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TCH PAY (17)

작은도둑 | 2017.03.27 10:01:54 댓글: 26 조회: 4196 추천: 1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20452

후에야 나는 오래전에 윤태오가 얼핏 아버님이 결혼을 여러번 하셨다는 얘기를 했던게 생각이 났다. 몇해전 술을 마셨을때 남편이 아는 지인중 한사람이 재혼인가 세번째인가 초대장을 보내왔다는 얘기에.. 윤태오가 무덤덤하게 얘기했었다.






[우리영감만큼이나 했을까.]







윤태오의 아버지는 사진으로만 본적이 있었는데 풍채좋고 홍콩의 배우를 닮은것 같이 멋진분이셨다. 윤태오의 외적인건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태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분은 2 전성기를 맞이하셨다고 한다. 지금 만나시는 분이 몇번째인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생활이 화려하셨다고 한다. 윤태오는 아버지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없었다.자식 교육 마치시고 본인 인생 즐기시겠다고 하시는걸 굳이 막을 이유도,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태연이는 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아남이는 20 안밖의 예쁜 여자랑 마주했다고 한다. 머리는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캐릭터처럼 탈색을 하고 있었고 치마가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았다. 20 여자를 집에 끌어들인게 어이가 없어서 윤태오를 흘겨보는데 여자가 달려오더니 윤태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인사해. 내동생. 태연아 여기는 오빠 여자친구.]





윤태오의 말에 아남이는 그제야 떨떠름해서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넸다.





[동생이였어? 그래. 반가워. 나는 아남이야. ]






여자아이가 윤태오의 품에서 고개를 빼꼼히 돌려 아남이를 보고 있었다. 애티나는 얼굴에는 다크 써클이 어둡게 내려앉았고 얼굴은 창백해보였다. 윤태오의 표정도 많이 피곤해보였다. 태연이는 건조한 눈으로 아남이를 주시하고 있을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내민 손이 민망하여 아남이는 머리를 머리를 뒤로 넘겼다. 탁자위에는 마시다 맥주와 거의 건드리지도 않은 피자가 그대로 놓여있었다. 달래서 재워놓고 윤태오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왔다. 동안 아남이는 탁자위에 물건들을 정리해서 주방에 가져다 놓았다. 커다란 냉장고안에는 물과 술외에는 별다른 먹을만한게 없었다.






[ 한잔 할래?]

윤태오는 냉장고를 열어 맥주 몇개를 꺼내왔다.






[몇살이야?]

[스물 ..]






탁자위에 두동강난 임신 테스트기계가 놓여져있었고 선명하게 두줄이 그어져있었다. 윤태오는 맥주하나를 따서 반쯤 마셨다. 아남이는 처음으로 그런 윤태오를 보았다고 한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판단이 섰고 아남이는 어설프게 나마 팔을 내밀어 윤태오를 포옹했다.





[ 먹여야 되는거 아니야? 죽이라도 만들어줄까 아무것도 안먹은거 같던데. ]

[입덧이 심해서 먹은거 토해.]



산부인과 의사인 아남이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윤태오의 옆에 기대앉아 아남이도 맥주병 하나를 들었다.
윤태오가 그의 손에서 가져가더니 티슈로 앞부분을 닦아 따서 다시 건네주었다.






[ 아빠는 찾았어?]

[.]

[어떤 사람이였는데…]

[백수 날라리 양아치.]

[태연이가 안됐네.. 그런 사람을 만나서..]






[한동안 가출을 해서 못찾았었어. 아버지와 아줌마가 여행중이라 애가 가출한것도 몰랐나봐.]

[태연이는 어떤 생각인데?]

[둘다 애들이야. 책임질 능력도 생각도 없고 일이 터지니까 두렵고 숨기려고만 했고.]





아남이는 대충 윤태오가 자기를 찾아왔는지 알거 같았다. 며칠전에도 아남이네 병실에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찾아왔었다. 기록을 보니까 낙태경험이 4번째로 추정되는그렇게 만든 남자는 안오고 여자 혼자서 겁도 없이 찾아와서 수술해달라고 졸라대고 있었다.






