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6화)

박가마 | 2018.04.15 10:46:48 댓글: 7 조회: 3638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599617
아정:게심가?
지헌:웬일?아줌마가 먼저 연락을 다하고

그렇다. 여태 아정이가 먼저 문자 보낸적 없엇다. 지헌이가 항상 먼저 문안하고 관심햇을뿐이다.

아정:좀 어려운거 부탁하려고 그럼다
지헌:들어보기쇼. 내 도와줄수 잇는가

아정:지금 손에 번역해야할 서류잇는데. 저녁 7시까지 보내야 뎀다. 모두 20페지인데. 제가 15페지까지 번역햇는데. 지금 애기 40도까지 열나서 병원 가봐야뎀다. ㅠㅠ. 애기아빠는 전화안받고. 지금 애델구 병원갓다오면 3시정도 돼야 올것같은데. 4시간사이에 5페지 번역하기 힘들것 같아서. 혹시 도와줄수 잇슴가?
지헌:서류 보내쇼
아정:이거 비밀임다. 외부에 유출하면 안뎀다
지헌:알겟습니다.

아정은 다급히 서류를 지헌이에게 전송하엿다.
시름놓이지 않앗지만,아정에게는 방법없는 방법이엇다. 남편은 회의중의라고 말이 끝나기도전에 잔화을 끊어버리고,회사동료들은 오래 연락을 하지 않앗는데 갑자기 연락해서 부탁하면 입장이 이상해질것 같고. 젤 나중에 지헌이가 떠올랏던것이다. 다 번역해줄거라 바라지 않앗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앗다.

소아과는 항상 그랫듯이 사람으로 붐비엇다. 두시간 기다리고 의사가 진찰하더니. 해열제 처방해주면서 지켜보다가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상태가 안좋으면 다시 오란다.

집에 도착하니 때는 4시. 간신히 애들을 재우고 컴퓨터앞에 앉앗다. 마침 이때

지헌:자리에 잇슴둥?
아정:에. 금방 왓슴다.
지헌:서류 보낼테니 쓸만한지 보쇼
아정:쓸만한지 아닌지 떠나서. 너무 고맙슴다.
지헌:나두 지금 백수이구 할일두 없은데머,도움이 되엇으면 좋겟슴다. 내가 번역한건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아줌마 번역한중에서 내가 고친부분을 빨강색으로 표기햇슴다

아정은 아예 희망을 걸지 않고 지헌이가 보낸 서류를 열어보앗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다. 글자체나 글자사이 간격은 물론이고 번역한것이 아주 프로수준이다. 내가 부랴부랴 번역하여 틀리게 번역하거나 오타도 수정해주 고. 짧은 시간에 이렇게 완벽하게 번역할수가 잇다니. 정체가 뭐지.

아정:이재 한번 봣는데. 너무 잘하셔서 제가 손댈 필요가 없슴다. 정말 너무 고맙슴다.
지헌:그렇슴가? 다행임다 ㅋㅋ 금 머 고맙다구 말로만 함가? 성의 표시해야지

아정:이제 번역비용이 나오면 반반하기쇼
지헌:ㅋㅋ 그런뚯은 아님다. 이제,나중에 기회가 되다면 밥사주쇼.

아정:ㅋㅋ 그런 날 올것 같지 않는데. 우리가 이 생에 만날수나 잇겟슴가
지헌:하늘의 뜻 봐야겟지요 ㅋㅋ 만나게 된다면 꼭 사주쇼
아정:에. 알앗슴다. 약속.

말은 이렇지만,아정은 그냥 해본소리다. 만나고싶은 생각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고. 만나서도 안된다

아정:님은 앞으로 무슨 계획임가? 쭉 이렇게 놀고만 잇으면 안되잼가
지헌:에. 안그래도 전에 부동산 처분하고 한국이나 외지갈 생각임다. 연길은 더이상 못잇겟슴다

아정:에. 빨리 정신차리고 새시작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놀고 먹기만 하갯슴가. 빨리 돈벌구 새시작해야 더 좋은 여자 만날게 아님가
지헌:ㅋㅋ 돈 없으무 좋은 여자 못만남가

아정:그건 아니지만. 지금 세월에 돈없으무 정말 안뎀다. 특히 님 나이에 여자 만나 령부터 시작하갯슴가?10대 20대면 같이 분투해서 나중에 호강한다치고. 거의 40대 되는데,50-60살가서 여자르 호강시켜주갯슴가?

