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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DUTCH PAY (9)

작은도둑 | 2017.03.07 12:27:41 댓글: 8 조회: 4304 추천: 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01783

[앞으로 경제권 각자 관리했음 좋겠다. 일정한 금액으로 각자 입금하고 공과금과 기타 필요한 물건들을 사도록 하자. 그외 각자 수입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말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남편의 제안을 떠올렸다. 화장이 떡지고 눈이 부어 몰골이 말이 아니였지만 그건 바닥에 내팽개쳐진 자존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아직도 나한테 남아있는 자존감이라는게 있기는 한걸까?







남편은 내게서 원하는걸까.

아니면 그냥 내려놓고 싶어졌던걸까.







내키는대로 내뱉던 권지안의 열폭들,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저런식으로 노골적으로 내속에 있는걸 드러내보인 적이 없었다. 상대방이 난처하지 않을까 항상 신경을 썼고 그게 기본적인 매너이고 배려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찮고 아니꼬와 대놓고 디스하는 와중에도 강현수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적이 없다며 남편의 체면과 입장을 지켜주려고 했던 노력이 가상했다. 권지안의 몸에서는 남편이 외박을 다음날 옷에서 났던 향이랑 같은 냄새가 났다. 보이는대로 믿기엔 남편은 치밀했어야 했고 나는 무뎠어야 했다.






윤태오의 전화가 연신 걸려왔다. 전화기 저편으로 어디쯤이냐고. 그자리에 잠간만 기다리라고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으로 나는 내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러사람 피곤하게 하는 민폐녀처럼 느껴졌다.




[지금 가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남편한테도 그렇게 전해줘요. ]






짧게 의사만 전달하고 나는 통화를 마쳤다. 다시 윤번으로 걸려오는 남편과 윤태오의 전화에 아예 빠데리를 빼버리고 말았다. 착한 꼭두각시마냥 와중에도 나는 괜찮으니까.. 마무리 하고 오라는 이해심을 오늘은 발휘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난게 아니라 아픈거였다. 창밖으로 서서히 와이탄쪽을 지나고 있었다.






[ 여기서 세워줘.]






차가 서서히 주차구역에 멈췄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건지 항상 붐비던 거리는 어느덧 조용해졌고 몇몇 커플들이 서로 포옹한채 밤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유람선도 고된 하루 작업을 마치고 정착해 있었고 맞은편 금모빌딩에서는 아직도 잔업하는 사무실의 불빛들이 황포강에 반사되여 반짝이고 있었다. 악몽같은 하루였다. 하루 저녁에 나는 갑자기 어른이 된것 같았고 항상 피하기만 하던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마음이 착잡하고 답답해났다.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남편이랑 얼굴보고 살아가야 할까와이탄 인행도를 따라 무작정 걷고 있는데 뒤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더니 판양이 저만치에서 따라 오고 있었다.






[ 따라와?] 목소리가 잠겨 석쉼하게 들렸다. 몸이 떨렸다.

[그냥.]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양미간을 찌프린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뛰여내릴까바?] 건조하게 물었다. 와이탄 옆으로 검푸른 황포강이 흐르고 있었다.

판양이 잠깐 황포강쪽에 눈길이 머물더니 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뛰여내리기엔 물이 너무 더럽지않나?.. 괜찮겠어?]

[그래?] 나는 출렁이는 물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서히 몸을 숙여 힐을 벗었다.

[!] 판양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주변 시선이 우리에게 모여졌다.




나는 힐을 벗어 보여주었다.

[굽이 나갔어. 발도 아프고..]




잠깐 노려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외투를 벗어 걸쳐주었다.





[유부녀한테 너무 친절한거 아니야? 이러면 내가 착각하는데.]

[맘대로 생각하셔. 좋으라고 이러는거 아니야. 옆에 남자들 봐라. 이상한 놈으로 보잖아.]





[ 발도 시려..]

[어쩌라고?]





