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사춘기 혹은 갱년기

꼴까댝 | 2014.12.08 11:24:30 댓글: 0 조회: 1527 추천: 0
분류건강·상식 https://life.moyiza.kr/lifetips/2490266
아버지는, 남편은, 아들은 늘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일까. 때때로 그들이 내보이는 감정 표현이 낯설고 그들이 흘리는 눈물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남편을 보다 더 깊게, 보다 더 가깝게 이해하기 위한 지혜의 팁은 없을까. 남편 탐구생활의 마지막 주제는 내 남편의 사춘기 혹은 갱년기다.



얼마 전 난데없는 남편의 삐딱한 행동에 당황한 적이 있었어요. 저에게 서운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툰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유를 물으니 "별거 아니야", "됐어. 신경 쓰지 마"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그 집 남편도 종종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사춘기 청소년 못지않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우리 남편, 왜 그러는 걸까요?


사춘기가 시작되는 연령은 다들 알아요. 중학교 혹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그렇다면 끝나는 시기에 대해서도 아시나요? 으레 스무 살이 넘으면 키도 더 이상 안 자라고 2차 성징도 없고 하니 그렇게 마무리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감성을 담당하는 뇌는 여자의 경우 20대 중반, 남자의 경우 30대 중반까지 발달해요.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상담을 청하면서 간혹 "우리 남편이 사춘기인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데 그건 정확한 표현이에요. 그 시기의 남자들은 사춘기가 맞아요. 게다가 현실 감각도 떨어지죠. 왜? 과거 사냥을 하던 남자들은 단순하고 힘이 셀수록 인정을 받았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죠. 전두엽이 다 발달되지 않고 몸만 성숙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었어요. 그러니 뇌의 발달은 자연히 늦을 수밖에 없었죠. 지금 절정의 사춘기, 30대를 보내고 있는 남편분은 아마도 이와 같은 이유로 감정 기복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여자들은 대개 한 달 주기로 감정 기복이 있잖아요. 남자들은 불규칙해요. 매일매일 달라질 수도 있고 한 달, 1년 단위로 바뀌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요.

말뿐이면 다행이게요. 행동으로도 괜한 심통을 표출할 때가 있어요. 이를 테면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웃음). 가끔씩 도가 지나칠 때면 '내가 네 엄마는 아니잖아'라는 속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와요. 막무가내로 받아달라고 하는 남편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차라리 아이 짓을 하면 모성 본능으로 측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남자들은 그 표현을 잘 못해요. 다섯 살,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들에게 거절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너는 사내니까 강해야 해"라고 주입이 됐거든요. 그래서 심통을 부리는 행동들도 모성애를 자극하기보다는 사춘기 소년처럼 거칠고 땍땍거리고 그런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예요. 만약 남편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짜증을 내는 것 같다 싶으면 토닥거려주세요. 남자들은 몸이 피곤한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마음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건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모르는데 아내가 자꾸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라고 물으면 남편들은 더 답답해할 거예요.

평소 강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TV 드라마의 한 장면에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서 적잖게 당황한 적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짠하면서도,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그냥 '예전처럼 강한 남자였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누구나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으니까요. 남편이 감정적으로 표현했을 때 아내가 여유가 있는 상황이면 "그래, 나에게 기대"라고 하겠지만 우리들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인생이 부모님에 대한 걱정,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겁잖아요. 그런데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이 약해졌다? '너까지 왜 이러니'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 당연해요. '내가 힘든 걸 나눠서 가져가야 할 사람인데, 네가 힘든 걸 나에게 더해주면 어떻게 해' 하는 마음에 두려워지고요. 게다가 결혼 전에는 "내가 다 해줄게. 나만 믿어"라고 한 남편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지 않으니까 실망감이나 배신감을 느끼는 거죠. 그런데 이건 남편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내가 울면 남편들도 불안해요(웃음).

나이에 맞지 않게 혹은 뜬금없이 무언가에 빠지는 것도 사춘기를 겪는 남편의 증상인 것 같아요. 어떤 독자분은 마흔을 앞둔 남편이 철딱서니 없이 걸 그룹에 빠졌다며 한탄하시더라고요(웃음).

사춘기 시절 짝사랑에 쉽게 빠지는 것처럼 남편분 역시 뒤늦게 또 다른 사랑에 빠진 거예요. 아내분의 기분이 불쾌한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 점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죠. 그나마 연예인에게 빠진 건 그만큼 순수하다는 뜻이에요. 대상이 공개적일수록 오히려 건강하게 풀 수 있으니 다행이죠. 때로는 그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유행가 가사 중에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것이 있죠? 그거 잘못된 가사예요. 슬픈 예감이 맞으면 차라리 나아요. 삶의 고비는 상상치도 못한, 뒤통수를 맞으며 오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웃음).

