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길떠나는 날

추억으로 | 2014.01.04 14:21:58 댓글: 11 조회: 2673 추천: 5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020177

오늘 마누라가 두살도 안된 아들을 데리고 청도에 있는 처제집으로 가는 날입니다.
먼저 청도에 가있다가 북경에서 합류하여 음력설은 북경에 있는 저희 누나집에서 쇠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눈떠보니 여덟시반입니다.마누라는 12시15분에 기사가 집까지 마중오기로 되여있습니다.
휴일이라 일찍 깨여나도 별로 할일이 없습니다.
집청소를 조금 하기로 했습니다.
마누라는 별로 깔끔한 스타일이 아닙니다.아들놈 놀이감이 뒤덮여 객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먼저 윗층을 청소합니다.참고로 저희집은 아래윗층으로 된 복합식입니다.
윗층 베란다를 밀걸레로 닦고 거꾸로 엎디여 침대밑을 닦았습니다.침대가 낮다보니 밀걸레가 자꾸 걸립니다.
아들놈이 어느새 올라왔는지 저를 보고 배시시 웃습니다.
<아빠 카아-.아빠 카아>
내 돈가방카드를 달라는 뜻입니다.이상하게 이놈은 카드를 좋아합니다.버스카드,문카드를 신기하게 가려내서 사용할줄 압니다.
시끄러울가봐 얼른 돈가방을 뿌려줍니다.
<太谢谢>
몇마디 안되는 어휘중에서 그나마 잘하는 말로 인사까지 해줍니다.
윗층에 있는 나머지 방 두칸도 닦았습니다.식구가 적고 방이 많다보니 윗층방 두칸은 늘상 비여있습니다.
우리 마누라 과시용입니다.친구,친척들 오면 방 네개짜리 복합식아파드를 보여주는게 취미입니다.
그대신 저는 얼마 안되는 월급에서 달마다 꼬박꼬박 4800씩 까입니다.
문득 전번에 창문을 열어놔서 아래층 벽이 비에 맞아 떨어진게 생각납니다.
내려가보니 꽤나 떨어져있습니다.박박 긁어내고 다시 윗층에 올라가서 석회을 이겨가지고 내려갑니다.
마누라 뭐하나 보니까 열심히 화장중입니다.애 낳고 화장한거 몇번 본적이 없습니다.꽤나 이뻐보입니다.
역시 여자는 가꾸기 나름입니다.
아들놈도 따라내려옵니다.벽 바르는걸 보더니 저도 하겠다고 합니다.부담스러울만큼 자립능력이 탁월합니다.못오게 막습니다
.아들놈 고집부려봅니다.기어코 저도 해보겠다고 합니다.객실로 좇아버렸습니다.겨우 다 바를가 하는데 아들놈이 자지러지게 울어줍니다.어디 사고났냐해서 황급히 달려가봅니다.별거 아닙니다.아빠가 같이 안놀아줘서 삐진겁니다.
마누라가 아들놈을 둘쳐업습니다.집수리는 길떠난후에 하면 안되냐고,왜서 함께 들볶아주느냐고 잔소리가 이어집니다.찍소리 못하고 배란다에 나가서 담배를 피워뭅니다.
아들놈을 노려봅니다.요놈은 잘생긴 아빠를 하나도 닮은데 없습니다.지엄마를 꼭 빼여닮았습니다.
가끔씩 내 자식이 맞나 의심까지 듭니다.
내가 그냥 노려보니까 아들놈이 배시시 웃습니다.생긴것과 달리 해사합니다.
저를 닮은데 한곳 겨우 찾았습니다.요 여심을 농락하는 살인미소는 아빠를 닮은거 같습니다.
내려와서 나같이 놀겠다고 합니다.
카드를 가져다가 내 팔에 댑니다.댈때마다 <삐->해야 합니다.유치하고 무료합니다.

그래도 재밋는 표정으로 열심히 놀아줘야 합니다.마누라 화장이 끝났습니다.
옷을 차려입은거 보니까 꽤나 봐줄만합니다.
<밥 먹개?>이럴땐 제꺽 대답해야 합니다.<조금 있다가>했다간 점심을 굶어야 합니다.
장국에 김치를 챙겨줍니다.아들놈은 옆에 누워 우유를 먹어줍니다.
밥한사발 비우고 먹은거 주방에 가져갑니다.냉장고 보니까 김치가 가득합니다.
<이거 다먹고 북경가면 되겠다>.<그래라>마누라가 조금 속이 풀린 모양입니다.
<내 이제 만원 카드에 넣어줄게>,<그거 원래 내돈인데뭐>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니돈이 어디있어,다 내가 번거지>속으로만 말해봅니다.

드디여 12시 되였습니다.전화해보니 기사가 와있습니다.
<아빠一起> 아들놈이 내가 안가는 눈치를 채고 떼질부립니다.
문밖에 나서더니 아예 엉엉 울어줍니다.가슴이 짠해집니다.
겨우 차안에 밀어넣으니까 <빠이빠이>합니다.
차가 떠나고 집문앞에서 커피 한잔 사먹고 집에 들어옵니다.
텅 빈 느낌입니다.시원섭섭합니다.
부랴부랴 청소를 시작합니다.

추천 (5) 선물 (0명)
IP: ♡.104.♡.70
로맨틱퀼트 (♡.97.♡.110) - 2014/01/04 23:30:03

잼있게 보고 갑니다. 일상 이야기지만 뭔가 솔솔 잼이가 붙습니다. 다음 이야기 기대됩니다.

호돌이엄마 (♡.4.♡.253) - 2014/01/04 23:53:46

집에서 애키우는 일상 생동히 표현햇네요 그 유치한 카드
놀이도 울집에서 자주 합니다 다만 엄마만같이
훌륭한 아빠인것같습니다

xingyu (♡.159.♡.18) - 2014/01/05 01:04:27

贴近生活才是最真实的写照。看的我非常温馨,呵呵

pmj7068 (♡.165.♡.115) - 2014/01/05 09:29:26

평범한 일상을 재밌게 쓰셨네요...

킹마더 (♡.93.♡.65) - 2014/01/06 11:12:35

척 보니 편안하게 살줄 아시는 남자분이네요.

여자한테는 져주는게 제대로된 선택인겁니다 ㅎㅎㅎ

행복하세요~~~

연두빛향기 (♡.20.♡.35) - 2014/01/06 11:41:24

일등 남편이군요...재밋게 읽고 갑니다

우림이엄마 (♡.161.♡.145) - 2014/01/07 10:15:46

일등 남편 좋은 아빠의 하루아침 이야기 잼나게 읽고 갑니다 .

쉬때기 (♡.150.♡.181) - 2014/01/08 10:55:25

저 복합식 아빠트는 얼마씩 합니까?

볼매여자 (♡.4.♡.114) - 2014/01/08 13:39:07

잼게 읽고 갑니다

황보석 (♡.18.♡.237) - 2014/01/10 09:20:13

참 부지런한 신랑 만나서 행복해 하셔야 겠구만. 요즘 세상 만족을 못하는 사람 너무 많아요 . 행복하세요.

파랑초원 (♡.29.♡.18) - 2014/04/21 14:19:34

훌륭한 남편이네요~! 아이도 잘 챙기시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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