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랑이야기(9)

balabala | 2018.03.19 13:49:25 댓글: 5 조회: 3339 추천: 5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3578566

9. 지켜줄께!

진혁은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고있는 나를 한참 안고 있었다.울음이 그친 다음 진혁은 나를 차에 태웠다.

한참 동안 말없이 그렇게 운전만 하는 진혁…. 그런 조용함 속에서 나는 서서히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운전하는 진혁의 옆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진혁은 말수가 적은 편이였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정확하게 알고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친절한 성격은 아니었다. 모든 사람한테 친절한 호야에 비해 진혁은 차가운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한테는 늘 따듯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내가 부담스러워 하지않을 거리에서자기의 관심을 표현했다. 그런 관심이 남자가 여자를 꼬시려는 그런 치근덕댐이 아니라서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진혁은 늘 그랬던 것 같다.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관심으로 내 옆에 있어줬다. 그렇게 그는 조용히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언제부터 였을까?

그는 언제부터 나를 좋아했을까?

그는 왜 나를 좋아했을까?

그럼 나는 언제부터 그에게 끌렸던 걸까?

내가 그에게 흔들리는 이 감정이 정말 사랑일까?

아니면 너무 힘든 내가 잠시 기댈 곳이 필요해서 흔들렸던 걸까?

머릿속의 수만 가지 생각들로 숨막히기 시작할때즘 집 앞에 도착했다.

진혁: 연이야~ 나 좀 봐봐

고개를 들어 진혁을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또 눈물이 났다.진혁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이 사람을 다시 볼 수 없으면 어떡하지? 나는 몇개월 사이에 이 사람이 이렇게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을 줄 몰랐다. 진혁은 그런 나의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진혁: 연이야~ 김연이씨! 제가 당신을 정말 많이 좋아합니다.

!!!!” 끈금없는 그의 진지함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나의 웃는 모습을 본 그제서야 그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웃는 나의 손을 꼭 잡아주며 그가 말을 이어간다.

진혁: 연이야. 너의 마음이 아직은 잘 정리 되지 않은걸 알아. 그래서 내 맘음을 보여줘야 할것 같았어. 언젠가 니가 얘기했지.. 헤어짐이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그런 사랑 나랑 해보자내 나이 34이야. 너보다 10년을 더 살았어. 나는 이젠 장난으로 누굴 만날 나이가 아니라는 얘기야. 그렇다고 결혼할 때라서 아무나 만나서 하고 싶진 않아. 맞선봐서 적당한 조건에 적당한 사람이면 하는 결혼이 싫었어. 그러던 와중에 니가 내 마음에 들어왔어. 어쩌면 선을봐서 적당한 조건의 사람과 사랑이 기초가 아닌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너는 다시 설레임을 줬고 안보면 보고싶고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너의 생각이 떠나지 않고….그런 너를 보면서 정말 내 마음이 사랑하는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었어.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결혼하자고 하는거 아니야니가 마음의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릴께. 나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너와 만나고 싶어.

진혁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답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 초조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나도 이렇게 누군가의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구나….호야와의 관계에서 나는 늘 호야의 기분에 맞춰줘야 했다. 자존심 강한 그가 혹시 나의 행동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누군가가 지금처럼 이렇게 나의 말 한마디에 의해, 나의 행동으로 인해 슬퍼하고 기뻐하는 감정을 느끼는것이 낯설지만 나쁘지 않았다. 내가 웃으니 진혁도 따라 웃었다.

연이:평소에 위풍당당하던 실장님은 어디에 가고…?? ㅎㅎ

진혁: 나 지금 진지해….. ㅎㅎ

연이: 실장님저는 한번 크게 배신당하고 상처를 받아서안전감이 없어요. 그래서 많이 예민하게 굴지도 몰라요그리고 24…. 아직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어요. 너무 아픈 상처때문에 이별 없는 사랑을 하고 싶긴 하지만…. 그 이별 없는 사랑이 이렇게 일찍 찾아 올 줄 몰랐어요….. 그래서 지금 많이 당황스러워요. 많이 불안하고…. 혹시 이러다가 나중에 우리 영영 볼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될까봐 겁이나고실장님을 잃을가봐 무서워요. 나 솔직히 실장님 지금까지 보낸 문자 다 가지고 있어요.. 안지우고…. 그 이유가….. 어느순간 안올가봐서에요…. 그래서 그거라도 추억으로 갖고 있고 싶었어요. 실장님…. 저도 실장님이 좋아요그런데 그런 좋아하는 감정 마저도 무서워요.

조용히 내말을 듣고있던 진혁이 갑자기 나를 와락 껴안았다.

진혁: 두려워 하지 않도록 내가 잘 할께. 이젠 내가 지켜줄께! 더이상 니가 두려워하지 않게 내가 지켜줄께! 사랑해연이야!

지켜줄께!”

그 한마디에 나의 마음속 마지막 방어벽이 무너져 버렸다. 나는 긴 시간동안 그렇게 누가 날 지켜주고 보호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것 같다.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무거운 짐들을 짊어지고 살다보니 나도 모른 사이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의지하고 싶었고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길 바랬던것 같다.

