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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결혼합시다 <1>

짜리몽 | 2017.05.27 10:35:50 댓글: 4 조회: 3710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74983

내 나이 36살,

20대에 실컷 놀고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다가 35살쯤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여 애 낳고
알콩달콩 사는게 꿈이였는데 난 아직도 시집 못간, 그것도 모태 솔로 노처녀이다.

20대 중후반에 이쁜 사랑하면서 결혼하는 친구들 보면서 뭐가 급해서 그리 서두르냐 타박을
했던게가 어저께 같은데 요즘은 그 나이에 결혼도 안하고 뭐하냐는 아니꼬운 눈초리를 주위에서 자주 받는다.

솔직히 30대 초반까지도 나의 봐줄만한 외적 조건과 내적인 매력으로 얼마든지 괜찮은 남자 만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보니깐 진짜 같은회사 40살을 넘긴 어느 돈만 많은 언니처럼 나도 저렇게 되는거 한순간이겠다 가끔은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인연이 안 닿은건지 주위에 쓸만한 남자도 없거니와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대학때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애들 어장관리라도 해서 옆에 붙잡아 뒀어야 되는건데 이미 누군가의 남편으로 애 아빠로 가정에 나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겟지...

친구들은 내가 노력을 안한다고 한다, 결혼이 하고 싶으면 월이처럼 각종 친구 사귀는 사이트라던가 여기저기 친구들 관계망을 통해서 남자를 자주 만날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되는데 난 아예 그런 노력자체를 안하니깐 그렇단다. 그리고 내가 외적으로 차갑게 보여 어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보다가도 너무 차서 아예 다가가지를 못하는거라 한다. 사실 속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데 이상하게 겉으로 보이는건 너무 혼자 도도하게 보인다나?

그리고 내 나이에 웬간한 남자들보다 성공했으니, 또 남자들 자존심에 자기보다 잘 나가는 여자를 마누라로 하기엔 자존심이 상할수도 있고, 혹은 오르지 못할 나무라 아예 쳐다 보지도 못하는걸수도 있다고... 그건 지들이 못난거지 내 잘못은 아니잖어,,, 하지만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이니 남자들이 아예 다가가기를 꺼리는거라 했다. 또한 내가 조건이 내보다 못하면 아예 거들떠 보지 않고 눈만 점점
높아가는것도 문제라고 ...

30대 초반부터 장성한 딸이 시집을 못갈가봐 설 명절때 가끔씩 집에 들릴때마다 엄마는 부지런히 맞선 자리를 소개시켜줬다. 처음엔 처음 만나는 남자와 뭔말을 할지 몰라 많이 어색하고 했는데 이젠 하도 여러번 보니깐 척보면 척 견적이 나오고 대화도 기본 30분 이상은 이끌어갈 정도로 노련해졌다. 하지만 이번 생에 인연이 없는건지 아직인건지 딱 필이오는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엄마는 대충 맞으면 사는거지 그렇게 고르다 고르다 쥐 고른다고 항상 말씀을 하신다. 처음엔 걱정반 기대반의 태도가 요즘은 아주 강력하게 나오신다. 내년엔 무조건 가야 한단다, 시집안간 딸땜에 밖에 나가 다니기도 무섭다느니, 남들은 모두 손주 손녀 자랑에 사위자랑 하는데 이젠 나가서 아직도 시집못간 딸 둔 처지라는 친구들의 따가운 눈초리 받기도 싫다고 가끔은 독설도 날리신다.

해마다 부모님 여행 꼭꼭 보내주고 돈 아무리 잘 벌어도 35살 넘어 시집 못가면 다른 어른들의 눈에는 내가 하자있는 여자로 보이나보다. 우리 세대야 남들 눈치 안보고 살면 그만인 세대인데 아직 고향에 거주하고 있는 어른들은 아직은 아닌가보다.


<야, 너 혹시 진짜 어디 문제 있는거 아니야?>


작년설에 엄마가 갑자기 아주 진지하게 물어봐서 웃음을 터뜨린적 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에 그제서야 안심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결혼을 안한다는건 어쩜 부모님들에게 큰 불효가 될수도 있겟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며칠뒤 설에 고향에 들어가게 되자 엄마는 또 사진 한 5-6장을 보내와서 나보고 맞선 볼 사람들이라 통보한다, 옛날같은면 귀찮아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또 한바탕 엄마랑 싸웠을건데 올해는 고분고분 알았다고 했다. 이상하게 고분고분하니 엄마는 너도 나이 40살 바라보니 이제야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고 한다. 사실 난 아직 전혀 괜찮은거 같은데 말이다. 가끔 남들이 한번씩은 하는 결혼이란걸 난 혹시 한평생 못하는건 아닌가 살짝 걱정을 할뿐이지만.


사진을 보니 모두 뽀샵을 해서인지 인물들이 그나마 다 봐줄만했다.
하지만 실제 만나보면 사진과 훨씬 다른 경우도 많아 처음엔 많이 황당했지만 이젠 그렇거니 하고 넘어간다.