[미친. . 제정신이야? 이번까지 수술하면 평생 아이 못낳을수도 있어. 그래도 좋아?]





아남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동생 혼내듯 욕설을 퍼부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수술 해달라고 하는 여자를 보호자 같이 오라고 쫒아냈다. 모르긴 해도 아이는 다른 병원에 찾아가 아마 수술을 했을거로 예상이 된다. 가족들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윤태오는 아남이에게 기대앉았다.





[착한 애였어. 겁이 많고. 어머니 돌아가시고나서 의지할데가 없었나봐. 나는 회사일때문에 많이 바쁘고. 아버지의 여자는 해마다 바뀌고그래서 누가 조금만 잘해주면 그게 사랑인줄 착각하고. 며칠 찾아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저렇게 만든 새끼는 죽여놀라 그랬는데 그쪽 어머님이 우시며 빌더라.나도 딱히 잘한것도 없고.]






윤태오가 허탈하게 내뱉았다. 항상 반듯하게 빗어올린 머리가 헝클어져 내려 이마를 덮었고 약간의 퇴페함이 느껴졌다.






[태연이와는 얘기 한거야?]

[. 월요일에 데리고 병원 갈께..]

[알았어. 기다릴께..]





아남이는 묵묵히 맥주캔을 비웠다고 한다. 세상에는 가끔 축복이 지나치게 일찍 찾아올때가 있다. 아남이는 굳게 닫힌 태연이의 방문을 한참동안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떠올랐다고 한다. 서른두살의 아이를 갖고싶어하던 차연이와 스물둘의 너무 일찍 찾아와 보낼수밖에 없는 태연이.. 사람은 가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때가 있다. 그래서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슬퍼하고그러면서 극복하면서 살아갈수밖에 없다. 그날밤 아남이는 그렇게 밤새 윤태오와 같이 있었다. 항상 공중부양하는것 같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아남이는 윤태오의 주방을 뒤져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죽을 끓여놓고 나왔다.







한주가 새로 시작되고 아남이는 정상근무외에 가끔 태연이의 정서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오다때문에 바빠 돌아치고 있었다. 점심시간 미팅을 마치고 스타박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안쪽에 권지안이 어떤 양복을 입은 남자랑 커피를 마시는게 보였다. 책상위에 서류가 놓여진거로 보아 선보러 나온건 아닌것 같았다. 지난번엔 피하지 못해서 머리 끄댕이 잡고 추한 보였지만 피할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그냥 에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그것보다 앞으로 스타박스도 발길을 끊고 싶지는 않았다.






뒤늦게 퇴근할쯤에 강현수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을때, 권지안이 받았다. 권지안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했다.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강현수는 소신대로 권지안을 해고하지 않았다. 아마 해고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것이다. 두사람 사이는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단단했을수도 있고 나는 어쩌면 그가 원칙을 어길 정도로 중요했던게 아니였을수도 있었다. 사랑에는 강자가 따로 없다. 아쉬운쪽이 약자고 올방이 된다. 놓을수가 없어서 어쩔수없이 갑방의 의지나 조건에 맞춰갈수밖에 없는게 룰이다.







내가 그랬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강현수가 나를 잡아 의향이 없다면, 나는 여전히 내편 하나 없는 그의 옆에서 힘들게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날씨는 유난히 화창하고 거리에는 이미 따뜻한 여름 기온으로 화사한 옷차림으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세상이 나만 빼놓고 모두 행복한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클릭했더니 멀리 미국에서 이모 이메일로부터 메일 하나가 들어왔다.






[사랑하는 연아

지내니? 엄마야. 요즘 이모 성화에 컴퓨터 학원에 같이 다니고 있다. 옆에 나보다 십년은 나이 먹어보이는 영감이 독수리타법으로 자식들한테 메일을 쓴다고 해서 나도 이모의 메일주소로 보내본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 여기는 생각보다 살기가 괜찮아. 엄마 많이 좋아졌어. 우리 생일이 얼마 안남았구나. 강서방이랑 맛있는거 먹어. 나중에 편해지면 한번 놀러와도 좋고. 엄마 항상 사랑한다.. 연아 있어..]






