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합시다.<5>

짜리몽 | 2017.06.14 16:41:04 댓글: 4 조회: 4124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91762

- 차준혁편 -



2년을 사귄 여자친구 정아가 결혼식 날짜 두달 남짓이 남겨두고 갑자기 미국으로 간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결혼을 하면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단둘이서만 오붓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제안을 당장 들어주지 못하는 대가였다.

집 영감님이 간암말기 판정후 신체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집안 어르신들이 결혼을 서둘렀으면 하는 바램으로

서둘러 결혼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아버지 살아계시는 동안까지만이라도 고향에 더 머물자는 나와 전혀

타협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오래전 부터 이민 수속을 하고 있었던 터라 결혼후 바로 미국으로 갈거라는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나서

전부 다 관두고 가겠으면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좋아하지도 않은 아버지면서 뭘 그리 효성을 다하냐고 그녀 또한 내가 유별나다고 하면서 서로 많이 싸웠다.

결국 그녀는 미국으로 떠났다.

많이 사랑했지만 야속했다.

아버지의 날이갈수록 심해지는 병세에 새 엄마가 옆에서 매일같이 다그친다.

결혼할 아가씨가 있다면서 빨리 집에 데리고 와서 인사라도 시키고 결혼을 서두르자고 하셨다.

친구놈이 맞선을 봐서 우선 아무하고나 결혼하고 나중에 다시 이혼하고 정아 따라 미국으로 가라고 하였다.

고민끝이 맞선을 보기로 하고 맞선 자리에 나갔다.

도착하여 서로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정아한테서 메세지가 날라왔다.


-준혁아, 나 오늘 떠나 !

미국서 봐, 우리!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마주 앉은 맞선녀가 눈에 들어오질 않고 휴대폰만 뚫어지라 내려다 봤다.

공항으로 잡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갈등을 하고 있는데, 맞선녀가 입을 연다.

<먼저 일어설게요, 보아하니 그쪽도 원해서 이자리 나온거 아닌거 같네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안도의 한숨과 같이 난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까페를 빠져나왔다.

부랴부랴 차에 시동을 걸고 공항으로 질주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ㅇ, 준혁아~>

<어디야? >

<여기 북경 국제 공항, 미안해...>

<뭐? 북경?>

<어, 어제 북경으로 이동했어, 오늘 다시 북경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갈아 타야 돼서~>

<허!>

<준혁아 나 너 사랑해, 알지?>

<사랑? 사랑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떠나니?>

<너희 가족때문에 내 꿈을 저버릴순 없잖어, 이민도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거 너도 알잖어~>

<좀 늦게 간다고 뭐가 잘못되기라도 해?!>

<미안해, 기다릴게... 거기 마무리 되면 너도 바로 와, 내곁으로~>

<그래 기다려, 평생...>

휴대폰을 땅에 힘껏 메쳐 박살냈다.

공항에서 대기중이던 보안경찰들이 우르르 와서 무슨 일이냐고 한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공항을 빠져나와 주차장에 놓인 차에 앉아 담배를 한대 붙였다.

눈물이 났다.

20년전 어머니 돌아가실때 울어보고는 나이들어서 처음으로 흘리는 눈물이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기적인 사랑이 배신으로 느껴졌고, 그 배신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그토록 살갑고 나 아니면 안될거 같던 여자가 이토록 무정할줄을 몰랐다.

며칠뒤 대학 친구 승호가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고 술이 잘돼서 전화가 왔다.

다시 맞선자리를 그찮아도 알아보고 있는데 잘 됏다고 바로 약속장소로 나갔다.

승호가 소개시켜주는 여자분을 보자마자 낯이 익었다.

며칠전 맞선 자리에서 잠간 본 얼굴이였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아는체를 할수는 없엇다.

그날에는 단아한 이미지였던거로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친구들 모임 자리라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해보였다.

악수를 청하는 나에게 고개만 끄덕하고는 바로 친구들끼리 놀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나를 한눈에 알아본 눈치였고 일부러 곁을 안주는양 행동했다.

