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TCH PAY (11)

작은도둑 | 2017.03.10 19:15:43 댓글: 14 조회: 3910 추천: 9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04413
이름을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웬일이야?]

[지금 어디야? 어디서 만날까..]

[여기. 회사근처 뻐스역이긴 한데, 우리 오늘 약속을 했었어? 기억이 안나지?]

[일단 내가 거기로 갈께. 지도 캡처해서 보내봐. ]





나는 핸드폰을 뒤져 혹시라도 판양에게 잘못 전화를 걸었던 기록이 있는건지 살펴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 선약을 잡은적이 없었다.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판양의 한톤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금혼 웨딩 오다 맡았지? ]

얘기를 한적이 없는데 쪽집게마냥 하고 집어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아직 서류 자세하게 안봤구나.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할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끝냈다. 뻐스역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전에 작업실에서 했던 키스를 떠올렸다. 판양의 키스는 퉁명스러웠던 그의 말투와 반대로 다정했다. 무례라는 느낌이 안들정도로 조심스러웠고 간만에 사랑받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랑 했던 키스는 마치 와인의 온도처럼 흠뻑 취하지도 그렇다고 멀쩡하지도 않은 중간의 어디쯤에 있었다. 뻐스역에서 15분쯤 기다리고 있는데 판양의 차가 서서히 앞에 멈춰섰다. . 창을 내리고 내게 말을 건넸다. 주변을 잠깐 두리번하다가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조금 이동하여 근처의 가게에 내려 점심을 주문했다.






[ 보자고 했어? 오늘 바뻐. 오후에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단말이야..]

[지금 하고 있잖아.]

[ 소리야?]

[ 클라이언트 미팅 지금 하고 있다고. 형이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내가 대신 나왔다.]

[형은 뭔소리고. 대신 나왔다는 뭔데….에이 설마?]

[그러게..오다 자세하게 보라니까.. 니가 형한테 전화했다며. 오후에 만나자고.]

[잠깐만.]

[ 금혼부부 우리 부모님이셔. 교수님 성이 판씨로 적혀져 있든? 판씨가 흔하진 않잖아.

너랑 오늘 만나기로 했던 사람은 우리 형이고..]






놀라서 턱이 떨어질뻔했다. 판양이 웃더니 손을 내밀어 턱을 살짝 들어올려 입을 다물라며 구박을 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판양은 자연스레 그릇을 가져다가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다시 놓아주었다. 나는 기억을 되살려 그날 봤던 가족사진을 떠올렸다.





[ 사진 봤는데 너같은 애가 없었어.]

[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형제가 많아. 위로 누나 . 막내아들. 사진은 내가 유학갔을때 찍은거고.]

[그래? 정부가 자식 다섯 낳게 허락한거야?]

[아니.. 결혼식 못올렸다고 했잖아. 왜겠어? 셋째 누나 태여났을때 이미 충분히 댓가를 치뤘고. 넷째형일때는 집지으려고 했던 재료들 가져갔고. 나일때는 도피하셔서 낳으셨대. 이미 텅빈 벌금 지급할 돈도 가져갈것도 없으니까 화김에 와서 전부 때려부셨대나..]





판양이 스테이크를 씹으며 대답했다. 환갑잔치 대신 웨딩으로 하려는 자식들의 마음이 조금은 알거 같았다.




[근데 나야? 예뻐서? ]

[거울 안보냐? 너라면 우리 부모님 마음 헤아려 해줄거 같아서라고 하자. 웨딩을 자주 하다보면 정서나 분위기라는게 있어. 너는 화려하지는 않은데 따뜻해.]





저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잠깐 응시하더니 판양은 말을 이었다.





[ 부탁한다. 정보가 필요하면 아무때나 연락해.]

[부담이 팍팍 되는데…]

[부담 가지라고 그러는거야.]




