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인연(4)

카풋치노 | 2017.05.10 23:05:01 댓글: 17 조회: 2993 추천: 9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60500
선우의 뒷이야기-

주말 헬스장,

큰 키에 넓은 어깨, 튼실해보이는 허벅지와 슬쩍 보일듯한 잔잔한 근육들, 단단한 몸매를 하고있는 남자는 헬스장 모든 여성분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마련이다.그런 선우가 런닝머신에서 30분째 뛰고있다.

선우의 친구 이건이가 선우옆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김선우, 얼굴이 잘생겼으면 됐지 몸매까지 왜 만드냐!>
<언제왔어?>
런닝머신에서 내려와 땀을 닦으며 선우는 이건이랑 옆테블쪽으로 걸어갔다.
<저기 이쁜 아가씨가 널 계속 쳐다있고 저기 핑크색 옷입은 아줌마는 널 보더니 물먹다 채할번하드라,적당이 좀 하고 다녀라.>
<직업병이 더 심해졌군.> 선우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건이의 어깨를 내리친다.

선우는 정탐회사에 근무하는 이건이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알아냈지?>
<당연하지.사는 주소만 알아내는거야 껌씹기지.> 뿌듯한 표정으로 이건이가 얘기한다.
몸매가 들어나는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젊고 이쁜 여자가 선우곁을 살짝 스쳐지나가더니 선우를 향해 유혹적인 미소를 지어본다.
선우는 이마살을 찌푸리며 이건이를 이끌고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X구 화원아파트 55호 401실,합숙방>
<합숙?...>
<형편이 않좋나보지,그동네 합숙방이 많거든.>
<그부근에 내가 살만한데는 있고?>
<맞은편에 괜찮은데가 있긴한데,근데 왜 이사갈려구?>
<생각좀해보고...>
<그여자 누구야? 따라 이사갈 생각까지하구>
<신경쓰이는 사람...>
< 오~이쁘드라.> 이건이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웃으며 말했다.
사적인 일로 도움을 요청한적 없던 선우가 의외로 한여자가 사는 집주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을때 많이 놀랐었다.
여자 뒷조사를 해가며 쫓아다니는 싱거운 녀석이 아닌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건이는 더이상 그영문을 묻지않는게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이소은의 거주지가 적힌 메모지를 잘 접어 자켓 주머니속에 넣었다.
<그동네 살데도 알아봐줘?>
<아니,고맙다. 주소만 있으면 돼.이제부터 내가 찾아봐야지.>
멋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우며 선우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행사가 잘 마무리되여 편안한 마음으로 5일동안의 휴가를 시작하게 됐다.
미리 준비를 안했던지라 휴가 첫날 인터넷을 뒤져 여행지에 머물곳을 예약하고 고속열차표를 끊었다.갈아 입을 옷 몇장 챙기고 가방을 메고 혼자만의 2박3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오래 계획하지않아도 여행지 사진들을 뒤져보고 첫눈에 들어오는 쉬기 편할거 같은 곳을 찾아가면 된다!
혼자하는 결정은 반대의견이 없어 결정하기 참 쉽고 편하다.혼자사는 사람들의 편리한 점이기도 하지.나는 늘 그랬다. 어려서부터 혼자 생각나는대로 하며 사는데 습관이 돼있다.

그렇게 하루만에 선택한곳이 고속열차를 타고 한시간반정도 도시에 도착해서 버스로 이동하면 되는 유람지다.
큰 호수가 있고 산이 있고 온천도 있는곳이란다.


고속열차안 창문옆 자리에 앉아 밖에 스쳐지나가는 광경들을 바라보았다.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푸른 들판들이 가끔 지나가는 경치에 도취된다.
이렇게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한참후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모르는 번호다. 스팸번화가 아닐가 싶어 받지않으려다가 혹시 저장해두지않은 업무관련된 전화가 아닐가 싶어 받았다.


<여보세요?>

<소은씨, 저 선우에요.> 핸드폰 너머로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불길한 예감은 늘 맞다.
<네...>

<어디에요?>

<어디 좀 가는길이요.>

<휴가중이면 혹시 여행이라도 떠난건가요?>

내가 휴가중인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저 뒷조사 하고 다니세요? > 화난 말투로 핸드폰에 대고 얘기했다.

<허허, 미안해요, 뒷조사는 아니구 소은씨 회사 동료분한테서 들었어요.>

어이가없다. 누구를 매수했는지 궁금하다.

<다른 용건이 없으면 전화끊을게요.>
이제 그는 휴대폰 번호까지 알아내서 내 주변을 맴돌고있다.

<잠간만...> 나는 선우의 얘기를 마저 듣지않고 전화기를 끊어버렸다.
일분도 지나지않아 휴대폰이 다시 울린다. 좀전의 그 번호다.

받지않으려다 너무 심한것같아 다시 휴대폰을 귀에 댔다.