판양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눈길이 천천히 그의 구두에 머물었다. 시선따라 고개를 숙이던 판양은 착잡한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바로 나를 훌쩍 들고 차쪽으로 향했다. 조수석 차문을 열더니 사정없이 나를 안에 구겨넣었다. 창밖으로 판양의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동료한테 신세지는 정도를 벗어나 이정도면 민페인 셈이였다.





짧은 순간에도 택시타고 갈테니까 돌아가 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쌀쌀한 바람이 부는 12월의 늦은 . 한복판에서 차를 잡을 기운도. 혼자 집에 들어가 밤을 지내울 용기도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지푸라지 잡는 심정으로 판양에게 민페를 끼치고 있는게 확실하다. 그는 운전석으로 돌아와 뒷자리에서 탄자를 건네주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더니 곧바로 출발을 했다.




[어디가?]

[어디든, 일단 밥부터 먹자. 배고파 뒤질거 같다.]





여러군데 걸쳐 겨우 열려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그제야 나는 한기가 실감나 흠칫 몸을 떨었다. 나에게는 커피와 케익을 시켜주고 판양은 메뉴판 앞뒤를 샅샅히 훑어 겨우 한끼 식사대용을 찾은듯 했다. 샌드위치와 무늬만 스파게티인 정체불명의 면이 나왔다. 카페의 벽걸이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먹어. 단게 정서에 좋다고 하더라.]







남자의 서툰 배려라는 생각을 했다. 번번히 험한꼴 보여주는게 뜨겁지만, 그것도 한번 두번 겪고나니까 철판을 깔아서인지 뻔뻔해지는것 같다. 뜨거운 우유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한 피로가 느껴졌다. 조촐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게문을 나섰을때는 1시가 가까와오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늦은밤 자라는 디제이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아빠트 단지에 이르러 나는 고개를 들고 윗층을 올려다보았다. 이시간에도 우리집 전등은 꺼져있었다. 난리를 치고도 남편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게 서글퍼졌다. 아마 오늘도 도시의 어느 바나 노래방에서 남편은 누군가랑 같이 뒷풀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투를 벗어 판양에게 건네주고 나는 하이힐을 챙겨신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문밖으로 판양과 시선이 마주쳤고 나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겼고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고 있었다. 지탱했던 의지가 무너져 내려 서있는것도 힘이 부쳤다. 나는 천천히 몸을 숙여 구석쪽에 쪼크리고 앉았다.







반쯤 올라갔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판양이 숨을 헐떡이며 문밖에 서있었다. 멍하니 고개들어 쳐다보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들어와 닫힘 버튼을 눌렀다.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심장이 후둑후둑 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정확히 우리 집층에 머물었고 열렸다가 다시 서서히 닫겼다. 판양이 1층버튼을 눌러 서서히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는것 같았다. 1층에 이르러 다시 열렸을 , 판양은 덥석 팔목을 잡고 나갔다.






[ 그러는건데? ]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있었다.

[혼자 청승 떨면서 지키지 말라고.]







차는 한참을 달려 어느 아빠트앞에서 멈춰섰다. 복식으로 되여있는 아빠트단지였다. 키를 열고 들어갈때까지만 해도 나는 머리속이 복잡해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야심한 새벽에 혼자 사는 남자의 집을 방문한다는건 정상적인 사유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됐다. 판양은 외투를 쏘파위에 내려놓더니 거실을 전등을 켰다. 넓은 평수의 아빠트였는데 다양한 사진들이 벽에 걸려져있었고 각종 카메라와 촬영 장비들이 놓여져 있었다. 사람 사는 집이라고 하기엔 작업실이라고 하는편이 어울릴거 같았다. 하나는 아예 암실로 개조되여 있었고 작업하다가 사진들이 빨래줄마냥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작업실.처음 와보지?]

[. 근데 여기 데려왔어?]

[일은 해야겠고. 신경은 쓰이고.]

얼굴을 씻고 수건으로 닦으며 그는 옷장을 뒤져 셔츠와 청바지를 건네주었다.






[이것밖에 없는데..이거라도 입을래?]