점심을 먹고 일어나면서 판양이 차키를 집어들더니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차마 이상황에 호텔로 데려다달라는 얘기를 할수가 없어서 나는 알아서 갈테니까 먼저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갑자기 일찍 끝난 미팅때문에 오후시간이 비여 찾는 일에 집중할수 있을것 같았다. 부동산 몇군데 들러서 문의하고 어차피 여자 혼자사는 원룸이라 봤던 가운데서 그나마 괜찮은데로 계약을 했다. 마음이 무겁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







잔잔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바에서….강현수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옆에는 양주병이 있고 안주는 건드리지 않은 그대로 잔만 굽내고 있었다. 창가에 위치한 자리에는 창밖으로 이도시의 화려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거기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얼마쯤 마셨을라나바의 문이 열리더니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와 카운터에서 몇마디 나누더니 곧장 강현수가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양주병을 보더니 윤태오는 양미간을 찌프리고 강현수를 바라보았다.






[이럴거 그랬어?]

[?]

[니가 연이씨 그렇게 만든거잖아. 착한 여자를...]

[그랬지…]


강현수는 냉소적으로 대답하더니 웨이터를 불러 양주하나를 추가했다. 윤태오는 양복을 벗어 쏘파에 걸터놓고 셔츠 팔목 단추를 풀고 팔소매를 접어 올렸다.






[어머님은 가셨어?]

[아니..결판 내려나봐.]

[것도 니가 원했던거잖아. 그래서 그날 아침 연이씨가 당할거 뻔히 알면서 자리 비켜준거고.

지가 언제부터 부모님 그렇게 챙겼다고. 생일도 기억 못하는 넘이.]




윤태오의 돌직구에 강현수는 침묵으로 대처했다. 잔을 들어 비우고 낮게 그의 시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깊이를 가늠할수가 없었다. 윤태오는 맞은편 친구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잔을 채워주었다.




[안봐도 뻔하다. 구멍숭숭 내셨겠네. 너라도 막아주지 그랬어?]

[그런게 싫었어.]





강현수는 드디여 입을 열었다. 어쩌면 술기운에 할수 있는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좋았지. 연이가 착했던게다른 여자들처럼 나랑 어머니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거 냐는 유치한 질문안해서 좋았고. 따로 내가 그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게 해서 편했어. 그러다가 우연히 봤어. 우리 어머니가 연이를 혼내는거. 별거 아닌일로 지능적으로 갈구더라고. 연이는 그걸 멍청하게 감당하고 있고. 나는 모르는척 했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이라 집안일때문에 신경쓰기 싫었어. 옳고 그름을 가르기보다 연이가 양보하는거로 합의를 본거야.]





잔은 비였다가 다시 채워졌다 강현수는 양미간을 찌프렸다. 지난 시간들이 필림마냥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보려고? 어머님 성격에 물러설 캐릭터는 아니지 않나?]

[그건 연이가 해결할 몫이지. 전처럼 속도없이 참고 살건지. 아니면 이참에 바꿔보던지..대견하게도 잘하고 있는것 같다.]

[미친쉐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마누라랑 자기 엄마 싸움 붙혀? ]





윤태오의 돌직구에 강현수는 처음으로 빙그레 웃어보이더니 잔을 들어 비웠다.






[연이말이야. 점점 웃음이 사라졌어. 학교때 즐겁고 명랑했던 아이였는데 . 웃기도 잘하고 울기도 하던 애였는데.. 그래서 눈에 띄였는데. 언제부턴가 집에 오면 먹을지를 고민하는 연이가 지겨워졌어. 열에 열을 나한테 맞춰가는것도 질리고. 회사일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여전히 어린애처럼 내가 오길 기다려 가치없는 얘기를 늘여놓는게 더이상 끌리지 않았어.]

[언제는 단순해서 좋다더니.그럼 놔줘.]

[그러려고 한적도 있었지. 그런데 놔주면 뭐가 되지? 중간중간 심심하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긴 했는데 경력 애매하고. 지가 돈으로 들고있는 가방 하나도 사기 힘들고.]








[그게 이유야? 그래서 더치페이 하자고 했냐? 돈도 많은 넘이. ]

[어떻게 알았어?]

[오래전에 xx 전자에 면접왔더라. 마침 일때문에 갔다가 마주쳤고. 다행이지. 너네 회사 거래처기도 하잖아. 그회사바이어 사장 마누라가 자기 회사에서 각종 잡일 하고 있다는거 알면 퍽이나 좋아하겠다. ]

윤태오도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그래서. . 혼자 내버려둬도 살수 있게 만들어서 끝내려고? 그녀에 대한 배려야? 아님 니가 양심적으로 그러면 가책을 받는거야? 가끔 보면 니가 나보다 냉정해.]