<여보세요~>
<네...>
<죄송해요.제가 귀찮게 한거 아니죠?>
<네>


내가 더 많은 얘기를 하지않자 선우는 서운한듯한 목소리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혼자 조심히 다니라고 그얘기하려구요,그럼~>
싱겁게 말을 남기는 사람,내가 너무 심했나...


통화를 끝낸후 다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않히고나니 몇일전 선우랑 마지막으로 헤여졌던 날이 생각났다.



지시받은 임무를 완성못했다며 자꾸 나타나는 선우에게 나는 말했었다.

<찾아뵐거에요.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아직은...그것땜에 저한테 이러는거라면 그만해도 돼요, 저 언젠가는 찾아뵐거니까.그러니 선우씨도 다시는 저 찾아오지마세요.>
선우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서운을 표정을 감추지못한다.
<그것때문만은 아닌같은데… 글쎄요, 왜일가요? 저두 궁금해요. 내가 왜 요즘 소은씨한테 집착을 많이 하고있는지,이제 해답을 찾아보려구요,그러니 모르는척 하지만 말고 좀 편한 친구로 ,아님 편한 사람으로라도 먼저 생각해주심 안되나요?>






고속열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장소에 도착한후 나는 객잔 주인한테 전화를 했다.여행지호텔를 선택하지 않고 대신 여행지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곳에 객잔을 예약했던것이다.
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잠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라고 한다.5분정도 지나니 40대 돼보이는 아저씨가 옆구리에 살짝 칠이 떨어진 낡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와서 나를 데리고 간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구전 형태를 갖춘 2층 집이 보였다. 입구에는 담너머로 넝쿨째 달려있는 포도나무가 보였고 1층 구석에 자리잡은 흔들거리는 넓은 그네도 보였다. 복도에 들어서니 정면으로 마주한 큰 어항이 있었다. 왕눈을 한 금붕어들,색채를 띤 이쁜 무늬를 하고있는 작은 물고기들,밑에는 수초들과 작은 산들이 놓여있다. 자세히 보니 가만히 옆드려 움직이지않는 작은 거북이도 보인다.
이곳은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집냄새가 나는게 맘에 들었고 방문마다 호실번호 대신에 이름이 적힌 패쪽이 걸려있는게 맘에 들었다.
인터넷에 있던 객잔 소개서의 이쁜 사진이 눈에 띄였었고 주문객 평가도 괜찮아보여 예약했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더욱 맘에 든다.가격도 저렴해서 부담도 없고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다.
웬지 예감이 좋다. 즐거운 여행이 될거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 아줌마는 내가 머물곳으로 2층 젤 끝쪽 방으로 데리고간다. 끝방에 도착하기전 복도에 큰 테이블과 쇼파가 놓여있었다.
저기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1층에 놓인 예쁜 어항도 구경할수 있겠구나...쇼파에 조용히 앉아 책을 보고있으며 편히 쉴수도 있겠네...
벌써 마음이 편안해지는것같다.

끝방에 도착하니 문앞에는 {도화원} 이라고 적힌 나무조각으로 만든 패쪽이 걸려있다.
세상속 험난한 생활을 피해 바깥세상을 잊고사는 도화원을 뜻하는거 같다.편안한 안식처란 의미를 닮은 방인가보다.

방안은 일인용침대와 옷장,그리고 화장실이 있는 간단한 공간이다. 간단하지만 구석구석 깨끗하게 정리 정돈 돼있었다.햇빛도 따뜻하게 들어온다.

여행가방안의 옷들과 세면용품들을 정리해놓고 점심먹으로 나갔다.

객잔에서 나와 부근의 국수집에 들어가 라면한 그릇을 시키고 앉아 휴대폰을 꺼내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동료 여직원 Lin:<할로우~ 그대는 지금 어디~~>

나:<언니,안녕하세요~ 저 지금 여행왔어요 ㅎㅎ>

동료 여직원 Lin:<그니까 여행 어디냐고~.~>

나는 내가 있는 곳을 문자로 보내주었다.

동료 여직원 Lin:<좋은데 갔네~ 부럽~ 내친구도 주말에 그쪽 놀러가겠다던데 호텔을 못잡았다네, 자기 머문데 어때? 괜찮으면 소개해줘~>

나는 객잔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주었고 직접 찍어둔 사진 몇장을 첨부해서 같이보냈다.그리고 그녀는 아니나다를가 사진들이 이쁘다고 했고 자기친구도 맘에 들어한다고 했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천천히 여행지 방향으로 걸어갔다.

휴가철이 아닌지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대나무들이 숲을 이룬 산들과 산들에 감싸여 있는듯한 맑고 투명한 큰 호수.바람이 지나가면 잔잔한 물결이 지고 조용이 눈을 감으면 대나무들의 속삭임을 들을수있다.
절묘하고 다채로운 새들의 공연도 볼수있고 커다란 규모의 장수를 상징하는 노인성을 향해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도 볼수있었다.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카메라나 휴대폰을 들고 아름다운 광경들을 놓칠세라 찰칵찰칵 담아낸다.
나도 휴대폰을 들고 대나무숲을 담고 고요한 호수를 담고 즐겁게 지나가는 행인들의 뒷모습이 찍힌 풍경도 담았다.

