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합시다. <3>

짜리몽 | 2017.05.30 23:24:27 댓글: 4 조회: 3606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77497

시집 못간 여자의 서러움이란거 이런걸가?

겉으론 강한척 마주앉은 차준혁이란 남자를 쏘아 보고 있었으나 더이상 조금만 건드리면 당장 눈물이 나올것만 같이 마음은 한없이 서글퍼졌다.


<도와주세요, 그쪽 도움이 필요해요. >

<차라리 유흥업소 아가씨 찾아 도와달라고 하세요. 그게 빠를거 같네요.>


<
아무나 찾아 결혼할수 없잖아요~>


<
, 저도 아무나 찾아 결혼이란걸 못해요, 그쪽이 나한텐 아무나거등요.>


<
아버지가 간암 말기예요, 돌아가시기전에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구요.>


<
그럼 그날 맞선자리에선 사람 앞에 두고 아무 얘기도 안하고 먼저 뛰쳐 나가신거예요 ? 결혼이 그정도로 급한 사람이 그날은 그러고 가고, 오늘은 아닌밤중에 홍두깨 내미는것도 아니고…>


<
사귀던 여자가 있엇어요, 결혼까지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외국으로 떠난다고 해서,,, 그날이 바로 떠나는 날이였어요.>


<
그래서 지금 나보고 여자 대신 댁과 결혼을 해달라는건가요?>


<
여자친구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
!, 이런 또라이가 있어~>


<
제발, 도와주세요. 길어야 반년이예요, 반년만 저희 부부로…>


<
차라리 주고 다른데서 사람 구해보세요. 내가 뭐가 부족해서 사랑없는 결혼, 그것도 누구 대타로 살아야 ? 미친거 아니야? 재수없어!>

곧바로 문을 차고 나가 친구들 노는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서 까여져 있는 맥주 캔을 들어 승호의 낯에 끼얹고 나왔다.




<
, 뭐야!>



승호가
얼굴을 손으로 닦으며 언성을 높여 말했고, 친구들도 일제히 우리에게로 눈길을 돌리고, 노래하던 희진이도 부랴부랴 볼륨을 5초간 노래방엔 정적이 흘렀다. 뒤에 뒤따라 들어온 차춘혁이 정적을 깼다.


두사람을 번갈아 벌레보듯 보고 다시 방을 빠져 길에 나와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앉자마자 웬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부터 흘렀다.

택시 기사가 힐끔 거리거나 말거나 나오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여자가 나이에 시집을 못가면 이런 꼴도 당할수가 있는거구나, 진짜 더러워서~

거의 집에 도착해서야 마음을 가다듬었고, 아무렇지 않은척 곧바로 방에 들어가 취한척 침대에 머리를 틀어박고 자는척했다.



< 얼마나 마셨어? 꿀물 타줄가?>



엄마가 드라마를 보시다 따라 들어와 상태를 살핀다.

아무 대꾸도 안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니, 전등을 끄시고 나가신다.





이튿날,

퉁퉁 부은 눈을 보시고 엄마가 기겁을 한다.




< 눈이 그래? 울었어?>


<
울긴 울어, 어제 짠거 많이 먹었더니 부었나봐.>


<
어머, 오후에 하나 봐야 되는데 어떡하니?>


<
걱정마, 방법이 있어~>




냉동실에 숟가락 2개를 넣었다가 차가워진 숟가락 두개를 한참 눈에 가져다 됐다.

여러번 반복하니 그나마 눈에 붓기가 많이 빠졌다.



<엄마, 시집 안가고 그냥 이렇게 엄마랑 아부지랑 같이 사는건 어때? 가야 필요는 없지 않잖어?>


<
, 쓸데없는 소리 한다. 사람으로 태여났으면 남들 하는건 한번씩 해봐야지~>


<
돌구돌아 똑같은 인생인데 굳이 다르게 한번 살아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말고 밥이나 먹어, 이혼하더라도 시집가서 애도 낳아봐야지.>


<
애는 굳이 시집 안가도 낳을수 있어, 요즘 과학이 발달해서, 인공수정…>



찌릿 째려보는 엄마의 눈길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콩나물국에 말아 한숟갈 입으로 넣었다. 어제 내가 많이 마신줄 알고 아침에 일부러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이셨나보다.