윤태오는 맞은편 앉은 강현수를 한참동안 응시하였다. 20년지기의 우정으로 그는 강현수를 너무 잘알고 있었다. 가는 무테안경 섬세하고 세련된 얼굴뒤에는 확실한 취향과 가치관이 있었다. 강현수는 자기가 원하는지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말수적고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남자는 항상 말보다 행동으로 주변 상황이 자기한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조율을 했다. 결재가 안되는 거래처가 있다면 앞뒤 이해관계 분석하고 거래처로 하여금 수익이 있도록 도와주고 다시 대금 받아가는 타입이였다. 신용은 칼같이 지키고 모든 관계 원활하게 처리하면서도 자기 원칙과 취향을 굽힌적이 없었다. 차연씨를 만날때 의욕넘치고 반짝이던 열정도 진심이였을거고. 지금 그넘의 사랑이 바닥이 나서 느끼는 냉정한것도 진심일것이다. 그리고 어느순간 남아있는 미련이 없다면 망설임없이 정리를 했을것이다.




[둘다 있겠지. ]




강현수는 잠깐 창밖으로 시선이 머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실은 끝내려고 시작했던 일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고 했던 일이야. 변화가 필요했어. 더이상 나아가다가는 모두 불행해질거야. 연이는 자기가 원하는게 뭔지 평생 모르고 살거고 나는 그게 점점 질릴거고. 대화는 줄어들고 그러면 헤여질수밖에 없어. 결혼할땐 평생 그렇게 살아도 상관없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일을 겪으면서 사랑이 다는 아닌거 같다. 연이는 착한건 맞는데 끌리지는 않아. ]





강현수는 그날 어머니를 부축했을때, 연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커다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한마디 대꾸를 못하던.. 상처받은 듯한 시선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미친넘. 그렇게까지 하고 안되면 어떡할건데.]

[그땐 말처럼 확실하게 놔줘야지. 연이가 나없어도 살수 있을때.]

[연이씨를 지금처럼 살게 만든데 대한 책임감이냐?]

[그것도 없지않아 있고.]





두사람은 잔을 들어서 건배를 했다. 부부사이의 일은 3자가 뭐라고 끼여들 상황이 아니였다. 단순한 가정생활을 해왔던 차연에게 강현수는 이제 버거운 상대일지도 모른다.




[아남이가 난리나겠는데.. 아남이가 너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다.]

윤태오는 초반에 강현수친구라며 자기를 멀리하던 아남이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누구? 연이친구? 두사람 아는 사이야?]

[. 요즘 내가 많이 끌리는 여자.]

[어디까지 갔는데.. 진지한 사이야?]

[글쎄 특이하다.]

[조심해라.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 가는 수가 있다. 결혼하고 싶어진거야?]

[걱정말어. 아직 그단계는 아니야. 그리고 너랑 나랑은 엄연히 다르고.]

[건투를 빈다.]




강현수는 잔을 들어 부딛쳤다.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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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요일. 나는 계약을 하고 이사를 했다. 중간에 잠깐 시간을 내여 집에 들려 옷과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챙겨왔다. 짐을 챙겨가지고 문을 나오는데..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시어머님이랑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날처럼 불같이 화를 내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여전히 쌀쌀한 기온이 감돌았다.



[ 아주 나갔나 했지. 아쉽긴 했나부다.]

[아니요. 아주 나가려구요. 어머님. 건강하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짐을 들고 나와 택시에 실었다. 돈되는걸 챙겨가는건 아니냐는 말에..나는 조근조근 이집에 되는 모두 남편 은행 보험궤안에 있어요 라고 말씀드렸다. 아남이가 이사를 도와주었다. 이지경까지 가냐고 따질만도 한데 별다른 리플을 달지 않아줘서 고마웠다. 쏘파시트를 갈고 커텐을 치고. 청소를 마치고 나니까 나름 아늑해졌다. 전등을 갈면서 아남이가 [ 어떡하냐? 남자가 없는데 사는데 너무 지장이 없어.]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정리까지 마치고 치킨과 맥주를 시켜 마시며 오히려 앞으로 자주 이런 시간 가질수 있어서 좋겠다고 했다.