[누구껀데?]

[ 여자친구.]

[] 인간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농담이야. 전에 모델이 입었던거. 친구랑 같이 작업실을 차렸던적이 있어. 친구는 후에 이민갔고. 가끔 외부의 오다를 받아서 하기도 . 옷보다는 편할걸..]

우유를 데워서 건네주더니 정작 자기는 와인을 하나 꺼내 병을 따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조여오는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왔다. 카메라를 만지다 말고 그는 나를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쪽이 침실. 불안하면 잠그고 . 나는 아마 밤새서 작업할거 같다.]

[여기서 자라고?]

[걱정마.. 그렇게..]

[나쁜놈 아니라고?]

[? . 어떻게 알았어? 순발력 많이 좋아졌는데..]

나는 시무룩히 웃어보였다. 우유컵을 내려놓고 나는 그의 와인잔을 집어들었다. 오늘은 알콜의 힘이 없으면 못잘것 같았다.






[인격을 못믿겠으면, 안목을 믿어.]






무심한듯 한마디에 먹었던 와인을 뿜을뻔했다. 잠깐 흘겨보다가 나는 프로사진작가의 작업실을 구경하기로 했다. 도처에 신기한 사진들이 걸려있고 가끔 사진 아닌 유화도 걸려있었다.






[전공이 뭐였어?]

[미술.]






판양이 카메라 렌즈를 닦아 초첨을 맞추면서 대답했다. 인물 보다는 배경과 자연을 담은 사진이 대부분이였다. 구석쪽에 사진도 한장이 걸려있었다. 나는 탁자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처음 같이 왈츠신부 웨딩장소 섭외 갔을때, 머리를 뒤로 넘기는 사진이였다. 판양은 내손에서 와인잔을 가져가 한모금 마시더니 옆에 같이 걸터앉았다.






[기술은 좋았는데 모델이]

[모델이 ?]






발끈하는 내게 판양은 미소가 입귀에 걸렸다. 내손에서 사진을 가져가더니 다시 빨래줄위에 집게로 걸어놓았다. 뒤통수에 대고 따지는 내게 그는 웃음을 참는듯 하더니 드디여 소리내여 웃기 시작했다.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나는 신고있던 끌신을 던져버렸다. 보기좋게 판양의 등에 맞아 떨어졌다.







[기운 차렸나보네. 양심하고는, 떨고있는걸 챙겨왔더니..]

끌신을 주어다가 앞에 놓아주었다.







와인잔을 잡으려다 판양이 가져가는 바람에 나는 아예 병채로 한모금 크게 마셨다. 추하게 망가지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취할수 있는 최적의 알콜 농도였다. 술기운을 빌어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니가 보기에도 내가 많이 부족해보여?] 판양은 고개를 들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게 뭐라고 긴장해났다. 잠깐 지켜보더니 바로 두툼한 입술사이로 말이 새여나왔다. [ 팀장이 예쁘긴 했지.] 나는 병을 움켜잡았다. 잡은 손을 풀고 판양이 얼른 와인병을 챙겨갔다.





[단순하기는. 아직도 귀로 듣는걸 믿는거야? 그래서 ..모든 남자들이 젊고 예쁘고 능력있는 여자를 좋아할거라는 편견을 버려. 나름대로 괜찮아.]

[.저걸 위로라고...]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창밖으로 까만 하늘에는 별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혼란스러웠던 밤은 어느덧 어제일이 되였다. 지금쯤 남편은 나를 찾고는 있는걸까? 내가 그렇게 잘못한거라고.. 나도 최선을 다하느라 했는데 많이 부족했는 모양이다. 어디서부터 우리는 엇갈리기 시작한건지. 내가 했던 노력이 어쩌면 강현수가 원하는게 아니였던걸수도 있었겠네기다림이 익숙해져 혼자 새웠던 긴긴 밤들. 강현수가 나를 외롭게 만든건지 아니면 내가 강현수를 외롭게 만든건지 알수가 없었다. 와인이 발효를 하여 마음속 한구석이 쓰려났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는것 같았다. 남편도 그랬겠지. 권지안의 말대로 지금의 남편이 필요한건 내가 아니라 그의 일과 고민과 생각을 나눌수 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더할나위 없이 참담해졌다.