그날 일에 사과를 할 타이밍 전혀 잡지 못하고 있는데, 먼저 나가는 친구를 따라 같이 간다고 나섰다.

승호의 만류에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나한테 눈길 한번 안주고 바로 문밖으로 사라졌다.

그날 내가 아무얘기 없이 사라진것에 대한 여자의 소심한 복수로 보였다.

뭐라고 툴툴대는 승호녀석에게 내가 알아 한다고 하고 바로 따라 나섰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다시 손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겨울이여인지 손이 많이 차가웠다.

살짝 짜증이 섞인 눈빛으로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맑고 컸다.

맞선 날에 있은 일에 대해 사과하자 눈빛이 갑자기 서글픔으로 차올랐다.

그걸 안 들키려고 고개를 잠간 다른데로 돌리고 있었다.

겉으로 차가워보이지만 마음은 아주 여린 여자 같았다.

정아는 보이는 모습은 너무 활발하고 외향적인데 지내볼수록 마음은 엄청 차고 냉정한 여자였다.

갑자기 앞에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하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결혼하자는 얘기가

튀여 나왔다. 이미 내 뱉은 이상 끝까지 밀어부칠수밖에 없었다.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쓰레기 보듯 한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그냥 농담이였다고

말하면 뺨 한대를 맞을수 있을거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아버지때문에 결혼이 급했다.

정아와도 그래서 결혼을 서둘렀지만 정아는 자기의 인생 계획이 누군가로 인해서 흩으러지는걸 원치 않았다.

항상 계획대로 뭔가를 진행하는 완벽한 그런 모습에 반했는데 그게 지금에 와서 이토록 내가 그녀를 원망하는

요인이 될줄을 몰랐다.

기다려준다는 그녀의 말에 난 마음이 심장을 도려낸것마냥 허무하고 먹먹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 엄마와의 트러블로 아버지와 별로 말도 하지 않고 그동안 지내왔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 눈감기전에 내가 새 가정 이루는 모습은 자식으로서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앞에 있는 이 강지수라는 여자를 나는 설득시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결국은 전 여친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어이없는 말을 내뱉었고,

그녀는 급기야 화를 내면서 문을 차고 나갔다.

아차 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였다.

곧장 뒤따라 나가보니 친구들 노는 방에서 승호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보니 승호는 얼굴을 손으로 닦고 있엇고, 친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지수를 보고 있었다.

내 인기척에 일제히 또 나한테로 눈길이 돌려졌고 그런 나와 승호를 번갈아 보고는 강지수는 바로

방을 빠져나갔다.

여린 체구와 달리 꽤 한성격하는 여자였다.

내심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없지않아 있엇지만 더 이상 잡을 이유가 딱히 생각이 안났다.

미안한 마음으로 승호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조심스레 들어서니 아버지가 수척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계셨다.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아 물끄러미 얼굴을 보니 둬달 사이에 10키로는 족히 빠진거 같았다.

잠결에 인기척을 느끼신건지 아버지가 천천히 눈을 뜨신다.

<늦은 밤에 웬 일이냐?>

<그냥, 집 가는 길에 들러봣어요.>

<뭐가 요즘 잘 안 풀리는 얼굴이네~>

<아니, 뭐, 그런거 없어요.>

<니 여자친구는 언제 데리고 올거야? 당장 결혼 한다더니, 결혼전에 얼굴은 봐야 되지 않겟니?>

<나중에, 장기출장 갔어. 오면 바로 데리고 올게~>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힘겨우신지 또 다시 눈을 감으신다.

난 이불을 다시 잘 여며주고 병실을 나섰다.


강지수 말대로 어차피 계약결혼이라면 사람 하나 아무나 돈주고 구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술집 형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여러명 만나보았다.

술집서 일하는 아가씨가 많고도 많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아무리 가짜 결혼이라도 많은 하객들 앞에서 하는 결혼식인데 혹여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도 그렇고...

또 계약 결혼에 훅해서 우선 돈 부터 땡겨달라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이루트는 아닌거 같아서 일단 마음을 접고 따로 맞선자리를 알아봤다.