가슴을 콕콕 찔러준다. 잔인하게 느껴오지만 너무 현실적인 마디마디. 역시나 생각하던대로 똑부러진 아줌마다. 이런 좋은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다니,또 한번 낯모르는 이 여자가 욕심이 낫다.
그녀가 나한테 온다면,정성을 다 바칠건데.
그녀가 나한테 온다면 눈물 한번 흘리지 않게 할건데.
그녀가 나한테 오면......
하지만 그녀는 이혼을 안할것이며 더우기 나를 상대짝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것이다.

아정:님은 어떤 여자를 원함가?
지헌:음. 똑똑하구 자기역할에 충실히 하는 사람이엇으면 좋겟슴다. 애잇어두 상관없슴다. 제 아이처럼 키울수 잇을것 같슴다. 대신 제 애는 낳지 않을검다. 그러면 아무래도 내새끼 더 들여다볼것 같아서.

아정:말이 그래도 다른 사람애 키우기 쉽지 않슴다. 얘네들 내 새끼라도 어떨때는 빡 도는데.
지헌:그래도 선택햇으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겟금 최선을 다하고. 이 선택으로 하여금 그 누구도 상처받는 일 없어야 하지 않겟슴가. 어른이든. 애들이든.

지헌은 지금 감정을 그대로 적어본다.
아정을 이름짚어 얘기하지 않앗지만,상대를 아정이라 가설하고 한 말이다

하지만,아정이는 이를 눈치채지 못햇다.
그냥 이 남자가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스쳐지낫다.
하지만 더이상 깊게 생각하기 싫엇다.

그들은 그렇게 매일 짤막하게 채팅하면서 서로를 알아갓고 서로에게 힘이 되엇다. 아정은 지헌의 문안이 습관되엇고 힘들면 남편보다 지헌이가 더 먼저 생각낫다.
서로에 대한 욕심은 맘속깊이 간직하고.

어느날 늦은 아침. 컴퓨터를 켜보니. 지헌의 큐큐가 반짝인다.

지헌:잘 잣어요? 이젠 그대와 만난지 3개월 지나감다. 덕분에 맘의 상처가 치유되엇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생각하게 되엇슴다. 마침 부동산도 처분 되엇고. 한국으로 떠납니다. 하루빨리 이 상처많은 곳을 떠나기위해 어제 부동산 처분되자마자 내일 티켓 삿슴다. 한국가서 새출발하자면 채팅도 자주 못할것 같슴다.아줌마는 제가 없어도 늘 그래왓듯히 강하게 꿋꿋하게 잘 살거지에. 그럴거라고 믿슴다. 아줌마. 화이팅!

아정은 사랑이 떠나가는듯이 가슴이 아파왓다. 여태껏 몰랏던 지헌의 자리가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엿다는것을 오늘에야 느꼇다.

아정:잘가요~

할말이 많앗지만. 아정은 모든 감정을 담아 세글자로 간축해서 보냇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렷다. 첫사랑을 떠나보내는것이 이런건가. 남편의 음란한 문자 발견햇을때도 이처럼 가슴이 아프지 않앗던것 같다.

아정이는 다시한번 속으로 웨쳐본다

(잘가요,내 사랑)

<내일 계속>
추천 (4) 선물 (0명)
IP: ♡.192.♡.13
그대라는이유 (♡.242.♡.240) - 2018/04/16 10:31:36

그 허전함…
한참동안 힘들었을것 같아요~^^

박가마 (♡.194.♡.220) - 2018/04/16 13:34:59

힘들때 내미는 손이 힘이 대단하지요

hamburger (♡.22.♡.50) - 2018/04/16 12:25:30

아주 셈세하게 잘 썼네여 ~~^

박가마 (♡.194.♡.220) - 2018/04/16 13:35:17

잘 보셧다니 저도 기쁨다^^

bhb525 (♡.214.♡.107) - 2018/04/29 22:26:48

잘보고갑니다

xingfu9796 (♡.39.♡.94) - 2018/05/02 20:44:50

ㅉㅉ~그럼 아쉽게 만나보지도 않구 갈라지는거는 아니겠지...

믿음소망과사랑 (♡.233.♡.237) - 2018/05/12 20:38:04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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