이모가 골라준건지 메일내용이 하늘색 카드같은 양식으로 보내져왔다. 메일에서 이국땅의 바람냄새가 나는것 같았다. 답장을 보내려고 창을 켜놓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나는 그대로 닫고 말았다. 그동안 생긴 일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대로 전하면 노인네 밤새 잠을 못이룰게 뻔해서 그냥 다음날 다시 보내기로 하고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침대옆 달력에 동그라미 쳐놓은 날짜가 선명하게 눈에 띄였다. 이틀뒤, 생일이였다.






[결혼하고 십년 생일이 될때 우리 유럽여행 가자..]



없던 시절, 명절날 황포강의 불꽃놀이를 바라보면서 강현수가 춥다며 등뒤에서 나를 백허그하고 했던 말이였다. 상상만 해도 행복했던 시간들. 유럽여행을 나는 2년전에 이미 다녀왔었는데 둘이 아닌 혼자였다. 강현수는 기억이나 할려나..나는 핸드폰을 찾아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근했어?]

[아직.]

[요즘 출장 없어?]

[당분간은 없어. ?]

[아니..모레 저녁에 같이 밥먹자.약속 잡힌거 있어?]

[아직은 없어. 모레? 날이야? ]





머리속이 백지장처럼 하야졌다. 하긴 몇해전부터 생일날 같이 밥을 안먹은지 오래다. 대신, 그해의 신상 가방이나 구두가 집으로 배달이 되였다. 이제와서야 나는 그게 강현수가 보낸건지 아니면 회사에서 알아서 날자에 맞춰서 챙긴건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줄곧 나는 강현수가 나랑 같이 있지 못해도 정성스레 백화점을 돌아 취향대로 찾아서 배송시킨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냥 밥이나 먹자고. 우리 자주 가던 레스토랑 기억나? 7 거기서 만나..]

[알았어. 손님 왔다. 나중에 얘기 .]







허무하게 통화를 마쳤다. 혹시나 몰라서 나는 강현수의 핸드폰에 몇시 어느 곳에서 만나자는 메세지를 하나 보내놨었다.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나는 후닥닥 일어나 옷장 밑층 속옷 서랍을 열었다. 그날 입을 속옷이 세트로 있는건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고개를 들고 거울에 비춰보았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화장을 안해도 깔끔한편이였다. 머리를 위로 묶어 목선을 드러내볼까도 생각을 했다. 그래, 나는 지금 강현수를 유혹하기로 마음먹었다. 속옷 세트를 뒤지다가 얼마전에 결혼한 신부로부터 받은 선물이 생각이 나는 구석에 숨겨놓았던 포장을 뜯었다.






[남편분이 좋아하실거얘요.]



혼례식을 마치고 신부가 나를 찾아와 직접 건네주면서 했던 말이였다. 포장을 열었을때에야 나는 그말을 뜻을 알았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파격적으로 야한 속옷이 들어있었다. 가려지나 싶을 정도로 거의 반투명 상태의 속옷과 티팬티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작은 팬티가 세트로 놓여져 있었다.







핸드폰으로 속옷을 사진찍어 아남이의 조언을 구해보려다가 오늘 수술하기로 했던 날이라는게 생각이 났다. 아마 한동안은 정신없이 보낼거 같아 굳이 나까지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전화걸어 예약을 하고 옷장을 열어 그날 입을 옷도 골라보았다. 꾸민듯 안꾸민듯 그렇게 보여지고 싶었다. 30 넘게 망설이다가 드디여 나는 연한 아이보리색 브라우스와 미니스커트로 결정했다.







그날이 디데이였다.






그리고 이틀이 후딱 지나갔다. 회사에 있는 시간엔 퇴근하기전에 일을 마치기 위해 발바닥이 불이 나게 달아다녔고 퇴근하고나서는 머리를 다듬고 매니큐어가게에 가서 예쁜 칼라로 간만에 발라보았다. 꾸미는 동안 나는 처음 강현수랑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도 먼저 졸업한 강현수가 주말에 찾아오면 지금처럼 설레였었다.





