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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시들지 않는 꽃

xingyu | 2017.04.16 22:36:06 댓글: 7 조회: 2460 추천: 4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339355

<어우, 지긋지긋해. >

퇴근길과 맞물려 정체된 길위에서 옥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채 이 말을 몇번이나 곱씹었다. 지난번 카센터 다녀온 후로 말을 곧잘 듣는 척하던 고물차가 또 말썽이다. 에어컨이 고장났는지 옥희 얼굴에 뜨거운 바람만 연신 불어주었던 것이다. 창문을 열면 진종일 달궈진 아스콘열기에 숨이 콱콱 막혔다. 빌어먹을... 페차장에서 납작하게 구겨질 신세를 면하게 해줬으면 보답이라도 해야지 허구한 날 수리비만 넙죽넙죽 받아먹는 꼴이라니... 아마 지는 쉬고 싶은데 계속 부려먹는 꼴이 얄미워서 그런가싶기도 했다. 쉬고 싶은건 옥희 또한 마찬가지다.

호프집장사가 그랬다. 오후 2시쯤 가게문을 열고 장사준비를 하다보면 5시부터 손님이 들기 시작해서 새벽 4시나 5시가 되야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래도 힘들다고 투정부릴 형편이 아니다. 지금 옥희 입장에서는. 새벽에 가게문을 닫으면서 딸 서진이한테서 전화 한통 받기전까지만 해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였다. 이제 옥희는 뭔가 한쉼을 돌려도 될 것 같아 약간은 맥이 풀린 상태다.

엄마가 이 후줄근한 몰골을 본다면 뭐라고 했을까... 가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티셔츠를 펄럭여 일부러 바람을 일으켜 보며 옥희는 생각해본다. 엄마는 이 고물차를 탈 때마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불쾌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빼놓지 않고 진회장의 고급외제차를 들먹였다. 쿠션이 어떻고 승차감은 얼마나 좋은지 등등.

옥희는 엄마가 진회장보다 진회장의 차를 더 사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번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그랬다. 심야영화를 보고 오는 길에 동네 으슥한 골목길에서 카섹스를 시도했는데 진회장의 그것이 서지 않는 바람에 무산됬다고 깔깔 웃어댔다.

참으로 기함할 노릇이였다. 딸 서진이가 버젓이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말이다. 티비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모양새였으나 옥희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서 엄마를 노려보았다.

<엄마 주책없이 뭐하는거얘요! 애 앞에서 말은 가려서 해야죠. >

< 모르는 소리 말아. 쟤두 알만큼 다 알어. 그리구 저만큼 컸으면 지가 가려서 들어야지 않겠니?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할 말을 참고 살겠니. >

옥희가 한마디를 하면 엄마는 반박할 말을 열마디는 더 찾아냈다. 할 말을 참고 살 위인이 아니였다. 늘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더니 말이 씨가 됬다.

왜 . 하필이면 삼복철 더위에... 엄마의 죽음에 대해 옥희는 딱히 슬픔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덤덤하다못해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 새벽에 서진이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도 별다른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 서진이가 엄마와 방을 같이 써서 그런가 어쨋든 둘 사이는 각별했다. 어찌보면 서진이와 엄마사이가 모녀같았고 옥희는 남과 같이 겉돌았다. 둘이서 속닥거리다가 옥희가 나타나면 짐짓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집에서 옥희는 그저 엄마가 저지른 사고의 뒤처리담당 역할이였다. 마작판에서 빌린 돈을 갚는다던가 동네 할머니가 왜 남의 영감 꼬셔내는가하고 소란을 피울 때 잠재우는 역할 등등. 옥희는 어릴적부터 엄마의 그런 비행에 적응을 해왔지만 딸 서진이는 그런 할미가 뭐가 좋은지 옥희가 쥐 잡듯이 엄마를 족칠 때면 늘 지 할미를 싸고 돌았다. 오죽하면 대학교 1학년을 다니다 휴학하고 지 할머니 병수발을 자청했을까만. 그런 수진이가 가끔 대견스러운것은 사실이다.

봄에 페암말기선고를 받고 꼭 5개월만이다. 엄마 나이 쉰일곱. 그렇게 담배를 애지중지하더니 병원에 입원해서도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몰래 피우다 간호사에게 들켜 몇번이나 혼쭐이 났었다. 담배는 아마 서진이가 몰래 사다줬을것이다. 서진이는 늘 맘이 약했다. 엄마는 사람을 잘구슬리는 재주가 있다. 누구든지 몇마디에 홀랑 넘어가기 십상이다. 담배에 대한 애착만큼 자식한테도 애착이란걸 갖고 있었을까 옥희는 그것이 늘 궁금했다. 이제는 엄마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진회장이 엄마를 만나보고 싶다고 여러번 전갈을 보내왔었지만 엄마는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엄마가 어떻게 진회장같이 대단한 사람을 알게 됬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집 며느리를 만난건 실로 불쾌한 기억이였다.