한참 구경하고 나서 쉴데를 찾아 슈퍼앞 의자에 자리잡고 앉았다.
의자에 앉아 주의를 둘러보니 온통 푸른물결에 쌓여있다.
언젠가 뛰여놀던 들판도 이와 비슷한 색갈을 하고있었지…
나는 기억한다. 유난히 해맑았던 얼굴을 하고 깔깔거리며 웃던 어린시절,
그리고 나는 기억한다. 그웃음을 되찾게 해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걸…

<사는게 별거더냐,행복이 별거더냐, 니가 내 나이가 돼봐라,사는게다 그런것이란다 ~~>
옆의 의자에서 할머니 한분이 노래가사인지 시인지 읊고있다.
나이는 꽤 들어보였지만 정신은 아주 맑아보였다. 등산복 차림을 하고 태양모자를 쓰고있었고 푸른 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있다.

그래,사는게 별거아니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는데는 눈깜빡할 사이가아니더냐,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진다고 다시 맑음이 찾아오지 않는건 아니지않냐,
희로애락을 겪으며 평생을 살아온 이들에게 내삶만 힘들다고 봐달라고 하지마라,
힘들어도 내일은 오고 내일이 다시 오늘이 된다.
나중에 만날수 있을때 나는 오늘을 잘지내고 왔다고 전할수 있게 살아가자!



하루 여행을 마치고 약간 어두워질 무렵 나는 그어느때보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객잔에 들어갔다.
1층 카운터에서 주인아줌마랑 얘기를 나누고있는 뒷모습이 익숙해보인다.

선우는 인기척을 듣고 뒤를 돌아보더니 날 발견하고는 기쁘게 웃으며 손을 젓는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드디여 찾았다 ~ 아름다운 밤이네요!>
추천 (9) 선물 (0명)
IP: ♡.239.♡.129
수니수니수 (♡.102.♡.25) - 2017/05/11 00:29:57

굿입니다. 다음집 기다릴게요~^^

카풋치노 (♡.104.♡.199) - 2017/05/11 11:57:37

들러줘서 감사^^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ㅎㅎ

왕초보임 (♡.214.♡.137) - 2017/05/11 10:20:01

언제 나올려나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재밌게 보고 갑니다.

카풋치노 (♡.104.♡.199) - 2017/05/11 12:01:19

기다리셨다니 너무 기쁘네요~
재밌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다음집도 잘 부탁합니다ㅎㅎ

벨리타 (♡.36.♡.154) - 2017/05/11 12:21:34

매수당한 여직원 Lin씨네요 ㅎ ㅎ

궁금증 달고 쭈욱 읽어보고잇습니다

다음글 기다립니다

카풋치노 (♡.136.♡.233) - 2017/05/11 20:19:37

너무 우울하게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유쾌한 인물을 등장해봅니다.Lin은 활력소이기도하죠 ^^

행운잎사귀 (♡.4.♡.66) - 2017/05/11 13:57:03

아,선우가 계획적으로 접근햇네요,ㅎㅎㅎ 내용 재밋어요,,담집두 기대합니다,,

맬 볼수 있어서 참 좋네요,,, 끝까지 쭉 홧팅요,,

카풋치노 (♡.239.♡.129) - 2017/05/11 20:25:24

넵!응원에 힘을 듬뿍 받아 끝까지 홧팅입니다^&^

장백산00 (♡.226.♡.130) - 2017/05/11 15:04:50

1회부터 4회까지 쭉~잘보고갑니다.벌써부터 선우랑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지네요~ㅎㅎㅎ
다음집도 기다립니다~~~

카풋치노 (♡.239.♡.129) - 2017/05/11 20:32:46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집도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뵙도록할게요^^

SILK (♡.175.♡.96) - 2017/05/11 16:54:18

잘 보고 갑니다. 궁금증을 유발해내기에는 충분한데요? 다음집 기대하면서 좋은 저녁되세요.

카풋치노 (♡.239.♡.129) - 2017/05/11 20:49:17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이네요 ㅎㅎ 벌써부터 즐거워집니당~좋은저녁 보낼수있을같습니다,다같이 행복한 저녁 보냅시당^^

스마일87 (♡.120.♡.98) - 2017/05/12 08:26:35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카풋치노 (♡.239.♡.129) - 2017/05/13 00:07:19

즐거운 주말 잘 보내세요^^

싼쌰인 (♡.152.♡.243) - 2017/05/13 13:19:38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ㅎㅎ
여자가 싫다는데도 남자가 저렇게 들이대는것 보면 ...
백번 찍어서 않넘어갈 나무가 없다는 속담이 생각나는군요~ㅋㅋㅋ
다음집도 궁금해지네요 ~ 수고하세요~.~

카풋치노 (♡.104.♡.194) - 2017/05/15 18:17:20

진심으로 다가가니 백번 찍기전에 넘어질듯도합니다^^ 항상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사는남자 (♡.50.♡.196) - 2017/06/08 17:46:00

잘보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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