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합시다. <4>

짜리몽 | 2017.06.01 17:39:25 댓글: 8 조회: 3443 추천: 6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79056


보름뒤 우리는 자그마한 식당에서 친한 친척, 친구들만 모여서 간단히 결혼식을 올렸다.



갑작스런 나의 결혼 통보에 식구들과 친한 친구들은 적잖이 당황해하였지만,
차준혁이란 사람을 보고서는 초고속 결혼을 할만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연애 좀 해보고 가지, 너무 남자 인물만 보는거 아니냐고 살짝 엄마는 걱정을 하였다.



엄마는 시집가는 딸한테 해줄게 많았지만, 아직 한쪽 팔다리가 성치 않으셔서 같이 결혼준비를
해주지 못하는것에 대해 못내 서운해 하셨다. 모든걸 남자가 알아서 하고 난 드레스와 한복만 맞춰
보면 되였기에 크게 준비할게 없었다.



모든건 사전에 정한 계약서대로 각자 자기쪽 부모님을 설득하여 군더더기 없이 진행했다.



결혼전 각자 상대의 부모님을 만나 간단히 인사를 했다.


엄마는 내색은 안하셨지만 사윗감이 무척이나 맘에 드는 모양이다.
남자 인물 하나도 소용없다 하셨지만 같은 값에 다홍치마라고 잘생겨서 나쁠것도 없다고 한다.
다른 연인들과 달리 달달한 애정행각이 없는 우리들이 이상한지 엄마가 나랑 둘뿐일때 한마디
한다.



<늬들 결혼 할 애들 맞어?>

<왜? 엄마 소원대로 결혼하는데 뭐가 또 문제 있어?>

<결혼 한다는 애들이 연인 같지를 않고 ㅉㅉ ... 넌 여자가 먼저 애교도 부리고
그래야지, 둘다 어쩜 사람한테 주는 느낌이 차가운게, 남자는 성격이 털털해야 되는데...>

<처음 만나서 긴장해서 그렇겠지, 둘만 있을때는 괜찮어. 그리고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나하고 비슷한 과라고 생각하면 돼, 장인 장모한테 잘 보일려고 억지로 노력하는건 나도
별루더라...>

<어쩜 만나도 지하고 비슷한거 만나서...>

<그럼 이 결혼 하지 말가? >

<가시나 됐다 그만, 번개불에 콩닦아 먹는것도 아니고 너무 급하게 갑자기 한다니깐 그러지.>

<잘 살께~,, 걱정하지마.>



같은 날 다른 병동에 있는 차준혁의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어색하고 싫었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

병실에 들어서자 간병인이 자리를 피하고 병상에 누워계시던 아버님이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어머니는 생각보다 훨씬 젊으셨다.



< 전에 결혼을 하겟다던 그 아가씨인가? >

< 네, 아버지, 미국서 온지 얼마 안됐어요~>

< 고맙네, 죽기전에 좋은 결정을 해줘서...>



분명히 내가 아닌 다른 여자로 착각하고 있었다.

차준혁의 전 여친을 말하는듯 했지만 눈치껏 맞춰드렸다.



<그 아가씨 맞어? 왜 갑자기 맘이 변한거야?>



옆에서 차준혁의 어머니가 날카롭게 한마디 하신다.



<제 일에 참견하시지 마세요, 그럼 결혼식날 뵙겠습니다.>



차준혁이 미간을 찌프리며 한마디 하고는 바로 내 손을 잡아 밖으로 나간다.


<어머머, 쟤봐~>


어이없어 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왔다.



<이 손 이젠 놓죠~>



발가스레 두볼이 상기된채 난 손을 빼내려 힘을 썻다.



<미안해요.>

<뭐 이미 감수하기로 맘 먹은거니깐 상관없어요. 그런데 어머니하고 사이가 안좋은가봐요?>

<친어머니 아니예요...>

<아~... 그렇군요.>

<부모님 모두 제 여친을 보신적 없어요, 그래서 아마 댁을 제 여친으로 착각을 하셨을거예요.>

<그분과 결혼을 하시기로 하고 왜 안하신거죠? 아, 미안해요. 제가 묻지 말아야 할걸...>

<아니예요, 괜찮아요. 결혼을 하고 싶은 여자였는데, 자기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어요.>

<멋지네요~>

<뭐가요?>

<그 여자분요, 상황에 억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인생을 사시는거잖아요.>

<그게 그녀의 매력이였죠...>



차준혁은 표정으로 보아 아직도 그녀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나만 서글퍼지고 한없이 마음이 아파오는건 무엇때문일가?

