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아이에 대한 처벌, 피할 수 없다면?

꼴까댝 | 2014.12.12 20:58:51 댓글: 0 조회: 65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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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두부를 사오라고 천 원을 주셨다. 가게에서 두부를 샀더니 주인아주머니가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한 움큼 주셨다. 동전을 손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두부만 드리고 그냥 TV 앞에 앉았다. 동전이 탐났기 때문이다. 잠시 후 어머니가 물어보셨다. 거스름돈은 어디에 있느냐고. 순간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아까 엄마 드렸잖아요."

어머니가 이런 거짓말에 속을 리 없다는 사실을 그 때는 몰랐다. 나는 내 거짓말이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어머니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매도 맞았다. 어머니는 도둑놈을 키웠다면서 나에게 집을 나가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는 너무 억울했고 속상했지만 그 이후로 절대 남의 돈에 손을 대본 적도 없고, 마음의 상처도 입지 않았으니 어머니의 처벌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자녀를 키우다보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피할 수 없다면 '잘'해야 한다. 처벌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어떤 부모들은 께름칙해한다. 아이를 사랑하고 예뻐해야 한다면서 처벌이라는 말만 나와도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처벌을 안 할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하지만 적절한 처벌이 우리 아이의 마음과 몸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처벌의 원칙을 살펴보자. 원칙을 지켜서 처벌을 하면 부작용은 최소화,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처벌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은 최소강제의 원리다. 최소강제란 '최소한도로만 강하게'란 의미로 행동을 멈추게 할 정도로만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벌은 너무 약하면 강화로 작용하고, 너무 강하면 마음의 상처가 남기 때문이다.

최소강제의 원리에는 대상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 큰 아이 같은 경우는 내가 소리만 조금 크게 내도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하지만 둘째는 다르다. 말로 혼내면 씩 웃고 만다. 매를 들어도 잘 울지 않는다. 맷집이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큰 아이보다는 조금 강하게 혼내게 된다.

이처럼 최소강제의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 즉 아이에게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매를 들기보다는 구두 경고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구두 경고도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강도를 달리 할 수 있고, 매를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처벌이든 다양한 강도로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강도를 올리다가, 아이가 그 행동을 멈추면 처벌의 강도 역시 그 수준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벌을 잘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즉시 처벌하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지체하지 말고 바로 처벌을 해야 한다. 강화 뿐 아니라 처벌 역시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면 시간적 근접성이 중요하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즉시 강화를 받아야 그 행동을 지속하고, 즉시 처벌을 받아야 그 행동을 멈추게 된다. 행동과 자극 사이의 시간이 멀어질수록 효과는 떨어진다.

어떤 부모들은 "너 두고 봐. 있다가 혼날 줄 알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 처벌을 하는데 이는 좋지 않다. 인지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기억과 사고, 추리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은 왜 자신이 처벌을 받는지 모를 수 있다. 인지능력이 충분한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자신이 왜 처벌을 받는지는 알겠지만, 경고를 받은 후부터 처벌을 받을 때까지 두려움에 계속 떨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집 밖에서 아이가 잘못하는 경우다. 즉시 처벌을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매를 대면 아이가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이럴 경우는 주위 시선을 끌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장난치고 돌아다니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두 손으로 아이의 양 팔을 세게 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작지만 강한 어조로 "식당에서는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지는 거 아니야! 가만히 엄마 아빠 옆에 앉아 있어!"라고 말한다.

세 번째 방법은 일관성이다. 사람은 세상을 예측하고 싶어 한다.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는 안정감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불안을 느낀다.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 안정감은 마음과 몸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런 면에서 부모를 예측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제압하기 위해서 오히려 일관되지 않게 아이를 대한다. 갑작스럽게 화를 냈다가 또 갑작스럽게 잘 해준다. 이렇게 하면 당장에는 아이를 벌벌 떨게 하면서 부모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겠지만, 아이의 마음은 피멍이 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어떤 행동을 어떻게 처벌할지를 정할 때 아이의 동의를 얻는 것이 좋다. 미리 정한대로 아이를 처벌한다면 아이는 처벌을 받으면서도 부모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하지 않게 된다. 부모 역시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니 좋다.

우리 집에는 <약속 노트>가 있다.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어떤 강화를 받을지 기록한다. 처음에는 우리 부부가 기록하고 아이에게 사인만 하라고 했고, 이제는 아이가 부모와 상의해서 직접 작성한다. 아이가 잘못하거나 잘하거나 <약속 노트>에 근거해 처벌과 강화를 주곤 한다.

네 번째 방법은 언어적 설명이다. <약속 노트>의 장점 중 하나는 아이가 왜 처벌을 받는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처벌의 목적은 아이의 내면에 억울함과 분노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대한 기준을 심어주는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혼을 낸다.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 이유를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지가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추론 능력이 떨어진다.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면 왜 혼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이유도 모르고 혼이 나기 때문에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수 있고, 이럴 때마다 부모의 처벌은 더욱 강해진다. 결국 아이의 마음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쌓인다.

처벌 전에 이유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처벌이 끝난 후에도 이유를 확인해 주면 좋다. 그리고 처벌 후에는 아이의 속상한 감정에 대해서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좋다. 처벌의 대상은 아이 자체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일 뿐이라고 알려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서 간곡하게 처벌 받은 행동을 앞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위로해 주면 아이들은 금세 기분이 풀어진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고 다시 안정된 정서를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이 없을 경우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언제든지 떠나거나 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해 계속 불안해 할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대안 행동의 제시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불가능하다. 행동이 많다보니 당연히 잘못되거나 나쁜, 부적절한 행동도 많아진다. 그래서 부모들은 "그렇게 하지 마!", 만지지 마!", "그런 말 하지 마!", "동생 괴롭히지 마!", "저리 가!"라고 말한다. 여기서 잠깐. 그럼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해야 할 행동을 가르쳐 주지 않고,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공부나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에 흥미가 없다. 따라서 게임을 하지 말라는 말은 공염불일 수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이 청소년들이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을 찾도록 도와준다. 우리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나쁜 행동만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대안행동을 할 때마다 강화를 주면 좋다.

어느 날 둘째가 형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뺏으려고 달려들었다. 첫째는 장난감을 사수하기 위해서 동생을 밀었고 덕분에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나는 둘째를 안으면서 큰 아이에게 말했다.


"동생이 아무리 잘못 했어도 그렇게 밀면 어떡하니? 다음부터 그러지 마!"

큰 아이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라는 듯 말이다. 아차 싶어서 아이에게 다시 알려주었다.


"다음에도 동생이 그렇게 하면 밀거나 때리지 말고, 아빠한테 이야기해. 아빠가 대신 혼내줄 테니까."

그 이후로 큰 아이는 동생이 자신을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으려고 하면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했고,그 때마다 나는 둘째를 말리면서 다른 장난감으로 주의를 돌리곤 했다.
출처: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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