점심시간, 혹시 나올까바 밥먹으러 가자는 동료들을 거절하고 혼자서 샐러드를 먹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더니 판양이름이 떴다.





[ 같은 사무실에서 전화걸어?]

[정신차리라고. 생각을 하는데.. 포크를 입에 가져가냐?]


판양이 다가오더니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바탕화면에 눈길이 머물더니 바로 나를 번갈아보면서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른 나꿔챘다. 버튼을 잘못 건드려 오전에 보았던 사진첩 창이 열리고 속옷 사진이 번듯하게 튀여나와 있었다.






[이쪽 취향이야?]

[아니야. 친구가 보내준건데오해하지마.]

[오해되는데… ]








고개를 심하게 가로저어 강하게 부정을 했다. 판양의 눈길이 오르내리며 내몸을 스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포크를 들어 찌를듯한 자세를 취했다. 풋하하청량한 그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 목요일 티켓 예약했어.]





내게 입가에 샐러드 소스가 묻어있다며 휴지를 건네주었. 그리고 지나가는말처럼 던진 , 나는 내가 잘못 들은줄 알았다.





[그렇게 빨리? 그럼 오늘 저녁이나 내일 점심 같이 먹을까?]

[아니. 그럴 여유가 없을거 같애. 정리할 것도 있고. 갔다와서 보자.]

[그래. 정말 상받으면 맛있는거 먹자. ]







그가 버릇처럼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나는 이게 그만의 애정표현이라는거 이제 안다.





그리고 생일날, 아침에 아남이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했다.






[생일 보내. 요즘 정신없다. 우리는 주말에나 보자.]





점심은 회사부서 동료들과 같이 먹었다. 생일날이면 사내에서 케익같은걸 배달해서 나눠먹는게 전통중 하나였다. 비싼 케익과 커피를 주문해 먹으며 한두마디씩 수다를 떠는 사이에도 판양은 외근을 나간건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자리에 케익 하나를 갖다놓았다.






퇴근 알람이 울리자마자 나는 집으로 돌아와 샤와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길이 막혀 택시로 갈아타고 간신히 약속된 시간내에 레스토랑에 도착을 했다. 자리에 착석하자 웨이터가 레몬이 들어있는 한컵을 갖다주었다. 강현수도 길이 막히는건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다행이였다.





그리고 반시간이 흘렀다.

손님들이 연신 들어오고 좌석이 거의 차가고 있는데 여전히 나는 홀로 앉아있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있는게 미안해 웨이터를 불러서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한시간이 흘렀다. 나온 음식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혼자 앉아있었다 창밖으로 많은 차들이 불빛이 반짝이며 오가고 있었고 나는 그중에 하나가 강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급한 미팅이 잡혔나부다.





한시간이 지났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었다. 핸드폰시간이 10시가 가까와 오고 있었다. 나는 물만 세컵째 마셨다. 혹시 언제 올지 몰라서 음식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강현수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걸어보았다. 전화는 걸리는데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한시간이 지났다. 가게는 거의 비워진 상태였고 남아있는 테이블은 하나밖에 없었다. 웨이터가 몇번이나 다가와 내게 이미 영업 마감시간이라고 알리고 있었다.






[늦게라도 메세지 보면 . 기다릴테니까..]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웨이터가 마지막으로 통보를 할때 나는 더이상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가게에서 나와 바깥 가로등 밑에 가장 눈에 띄이는곳에 서있었다. 여전히 핸드폰은 받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메세지 하나를 보냈다.





[오기만 해줘. 오면 받아줄께. 그러니까 오기만 .]






오기인지, 아니면 간절함인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절박하게 이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11시를 넘겨 12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생일은 이제 한시간도 남지 않았다. 시간내에 오기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면 이해하고 받아주겠노라고. 마치 마감시간처럼 12시가 넘으면 나는 지금처럼 간절하게 그를 기다릴수 있을지 알수가 없었다. 서있는 시간이 길어 다리가 저려오고 감각이 없어졌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새하얀 옷을 입고 서있는 내가 무서운건지 신기한건지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모두 상관없었다. 강현수가 오기만 한다면.