[ 남편도 알거야.]

[?]

[니가 여자보다 나은점.]

[뭐래는거야?그런게 있었어? 위로도 지지리 못해요. ]

[간만에 진지했는데 안믿네..]








판양은 와인병을 들어 크게 한모금 마셨다. 바쁜 사람 잡고 쓰잘대기 없는 얘기나 하고있고, 스스로 한심스러워 나는 판양의 어깨를 다독이고 탁자위에서 내려왔다.







[그래도 고마워. 오늘은 미안했고. 먼저 잘께. 일해.]







침실로 향하려는데..등뒤로 판양이 불렀다. 고개를 돌렸더니 그가 걸어와 앞에 서있었다.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인격을 못믿겠을때는 내 안목을 믿어보라고. 너 꽤 괜찮은 여자야.]






뭔소리냐고 고개를 드는 순간, 바로 입술이 부딛쳐왔다. 와인향때문인지 현기증이 났다. 비틀거리는 내게 그는 손이 허리에 와닿아 잡고 있었고 열린 입술 사이로 혀가 들어왔다. 머리결사이로 얼굴을 감싼 손때문에 나는 피하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술이 청한 착각이라고만 받아들였다.







그날밤, 나는 판양의 침대에서 잠이 들었고. 판양은 밤새 암실과 거실사이를 오가며 작업하느라 밤을 새웠다. 아침. 나는 쏘파에서 잠이 판양에게 탄자를 덮어주고 작업실을 나섰다.








남편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였다. 이른아침부터 아줌마가 오셔서 구석구석 청소하고 있었다. 세탁기안에서 빨래가 돌고 있었고 이불은 전날 내가 개여놓은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씻고 나와 나는 일상대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빵을 굽고 커피를 내렸다.








남편은 저녁녘이 돼서 돌아왔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나는 문을 열어 남편의 가방과 양복 웃옷을 받아 걸어놓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얘기 하자.]

[나중에요. 생각할 시간을 줘요.]

[ 내일 고향가. 같이 갈래? 티켓 ?]

[아니. 회사일이 남아있고 안갈래요. 혼자 갔다와요. 어머님 아버님 문안전해주고.]

[그래 그럼.]






해마다 부르셔서 만사를 제쳐놓고 찾아갔던 설명절. 사람 좋아하시는 아버님때문에 항상 흥성했던 그림과 음식 만들고 설겆이 하고 쉴틈없이 과일깎아 올리던 모습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주정도 머무는 사이... 나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고 과일 이쁘게 못깎는다는 말에 전문 과일아트강좌도 신청해서 들은적이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그해에도 예의는 없었다. 남편은 아버지에게 최고의 병원과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받게 하셨지만 부작용으로 아버지는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셨다. 엄마는 구석구석 아빠모습이 남아있는 집을 지키다가 우울증이 온거 같았고 드디여 미국에 사는 이모가 모셔가셨다. 그리고 그해, 추석, 설명절. 한번만 안가면 안되겠냐는 의사는 없었고 여전히 명절준비를 하고 마무리를 하고 돌아왔다. 남편에게 불평이나 넉두리라도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나보다 늦게 고향으로 와서 나보다 일찍 상하이로 돌아왔다. 늦은 드디여 집에 도착했을때, 마음을 위로해줄 남편 대신 화장대 위에 명품가방이 놓여져 있었다.





부재로 인해 생기는 여파는 예상가능했다. 남편도 머리가 아픈건지 양미간을 찌프렸다. 내가 감당하는 설교와 참견들. 고스란히 남편한테 갈거고. 애정과 관심을 빙자한 잔소리를 감당해야 할테니까 아이는 가지지 않냐? 언제 가질거냐? 걔는 가질 생각이 없는거냐? 어른들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납득이 되도록 설명해드릴만큼 남편은 인내가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명품빽 하나 사주는게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래. 내가 하나는 낫네.나는 내가 권지안보다 나은점 하나를 드디여 발견했다. [같이 가줬음 좋겠어.] 다시 팔목 잡는 남편의 손을 나는 풀어버렸다.[이러려고 더치페이 했던게 아니였어?] 침묵이 흘렀다.