연이씨가 세집 맡았어. 아남이가 이사를 돕고 있다네.






회의도중에 윤태오의 메세지를 확인하고 강현수는 핸드폰을 닫았다. 회의도중에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 기억에 남지를 않았다. 기대했던 대로 씩씩하게 헤쳐나가고 있는데 현실은 쌍날의 칼이라 어쩌면 다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는 어머니는 욱하셔서 일해주시던 아줌마를 짜르시고 간만에 아들 뒷바라지를 하시더니 힘이 부치신지 요즘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신다. 어머니도 연이가 했던 일을 하면서 어느정도 이해가 됏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가족으로 살아야 한다면 정답이라는건 없었다. 일로 맺어진 사이라면 짜르거나 거래를 안하거나 하면 그뿐인데..가족은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외에는 별다른 해결방도가 없다.





퇴근 , 강현수는 늦은시간 차를 운전하여 윤태오가 보내준 주소대로 찾아갔다. 저렴한 주택가를 빙빙 에돌아 겨우 차를 주차하고 한참동안 불이 켜져있는 윗층을 올려다보았다. 한참동안 그렇게 묵묵히 쳐다보다가 차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아남이가 집에 도착할 무렵, 윤태오의 전화도 걸려왔었다. 아남이는 어깨에 핸드폰을 끼고 가방을 뒤져 키를 찾아 문을 열었다. 통화연결이 되고 아남이의 육두문자석인 강현수의 욕에 윤태오는 핸드폰을 귀가에서 떼여냈다가 끝났다 싶을 다시 갖다대였다.




[이제 우리 얘기 하지.]

윤태오의 나즈막한 중저음의 소리가 전해졌다. 진지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우리 얘기? 얘기?]

[딴청 부리지 말고. 무슨 얘기할지 너도 알잖아. ] 윤태오는 바투 들이댔다.

[좋아..근데 그걸 전화에서 하자고?]

[싫어?]

[아니.근데 씻어야 되는데…]

[그래? 그럼 만나서 얘기하자. 열어봐.]





장난인줄 알고 문을 열던 아남이는 불쑥 나타난 윤태오때문에 입이 굳어버렸다. 옷은 반쯤 벗다 말았고 핸드폰은 여전히 손에 쥐여져 있었다. 윤태오는 아남이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다가 끄더니 바로 아남이를 밀어 집에 들어온후 문을 닫았다.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되긴.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하던 얘기나 마저하지. 저번 제안 생각해봤어?]

[.]

[결론은?]





아남이는 옷을 벗어 걸쳐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머그컵에 유자차 두잔을 타서 하나는 윤태오를 건네주었다. 쏘파에 앉아있는 기다란 기럭지때문에 시각적인 향수를 느끼게 했다. 남주긴 아깝기는 했다. 하지만 몇시간전 연이의 세방를 떠올리며 아남이는 남일 같지 않았다. 그럴일을 없겠지만 이남자랑 같이 사귈 동안 그렇게 안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아남이는 눈을 깜빡이였다





[조건이 있어.]

[뭔데…]





여유롭게 유자차를 마시며 아남이가 말하는 조건을 가늠하던 윤태오는 아남이가 하는말에 여자를 만나면서 가장 크게 혼란에 빠졌다.




[우리 더치페이 해요. 결혼은 할지 안할지 모르겠고 해도 당신이랑 할지 모르겠고. 대신 만나는 동안의 모든 데이트 비용은 반반씩 내요. 기념일 선물은 서로 비슷한 선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내에서 주고받고. 집은 당신집이나 집이나 상관이 없으니까 오가면 되고. 여행을 가거나 하더라도 몫은 내가 내게 해줘.]





[ 그래야 되는데?]





윤태오는 눈앞의 이여자가 점점 흥미로와졌다. 남녀관계에서 한번도 이런 제안을 하는 여자가 없었다. 여자가 사주는 밥을 얻어먹은적이 없었다. 그건 일종의 권위이기도 했다. 모든 남녀관계에서 윤태오는 항상 자기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한번도 지금처럼 밀린다는 생각이 든적이 없었다.