시간이 초조하게 흘렀다. 12시가 넘은 나는 더이상 기다릴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는 안올거였다. 나만 멍청하게 기다린거였다. 단념하기에는 나는 분명 그에게 전화를 했었고 메세지를 남겼었다. 근데 안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고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설레였던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는 이제 아무런 변명조차 할수가 없었다.






뒤늦게 무거운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하나 남았던 전등이 나가 복도전체가 칠흙마냥 어두웠다. 란간을 잡고 나는 간신히 한층한층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발이 천근무게마냥 무거웠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빨리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오늘을 잊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이 오면 오늘이 꿈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여 6층에 이르러 나는 키를 들고 문을 열려고 했다. 키가 이상하게 열쇠구멍에 걸리지 않고 덜커덕 거리면서 잡히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갑자기 안으로 부터 누군가가 문을 밀치고 나와 나를 벽쪽에 몰아세운 입을 틀어막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어둠속에서도 상대방 손에 쥐여진 날이 칼이 보였다. 신체 건장한 남자였다. 나보다 머리 하나쯤 커보이는 체구가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손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나를 제압했다.








[소리치면 죽어.]






어둠속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주체할수가 없었고 나는 멍한 눈으로 본능적으로 고개를 마구 끄덕이였다. 숨을 쉴수가 없었고 무서워서 죽을거 같았다.






추천 (15) 선물 (0명)
IP: ♡.166.♡.227
meilan0308 (♡.151.♡.167) - 2017/03/27 11:24:27

헉, 대박 ~너무 긴장되는 가운데 이번집 끝났네요 ,이건 무슨상황 인가요 ...빨리 다음집 부탁 드립니다.

SILK (♡.175.♡.57) - 2017/03/27 11:34:55

주인공한테 무슨 이런 무서운 일이? 다음집 기다리는 재미가 솔솔 하겟는데요.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준호 (♡.236.♡.171) - 2017/03/27 11:52:30

주인공이 제발 무사해야 되는데,엄청 걱정되네요.
다음집 기대할꼐요.

heanzu (♡.151.♡.186) - 2017/03/27 11:53:07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복쥐두마리 (♡.57.♡.125) - 2017/03/27 11:54:46

어우~먼일이지?좀 무섭네요.끝까지 오지 않은 강현수가 얄밉네요.주인공 강현수랑 콱 끝내버리고 더 좋은 사람 찾앗으면 좋겟네요.어떤 무서운일이 벌어질지 담집 넘넘 궁금하네요...기대합니다.

i0003 (♡.214.♡.252) - 2017/03/27 12:16:01

읽으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쥔장이 생각한 강현수가 아닌 회사에서 누가 챙겨 날에 맞춰 생일 선물로 가방이나 선물을 보냈을수도 생각했을때...문득 권지안이 챙기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니 생일날을 권지안이 아니까 특히 이날을 강현수를 일이든 뭐든으로든 잡아놓고 차연으를 못만나게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지막에도 혹시나 강현수가 차연이 서프라이즈로 집에서 맞이하나 싶었는데 섬뜩한 칼이라니...
역시 일은 흐름을 다 봐야 알게되는것이네요 언제어디서나 반전이 있기 마련이고 읽으면서 자신만의 상상도 있으니깐...

예전집에서 강현수가 예기한 말이 자꾸 떠오르네요. 자기 어머니가 차연으를 지능적으로 몰라세울때 자기는 모른체했다고...어쩌면 차연이가 한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매몰차게 구는사람인지라...공항 난리부르스때 강현수가 그래도 차연만 사랑하구나 생각했었는데 ...점점 이분 정체가 마이너스로 가기 시작하네요.
반면 당당해지는 차연이...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쟁취하는 용기가 보기 좋네요. 글구 실력도 있는것 같아서 굿굿

토토로11 (♡.100.♡.124) - 2017/03/27 12:21:36

강현수는 왜 또 이런 실수를.
여주 생일도 잊고.
여주를 잃은것같은 예감이드네요.

