행을 왔다가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못했던것이다.



부모를 잃으면 고아라고 부르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뜻하는 단어는 없다.그토록 찢어지게 아픈 마음을 달래줄 단어마저 인간은 창조하지 못했던것이다.



처음 할머니는 잘 찾으면 찾아낼수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고 버티다가 그희망마저 보이지않자 정신세계가 희미해지고 할아버지외에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악한 상황까지 오고말았다. 할머니는 마을사람의 말에 의해 이쪽 산부근에서 딸을 봤었다고 하여 이산부근을 수색하고 다닐때만 정신을 빠짝 차리는걸 발견하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데리고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올라와 딸의 곁을 지켜주기로 결정하셨던것이다.부부가 산에 안착하신지도 이제 몇년이 지나갔고 딸은 여전히 보이지않았지만 부부의 생활은 그나마 평온함을 찾을수있었다. 좋지않은 소문들땜에 이산에 올라오는 사람들도 적어졌고 그런 소문은 어쩌면 여행객들이 올라와 노인부부의 생활을 방해할가바 걱정되여 아래 마을사람이 퍼뜨린 선의의 거짓말이 아닌듯싶다고 할아버지는 말씀해주셨다.

말을 아끼시고 중점만 간략하게 들려주셨지만 딸이 실종되고 얼마나 고달픈 생활을 했을지 짐작이간다.



<딸애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갔을때 아가씨와 비슷한 나이였어. 아가씨처럼 잘 웃지않고 조용하고 차가워보이는게 정말 비슷했지,차가워보여도 마음은 따뜻하고 고운 아이였는데...우리도 이제 몸상태가 점점 안좋아져서 얼마후면 여기를 떠나 요양원에나 들어갈려구 했다네, 이제는 너무 늙어서 우리끼리 생활하기 많이 힘들어졌네...할매가 깨기전에 얼른 내려가게.놀라게 해서 미안하네,갈때 저거 들구가~> 할아버지는 검은 비닐봉지를 가르키며 말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신다.

백발을 한 할아버지의 구불뜨린 뒷모습을 바라보니 나도몰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선우와 나는 할아버지가 챙겨준 비닐봉지에 담은 열매를 들고 산을 내려왔다.

선우는 산길이 험난하다며 내손을 꼭잡고 걸어갔고 손을 빼려구했으나 그의 힘에 못이겨 잡힌채로 그렇게 걸었다.

선우의 큰손은 부드럽고 따뜻하다.오는길에 대화는 나누지않았다.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객잔에 도착해서 나의 간단한 짐들을 정리하고 떠났다.

2층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있게 휴식시간을 가지고싶었던 생각도,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네를 타보고 싶었던것도 하지못한채 아름다운 객잔을 떠났다.



선우와 나는 작은 식당에서 반찬 세가지와 국을 시켜 점심을 해결하고 선우의 차를 탔다.



선우가 음악을 틀어주어 나는 옆좌석에 앉아 잔잔한 음악소리에 취해있었다.머리속을 잠시 비우려고하니 지훈이 부모님이 생각났다.

<아저씨,아줌마는 잘 지내시죠?>

너무 늦게 찾아온 질문이다.

<잘 지내세요, 지호가 얼마전 애아빠 됐어요.이형보다 먼저 결혼하더니 벌써 애아빠가 됐네요.>

지훈이의 남동생 지호가 결혼해서 애아빠가 되였다고 한다. 요즘 지훈이의 부모님은 손주를 돌보느라 바쁘지만 행복하게 잘 지내고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아저씨와 아줌마 곁에는 지호가 있다. 이제 손주까지 생겨서 지훈이를 잃은 슬픔에서 조금은 위로가 됐을것이다.



내가 느끼는 아픔보다 산속의 노인부부와 지훈이의 부모님이 느끼는 아픔이 훨씬 크지만 그들도 온힘을 다해 살고있는데 나도 용감하게 일어나야 할때가 된것같다.



잠시 머리속을 비우고 눈을 감고 있었더니 잠에 골아떨어진 모양이다.

눈을 뜨니 어느새 웬 낯선 고급호텔앞에 차가 멈춰서있었다.

여긴 어디지?



<깻어요? 피곤해보여 안깨우느라 얘기못하고 왔어요.>

<여긴 어디에요? 왜 여기에 온거죠?>

<소은씨 집에서 얼마 멀지않은 곳이에요.한 십분정도 더 가면 소은씨집에 도착할수 있어요. 여기 들어가기 싫으면 바로 집에 데려다 줄게요.>

<그래서 여기는 왜 데리고 온건데요?> 나는 차분한 말투로 물었다.



<시간이 부족하니 억울한대로 여기서라도 쉬다갑시다. 다음 휴가때 더 좋은데 같이 놀러가는거로 하구요.>

<머래요? 누가 같이 놀러간대요,참 나 ~> 선우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웬지 지금 이순간은 차가운 세집방에 홀로 들어가고 싶지않다.

고독하고 쓸쓸하게 보내고 싶지않다.

오래동안 혼자 지낸 나에게 새삼스럽게 생긴 마음의 변화가 그저 놀랍다.



고급 호텔 주변에 보이는 트레이드 마크인듯한 등탑, 분수광장,지중해의 풍경을 담아내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워 보이는 이곳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질가?
추천 (7) 선물 (0명)
IP: ♡.85.♡.131
스마일87 (♡.120.♡.65) - 2017/05/30 07:52:53

단오날에 행여 들렸더니,행운입니다.누군가의 아픈 사연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좋은 휴가 잘 보내세요.

카풋치노 (♡.85.♡.131) - 2017/05/30 15:07:31

항상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휴가 마지막날이네요,즐겁게 보내세요^^

수니수니수 (♡.36.♡.11) - 2017/05/30 22:47:10

산속 노인부부 넘 슬퍼요~눈물이 나요~ 잘보고 가요~~^^

카풋치노 (♡.85.♡.131) - 2017/05/31 06:56:13

홧팅하는 하루가 되기를!~

착한남자88 (♡.153.♡.153) - 2017/05/31 07:21:52

글 재미나게 잘보고 갑니다.^_^

카풋치노 (♡.246.♡.150) - 2017/05/31 09:45:18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운잎사귀 (♡.4.♡.66) - 2017/06/04 09:52:11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런 사연이 있엇네요, 소은이가 지난 아픈추억을 잊고 선우와 잘됬음 좋겟네요, 잘보구 갑니다.

카풋치노 (♡.246.♡.150) - 2017/06/06 12:35:52

소은이에게 점점 변화가 생기고있습니다.
밝은 여주가 될거같네요^^

혼자사는남자 (♡.50.♡.196) - 2017/06/08 17:43:01

잘보구 갑니다

카풋치노 (♡.85.♡.131) - 2017/06/11 00:19:02

댓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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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소사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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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달팽이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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