[하나만 알려줘요. 당신 권지안 사랑해? ]

시선을 마주한채 나는 집요하게 남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며칠뒤, 나는 아남이와 윤태오로부터 동시에 연락을 받았다. 둘은 작정이라도 한듯 커피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유도심문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아남이는 한참동안 강현수를 씹더니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자 냉수 마시듯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나쁜놈. 내가 강현수 처음부터 마음에 안든다 했어 안했어.. 물러터져가지고는. 그래서 상황에 당하고만 있었어? 머리채라도 잡지 그래? 강현수는 뭐래? ]



윤태오가
슬며시 자신의 커피를 아남이쪽으로 밀어줬다.







[미안해요. 연이씨. 그날밤 하도 연락이 안돼서 연락했다가 털렸어요. ]

다음날, 핸드폰을 켰을때 세사람으로부터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윤태오는 아남이한테 연락을 했고 상황을 설명하려다보니까 얘기할수밖에 없었을것이다. 모르긴 해도 다혈질의 아남이 성격때문에 불똥이 윤태오한테 튀여버린거 같아서 내가 되려 미안해졌다.

[ 진짜.. 그날 우리 얼마나 찾아다닌줄 알어? 갈만한데가 있어야 말이지.그래서 그날 어디서 지낸거야?]

아남이의 질문에 나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윤태오도 궁금한지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그래서 어디어디 찾아다녔는데.. 인간관계 알잖아. 찾아봤자 아니야. 그래서 못찾아서 그다음 두사람 뭐했는데]

방어의 제일 좋은 방법은 역공이다. 허를 찌르는 질문에 아남이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사래걸려 연신 기침을 했고 윤태오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
괜찮아요?]

윤태오의 관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미안해. 나그냥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 괜찮아.근데 두사람은 언제부터 친해졌어? 태오씨 재수없다며.]

[ 어쩌다보니까.] 아남이가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태오씨 성격 장난아니죠?]

[아니요. 귀여운데요.]

[저게 귀여워보여요?]





윤태오랑 얘기하는 와중에 아남이는 우리둘을 향해 눈을 흘기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거. 특별한 격식이나 공식같은게 있는게 아니라는걸 아남이 알았으면 좋겠다. 화창한 햇살이 비추고 있어서 간만에 나른한 오후시간이였다.




[ 근데 이번에 정말 고향에 안간거야? 그런적 없잖아.]

[너도 안갔잖아.]

[같아? 나는 가면 뼈도 추려요. 부모님 맞선 스케줄 뽑고 있을걸. ]

아남이의 말에 윤태오가 공감간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이럴때보면 되게 비슷한 구석이 많은것 같다.







[할말은 하고 살라며. 니가 그렇게 가르쳤잖아.]

[그래도 너무 쎄게 나가는거 아니야? 괜찮아?... ]






아남이의 근심어린 말에 윤태오가 허리를 잘랐다.





[괜찮을리가요. 어제 현수랑 통화했는데 집안 난리났다고 하던데매일 외식한다네요. 연이씨 안가길 잘했어요. 현수 아마 진땀 빼고 있을거얘요. 걔는 혼나야 돼요. 티켓 변경해서 일찍오겠다고. ㅋ.]






친구의 수난이 즐거운지. 윤태오는 이참에 같이 가면 좋았을걸 그랬다고 한다. 씁쓸한건지 개운한건지 알수가 없었다.









세상이 냉정한 이유는 어떤 일을 겪던지간에 사람으로 하여금 그걸 감당하고 살아갈수밖에 없게 강요를 한다.
생활속 곳곳에는 미처 대처하기 못한 문제들이 숨어있고 가끔 한치앞을 내다 보기 힘들정도로 막막의 순간들이 올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키며 살아갈수밖에 없다. 나는 그걸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이해를 했다.