<엄마, 사랑없이 결혼하는건 어떻게 생각해?>


<
결혼해서 사랑하면 되지, 옛날엔 거의 집안에서 정해진 곳으로 시집가도 모두 잘만 살더라. >


<
그건 옛날이고, 지금 말이야, 만약에 엄마 딸이 사랑없이 결혼하면 어떻게 생각해?>


<
누가 너보고 사랑없이 결혼하라니? 만나서 괜찮으면 여러번 만나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사랑하면서 연애하다가 결혼하라는거지다른건 몰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해야지, 아니면 마음 고생만 하는겨~>


<
그렇지,, 나도 그렇다고 ~,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2년만 시간을 주면 어떨가? 맞선은 나하고 진짜 맞는거 같아,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 필이 오는 사람 있으면 만나서 연애도 하고 하면서…>


<
이번에 맞선 사람들중에서 하나 골라 결혼했다고 약속했어~>


<
사랑 없는 결혼 하지 말라면서…>


<
그중에서 하나 잡아서 사랑하고 결혼하란 말이야남자를 잡는것도 능력이야~>


<
그런 능력 없어,, 그니깐. 이젠 그만하자, ?>

<으이구 등신, 빨리 집으로 ! 꼴보기 싫어.>




엄마는 그릇들을 쟁그랑 탁탁하면서 설걷이를 하신다.

항상 마음에 내키지 않으시거나 심란할때면 엄마는 탕탕 소리내면서 설겆이를 하면서 화를 푸신다. 엄마 특유의 화푸는 방법이다.



나는 예정보다 일찍 고향을 떠나 내가 사는 T시로 날아왔다.

연휴기간이였지만 운영하는 까페는 예상외로 손님이 많았다.

점장한테서 받은 하루 매출 보고서를 점검하는데 승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동안 무시하고 받지 않다가 오늘은 자초지종을 알아나 보려고 버튼을 눌러 받았다.

<, 받네 전화, , 강지수 어디야?>


<T
, ?>


<
벌써 갔어? 전화 받지>


<
할말이 있는데?>

<, 차준혁 , 괜찮은 얘야!, 그날 너무 막무가내로 걔가 밀어붙여 미안하긴 한데, 진짜 남자로서 괜찮거등.>

<괜찮긴 뭐가 괜찮어? 인물, 재력? 그까짓건 나도 있어. 니눈엔 내가 그렇게 아무나 만나도 괜찮다고 보이니? 너한테 언제 남자 소개시켜달라 했니? 내가 시집못가서 환장한거로 보이니?>


<
아니, 그게 아니고그날은 걔도 마시고, 마음이 급해서 그런건데…>


<
늬들 남자들은 술이 면죄부니? 다시 전화하지마, 다신 보기 싫으니깐.>


<
, 강지수, 잠간만 얘기 들어봐~>


<
이상 들을 얘기 없어, 그니깐 꺼져!>




승호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단걸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서 그날 내가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기에 승호한테도 모진말을 거침없이 뱉었다.



일상은 채바퀴처럼 매일 똑같이 흘러가고 나는 5호점 개업계획을 준비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을 무렵 엄마가 위급하다는 아버지의 전화 한통에 부랴부랴 고향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뇌출혈로 쓸어져 수술을 했고 후유증이 있을지 없을지는 경과를 지켜봐야 된다고 하셨다. 다행이 수술은 되였고 정신도 회복이 많이 되셨지만 오른쪽 팔다리를 쓰는데 아직도 불편해 회복치료를 받아야 했다. 젊어서 엄마 속을 무지 태우시던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극진히 엄마 병간호를 했다. 밤낮 병간호에 힘들기도 하겟지만, 낮에 잠간 집으로 갈아 입으러 갔다 오는 시간 외에는 거의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틈틈히 다리를 안마 해주신다. 덕에 엄마는 날이 갈수록 많이 호전되였다. 엄마 친구 연분 아지미의 흉부외과 의사 아들 덕에 병실로 1인실로 특별히 배정받아 병원 생활이 그나마 불편이 없이 지냈다.



입원 일주일 되던 아침 집에서 죽을 끓여 병원에 들어서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였다. 차준혁이였다. 아버지가 간암말기라던 얘기가 얼핏 뇌리를 스쳤다.