내 선택에 대한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이제 와서 다시 안한다기도 그렇고...





짜짜짠 ♪ 짜자잔 ♬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예식장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결혼식날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은게 신부들의 로망이라,

난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걸었다.



< 우리 딸 잘 부탁하네~>


내손을 차준혁의 손에 넘겨주시면 아버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차준혁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내 손을 잡았다.


주례가 끝나고 신랑 신부 부모님 한테 절을 하면서 인사를 드리는 순서가 되였다.

먼저 여자집 부모님한테 큰절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하는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나란히 엄마 아버지 앞에 서서 마주하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엄마가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으시는 모습을 보니 내 눈물은 지체를 하지 못하고 줄줄 흘렀다.

그렇게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시댁에 절을 올릴때까지 계속되였다.


차준혁이 손수건을 꺼내 손에 쥐여준다.

뭐가 그리 서러웁고 슬펏는지 난 손수건으로 눈물 가린채 한참을 울먹거렸다.



<좋은 날에 무슨 신부가 그렇게 울어? 빨리 그만 그쳐!>


외숙모가 보다못해 곁에 다가와 한마디 하고 가신다.

그제야 차츰차츰 안정을 찾아 결혼식을 끝까지 하고 손님들 상에 술을 부으러 다녔다.

처음 보는 친척들, 앞으로 다시 못볼지도 모르는 사람들속에서 부대끼다 맨 마지막에

친구들 상으로 향했다.

남자쪽은 친구들이 꽤 많았지만 난 거의 알리지 않아 가장 친한 월이와 두사람을 엮어준

승호만 참석했다.


<왜 다른 애들은 안 알렸어?>


월이가 나를 안아주면서 말한다.


<뭐, 그냥.>

<이따가 피로연때 애들 다 모이라 했어.> 승호가 한마디 옆에서 거든다.

<잘했어.> 월이가 승호를 향해 웃으면서 말한다.

<왜 불러, 우리 피로연같은거 안해~> 내가 황당해하자 옆에 남자쪽 친구들이 한마디 한다.

<에이, 결혼식에 피로연이 빠지면 안되죠~ 하하하~>



뭐야, 그냥 식만 올리면 끝나는거 아니였어 하는 내 표정에 차준혁은 내 눈길을 피해버린다.



식이 끝나고 난 피곤하다는 핑계로 친구 월이랑 먼저 호텔에 예약한 방으로 향했다.



<있다가 신랑도 곧바로 올건데, 나 여기 이렇게 있어도 괜찮겟어?>



월이가 탁자에 놓인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면서 농담삼아 말한다.



<안 올거야, 걱정마!>

<그래도 신부가 보고파서라도 올텐데...ㅋㅋ>

<그럴일은 없을거야~>

<너 근데 오늘 식장에서 왜 그리 울었어, 너처럼 식장에서 그렇게 눈물 쏟는 신부는 처음 봤어>

<보기 많이 흉했어?>

<어, 좀, 모르는 사람 보면 팔려서 시집가는줄 알겟더라.>

<ㅎㅎ, 나 그사람이랑 계약 결혼이야.>

<뭐?!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니 성격에 사람 쉽게 친하지도 못하면서 이상하게 급하게
그것도 초고속으로 결혼한다 해서 깜작 놀랐는데... 근데 왜 계약 결혼을?>