나는 늘 호야한테 괜찮아, 걱정하지마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정작 내 자신은 괜찮지 않았다. 나는 늘 걱정하고 늘 고민하고 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지쳤다. 그래서 배신과 이별이 찾아왔을때 그 사람에 대한 미련보다는 6년이란 시간에 대한 미련이 더 컸고 그 시간에 대한 배신이 더 쓰라리고 아팠다. 어쩌면 난 처음부터 강한여자가 아니였는지도 모른다. 나도 누군가의 품안에서 사랑받기를 갈망했고 내가 아둥바둥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가 나한테 괜찮아, 걱정하지마라고 해주길 바랬던것 같다.

문뜩 호야와 함께 할때의 어느 하루가 떠올랐다.

S시 온지 1년즘 되었고 호야가 일을 그만둔지 몇개월 되어갈때즘, 통장의 잔고는 바닥나 있었고 그달 월세도 겨우겨우 집주인한테 송금했던 그날, 그날도 난 출근하면서 호야한테 월세 오늘 송금할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루종일 돈 걱정에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좀 있으면 은행이 퇴근할텐데…. 지난번 월세 밀렸을때 집주인은 다시 밀리면 나가라고 했다. 호야 형님은 돈 없단 말만 하고 형수님 눈치보느라 한번도 도와준적이 없다. 고심끝에 난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는 아무말 없이 송금해주고 나한테 물었다. 이렇게 살면서도 그놈이 좋으냐고….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부랴부랴 은행에 뛰어가 송금하고 지친몸을 끌고 버스를 탔다. 그날따라 비는 왜그렇게 추적추적 많이 왔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려면 버스타고 2시간을 가야한다. 고가도로 위로 달리는 버스에서 나는 무심코 밖을 내다봤다. 밖에는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늦은 시간대라 집마다 조명들이 환하게 켜져있다. 그 집들을 보면서 난 저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돈 걱정은 않하겠지? 저런 집에 살면 행복하게 살겠지? 저렇게 큰 집에 환하게 조명을 키고 따듯한 방안에서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살면 정말 살맛나겠지? 그날 난 이 도시에서의 내가 그렇게 작고 보잘 것 없이 느꼈졌다. 정말 외롭게 느껴졌다. 그날 만큼은 호야가 따듯한 담요를 덮어주며 따듯한 커피한잔을 내 손에 쥐어주며 오늘하루도 수고 했다고, 잘 했다고, 괜찮다고, 이젠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지켜준다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간절하게 바랬다.

그렇게 몇년후,오늘…. 나는 진혁의 입에서 그 말을 들었다.

진혁: 믿어줘내가 지켜줄께. 사랑해 연이야.

연이: 사랑해요…..고마워요...

그렇게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진혁은 나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었다.
진혁은 그렇게 날 한참동안 껴안아 주었다.
그의 품은 따뜻했다. 이 품속에서라면 난 두려울것이 없을것 같았다.

추천 (5) 선물 (0명)
IP: ♡.131.♡.227
지여니맘 (♡.65.♡.86) - 2018/03/19 16:14:42

실화인만큼 그 진지함 마음에 와닿네요.오래만에 모이자에 들렸다 간만에 좋은 사랑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1편부터 시작해서 9편까지 쭉 다 읽었답니다.10편이 기다려지네요.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_^

meilan0308 (♡.151.♡.225) - 2018/03/19 16:22:33

다음 편 기대합니다 .호야는 한번쯤 찾아올것같은데 ...

한자연 (♡.241.♡.88) - 2018/03/20 10:50:16

역시 잘 되어가네요..수고허셧어요!

내사랑이다 (♡.50.♡.79) - 2018/03/20 17:30:41

잘보고 갑니다

kimtaitai (♡.136.♡.48) - 2018/04/05 01:22:21

ㅣ잘보고갑니다.

22,915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2082
죽으나사나
2024-01-10
2
435
죽으나사나
2024-01-09
0
227
죽으나사나
2024-01-09
0
172
죽으나사나
2024-01-08
2
243
죽으나사나
2024-01-07
2
216
죽으나사나
2024-01-06
1
196
죽으나사나
2024-01-05
2
280
죽으나사나
2024-01-05
2
198
죽으나사나
2024-01-03
3
315
죽으나사나
2024-01-01
1
327
죽으나사나
2023-12-28
4
363
단밤이
2023-12-25
2
389
죽으나사나
2023-12-24
4
388
죽으나사나
2023-12-23
3
308
죽으나사나
2023-12-23
2
334
죽으나사나
2023-12-22
2
284
죽으나사나
2023-12-22
1
278
죽으나사나
2023-12-21
1
272
죽으나사나
2023-12-21
1
250
죽으나사나
2023-12-20
1
326
죽으나사나
2023-12-20
1
259
죽으나사나
2023-12-19
2
347
죽으나사나
2023-12-19
1
388
봄날의토끼님
2023-12-19
6
1046
원모얼
2023-12-19
5
955
단차
2023-12-16
4
465
단차
2023-12-13
4
495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