지난 초봄이였다. 그동안 온갖 잡일을 해서 모아둔 것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림동 어느 골목 귀퉁이에 자그마한 호프집을 시작한지 한달쯤 되던 어느날, 진회장 며느리라는 여자가 찾아왔었다. 여느 막장드라마와 달리 수수한 옷차림으로 등장했으나 돈봉투 내미는 장면은 닮아있었다. 아무리 연세가 들고 회사일에서 손을 뗐다고는 하나 그래도 사회적 체면이 있는데 엄마랑은 영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며 나름 완곡하게 표현을 했다. 진회장며느리라는 여자가 아니였더라면 옥희는 진회장을 그저 산악회회장이나 노인회회장쯤으로 알았을 것이다. 돈푼 꽤나 있는 영감님이 틀림없었다. 여자는 말뚝처럼 버티고 서서 지 할말만 하고 돌아갔다. 옥희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여자가 던져준 봉투를 열어 보았다. 은행대출금을 갚고도 넉넉히 남을 큰돈이였다. 딸 서진이 등록금이랑 당분간 엄마의 치료비를 걱정안해도 될만큼이였다. 그맘때즘 호프집도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오픈하고 각종 서비스와 인테리어의 약발이 떨어지자 매출은 점점 떨어졌다. 아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지인까지 모두 다녀간터라 가게형편은 더 어려웠다.엎친데덮친격으로 엄마까지 병원에 입원하게 된것이다. 그 봉투는 옥희를 따라 은행문턱을 몇번 드나들다 끝내 창구를 통해 은행직원 손으로 들어갔다. 대출금을 갚고 서진이 등록금도 냈다. 옥희는 남은 돈으로 고물차도 갈아치울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엄마 병원비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날 옥희는 엄마한테 모든걸 솔찍히 털어놓았다.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잘했다고 한마디 했다. 그러고는 얼마나 받았냐고 물었다. 명옥이 값어치가 그정도였구나하고 조용히 웃었다. 명옥이는 엄마 이름이다.

고물차를 끌고 빌라동네에 들어서니 날은 어두워졌다. 귀퉁이 하나 돌아서니 담장으로 능소화가 너울진 시인의 집이 보인다. 얼핏 대문사이로 보니 불빛이 없다. 아마 집을 비운 모양이였다. 옥희네가 이 빌라로 이사오기로 한 결정적 사유가 바로 이 능소화가 너울진 담장덕분이였다. 옥희네 2층 거실에서 바라보면 능소화는 물론 담장너머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마당에 심어놓은 여러가지 화초에 물을 주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때론 잘 정돈된 잔디밭에서 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여러모로 보아 혼자 사는 남자인 것 같았다. 썩 후에 그 남자가 호프집을 찾아와서야 옥희는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과 아내와 사별했다는 것도 알게 됬다. 그것도 엄마를 통해서. 엄마는 가게일을 돕는답시고 그 남자가 올 때마다 곁에 꼭 붙어앉아 미주알고주알 묻기도 많이 묻는 눈치였다. 그때마다 옥희는 주방에서 돌아치다가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부라려보았지만 막무가내였다.

<옥희야 능소화의 꽃말이 뭔지 알아? 그리움과 기다림이래. 그 시인이란 남자가 알려줬어.> 옥희는 능소화의 꽃말보다 남자가 왜 이제 가게에 오지 않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기다리지마.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무뚝뚝한 너한테서 무슨 감성을 찾겠니? > 하긴 그동안 옥희는 시인에게 말을 걸어본적이 없었다. 그 남자네 집앞에서 마주치거나 동네 마트에서 우연히 보게 되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고작이였다. 옥희가 시인에게 해준거라곤 주문한 후라이드치킨에 닭다리 하나 더 얹어주는 것 뿐이였다. 그래도 옥희는 그 남자가 엄마의 짙은 향수냄새에 질려서 오지 않는거라고 믿고 싶었다.

신씨성을 가진 세 여자의 집은 바깥보다 더 더웠다. 옥희는 냉장고에서 냉수를 찾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서진이랑 엄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전 나절 빈소에 찾아왔던 장례업체직원의 떨떠름한 표정을 떠올리며 옥희는 속으로 고소해났다. 곧 염을 하고 입관을 할테니 수의를 정하라는 것이였다. 업체직원은 중국산 베와 국산 베의 차이점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했다. 망자를 위한 이승의 마지막 옷이니 부디 후회없는 선택을 바랍니다, 물론 형편에 따라야겠지만...라고 한마디 덧붙이며 썰렁한 빈소를 둘러보는 것이다. 옥희는 그것이 눈에 거슬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척하던 옥희는 이제 슬슬 지겨워지려던 참이였다. 옥희에게 수의는 그저 수의일뿐이였다. 비싼 수의를 걸칠만큼 엄마는 고급진 삶을 살지도 않았다. 그녀는 잠깐 훈춘기차역에서 호객을 하던 엄마를 떠올렸다. 여름이였나보다. 엄마는 속옷이 훤히 비치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역을 빠져나오는 한 남자를 붙잡는다. 몇마디 주고받는듯하다가 남자의 팔짱을 끼고 골목길로 유유히 사라진다.