되도록이면 겉보기엔 정아보다 훨씬 괜찮은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간 해봤으나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얼마뒤 아버지 병세가 더 위중하다는 소식에 병원에 들려 구급 조치가 끝나 겨우 위험기를 넘겼다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머리도 식힐겸 병원 건물밖 벤치에 앉아있는데 그녀가 보였다.

T시로 간줄 알았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둘만이 남겨진 그 자리에서 그녀가 뜻밖에 결혼하자는 제안을 해온다.

살짝 우수에 잠긴 그녀의 눈과 표정에서 그 순간만큼 난 나 자신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린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서 너무 슬피 우는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나때문인것만 같아 잠간이라도 껴 안아 주고 싶었지만 "절대 노터치" 계약 조항이 맘에 걸려 손수건 한장만 건너줬다.

나는 나대로 피로연에 기어코 신부를 불러라는 친구들을 설득하느라 결혼식 끝나고 진땀을 뺐고,

그녀는 먼저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저녁무렵 새어머니한테서 아침은 꼭 일찍 집에 와서 인사 올리고 식구들과 같이 먹어야 된다는 통보를 해왔다.

거절을 하려다 힘드신 몸으로 결혼식땜에 집에 잠간 계시는 아버지때문에 알았다고 하고 그녀한테 메세지 한통 보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답장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지수입니다.>

<난데,,, 혹시 문자 메세지 봤어..요?>

<아, 네 봤어요.>

<그럼 답장은 왜 안하는데..요>

갑자기 억양이 이상하게 나갔다. 옆에 친구들이 듣고 있어 존댓말 쓰면 또 뭐라 할거 같고...

<말 편하게 해요, 우리 동갑인거 같던데...>

눈치 하나는 백단이였다, 그점은 맘에 들었다.

<알았어, 그럼 .... , 제수씨 몸 괜찮아 졌어요?>

어느새 곁에 왔는데 친구 철수가 전화를 가로채 저쪽에 말을 한다.

철수: <야,, 이 놈 어찌나 제수 챙기는지... 힘들다고 피로연에 절대 제수 안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이따가 우리 맥주랑 사들고 신혼방 쳐들어 갈건데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요~!>

난 바로 철수의 손에 쥐여진 핸드폰을 낚아채고 자리를 옮겼다.

<미안해요, 오늘은 내가 어떡하나 막아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여요.>

<괜찮아요, 그럴수 있죠. 근데 아까 말 놓기로 한거 아닌가요?>

<아,, 친구들 앞이라 아깐 좀.>

<그냥 편하게 해요 우리. 앞으로 계약이 끝나도 친구정도로 지낼수도 있는거니깐>

<친구?!>

<승호랑 친구면 나랑도 친구 먹을수 있잖아. 우리가 편해야 계약 실행중에도 편하구>

<어, 그건 그렇지, 알았어. 그럼 푹 쉬여~>

그녀의 당돌하고 맞는 제안에 난 피씩 웃고는 다시 친구들쪽으로 향했다.


추천 (4) 선물 (0명)
IP: ♡.239.♡.218
작은도둑 (♡.166.♡.167) - 2017/06/15 09:42:32

남주 전 여친의 성격이 흥미롭네요. 주변에 보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시행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어요.
똑 부러진다고 보통 표현을 하죠. 굳이 주변환경에 내 의지를 굽힐 필요는 없지만, 저는 그래도 원칙적인 일이 아니라면
주변을 돌아보면서 사는 사람이 훨씬 더 인간미가 넘치는것 같네요.

사랑이 없는 혼인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가 기대됩니다. 날씨가 화창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베이비킷즈 (♡.147.♡.178) - 2017/06/16 23:07:57

남자가 참 잘한 선택을 했네요.
자기자신의 직감을 믿어야지요.

핑크빛바램 (♡.162.♡.2) - 2017/06/19 08:36:54

드라마같은 재미나는 스토리....계속 기다리고 있어요....담편 빨리 올려주세요.

준호 (♡.236.♡.171) - 2017/06/21 14:03:15

혹시 전여친 다시 짠~나타나는건 아니겟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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