끝부분이 넘 아찔하게 끝나서, 다음집 빨리 부탁드려요..
여주가 다치질 않길 바래요.

동해원 (♡.245.♡.161) - 2017/03/27 12:31:39

강현수 넘밉네. 아마 권지안이 수작?버린거같은 느낌이,,,

작가님. 넘아찔한 장면에서 기다리게하네요. 제발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내딸래미520 (♡.136.♡.97) - 2017/03/27 16:29:06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담집두 빨리 올려주세요

내딸래미520 (♡.136.♡.97) - 2017/03/27 16:29:10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담집두 빨리 올려주세요

heanzu (♡.104.♡.2) - 2017/03/27 17:28:00

누구 한사람 나타나서 여주를 구해줄것 같은데 개인적으루 판양이였음 좋겠네요

monica (♡.104.♡.24) - 2017/03/27 19:19:53

작가님 수고 많으십니다. 여자의 입장에서 섬세한 묘사들이 항상 감명깊게 울려줍니다.

차연의 집에서 만난 판양은 아직은 남편의 주의를 일으키지 못하나 봅니다. 항상 차연 혼자 일 방적인듯....집에서 강도만난 장면은 좀 의외네요. 강도로 크게 상처 입고 놀랄 차연의 상황은 남편의 주의를 일으킬지? 작고 위험한 세집에서 다시 큰집으로 데려 올지?

다니1984 (♡.191.♡.72) - 2017/03/27 21:42:07

스타벅스에서 봤던 남자일가요?? 빨리 빨리 다음집 올려주세요---

한자연 (♡.48.♡.105) - 2017/03/27 22:29:11

이번회는 여주의 기다림으로...제발 아무일 없이 잘 빠져 나갓으면 좋겟네요...다음회 많이 기다려지네요..추천!

싼쌰인 (♡.247.♡.84) - 2017/03/28 07:22:08

강현수 지금껏 해준건 다 형식뿐이였네요~
여주 무슨 봉변을 당할지 엄청 궁금 해지네..
무사히 넘기길 바라면서 다음집 기대합니다~.

강니 (♡.214.♡.35) - 2017/03/28 09:43:04

없이 살때는 둘이 행복했었던거 같은데...
남자는 돈이 있으면 변한다더니 강현수는 변한걸까요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이 였을까요?
그냥 오기만 하면 다 용서된다는 여주가 너무 안쓰럽네요.
도적은 있는집 터는거 아닌가요? 여주집은 비까 번쩍 잘사는거도 아닌데 저 도적은 멍청한걸까요 아님 다른 목적이 있는걸가요?
혹시나 해서 들어왔다 단숨에 두집 읽고 갑니당.
다음회도 빠른 시일내에 올려주실꺼죠?^^

스마일87 (♡.136.♡.30) - 2017/03/28 16:06:01

설마 권지안은 아니겠죠? 그렇게 바닥이 아닐거라 믿어용. 근데 여주의 생일을 안다면....

보라빛추억 (♡.140.♡.93) - 2017/03/29 14:08:41

생일선물을 남편이 챙겨준거 아니라면 권지안이 알아서 보내준거라는걸로 이해되는데 권지안은 무슨 생각에 그랬을가요?
강현수와 차연이 헤여지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강도 또한 권지안의 짓일가요?
아마도 판양이 와서 구해주겠죠?

강현수가 차연이에 대한 사랑은 정말로 바닥이 난거였군요. 차연이의 변해가는 모습에 강현수가 차연이에 대한 사랑도 다시 싹틀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차연이가 판양의 사랑을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남자의 사랑을 받는게 훨씬 행복하니까요.

작은도둑 (♡.166.♡.227) - 2017/03/30 11:46:33

meilan0308 님: 차연이가 도둑이랑 마주친 상황입니다. 오늘은 흐린 날이네요. 이별하기 딱 좋은.

SILK 님: 다음날 바로 궁긍즘 해소해드릴려고 했는데 제가 사정이 좀 생겨서요. 다음편 올렸습니다.