추천 (5) 선물 (0명)
IP: ♡.166.♡.227
토토로11 (♡.100.♡.124) - 2017/03/07 14:31:09

드뎌 9회를 올렷네요..ㅎㅎ
넘 고대이 기다렸어요.

언제만 두 사람사이 벌어진 진정한 이유를 알수 있을가요?

꽃대지0606 (♡.108.♡.35) - 2017/03/07 16:08:26

'세상이 냉정한 이유는 어떤 일을 겪던지간에 사람으로 하여금 그걸 감당하고 살아갈수밖에 없게 강요를 한다.
생활속 곳곳에는 미처 대처하기 못한 문제들이 숨어있고 가끔 한치앞을 내다 보기 힘들정도로 막막의 순간들이 올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키며 살아갈수밖에 없다. 나는 그걸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이해를 했다.'

마지막 이 구절이 너무 맘에 와닿네요 ..
매일매일 출첵하면서 님 글만 기다렷어요.. ㅋㅋㅋ
담집도 잘 부탁드립니다.

꿈과미래812 (♡.48.♡.65) - 2017/03/07 16:48:02

잘 봤어요 ~^^

스마일87 (♡.120.♡.123) - 2017/03/07 19:31:55

<집안 난리났다고 하던데… 매일 외식한다네요.> 여주 맘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네요. 남자는 자신만 힘든 줄 알지요. 침묵이 최상의 선택이라 생각하겠죠. 명품백이 배려라 생각하죠.
다음 집도 기대합니다.

작은도둑 (♡.166.♡.227) - 2017/03/09 13:09:35

토토로11 님: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가 벌어진다는건 어쩌면 우연이 아닌 필연인거 같애요. 부부가 살면서 항상 같은 절주 같은 가치관을 가지는건 아니니까..


꽃대지0606 님: 그게 마음에 드셨네요. 님 기대에 힘있어 다음편 서두르겠습니다.


꿈과미래812 님: 님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얘기라 읽다보면 항상 감정이입이 됩니다.


스마일87 님: 저만의 유머로 받아들여주셨음 좋겠습니다. 제가 워낙 썰렁한 유머를 좋아해요. 사람 사는거 모두 힘든거 같애요. 여주는 그나마 명품백이라도 있다는게 다행입니다.좋은 하루 되세요.

지여니맘 (♡.71.♡.122) - 2017/03/09 21:37:36

문득 들리고 싶어서 혹여나하구 왔더니 2회나 올려주셨네요.넘 잘 읽고 갑니다.11회는 또 언제 올려주실려는지...기다리겠습니다.

한유니 (♡.245.♡.84) - 2017/03/11 10:40:40

항상 잼있게 잘 읽고 있었습니다..눈팅만 하다가 예의가 아닌같아서요..글재주가 부럽습니다-^_^

한유니 (♡.245.♡.84) - 2017/03/11 10:43:39

위에 토토로11님 젊으신가봐요..이 아줌마는 알거같은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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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2
235
죽으나사나
2024-01-03
3
354
죽으나사나
2024-01-01
1
367
죽으나사나
2023-12-28
4
391
단밤이
2023-12-25
2
428
죽으나사나
2023-12-24
4
431
죽으나사나
2023-12-23
3
355
죽으나사나
2023-12-23
2
353
죽으나사나
2023-12-22
2
320
죽으나사나
2023-12-22
1
309
죽으나사나
2023-12-21
1
313
죽으나사나
2023-12-21
1
287
죽으나사나
2023-12-20
1
346
죽으나사나
2023-12-20
1
282
죽으나사나
2023-12-19
2
375
죽으나사나
2023-12-19
1
429
봄날의토끼님
2023-12-19
6
1180
원모얼
2023-12-19
5
1006
단차
2023-12-16
4
498
단차
2023-12-13
4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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