< 엄마. >

서진이가 옥희를 부른다.

<할머니는 땡땡이 원피스를 입혀달라고 했어요... 돌아가시기전에 그렇게 당부하셨어요. >

<너는. 진작에 말을 하지.. >

< 어쩌죠?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이라네요. >

옥희는 업체직원을 바라보며 얄밉게 웃어주었다.

옥희는 장농 깊은 곳에서 낡은 보자기 하나를 끄집어냈다. 펼쳐보니 검은 바탕에 하얀 땡땡이가 박혀있는 엄마의 오래된 원피스였다. 흐릿한 기억속에 엄마는 원피스를 입고 기차역에 서있었고 멀어져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엄마의 손에는 짐가방이 들려있었다.

훈춘기차역 근처 골목길 끝에 허름한 셋집에서 옥희는 열네해를 살았다. 엄마는 단칸방 온돌을 커튼 하나를 쳐서 반으로 갈라놓고 역에서 손님을 끌어와 하룻밤 묵게 하거나 그 손님에게 밥이나 술도 팔았다. 대개 열에 아홉은 술이나 밥보다는 다른 것을 더 원했다. 사내들이란 그런 족속들이였다. 엄마는 그런 사내들을 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원하는 것을 다 주었다. 어떤 사내들은 하룻밤을 보냈고 어떤 사내들은 며칠 더 묵었으며 어떤 사내들은 쓸개라도 빼줄것처럼 굴다가도 끝내는 사라졌다. 옥희가 점점 커가자 술심부름으로 자주 밖으로 내보내졌다. 그녀는 하릴없이 오래도록 기차역을 배회하다가 대합실의자에서 쪽잠을 자다가 아침에 집으로 들어갔다. 이런 짓도 옥희가 열네살 되던 해에 끝을 보게 되었다. 그해 겨울 손님 하나가 술에 취해서 옥희를 덮쳤던 것이다. 엄마가 술 사러 나간 틈이였다. 엄마가 빨리 돌아와서 다행히 큰 굴욕은 면했지만 한창 꿈같은 상상에 부풀어있던 사춘기소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였다. 술냄새와 담배냄새에 찌들은 기름진 입술을 생각하면 온몸에 송충이가 기어가는듯 진저리가 났다. 옥희는 엄마가 길길이 날뛰며 경찰서로 달려갈 줄 알았다. 큰 착각이였다. 엄마는 경찰서에 가지 않았다.대신 옥희를 볼모로 그자한테서 큰돈을 받아냈다. 그 사람은 러시아로 밀수입을 하는 장사군이였는데 일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엄마가 원하는대로 돈을 주었다.옥희는 엄마가 미웠다. 어린 마음은 더 굳게 닫혀버렸다. 엄마는 그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고 살림이 궁해지자 돈 많은 한국영감한테 시집을 갔다. 덕분에 옥희도 한국국적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엄마는 영감을 버리고 다른 남자한테 시집을 갔다. 그후 몇번이나 재가를 했는지 옥희조차 헛갈렸다. 옥희의 한국국적을 두고 엄마는 두고두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 니가 한국국적을 얻은 것도 다 내 덕이 아니겠니. >

세상에 어디 저런 어미가 다 있을까 나는 저리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음에도 옥희 역시 열아홉에 아이를 낳고 엄마가 자신에게 물려주듯 자신의 성을 아이에게 물려주었다. 얼굴만 다르지 모녀는 기구한 팔짜까지 닮아있었다. 엄마는 열일곱에 옥희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옥희는 엄마가 더 싫어졌다. 급기야 뭔가 엄마와 다른 것을 만들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괴퍅한 버릇까지 생겨났다. 하다못해 엄마가 자장면을 먹으면 옥희는 짬봉을 먹었다. 어쩌다 의견을 같이 한것이 이 빌라로 이사오기로 결정한 것이였다. 옥희나 엄마나 담장너머 흐드러지는 능소화가 맘에 들었다.

옥희가 옷장을 열고 치렁치렁 걸려있는 엄마의 화려한 옷들을 들춰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때 홀로 빈소를 지키고 있는 서진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엄마 누가 찾아오셨는데 친척이라고... > 금방 가마하고 옥희는 서둘러 너저분하게 흩어진 옷들을 장농에 되는대로 구겨넣었다.

