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붕이는 천진에 있는 나한테 여러번 놀러 온적이 있다. 이유는 당연히 일부러 날 보러 온건 아니다. 누구 소개로 천진의 모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여자를 꼬시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천진으로 왔다. 그 여자한텐 연락도 안하고…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면 놀래울 가봐 나한테 찾아와서 하루종일 애를 먹이곤 저녁에 그 여자 만나러 가군 했다. 어떤 때는 그 여자가 저녁에 일이 있다고 하는 바람에 천진에 왔단 얘기도 못하고 밤늦게까지 기다리다가 막차까지 놓치고… 호텔에서 하루밤 자고 이튿날 아침 일찍 북경으로 출근하러 가곤 했다. 열번 오면 두번 정도 만나면 잘 만나는 거였다. 엉뚱한건 하나도 변한게 없는 친구였다.
그 바람에 피해를 입는건 나뿐이였다.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같이 나가 놀자고 잡아끌고 밤늦게까지 집에 못 가게 하고 만나면 그 여자 얘기뿐… 그 여자가 했던 얘기들 행동들을 사사건건 늘어놓고 분석해 달라고… 아주 미칠 지경이였다. 심지어 그 여자가 좋아하는 쿠키를 예약해 뒀는데 자긴 일이 있어서 빵가게 문닫기 전에 천진에 못 도착할거 같다고 나한테 심부름까지 시켰다. 투덜투덜 대면서 빵가게 가는 길에 또 비까지 구질구질 내린다. 택시도 안 잡힌다. 붕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붕이: 야~ 비 온다. 우산 있니?
나: 없다.
붕이: 쿠키 젖히지 말라 오~ 그거 젖히면 안돼.
나: 이런 나쁜놈 새끼. 지금 쿠키가 중요하냐? 난 비 다 맞았다.
붕이: 헤헤~ 너밖에 없다. 후에 갚아줄게~
쿠키를 안 젖히겠다고 감싸고 질척이는 길을 밟으며 난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모를 지경이였다. 연애는 누가 하고 고생은 누가 하는지. 내가 왜 이런 엉뚱한 심부름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그날 저녁, 붕이는 열한시까지 기다려서야 그 여자를 잠간 만날수 있었다. 그러나 오분도 채 얘기 못하고 쿠키만 건네고 나왔다. 그 여자가 잘 시간이란다. 돌아온 붕이는 풀이 죽어있었다. 아무래도 희망이 없는것 같단다. 그런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난 입을 열었다.
나: 너 그날 왜 안왔어?
붕이: 무슨 소리야?
나: 우리 같이 옥연담 가서 꽃구경 가기로 했잖아.
붕이: 아~ 그날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붕이가 말끝을 흐린다.
나: 너 일부러 그런거지? 정이가 널 좋아하고 있었다는걸 알고 있었지?
붕이: 아니. 몰랐어. 아주 후에야 알았어 그건. 정이는 넘 조용해서 나랑도 말을 섞은적이 별로 없고… 그런 생각이 있는 줄 몰랐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붕이 눈빛이 약간은 복잡해 보인다.
나: 니가 갔더라면 모든 상황이 달라졌을 거야 아마도. 너도 정이도 민이도… 인생이 바뀌였을 수도…
붕이: 후~ 글쎄 과연 그럴가?
나: 후회 안해?
붕이: 지금 후회고 머고 할게 있니? 우리 사인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는데. 앞을 보고 내달려야지 머. 둘이 계속 잘되길 바란다 전해줘.
그후로 붕이는 다신 천진에 오지 않았다. 아마 그 여자랑은 정리된듯 싶었다. 붕이는 지금도 싱글이다. 연구생 시험을 세번이나 쳐서 합격하고 졸업후 서장의 모 현으로 갔다. 아마 정치 인생을 걸을 작정인가 보다. 먼 훗날, 중앙위원이 될지도 모르는 친구이다. 그만큼 실력만은 뛰여난 친구다.
올해는 우리가 대학 입학 10주년이다. 동창모임을 가지자고 모두들 난리법석이다. 하반년에는 아마도 조직될것 같다. 6년 사이 모두들 변화가 큰것 같다. 젤 잘 나가는 친구들을 예로 들자면 미국 대통령 경선의 막후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친구, hengda의 이사회 임원으로 있는 친구, 중국은행 동사회 비서, 모두들 잘 나가고 있는것 같다. 아마도 내가 젤 못 나가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반급 수준을 아래로 끌어당겨서 미안…
그러나 난 나만의 방식으로 초연하게 살아갈련다. 나는 내가 멀 하고있는 지는 알고 있다. 외계의 평판따윈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살고있는 삶에 충실하기만 하면 후회없는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입학 10주년 동창만회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치련다.
이때까지 열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그리고 저의 학교에 대해서 궁금했던 분들이 계신데 제가 글을 마감하면서 공개하겠다고 했었죠? 저의 학교는 미명호가 자리잡고 있는 학교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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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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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 봤습니다....
철없이 헤매던 학교시절, 어언 20년 넘게 지났어요...
지금도 가끔 동창들과 만나지만
머리가 희고 늙은 거외에는 변함이 없네요...
쭉 행복하시길....
언제나 제 미숙한 글을 읽어주시고 여러모로 응원해 주시는 화룡투도님, 감사합니다 ^^ 님도 행복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시절 즐감했어요.
고마워요. 좀 지나 다른 유형의 글을 써볼가 합니다.
북경대 재녀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엇습니다
재녀는 아니구요. 멋대로 사는 일인입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