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처럼 정신도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choco01 | 2015.03.17 16:20:13 댓글: 0 조회: 1131 추천: 0
분류건강·상식 https://life.moyiza.kr/lifetips/2604757

몸처럼 정신도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노만희 회장 인터뷰

그 어떤 사회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의 한국. 압축적인 발전 속에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졌지만,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국민의 인식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힐링’ 바람이 불면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느끼는 정신건강학과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과 높은 자살률도 정신적 질환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노만희 회장은,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인식과 편견 그리고 시스템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회장

-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신건강 전문의가 된 특이한 경우다.

아버지는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1세대 전문의시다. 당시에는 아버지의 직업을 아들이 잇는 경우가 많았기에 나 역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반대했다. 스스로 선택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덕분에 보다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결국 정신건강학과를 선택한 것은 의학부 시절 아버지의 병원 입원실에서 남자 보호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 때문이다.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환자들에 대한 연민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소명의식을 느꼈다.

- 누구보다 오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해 오고 있는데, 7,80년대와 지금의 정신질환의 양상은 어떻게 변했나?

병의 기전을 보다 분명하게 분석하거나 설명하는 등의 기술적인 방법들은 발전되어 왔으나 병 자체가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각적으로 연구 중이다.

예를 들어서 ‘중독’은 예전에도, 지금에도 존재하는 질환이다. 시대에 따라 카테고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은 바뀔 수 있다. 예전에는 도박중독이 많았다면, 지금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옛날에는 중앙정보부에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망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엔, 직장에서 혹은 시댁이나 처가에서, 아내나 남편이 나를 감시하고 믿는 이들이 많다. 동일한 증상에서 대상만 바뀌는 것이다.

질환의 증감에 대해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이 증가하고 있다고 느낀다. 노령인구의 급증, 청년층 취업난,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경제난, 사교육비 증가 등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우울, 불안, 불면 등 각종 정신 증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최근 힐링 등의 바람을 타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인데, 이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졌을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심층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이것은 곧,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성찰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찾아내고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는 얘기다. 또한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받은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많은 점은 아쉽다.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회장

- 말씀대로 여전히 정신질환과 정신과 치료와 상담에 대한 편견이 강한 것 같다. 체감하기엔 어떠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울증 등의 질환을 겪는 이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다가 악화되는 경우다. 지금도 아파트 단지에 치과나 내과는 있어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 있는 경우는 잘 없다. 병원을 찾는 이들이 주변에서 그 사실을 아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고 그를 통해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을 알지만, 이웃의 누군가 혹은 직장의 누군가가 알게 되는 것이 꺼려져서 병원을 찾지 않거나 혹은 병원을 찾아도 쉬쉬하려고만 한다. 주변인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좋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가 치료 받고 있는 것을 아내나 남편이 모르거나, 자식이 치료 받는 것을 부모가 모른다.

정신적 질환의 치료는 가족의 지지와 도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가족이 이를 모르고 있으니, 병원이나 환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면 훨씬 덜 고통스럽게 이겨낼 수 있을 텐데, 편견 때문에 입을 닫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 편견도 편견이지만 자신이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하다는 경우를 모르는 환자도 많을 듯하다.

많은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 단순히 우울한 기분만이 증상의 전부가 아니다.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복통, 수족 저림 등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이 따라온다. 환자들은 이런 증상 때문에 여러 병원을 찾게 되지만, 다른 과에서는 당연하게도 ‘이상 없다’는 진단만 받을 뿐이다. 많은 환자들이 정신건강학과를 찾는 대신, 여러 병원을 옮기고 비싼 돈을 들여 정밀 검사를 하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낸다. 몇 년을 고생하다가 뒤늦게 정신건강학과를 찾고 증상이 호전되는 이들을 보면 보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래도 차라리 이런 분들은 나을 지도 모른다. 타과 의사들이 정신건강학과 진료를 권해도 되려 화를 내며 극구 부인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또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하고 힘들어 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그 동안 우울증이 악화되는 경우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편인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악화가 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는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탓도 있다고 생각된다.

- 보다 원활한 정신건강 치료와 진료를 위해 사회적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몸이 아프지 않기 위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처럼, 정신건강 역시 정기 검진체계가 확립되어서 정신건강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돌보는 것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질환이 악화되어 자살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평이하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관공서들에서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법으로 정신과 진료 경력을 보험심사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상담이 차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여러 대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Z코드가 신설되어 이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는 환자는 기존의 F코드(전신건강의학과 치료 코드)과 다른 코드를 따로 받게 되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이나 상담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즉, 기록이 남지 않는 정신과 진료가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 변경 및 범위 축소가 올해 안에 법안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의 주요 활동과 목표는?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개원의사들의 모임이다. 전국적 규모의 조직으로 대학병원들과 긴밀하고 협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는 학회 차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신건강문제의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강해진 현대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역할이 매우 다양해졌다. 여러 어려움이 크지만 의사들의 합심해서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 마지막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며 가서 안 되는 곳도 아니며,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만 가는 곳도 아니다. 보다 건강하고 보다 행복하기 위해서 나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곳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현대에는 다른 신체의 건강보다 정신건강이 위협받기 쉽다. 그리고 그럴수록 정신건강을 돌보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역할이 커진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복잡한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정신건강 주치의를 두고 작고 사고한 부분까지 논의를 하며 자신의 정신건강을 관리한다. 또한 이런 상담 사실은 매우 스스럼 없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보다 사회가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큰 국가이다. 그 말은 곧 우리나라 국민들 역시 선진국의 국민들처럼 자신의 정신건강 관리에 보다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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