<그렇게 됐어, 휴~>

<니가 그런 결정했을때 이유가 다 있겟지~>

<ㅎㅎ, 역시 친구밖에 없네~ >

<바보, 웃음이 나와?>

<타이밍이 그렇게 됐어, 그사람도 결혼이 급했고, 나 또한 엄마땜에~>

<엄마가 왜? >

<뇌출혈로 쓰러지시긴 했는데,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 받았어. >

<너 설마 그래서? >

<노인네 기억이 없어지기전에 걱정덜어드리리고... 초기라 약물 치료 하면 늦출수는 있다고
하는데...>

<야,, 그렇다고 니 인생 그렇게 막 써먹니? 등신... 물려 이 결혼 당장!>

<물리고 말것도 없어, 어차피 계약결혼이니 남남이나 다름없어, 부모님 앞에서만 우린 부부
인척을 하면 되는거야~>

<속터져!, 너 항상 도고한척 잘난척 하다가 꼭 이럴때보면 바보 같어, 미리 나하고 얘기라도
하지, 앞으로 여자로서 니 인생은 어떡하려고...>

<나 솔직히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봣잖어, 그래서 그런지 꼭 남자가 내 인생에 필요하다는
생각은 없어, 어차피 결혼이 필요한거라면 누구랑 하면 어때, 더욱이 이 결혼은 계약 결혼
이라 언젠간 둘중 한사람이 종치면 그만인거잖어.>

<그게 그렇게 쉬울가? 최소한 부모님 앞에서 부부면 앞으로 부부행세를 해야 될 일이 많고도
많을텐데...>

<그러다 정 들면 좋은거구~ ,ㅋㅋ>

<오우!,, 맞어, 그게 베스트야, 아까 식장에서 보니깐 둘이 넘 닮았어. 모두 뒤에서 선남선녀
라 그랬어. 니가 하두 울어서 좀 분위기 깨긴 했지만...>

<에이, 좀만 참았을걸 그랬네~ ㅎㅎ>

<울었다 웃었다, 칠푼이!>

<이것도 결혼이라고 결혼식땜에 돈 많이 썻겟네~>

<다 남자가 했어, 집이 좀 사나봐...>

<진짜? 괜찮네, 그 인물에 재력에~,, 어이 강수지 봉 잡은거 아니야?>

<됐네유, 가짜 부부인데 돈이 많은들 나와 무슨 상관이야>

<하긴, 근데 너 그사람과 잘해볼 생각 꼬물만치도 없어? 괜찮아 보이던데...>

<글쎄, 근데 어려울거 같아, 사랑하는 여자가 있나봐.>

<어머머, 근데 왜 너랑 결혼한대? 그 여자랑 하면 되지...>

<미국 갔나봐, 자세한건 나도 몰라~>

<아주 드라마 한편 나오겟다, 글로 쓰면 ... ㅉㅉ, 이리와 함 안아보자~ >




혼자 끙끙 속끓이고 앓았는데, 월이한테 풀고 나니 그나마 기운이 한결 가벼워졌다.




- 오늘은 푹 쉬세요, 내일 아침은 집에 와서 먹어야 된다는데 괜찮겟죠?

아침 7시에 호텔 로비에서 뵐게요. 그럼.



저녁때 무렵 차준혁의 번호로부터 메세지 하나가 날라왔다.

추천 (6) 선물 (0명)
IP: ♡.239.♡.218
동해원 (♡.205.♡.156) - 2017/06/01 22:29:33

글 재치있게 써준덕에 보는듯한 느낌이 들엇습니다.

담집도 기대합니다.

haochun62 (♡.58.♡.59) - 2017/06/02 14:22:48

글 잘 읽고 갑니다 다음회도 기대합니다,,

스마일87 (♡.120.♡.65) - 2017/06/02 15:14:24

요즘 젊은이들의 맞선 재촉 실감나게 잘 봤습니다.

야야맘 (♡.244.♡.39) - 2017/06/05 14:31:57

뭐랄까요? 이 서글프고 또 아주 조금은 기대되는 느낌아닌 느낌은?

행운잎사귀 (♡.4.♡.66) - 2017/06/05 16:09:02

이런 드라마틱한 내용이 현실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네요,ㅎㅎ
대단한 분들입니다,, 담집도 기대됩니다,,

chunyup88 (♡.173.♡.198) - 2017/06/07 10:37:26

내용이 재미있네요... 담집 궁금해요...

혼자사는남자 (♡.245.♡.83) - 2017/06/14 19:27:30

잘보구 갑니다

준호 (♡.236.♡.171) - 2017/06/21 14:02:19

제가 작가님의 글에 점점 빠져들어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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