드디여 설을 맞아 집에 도착하니 도착한 날 오후부터 맞선 스케줄이 짜여져 있엇다.
어쩌다 집에 도착하여 푹 좀 쉬고 싶었으나 거의 등떠밀리다 싶이 하여 정해진 약속장소로 향했다. 치마에 정장 코드를 입으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청바지에 무스탕 하나를 대충 걸치고 도착하니 1번 맞선남이 이미 카페 창가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한손에 커피잔을 들고 한손으로 부지런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될수록 긴장을 빼고 여유롭게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겟네요. 라성진씨 맞으시죠?>

<아, 네. 강수지씨? 안녕하세요~>


일본 유학파인 라성진이란 남자는 모범생 스타일의 외모로 대체적으로 수수하고 인상이 착해 보였다.

일어서서 목례를 할때 대충 눈 짐작으로 키가 좀 작은 편이였다.

잘돼야 167-8센치, 일부러 하이힐을 신고 나갔는데 내 키가 160센치인데 오히려 그쪽을 내가 살짝 내려다 보는 느낌이였다.


<저 뭐 드시겟어요?>

<아,저요 녹차 라떼 따뜻한걸로요.>

<네, 잠시만요, 제가 주문하고 올게요~>

<아,, 카운데에서 직접 주문하는거예요, 제가 할게요~>


자리에서 내가 일어서려 하자 라성진은 극구 말리면서 거의 반달음으로 카운터쪽에 가서 주문을 하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어엿 해가 저물고 골목길 상가들의 네온등이 하나둘씩 켜져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참을 거리구경하는데 맞선남이 따뜻한 녹차 라떼를 조심스레 내 앞에 놓아주고 자리에 앉는다.


<고마워요~>

<아니예요, 이런건 원래 남자가 하는거 하는거예요~>

<네, 이런 맞선자리가 처음은 아니시죠?>

<이번이 5번째예요. 요즘 장가가기 힘드네요~ 허허>

<에이,, 여자는 나이 먹을수록 힘들어도 남자들은 아니지 않잖아요?>

<저처럼 여직 공부만 한 사람들은 연애하는 법도 잘 모르고 이제 안정이 되여 짝을 찾자고
하니 쉽지 않네요, 가지것도 부족하고, 더욱이 저는 앞으로 일본에서 살려고 하거등요.>

<아~, 일본이요. 왜 중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나요?>

<거기서 산 세월이 이젠 저그만치 15년이에요, 거기가 이젠 중국보다 저한테는 편해요.>

<거기 유학생들도 많잖아요, 거기서 짝을 만나는게 오히려 더 쉬울텐데...>

<사실 일본에서 여러명 사귀였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오늘날까지 왔네요~>

<네...>


고향에 와서 짝을 찾아 일본에 가서 생활할 계획이 있는 이 남자,
이런 맞선자리로 만나서 선뜻 한 남자를 따라서 같이 타향으로 떠날 여자가 몇이나 있을가?


난 라떼 한모금을 조금 들이키면서 속으로 생각을 했다.


<강수지씨는 어디서 무슨 일 하세요?>

<아, 저요, 전 T시에서 직장생활 해요.>

<T시면 공기 질량이 엄청 나쁘지 않은가요? 뉴스에 보니깐 완전 최악이던데요~>

<네, 요 근래에 스모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H시로 옮길가 고민중이예요.>

<중국은 참 어디가나 똑같아요, 인구가 많은데다 소질도 낮고, 질서도 문란하고...>

<중국 어디어디 가보셨어요? 요즘은 중 대도시를 가면 많이 좋아졌어요. 옛날하고 많이 틀린데.>

<10여년전에 J시 한번 가봤는데...인상이 안좋더라고요, 근데 뉴스보니깐 다 거기서 거기인거 같던데요.>

<중국이 얼마나 큰데 J시 한번 가보고 그런 평가를 하세요,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혹시 외국엔 나가보셨어요?>

<네. 출장으로 외국 나들이 자주 해요, 물론 일본데 가봤는데 깨끗하고 아담하고 좋던데요?>

<중국에 비하면 천국이죠~>

<이젠 일본 사람 다 됐네요...>

<네, 전 솔직히 이젠 중국보다 일본이 더 좋아요, 그래서 남은 평생을 거기서 보내려구요~>

<아~, 네...>


무조건 외국서 살겟다는 이 남자와 더이상은 대화를 이어가는건 나한테 시간 낭비일거 같아서
시계를 보고는 라떼 한모금 더 마시고 다시 맞은편에 앉아있는 라성진이란 남자를 쳐다봤다.


