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인연(1)

카풋치노 | 2017.05.05 17:13:48 댓글: 10 조회: 3856 추천: 8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55401
세상은 항상 비온뒤 맑음이다.

온저녁 비가 와서인지 오늘은 청명한 하늘을 볼수있었다.
기분좋은 하루가 될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이어폰을 걸고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취해 흥얼흥얼 회사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걸어가던 노인네가 갑자기 쓰러졌다.
어… 달려가려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요즘 세상에 쓰러진 노인을 부축혔다가 오히려 고소를 당하는 일들이 수두룩한지라 사실 겁이 났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일단 노인을 도와야겟다는 생각이 앞서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거의 다가가는데 갑자기 앞에서 웬 남자가 먼저 노인을 부축히고 있었다.
음,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이 멸종된거 아니였어.
괜히 고소당할가봐 멈칫햇던 자신이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노인을 부축이던 남자는 노인와 무슨 얘기를 주고받다가 천천히 노인을 모시고 부근의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힌 뒤 자리를 떠났다.

검정색 노트북가방을 메고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멋져보였다.
뒷모습을 보느라니 점점 더 예뻐보인다,그건 아마도 오늘의 하늘이 유난히 맑았기때문일것이다.
그렇게 멋진 뒷모습을 한 남자는 사라지고 나도 기분좋은 마음으로 출근길을 서둘렀다.

아침의 기분좋은 마음이 너무 들떠서였는지 회사에서는 별다른 좋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고
여전히 고리타분한 하루를 보냈다.

저녁 퇴근길에 전철에 들어서는데 익숙한 검정색 노트북가방을 멘 뒷모습이 눈에 띄였다.
전철카드를 긁고 전철안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나랑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눈길이 자꾸 간다.
나도모르게 스토커마냥 모르는 남자의 뒤를 따라가고있었다.

요즘 모든 젊은이는 물론이고 어린아이에서 노인들까지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져있다.
전철을 타는 동안 사람들은 핸드폰만 꾸준히 들여다본다. 그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푹 숙이고 핸드폰만 보고있었다.
뒷편에 서서 앞모습은 보이지않았으나 무엇을 보고있는지 무척 열심히 쳐다본다.
멋적어서 나도 핸드폰에 저장해둔 소설을 열심히 읽는척하였다.
처음에는 글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않았으나 점점 시간이 지나 나도 수많은 사람들틈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였고 드디여 정착지에 도착해서까지 별다른 일없이 전철을 내렸다.
심지어 내가 뒷쫓던 뒷모습도 깜빡 잊은채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버렸고 그뒤로 몇일동안도 출퇴근길에 같은방향으로 가는 그남자가 눈에 자주 띄군하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시간이 비슷하고 같은 교통수단을 통해 다니다보니 종종 그런일이 생기는것이라고 생각했다.기존에도 출퇴근길에 종종 눈에 띄는 사람들이 보인적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같은 시간대에 같은길을 걸다보면 마주편에 혹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모습들이 하루이틀 지나면 익숙해진다.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말한번 꺼낸적없고 아는척 한번 해본적도 없지만 분명히 그런사람들을 아주 오래동안 마주치게 된다.
그남자도 그런이들에 속하는것일뿐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얼마뒤 그일만 아니였어도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이였을뿐인데말이다.

비가 많이 내리던날.
비로 인해서 지구에는 신선한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이 되면서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허나 그날 내린 비는 너무 많이 오고있었다.폭우가 아닐뿐이지 끊이지않고 하루종일 내리고 있었다.
전철을 내려 우산을 쓰고 버스정류장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앞에서 힘들게 우산을 펴고 있는 그남자가 보였다.같은역에서 내리는걸 본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웬일이지…우산이 고장났는지 오래동안 힘들게 낑낑거리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옷은 젖어있었고 애타게 우산을 펼려고 하는 모습이 안스러워보였다.
나는 우산을 들고 그의 옆을 스쳐지나가다 다시 뒤돌아서 그사람 머리위에 우산을 씌워주었다.
어디에서 생겨난 용기였을가,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아니고 낯가림이 심한편이다.근데 무슨 용기가 생겨서 모르는 사람한테 우산을 씌워줄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고,고마워요.>
목소리가 조금 떨려보였으나 아나운서들이 말하는것처럼 중저음의 목소리를 한 그는 얼굴도 호감형이였다.
쌍거플이 없는데 눈이 크고 착하게 생겼다.우산을 펼려고 굽혔던 허리를 쭉 펴고 서니 키가 컸다.
나는 손을 번쩍 들어 우산을 높이 쳐들었다.처음으로 이렇게 가깝게 얼굴을 쳐다보니 괜히 민망해서 저도몰래 얼굴이 붉어졌다.
<우산이 하나 더 있으니 이거 하고 가세요.>
나는 그의 손에 우산을 넘기고 재빨리 빗속을 뛰쳐나갔다.
웬일,내가 이런 짓을 다 하고 다니다니,짜증나게 내리는 빗땜에 머리가 어떻게 돌았었나보다.
누가 날 알아볼가바 부끄러웠다.다행이 모두들 우산을 쓰고 자기앞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아무도 옆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신경을 쓰는이는 없었다.

전철옆 매점들중에 우산을 대여해주는데가 있어서 그곳으로 뛰여갔다.

