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편도 계속 이어서 월드컵 얘기를 하겠습니다^^

한국팀은 실력도 실력이였겠지만 주최측인만큼 심판원의 많은 배려와 비호를 받았다. 하여 여느때의 월드컵과는 달리 강팀들을 연속적으로 꺾으면서 4강진출까지 이르렀다.

중국팀은 얼마 못가고 밀려났지만 그나마 한국팀이 승승장구했기에 엄마와 아재의 월드컵에 대한 흥취와 열정은 식지 않고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6월 25일, 4강진출에 성공한 한국팀은 일류급 강팀인 독일팀과 맞붙게 되였다. 우리 집 식구들은 다들 손에 땀을 쥐고 티비앞에 모여앉았다.

경기가 막 시작하려는데 아재가 말한다.

아재 왈: 한국사람들 있잲소~ 전번에 내하고 물어봅데. 한국하고 중국이 시합하면 어느 나라 편 하는가구?

엄마 왈: ㅎㅎ 그래 머랬소?

아재 왈: 나는 중국사람이니 당연히 중국편 한다고 했지. 근데 한국이 다른 나라랑 시합할 땐 무조건 한국편 한다고 했소. 그러니까 그 사람이 영 실망한 눈치입데~

엄마 왈: 아무때나 다 한국편 한다고 말하길 바랬던 모양이오. ㅎㅎ

아재 왈: 그래말이 아이오~ 조선족을 한민족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얕잡아볼땐 언제고 이럴땐 또 무슨 욕심을 내는지….참~

엄마는 아재를 힐끗 돌아보며 공감을 표한다는듯 웃었다.

이어서 가슴 졸이는 경기가 시작되였다. 독일팀의 강하다는 명성은 헛것이 아니였다. 한국은 계속 밀리고 있었고 다들 조바심이 난 채로 아무 말없이 앉아 시선을 티비에만 집중시켰다.

그러다 한국팀이 먼저 한골을 먹게 되였다. 다들 너무 실망했고 풀이 죽어 앉아있었다. 한참 지나 카메라가 송종국한테 돌려졌고 축구해설위원( 이때는 아마도 황건상(黄健翔)이였던것 같다)은 송중국(宋钟国)이 머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한참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재가 불현듯 입을 연다.

아재 왈: 중국에 보낸다우?

엄마 왈: 냐?

엄마는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아재를 바라보았다.

아재 왈: 이재 티비에서 그래재요? 쑹중궈라고… 중국에 보낸다는게 아니오?

하하하하하하하!!!

한참동안 긴장되고 우울했던 분위기는 아재의 한마디로 인해 또 삽시에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전환되였다.

동생 왈: 아재 걍 이렇게 웃기겠슴까? ㅋㅋ 아재 진짜 희구팬임다.

그때까지도 알아채지 못한 아재 왈: 어째? 내 무슨 말 잘못해?

동생 왈: 아재 저 선수 이름이 宋钟国란 말임다. 중국에 보낸다는게 아니구 ㅋㅋㅋ

그제야 알아차린 아재 왈: 오~ 그러야? 난 또… 제댈 듣지 않고 그 단어만 듣고 ㅋㅋㅋ

암튼 아재가 있어서 그해의 월드컵은 웃음이 끊기지 않았던 즐거운 월드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