준호 님: 무사할겁니다.제가 절도나 사기까지는 다룰만 한데 살인이나 심각한 범죄쪽은 무리라서요.

heanzu 님: 재미있다니 좋네요.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가 없어지면 너 좌절감이 몰려올수도.

복쥐두마리 님: 오늘은 어느정도 자극적인 얘기가 됐네요. 강현수는 안온게 아니고 못온걸겁니다.

작은도둑 (♡.166.♡.227) - 2017/03/30 11:56:10

i0003 님: 드디여 스토리전개에 참여를 해주시네요. 고마워요. 제생각도 권지안이 챙겼을 확율이 큽니다.그리고 의도적으로 그날에 잡아뒀을수도 있구요.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해주는 이벤트. 제글에 보통 그런 노맨틱이 적어요. 저역시 지극히 현실주의자라..앞으로도 반전이 있을겁니다. 생활은 글보다 훨씬 더 다채롭습니다. 글은 그냥 그런 생활의 축소판입니다.


강현수의 인격은 글 끝난 나중에 다시 나누겠습니다.


토토로11 님: 실수일까요? 언젠가 발생할 일이 우연이랑 겹친건 아닐까요?


동해원 님: 여주한테 감정이입되셨어요. 저는 저런식으로 한 남자를 잡을수 있는거라면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지안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야죠.

내딸래미520 님: 다음 벌어질 일 이미 올라와 있습니다.

작은도둑 (♡.166.♡.227) - 2017/03/30 13:57:15

heanzu 님:그대의 기대에 부응했는지 모르겠네요.중요한 순간이라 고민 많았습니다.

monica 님: 질투라는건 어쩌면 20대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30대의 질투는 표현되는 형식이 다른것 같습니다.의식이 되겠지만 그것역시 어쩌면 당사자의 선택이니까 존중하게 되는것 같애요. 개인적인 취향차이입니다.

다니1984 님: 그거 복선인데 묘하게 찾으셨네요.

한자연 님: 누군가를 오랜 시간 기다려본적이 있나요?

작은도둑 (♡.166.♡.227) - 2017/03/30 14:10:04

싼쌰인 님: 강현수도 뜨거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변명처럼 들리네요. 어떻게 시작을 하냐보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나는 강현수가 아직도 좋습니다. 납득되지 않으시겠지만.ㅋ

강니 님: 돈보다도 시간이겠지요. 시간이 흘러서 더이상의 설레임이 없다는건 참 충격적인 일입니다. 어쩔수없기도 하구요.
평생을 같이 산 노부부를 보면 항상 저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을 같이 버틴 힘이 뭘까.

스마일87 님: 권지안이요? 그다음편에 올리겠습니다.


보라빛추억 님: 회사에 보면 항상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상사의 측근이 되여 조리정연하게 일을 정리해주는거..
권지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는데 처음부터 강현수가 남자로 느껴지지는 않았을거얘요. 유능하고 근사한 상사정도.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연히 사적인 생활도 알게 되고 챙기게 되고 그러면서 정이 쌓이게 되고..권지안도 나름 갈등을 겪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모두 행복해졌음 좋겠습니다. 관계정리는 결말을 위해서 말을 아껴두겠습니다.

heanzu (♡.104.♡.195) - 2017/03/30 15:55:25

판양이 직접 구해주진 못했지만 역시나 젤먼저 달려왔네요.이렇게 댓글 하나하나 체크하고 답변 달아주는 작가님 짱인것 같습니다.19집도 빨리 올려주세요.

heanzu (♡.104.♡.195) - 2017/03/30 15:55:28

판양이 직접 구해주진 못했지만 역시나 젤먼저 달려왔네요.이렇게 댓글 하나하나 체크하고 답변 달아주는 작가님 짱인것 같습니다.19집도 빨리 올려주세요.

사원찻슴다 (♡.36.♡.62) - 2017/04/05 21:31:11

잘조고갑니다

수민two (♡.236.♡.129) - 2017/04/11 11:24:22

늦게라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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