<저, 저녁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만나서 반가웠어요.>

<어 벌써 가려구요? 저 식사 장소도 예약했는데...>

<아, 미안해요, 어떡하죠? 저도 선약이 있어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뵙죠~>

<저 그쪽 둬번 더 만나고 싶은데, 혹시 전화번호나 위챗 추가할수 있을가요?>

<미안해요, 우린 아닌거 같아요,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난 최대한 웃음을 짜내면서 인사하고 부랴부랴 까페를 빠져나왔다.
이대로 집을 가면 또 엄마한테 한소리 들을가봐 친한 친구 월이한테 전화하니 시집에 있어서
나오기 힘들단다. 하는수없이 택시타고 순이 냉면집 들러 냉면 두그룻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왜 벌써 왔어?>

<그냥 아닌거 같아서 빨리 일어났지.>

<왜 별루였어? >

<어, 키도 작고, 그리고 일본가서 살 계획이래, 절대 중국에서는 안 살거래.>

<일본가서 사는것도 괜찮지, 모두 살기 좋으니 갔다가 안 오잖아.>

<에이, 난 그래도 내 조국이 좋아.ㅋㅋ>

<지랄, 나갔으면 밥이래도 얻어먹구 오지, 냉면은 왜 두개씩이나 사들고 와?>

<나 하나,, 하나는 엄마랑 아부지 두분이서 드셔~>


엄마 눈을 흘기면서 냉면을 받아 그릇에 옮겨 담으시고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놓으신다.

아버지는 그찮아도 저녁을 일찍 드셔서 배가 허전했는데 잘됐다면서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한참뒤 엄마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들어오더니 싱글 벙글 하신다.


<왜, 무슨 좋은일 있어? 누구 전화인데...?>

<아니, 오늘 맞선 본 그 남자 니가 완전 맘에 들었나봐,,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데...>

<뭐?>


먹던 냉면에 사레가 걸려 난 한참을 켁켁 거렸다.


<나 아닌거 같다고 분명히 거절했어, 왜 그래 그 사람, 아~ 나 참.>

<야, 어지간하면 한번 더 만나봐, 니 나이 먹구 너 좋다는 사람 있을때 퍼뜩 잡아야지~>

<엄마!, 나 이나이 먹도록 시집 안간게 겨우 아무나 나 좋다는 사람 만나 결혼할려구 안간건줄
알아? 아무리 나이 먹어도 아무하고나 어떻게 결혼해...>

<얘, 얘, 침 튕긴다. 남자 인물체격 하나두 소용 없다. 마주앉아 밥 같이 먹을수 있으면
되는거야, 일본서 오래 살았으면 생각도 발전했을수 있구...또...>

<잠간만, 이번에 내가 맞선 보기로 했던 사람들 아직 4명 남았잖어? 다 보고 그중에서 한명
골라서 내가 결정할게, 그니깐 일단 오늘 이 남자는 보류, 오케이?>

<뒤에 네명 다 별루면 어떡해? >

<사진으로 봤을때 인물들은 다 오늘 이 남자보다는 잘 생겼더구먼~>

<그나이에 넌 어떻게 아직도 인물보니? 인물 잘 생긴 놈들은 다 인물값 한다고 수수한게 데리
고 살기엔 더 좋을수도 있어. 너희 아버지 봐라...>

<아이구, 엄마 좀, 그만해, 또 그 옛날 아버지 왕년에 여자들한테 인기 많았단 소리, 이젠 지겨워, 내가 어떡하던 올해안으로 시집 갈테니깐 좀 그만 하이소 최여사, 네?>

<가시나, 입만 살아서는. 두고보자, 올해 시집못가면 내년부터 설에도 집에 오지 마라~>

<안오면 나야 좋지, 여행이나 가고, 두분이 적적할가봐 그러지~ ㅋㅋ>


나랑 엄마랑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아버지는 벌써 그릇을 비우시고 거실에 나가 텔레비를 보신다. 한겨울이지만 뜨끈뜨끈한 온돌 아파트에서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의 조화는 그야말로 딱이다. 배가 부르고 집이 더우니 벌써 온몸이 노곤하여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월이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는 꿈을 꾸며 희미하게 웃으면서...

추천 (3) 선물 (0명)
IP: ♡.239.♡.218
작은도둑 (♡.166.♡.14) - 2017/05/27 12:47:51

재미있어요.[ 나 이나이 먹도록 시집 안간게 겨우 아무나 나 좋다는 사람 만나 결혼할려구 안간건줄
알아? 아무리 나이 먹어도 아무하고나 어떻게 결혼해..] 나는 이게 좋네요.


맞선을 보면 보통 상대방의 기준에 귀를 기울인다기보다 내 요구조건을 내세워 상대방이 맞추길 원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것 같애요. 이해는 되지만 접수는 아직...

짜리몽 (♡.239.♡.218) - 2017/05/27 15:49:32

작은 도둑님 글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요.
재미삼아 쓰고 잇는 글인데 좋게 봐줘서 고마워요요~

스텐레스 (♡.4.♡.131) - 2017/06/02 14:24:45

나도 비슷한 처지여서 더 끌리네요 ㅎㅎㅎ
잘 봤습니다^^

준호 (♡.236.♡.171) - 2017/06/21 13:59:58

재미잇게 보구갑니다.
수고하셧써요,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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