<아가씨~~~>

몇번 부르는거 같았지만 나는 뒤돌아보지않고 정신없이 우산 대여점을 향해 달려갔다.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작게 들려왔다.순식간에 한 행동이 민망스러워서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우산을 대여하고 다시 나왔을때 그곳에 그남자는 이미 없었다.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모습은 보이지않았다.
빨리도 갔네…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 웬지 실감나지않았다.그리고 자신이 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무엇에 홀려서 모르는 남자한테 우산을 빌려줄 생각을 다 했을가…

다음날 나는 퇴근길에서 우산을 들고 서있는 그사람을 보았다.
<어제 고마웠어요> 나를 보더니 살짝 미소를 띄우며 우산을 건녀주었다.
<아,네.> 나는 재빨리 우산을 받고 고개도 들지못한채 대답했다.
<저기,이거 받아요.> 내가 좋아하는 믹스커피다.
<아,아니에요…> 얼굴이 붉어진다. 워낙 잘모르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 얼굴이 붉어지는편이다.
인간관계를 잘 못하는 사람이고 대처할 방법을 잘 모른다. 그런 나는 성격상 사람을 잘 친하지못한다.
<받으세요, 어제일 고마웠어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건네는데 거절할수가 없었다.
따뜻한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어 웃음짓고있는 얼굴에 광채가 돈다.
커피를 들고 한참 멍하니 그의 멋진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소은씨 맞죠? > 엥? 내 이름을 부른다.
나를 아는 사람? 나도 아는 사람이던가?
갑자기 그의 입에서 나의 이름이 흘러나와서 깜짝 놀랐다.

<죄송해요,저 지훈이 사촌형입니다.>



...
오랜만에 다시 그이름을 듣고 나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몸이 휘청거렸다.



선우의 뒷이야기-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날,귀에 이어폰을 하고 손에 커피를 든 그녀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뒤로 몇일후 주의해서 봤더니 출퇴근길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그녀의 모습이 종종 선우의 눈에 띄곤했다.
몇번 아는척 하고 다가가보려다 실례가 되는것같기도 하고 용기가 나지않아 모르척했다.
전철안 같은 공간에서 본적도 있었다. 잘못 보았는지 그녀의 시선이 선우한테 쏠리는거같았지만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다.웬지 아는척을 하면 그녀가 어떤 태도로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면서도 무서웠던것이다.

지훈이의 장례식에서 검정색 정장차림으로 긴머리를 뒤로 묶고 조용이 나타났다 사라졌던 여자였다.
슬픔에 찬 눈빛을 했던 그녀는 울음바다가 됐던 친구들 틈에서 입을 꼭 담은채 눈물 한방울 보이지않고 묵묵히 서있었었다.한마디 말도 없이 눈물 한방울없이 지독하게 한자리에 서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렇게 지훈이의 사진만 쳐다보던 여자라 인상이 깊었었다.후에 지훈이의 친구들을 통해 그녀가 지훈이의 여자친구 이소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삼년넘게 사귄 사이라고 했는데 식구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왜 지훈이는 그녀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을가 궁금했었다.들은바로는 그둘의 사이는 너무 좋아보였고 지훈이가 더 많이 좋아하고 신경을 많이쓰고 결혼까지 할 여자라고 지훈이가 항상 얘기하고 다녔었다고 한다.이상하게도 지훈이는 식구들한테는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리지않았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다가오던날,
선우는 삼촌집에 가려구 전철에서 내렸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산을 펴려는데 아무리 당겨도 우산이 펴지지않았다.갑자기 머리위에 우산이 씌여져서 고개를 들어보았더니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그리고 그녀는 그의 손에 우산을 손에 쥐여주고 가버렸다.뒷모습을 향해 불러보았는데 그녀는 뒤돌아보지않은채 한 가계로 들어가버렸다.
때마침 택시가 오고있어서 택시가 잘 안잡히던 곳이라 잡아탔다.모르는 사람한테 우산을 빌려주는 그녀의 선한 행동이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아는체를 못하고 그냥 가버려서 미안하고 아쉬웠다.

그다음날 선우는 그녀가 항상 지나가던 출근길에서 커피를 사들고 기다렸다.
추천 (8) 선물 (0명)
IP: ♡.246.♡.150
싼쌰인 (♡.236.♡.153) - 2017/05/05 21:16:34

단숨에 잘 봤습니다 ~ㅎㅎ
스토리 전개가 재미있을거 같네요~.~
다음집 기대하겠습니다.

카풋치노 (♡.239.♡.129) - 2017/05/06 19:34:50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을 실어 잘 써볼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행운잎사귀 (♡.4.♡.66) - 2017/05/06 12:37:50

점심먹구 한창 졸리던참에 재밋는글 잘 봣습니다, 다음집 기대됩니다,

카풋치노 (♡.239.♡.129) - 2017/05/06 19:36:10

일상에 조금이나마 흥미가 되는 글이 되여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다음집도 실망을 드리지않았으면 좋겠네요 ㅎㅎ

heanzu (♡.104.♡.10) - 2017/05/06 14:37:13

보면서 저도 몰래 미소 지었나 봅니다.남편이 툭 치면서 멀그리 웃으면서 보냐고 하네요.잘봤습니다^^

카풋치노 (♡.239.♡.129) - 2017/05/06 19:38:22

저도 외톨이 잘 보았습니다.
다음집 기다리는중입니다.제가 요즘 좋아하게된 장르랑 비슷한데,언제쯤 다음집 나오나요 ? ㅎㅎ

다노시 (♡.214.♡.76) - 2017/05/08 21:14:23

잘보앗습니다

카풋치노 (♡.85.♡.131) - 2017/05/29 22:00:21

감사합니다.뒤편들도 계속 보고계시는지요?ㅎㅎ

다노시 (♡.214.♡.101) - 2017/05/29 22:20:24

ㅋㅋ 챙겨볼게요

카풋치노 (♡.85.♡.131) - 2017/05/29 22:28:24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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