다급하게 뛰여가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 병세가 위중해졌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다시 보고싶지도 않고, 다시 보면 엄청 미웠을거라 생각했는데, 동병상련의 상태에서 보니 웬지 조금이 상황이 이해가 가는거 같았다. 엄마가 수술 받고 제일 처음으로 나한테 얘기가 엄마 잘못 되기전에 빨리 내가 짝을 찾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였다. 당시엔 진짜 아무라도 잡아 결혼해서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였다. 만약에 차준혁이도 그때 나와 똑같은 상황이였다면



햇살이
따뜻한 오후에 아버지와 같이 엄마를 부축하여 병원 화단가에서 산책을 하다가 병원 벤치에 머리 숙이고 앉아있는 차준혁을 한번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기 전에 돌아서려고 하던 찰나 머리를 들고 일어서는 차준혁이 나를 발견했다.




<강지수 ?>




못들은척 몸을 돌리는데 엄마가 팔을 붙잡은 손으로 쥐면서 잡아 당긴다.




< 부르는거 같은데…>

<모르는 사람이야, 빨리 ~>




서둘러
돌아서려는 나의 의지와 달리 엄마는 꿋꿋이 버텨 희미한 미소를 띄며 말한다.



<우리 지수와 아는 사이인가부네, 뉘신지?>


<
, 저는 차준혁이라고 합니다, 전에 지수씨와 맞선을 봤던…>


<
,, 그러고보니 사진에서 본거 같네~>


<
, 근데 어머님 어디 편찮으신지…>


<
중풍 맞았네, 팔다리가 아직 성치 않아서 그렇지 거의 낳았네~>

<, …>

<둘이 그럼 얘기 나누오, 우린 먼저 들어가 보겠네.>


엄마는 극구 나를 앞으로 당겨 놓고 아빠와 같이 천천히 뒤돌아 걸어가신다.

마지못해 차준혁과 단둘이 마주한채 어색한 기분으로 벤치에 먼저 걸터 앉았다.



<아버지 세포가 다른데로 전이가 됐대요, 오늘 한번 지옥을 갔다 왔네요.>



차준혁이 거리를 두고 앉으면서 먼저 한마디를 한다.



<결혼할 상대 아직 찾으신건가요?>


<
쉽지가 않더라구요, 상대 여자분한테 상처가 될수도 있겟다 싶어서 포기했어요. >


<
상처라, 이익이 오고가는 거래가 아닌 이상, 사랑없이 결혼한다는건 여자한테 상처이긴 하죠, 남자는 본능에 충실하고 여자는 감성에 충실하니깐.>


<
그날은제가 미안했어요...>





미안하다고 말하는 차준혁의 눈동자는 우수에 잠겨 있는듯한 서글퍼 보였다.





<저랑 결혼 하실래요?>



무슨 정신으로 내뱉었는지 내가 뱉은 말에 차준혁은 갑자기 놀란듯 눈동자가 잠간 커졌다가 다시 평온해진다.




<사랑 없는 결혼은 여자한테 상처가 된다 하지 않았나요? 금방?>

<,, 찾노라면 언제가는 사랑이 오겟죠? 그런데 저희 부모님들이 그걸 기다리다가 지칠거 같아요, 한번 해보죠, 까짓것. 지금 혼자인 상황보다야 낫지 않겟어요?>


<
괜찮으시겟요?>

<~, 해요 우리. 남들 앞에서만 윈도 부부, 드라마에서 많이 봣는데,,, 그들처럼 해보죠, >





갑자기
내가 이러는 이유를 차준혁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추천 (3) 선물 (0명)
IP: ♡.26.♡.197
작은도둑 (♡.166.♡.14) - 2017/05/31 13:20:26

결혼적령기의 한 친구가 요즘 부모님들 재촉때문에 갈등을 겪고있다고 하네요.
부모님들이 주선해서 맞선을 봤는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경우..
등떠밀려서 결혼이라는걸 하고난 뒤에 정말로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면 어떡하냐고 하네요.

요즘 들어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1인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인것 같네요.
여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나쁜 상황이지만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i0003 (♡.214.♡.110) - 2017/05/31 13:30:35

남일 같지 않는 글에... 휴~ 잘 읽었습니다

캠코더 (♡.223.♡.44) - 2017/06/01 10:28:14

제목으로 봤을때 뒤에 스토리 전개가 잘 않될것같애요. 왜냐하면 현실에서 드라마같은 내용이 해피엔딩이 잘않되니깐요.결혼후 생활이 어디까지 반영될지 모르겠지만 화이팅

준호 (♡.236.♡.171) - 2017/06/21 14:01:29

웬지 주인공이 내 가슴에 와닿네요.
작가님.수고하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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