옥희의 짐작대로 친척이란 사람은 다름아닌 엄마의 이종사촌여동생이였다. 옥희를 보자 이모 된다는 여자는 따지듯이 말했다.

< 넌 어쩜 그리 인정머리가 없니? 엄마한테 피붙이라곤 나밖에 없는데... 전화로 알렸어야지! >

< 이모님 연락처가 없어서요, 솔직히 그동안 왕래도 없었잖아요. >

옥희는 갓 마흔줄에 들어서서 불혹을 흉내내고 있었다. 기죽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엄마한테서 이모소식을 종종 듣긴 했지만 모르는척 했었던 그녀였다.

< 아이고 언니, 저것도 자식이라고 키웠소. 내 하마트면 언니 얼굴도 못볼뻔했소... 병원에 전화했기 망정이지. 복두 지지리 없어가지고...> 하며 눈물을 짜고 있던 외종이모는 염을 할 때 끝내 분통을 터뜨렸다.

< 아무리 유언이라고 해도 그렇지. 정신이 들락날락하는 사람말을. 들을걸 들어야지. 내 여직껏 수의를 원피스로 입는 사람 보지 못했다. 수의가 얼마나 한다고... 기를 쓰고 키우더니 이 꼴 볼라고 그랬소, 불쌍한 우리 언니... 아이고, 아이고...... >

듣다보니 옥희도 열불이 났다. 엄마의 하나뿐인 이종사촌여동생이라는 이 여자는 옥희를 죽도록 미워했다. 지 에비를 닮았다며 더 미워했다. 에비를 닮은 것도 죄란말인가. 어릴적 옥희는 억울했고 외종이모만 놀러오면 무서워서 떨어야 했다. 들렀다가 갈적마다 외종이모는 엄마한테 한마디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저것을 남 줘버리고 팔짜나 고쳐. 저 혹덩어리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니깐. >

< 엄마의 유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깟 수의 하나 못살 형편은 아니라구요. 원하는대로 싸구려원피스 입게 해주세요. 늘 제멋대로 살다간 사람인데요뭐 >

순간 외종이모의 손이 왼쪽 뺨을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손톱에 할퀴었는지 볼살이 따끔했다.

< 이... 이년아, 니 에미가 왜 그렇게 살다갔는데. 이말을 죽을때까정 안할라했는데 , 너거 에비 누군지 알어? 바로 니 에미의 의붓애비야! 그 짐승만도 못한 놈... 에고 원통해라... >

옥희는 귓가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홀로 흥얼거리던 엄마의 노래만 들려왔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바다를 핑게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 아~~~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그렇게 노래부르던 부둣가도 아닌 이를모를 강에 엄마를 뿌리고 돌아오는 길. 시인의 담장밑에 능소화가 수북히 떨어져 있었다. 어쩌면 시들지도 않고 고운 자태 그대로 떨어지는지... 오늘만큼은 옥희는 저도 시인이 될 것만 같았다. 나지막하게 평소에 쓰지도 않던 사투리를 섞어가며 중얼거렸다. <능소화야, 능소화 어쩌자고 허벌나게 피었을까... > 그러고는 목이 메어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추천 (4) 선물 (0명)
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232
핑크빛바램 (♡.162.♡.2) - 2017/04/17 08:01:52

간만에 단편들고 오셨네요....성우님의 글을 읽다보면 성우님은 아주 대단한 작가분이신거 같아요....글스토리가 항상 반전이 있고 ...글이 남다른 매력이 있어요......

xingyu (♡.159.♡.232) - 2017/04/20 00:15:31

저를 대단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SILK (♡.95.♡.225) - 2017/04/17 09:59:09

잔잔한 스토리이듯 하면서도 뭔가 뭉클함을 끌어올리는 글이네요.덕분에 비오는 날씨에 걸맞게 혼자서 우수에 젖어있다 갑니다.잘 읽었습니다.

xingyu (♡.159.♡.232) - 2017/04/20 00:21:49

요즘 들어 비 소식이 잦긴 하네요.. 길가에 온통 흩날리는 꽃잎들. 잔잔한 음악에 커피 한 잔도 좋고 막걸리에 파전도 좋고 이래저래 비 오는 날은 좋네요 ㅎ

billr321 (♡.39.♡.15) - 2017/04/18 18:53:01

잘보구 감니다

xingyu (♡.159.♡.232) - 2017/04/20 00:23:47

편한 밤 되세요 ~

작은도둑 (♡.166.♡.227) - 2017/04/28 10:46:57

님의 글은 항상 사연이 있어보입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온 사람의 마음일까 궁금하게 하는...

그래서 끌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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