30대의 사춘기까진 그래도 애교스럽게 넘기겠어요. 그런데 남편이 40, 50대를 넘겼는데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다면 아내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갱년기니까요. 30대까진 남성호르몬이 절정에 이르러요. 그러다가 50대를 지나면서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죠.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취미생활이에요. 감성적으로 변하면서 어떤 분들은 색소폰을 배우러 다니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내 마지막 남성성을 분출하겠다면서 오토바이에 빠지기도 하죠. 상황으로 인한 변화도 있어요. 이때는 회사에서나 사회 내에서 관리직으로 빠지는 시기예요. 부장이 되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사람 관리와 같은 일을 하게 되는데, 본능적으로 이런 업무는 여성호르몬이 강할수록 우세해요. 여성화되는 것이죠. 사회도 여성화된 남성을 선호하고요. 남자들도 감성적으로 다가서게 되고. 그런데 아내들은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낯선 것이고.

갱년기라…, 사춘기와는 또 다른 무거움이 느껴지는 단어네요. '남편에게 이런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봐라' 하는 진단 기준이 있나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졌다면 일단 의심해보세요. 그전까지 남자들의 감정은 계절과는 무관하게 표현되거든요. 그리고 추억을 되새기기 시작하면 갱년기에 들어섰다고 예측하시면 돼요. 주로 앞만 보며 달려온 남편들이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건 엄청난 변화예요. 이 밖에 때 묻은 앨범을 찾아보거나 동창 관계에 집착하거나, "자식 다 소용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숨을 쉰다면 십중팔구죠.

사춘기도 그렇고 어떤 고비들을 겪을 때 '시간이 약이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왜 유독 갱년기는 방치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궁금해요.


사춘기는 아무리 방치하려고 해도, 일단 부모의 관심 레이더를 벗어날 수 없어요. 그리고 또래 집단과 엮이려고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항상 오픈돼 있어요. 그런데 50, 60대는 부부가 서로 챙겨주지 않으면 사회적으로도 완전히 고립돼요.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더 높고요. 자식들은 부모를 그리 관심 있게 보지 않아요. 아내가 유심히 챙겨주고 지켜봐야 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성욕이나 성기능 저하와 관련된 언급도 많더라고요.


맞아요. 그리고 이는 의처증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본인이 성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일종의 피해 의식으로 속마음을 표출하는 거죠. 꼭 아내가 아니어도 불특정 다수에게 투사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해요.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극복 방법은요?


최대한 많이 만난다, 많이 움직인다는 마음으로 외부 활동을 많이 해야 해요. 그래서 동년배와 인간관계를 좀 다양하게 맺어놔야 해요. 그리고 부인에게도 미리미리 잘해야 하고요. 이때 감정이 격해져서 싸우다 보면 황혼 이혼으로 가는 거예요. 아내에게 잘해두는 건 투자예요(웃음).

남편의 사춘기 혹은 갱년기를 접하게 됐을 때 아내가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더 자연스럽고 또 덜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춘기 때는 그냥 두세요. 그렇지만 이때도 '네가 뭘 하든지 말든지' 하는 마음은 절대 안 돼요. 남편의 "그냥 둬"라고 하는 말 속에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달라'라는 뜻이 숨겨져 있는 거니까 '네가 정말 힘든 걸 알지만'이라는 전제를 항상 기본으로 두고 무관심한 척 두시는 것이 좋아요. 갱년기 때는 여행을 함께 다녀오는 걸 추천해요. 50대를 지나면서 남자들은 체력이 떨어지고 여자들은 좋아져서 신체적인 밸런스가 맞아요. 그렇게 둘만의 휴가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여행이 힘들다면 산책이라도 하세요. 그러다 보면 자연히 부부의 금실도 좋아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스킨십. 나이가 들수록 스킨십을 자주 하세요. 같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심도 늘어나게 마련이니까요.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조차도 감정 기복이 있어요. 사춘기를 겪었고, 갱년기를 겪고 있어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뜻이에요. 우리 사회는 감정 기복을 부정적으로 보고 너무 억누르려고 하는데, 감정 기복은 인격이 완성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체리듬으로 인한 진폭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Profile 윤홍균 원장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정신과를 졸업했다. 음성 현대병원을 거쳐 온세병원·온세 소아청소년 심리연구소 진료 원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윤홍균 마음건강연구소 원장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간사, 성 중독치료학회 자문위원, 부부·가족치료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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