[대신 서로 구속이나 집착 간섭 이런것도 하지 말자. 그렇다고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야. 서로하는 일을 존중하고 일하는 시간에 사적인 일로 영향주지 말고. 어른스럽게 연애하자고. 물론 나도 그럴거고. 어때? ]




윤태오는 아남이에게 가볍게 만나자고 작업을 걸때보다 심란해졌다. 간섭도 하지 않겠다 구속도 하지 않겠다. 게다가 자기한테 돈쓸 필요도 없을뿐더러 같이 부담하겠다고 하는데 속이 뒤집히고 찝찝함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유자차에 약을 탔나 싶어서 윤태오는 머그컵 밑굽을 내려다보았다.





[싫음 말고.] 바로 뒤돌아서는 아남이에게 윤태오는 유자차를 원샷하고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더치페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고.]





바로 입술이 포개졌다. 모험이 될지 모르겠지만 윤태오는 기꺼이 그걸 감수하기로 했다. 바로 아남이를 안아 침대로 향했고 옷이 하나하나 바닥에 떨어졌다. 이순간이 끌리면 그뿐이였고 남은일은 뒤에 생각할 문제였다. 지금 그는 여자한테 많이 끌린다. 아남이의 몸에서는 항상 병원냄새가 났다. 윤태오는 아남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아남이의 신음소리는 자극을 불러왔다. 밤은 깊어갔고 젊은 남녀의 거친 숨소리가 오래동안 지속되였다.






나는 판양의 집으로 가서 오래된 낡은 사진첩을 들고왔다. 결혼식은 아니지만 깔끔한 옷차림에 가슴에 빨간 꽃을 꽂은 부부의 사진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음해는 세사람으로 아이를 안고 있었고 그다음해에는 네사람이 되여 아이를 안고 있었고 한해에 한명씩 인원이 추가가 되여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아있었다. 부부의 모습은 나이들어갔지만 얼굴의 미소는 여전했고 애들의 개구쟁이 모습이 점점 가정을 완정하게 채워나갔다

나는 나와 강현수를 떠올렸다. 우리사이에 애가 있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노트북을 켜고 PPT 기획서 작성하려다가 일단 보류해두었다.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닌것 같았다.
한참 망설이다가 나는 QQ에서 판양을 찾아 말을 걸었다.





[작업실이야?]

[. 오려고?]

[아니. 사진첩을 보다가 그냥 생각이 나서.]

[.]





참묵이 흘렀다. 조금만 기다리다가 노트북을 끄고 자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메세지 입력하고 있다는 상태가 떴다. 그리고 바로 메세지가 들어왔다.





[영화 보러 갈까. 보자. 영화든 얼굴이든. 지금. 내가 갈께.]

[어디로? 지금 친구집에 와있는데..]

[알아. 거기로 갈게...]






그리고 바로 오프라인이 돼버렸다. 판양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여행을 간다며 보름넘게 비여있던 날들, 복귀했을때 다들 화장실에서 부잣집 사모님이라서 먹고사 걱정없이 여행을 다니도 좋겠다고 빈정거릴때, 판양은 퉁퉁 부어서 차연이가 수상했다. 그리고 주말 점심을 먹고나서 과하게 먼저 가라고 등떠밀던 , 굳이 미행을 한건 아니지만. 뻐스역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했고 저도 모르게 뒤를 따라가고 말았다. 고급아빠트에서 나와 구멍가게같은 원룸이 필요한건지는 알수 없으나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수 없었다. 계약을 하고 차연이가 떠난 다음, 판양은 부동산을 찾아 확인을 마쳤다.






추천 (9) 선물 (0명)
IP: ♡.166.♡.227
i0003 (♡.43.♡.173) - 2017/03/10 20:32:38

마음이 무겁네요.

잘 읽었습니다

소다미0801 (♡.140.♡.103) - 2017/03/10 22:52:39

주인공이라도 된것처럼 글에 푹~ 빠지게 되네요... 열심히 읽다가 오늘 몇년만에 모이자 로그인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조금 무겁긴 하지만 엔딩은 아직 모르는거니까 다음집도 최대한 빨리 올려주세요^^

monica (♡.136.♡.161) - 2017/03/11 08:01:30

드디여 작가님 속도 내기 시작햇군요. 여주가 남편 사랑 듬뿍 받기를 바라면서도 서서히 멀어져가는것이 현실이고...

