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3

xingyu | 2017.02.05 01:35:34 댓글: 4 조회: 1321 추천: 2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268417

교외의 길가에 자리잡은 박사의 집은 오래되고 낡은 벽돌집이였다. 정원과 분수대를 갖고 있는 2층으로 된 벽돌집은 넓직한 다락방도 여러개 있었다. 아치형 창문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을 보아 한눈에도 주인이 심혈을 기울여 집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지하실저장고에 낡은 오크나무술통과 와인병으로 보아 전주인은 포도농장을 했을거라고 N박사는 생각했었다. 처음 이 집을 둘러보고 박사는 반해버렸다. 전 주인의 취향그대로 집수리를 했다. 손때 묻은 나무계단도 그대로 두고 기름칠만 살짝 해주었다. 징을 박아 멋스럽게 장식한 현관문도 그대로였다. 그 현관문 앞에 서서 박사는 잠깐 숨을 고르고 있었다. 좀 전엔 더 떨어진 곳에서 희부옇게 밝아오는 여명속에 잠긴 아치형 창문을 바라보았었다.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이는 백작이 가끔 중얼거리는 시구였다. 그 시구를 낮은 소리로 박사는 읊어보았다. 목소리가 불안정하고 음정이 흔들렸지만 음성인식이 되고 문이 열렸다. 문소리를 듣고 벨이 달려왔다. 벨은 박사의 조수였다.

< 박사님 어디 다치셨습니까? 많이 다치셨네요... >

옷이 너저분해지고 다리를 절으며 걸어들어오는 박사의 모습에 벨은 놀래며 얼른 팔을 잡고 부축하려 했으나 소매속이 텅 비여있었다. 벨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 대체 뭔 일이 생긴겁니까? > 최근에 업그레이드된 벨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과장된 행동을 자주 보였다. 꼭 희극배우와도 같았다.

<메리는 좀 어떤가요? >

< 어제부터 음식을 삼키지 못했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잘 지키고 있었어야 되는데... >벨의 목소리가 울먹거리는듯 했다.

< 이미 벌어진 일을 자책해야 뭔 소용이 있겠어요... 애초부터 무리한 계획이였어요. >

박사는 벨에게 실내산소농도를 다시 체크하라고 지시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다락방 창가의 침대에 메리는 누워 있었다.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고 검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그녀의 입술 가까이 흘러내려와 있었다. 침대와 침구가 지나치게 커서그런가 누워있는 모습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이 전혀 현실감이 없어보였다. 박사가 가까이 다가가자 메리는 눈을 반쯤 뜨고 웃어보였다. N박사는 가슴이 울컥했다.

< 좀 어때요? >

< 괜찮아요.. 견딜만 해요. > 메리는 또 웃었다.

< 앉으세요. 오늘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 박사는 침대 가까이 의자를 끌어다놓았다.

< 제가 7살 때 아빠는 도우미로봇을 사오셨어요. 그땐 너도나도 로봇을 구입하던 시기였죠. 우스꽝스러운 도우미옷차림을 한 로봇은 신기하게도 가사일을 잘해냈어요. 아빠에겐 피로회복에 좋은 음식을 엄마에겐 다이어트식단, 저에겐 성장기에 좋은 식단으로 준비해줬으며 집안 구석구석 먼지 한톨 보이지 않도록 청소도 잘했지요. 하루종일 쉼없이 움직이고 저녁이면 주방에 우두커니 서서 충전하고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표정없는 얼굴로 다녀오세요, 다녀오셨어요~ 라고 하던 앤. 앤이라는 이름도 제가 지었지요.>

<어느날 화장실 갔다가 방으로 들어가려다 주방에 서있는 앤을 보았어요. 갑자기 앤이 불쌍해보였어요. 전 앤의 손을 잡고 물었어요 ' 앤 심심해?' '아닙니다. 전 충전중입니다.' '앤, 내가 매일 안아줄게' 전 앤을 꼭 안아주었어요. 그러자 앤이 말했지요. ' 충전중에는 위험합니다. ' ' 그럼 충전할 때 빼고 널 안아줄게 ' 그 후 전 앤을 자주 안아주었어요. 앤은 자신이 남자라고 알려주었어요. 로봇이 무엇으로 성별을 구별하는지 몰랐지만 전 앤이 남자라는걸 알고 나서 아빠의 낡은 바지와 셔츠를 입게 해주었어요. 엄마와 아빠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앤이 청소를 잘하고 맛있는 음식만 식탁에 올리면 그만이였으니깐요. 제가 인형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메리는 힘이 드는지 잠깐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앤이 온 후로 저와 앤은 많은 ... 아니 거의 모든 것을 함께 했죠. 두번째 젖니가 빠졌을 때 함께 젖니를 유리병에 넣어 비밀상자에 넣기도 했었어요. 소꿉장난 할 때엔 아빠가 되주기도 하고 엄마가 되주기도 하고

마당에서 그네를 밀어주기도 했어요. 온 가족이 휴가를 가게 되면 전 앤도 함께 데려가고 싶어했지요. 엄마 아빠는 허락하지 않았어요. 휴가철에도 집안엔 먼지가 쌓일테니깐요. >

메리는 웃었다. 박사는 그 웃음의 의미를 분석하려고 애썼다. 분석은 그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 열여섯살 때 저에겐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한 학년 위였는데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그렇게 인기가 좋은 남자애가 좋아해주는 것도 그렇고 여자애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받는 것도 재밋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한 번 남자아이가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헤어질 때 키스를 하려고 했어요. 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얼굴을 살짝 피했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며 화를 냈어요. 전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구요. 그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 소리를 지르며 싸우게 됐어요. 그 때 앤이 집 밖으로 뛰여나와 남자애를 밀어버렸어요. 밀었기망정이지 주먹을 날렸더라면 갈비뼈 몇 대 부러졌을거얘요. 어쨋든 우리는 깜짝 놀랬어요. 로봇이 사람을 공격한 일은 듣지도보지도 못했으니깐요. 잔뜩 겁을 먹고 주저앉아있던 남자아이는 일어서더니 저한테 T사에 앤을 신고하겠다고 했어요. T사는 앤을 제조한 회사였지요. 전 일이 커졌다는 것을 깨닫고 어떡하든 앤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전... ... > 메리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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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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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찻집 (♡.166.♡.1) - 2017/02/06 15:55:30

机器管家라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안보셨다면 추천해드립니다.
결과가 어떤방향으로 흘러갈지 아직 감이 안옵니다. 잘 엮어주어서 감사하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xingyu (♡.159.♡.232) - 2017/02/06 21:40:32

是吗 没看过~ 谢谢你的支持~!

작은도둑 (♡.166.♡.64) - 2017/02/08 09:19:40

로봇이 인간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건 위험하면서도 설레이는 일이얘요. 글이 점점 인물이 추가되고 전개가 되네요.
인물들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작가님 어떤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지.잘은 모르겠지만 어려운주제가
차곡차곡 잘 전달이 되였음 좋겠습니다. 님의 표현법이 저는 항상 좋아요. 상해는 아침부터 비가 오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xingyu (♡.159.♡.232) - 2017/02/10 20:13:05

어렵네요 ㅋㅋ 여긴 낮에도 밤에도 춥네요 ㅠ 굿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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