꿈과미래812 (♡.30.♡.10) - 2017/03/11 13:40:15

긴말 필요없이 글수준이 완전 장난아니네요..

혹시 아주 유명한 작가분이신지?

청승가련 (♡.36.♡.72) - 2017/03/11 15:19:06

잘 읽었습니다.
남주한테는 왕년의 흰장미가 옷섶에 묻는 밥알로 여겨진걸가요.
담집 기대할게요.

스마일87 (♡.120.♡.123) - 2017/03/11 17:55:31

결혼이란 두 사람만의 삶이 아니여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나봐요.
놓아주는 것이 배려일지, 아님 더 큰 상처가 될지, 다음집도 기대합니다.
추천 클릭합니다.

싼쌰인 (♡.236.♡.168) - 2017/03/12 15:03:08

남주가 계획성이 강하네요~ 무서운남자~!
여주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는것이...
다음집 기대할게요~ 수고하세요~.~

지여니맘 (♡.204.♡.151) - 2017/03/12 18:16:11

바로 곧 11집을 올려주셨네요.이속도로면 내일도 12집 볼수 있는거죠? 잘 읽고 담편 기다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ILK (♡.175.♡.106) - 2017/03/13 09:53:36

요 몇일은 아주 눈이 즐겁네요.수고하셨어요. 어김없이 잘 보고 갑니다.

토토로11 (♡.100.♡.124) - 2017/03/13 12:37:45

오늘도 잼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강현수가 좀 넘 했네요. 자신한테 다 맞춰주니 그게 매력이 없다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배부른 사랑투정.

서로 대화하면서 풀어야지 엉어리져서 점점 더 멀어질거 같다는 느낌.
강현수가 라이벌이 생겨야 긴장감 가질려나.

준호 (♡.236.♡.171) - 2017/03/13 14:10:17

요즘처럼 자주 올려주시면 제가 살맛날꺼같네요.
글 드대로 드라마 찍으셔두 대박날꺼 같네요.
수고하셧습니다.

작은도둑 (♡.166.♡.227) - 2017/03/14 10:47:47

i0003 님: 글쓰는 내내 저도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다미0801 님: 오래된 회원님 소환되였다니 좋네요. 제가 자작글마당에 글 올리는 이유중 하나기도 하구요. 저도 글을 쓰다보면 감정이입이 되여 그 시간엔 그생각만 합니다. 글 마무리하고나면 실연한거 같은 허탈감에 빠집니다.

monica 님: 항상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

꿈과미래812 님: 작가는 아닙니다. 책과 문자와 글을 좋아하는 정도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은도둑 (♡.166.♡.227) - 2017/03/14 10:53:27

청승가련 님: 흰 장미라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여주의 이미지랑 맞는거 같아서요.

스마일87님: 세상 모든게 다 변하는데 감정이라고 변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사람마음이라는게 변덕이 많아서 어쩌면 더 유통기간이 변수가 많은걸수도 있구요. 중요한건, 시작을 하든, 마무리를 하든 그걸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별은 다음번 시작의 경험과 밑거름이 될수도 있구요.

싼쌰인 님: 그게 남주의 매력일수도.냉정하고 현실적이지만 남주는 매력적인 남자임은 틀림없는거 같아요.저는 저 남주에게 많이 끌려요.

SILK 님: 즐거웠다니 그동안 수고에 보수를 받은 기분입니다.

작은도둑 (♡.166.♡.227) - 2017/03/14 11:00:52

지여니맘 님: 일단 시간나는대로 적어두고 있습니다만, 분량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네요. 좋은 한주 되세요.

토토로11 님: 강현수는 자기애가 확실한 성격입니다. 본인의 방향,취향,목표가 분명하구요.라이벌이라. 저도 궁금합니다. 애정이 남아있다면 먹힐겁니다.


준호님: 처음 뵈네요. 보고 계시는지 몰랐습니다.꾸준히 들려주신다면 속도 유지해보겠습니다.
원하는 설정이 있다면 참여도 좋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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