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는 쓸쓸이...

yun95 | 2014.01.07 10:21:01 댓글: 6 조회: 1548 추천: 1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020184

새벽부터 추적추적 ,종일 내리는 겨울비다 .바람에 뒹굴던 락엽들은 비에 젖어

한뭉테기로 이리저리 뭉쳐있고 드문드문 파여있는 흙 구뎅이엔 비물이 흔적하게 고여있다

겨울비는 늘 쓸쓸하다 .어제 고향에서 보낸온 뜻밖의 첩보에다 철없이 찾아드는 겨울비 때문이여서 그런지 오늘은 마음이 더없이 쓸쓸하고 기분이 울적하기 그지없다.

 

림이는 한동네서 자란 오빠였다 .나보다 세살 위인데 마음이 너그럽고 항상 동생들은 잘 아껴주었다 . 추위가 뼈속까지 스며드는 고향의 겨울은 늘쌍 손발이 얼어들고 몸이 옹그려드는게 정말로 맵짭지. 나의 얼굴은 항상 익은 사과처럼 발갛게 얼었었고 입에서 뿜은 입김에 목도리는 입 주위로 성에가 하얗게 끼여다녔었다 .거게다 때때로 학교의 요구에 따라 가쯘하게 팬 장작이며 싸리나무를 학교에 가져가 난로불을 지펴야 했었다 .
아침 일찍 아직 날도 새기 전에 눈높이가 허벅다리를 묻히는 논밭을 푹푹 빠지면서 ,그것도 지름길이라고 논밭을 가로지나 학교로 향할때면 항상 나대신 나무단을 옆구리에 끼고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며 자기 밝자욱을 따라 걸으라던 오빠였다 .키 큰 오빠의 큰 폭의 발자욱을 따르느라 부지런히 단발뛰기를 하며 줄창 오빠의 뒤모습만 따라 뛰던 나, 그때 앞에서 무건운 짐을 지고 바람을 막으면서 뒤에 있는 어린 나를 위해 한발자욱,한발지욱씩 힘겹게 앞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오빠가  얼마나 힘겹고 어려웠을거라는  점은 나는 못느꼈었다 .

 

내가 초중에 들어갈때에 오빠는 시내에 고중에 입학에 들어갔다 . 그뒤로 방학때면 가끔씩 학습자료같은걸 집으로 보내주었지만 얼굴은 정말 몇번 못 만났다 .후에 나도 고향을  떠났고  오빠도 멀리 외국으로 돈벌이 나갔고

 

가끔씩 고향에 다녀갈때면 부모님이나 동네분들한테서 오빠의 소식을 듣기도 했다 .

한국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아들애도 잘 크고 있고 근데 이런저런 일이 잘 안 풀린다고 그러더라그럴때면 항상 내 마음속으로 기도했었다 .
마음씨 너그럽고 너무나 선량한  오빠인데 꼬옥~ 복 받을 거야

… … …

 

그러던 오빠가 며칠전 이 세상을 떠났단다 .뇌출혈로.  그것도 한국땅에서..

어제 아들애가 한국에서 오빠의 유골을 고향으로 모셔서 친척이랑 동네분들, 오빠의 옛 친구.동창들이랑 같이 동네 옆산에 안장했단다 .

 

중년에 든 오빠의 모습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변했을가 ,

와이프는 오빠한테 잘 해주었는지, 그 사이 행복하게 잘 살고 계셨는지,

다를 건강건강 하는 이세월에 오빠는 건강 검사랑 정기적으로 안 받았는지 ,

어쩜  아픈것도  몰랐을가

 

나중엔 남들도 다 가는 그 곳이겠지만 오빠는 왜서 혼자만 그리 급하게,
총총히 가야하나? 오빠가 원망스럽다 .다시 만날 기회도 안 준 오빠가 정말 밉다.

아직은 사십대의 한창 젊음,너무나 아까와서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이국땅에서 눈감아야 했던 오빠가 너무 한심해서 ,마음이 더 서럽고 아프다 .

 ... ... ...


아프게 아프게 겨울비는 계속 한정없이 내린다
.

 

 

 

 
추천 (1) 선물 (0명)
IP: ♡.249.♡.43
한단 (♡.250.♡.185) - 2014/01/07 12:31:39

그분은 남들 모르게 얼마나 많은 눈물과 슬픔을 혼자 삭혔을까요?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고통속에서 지내면서 여러 사람들을 위한 노력들을 했을까요? 글에서 보여지는 이분의 모습은 말이 없이 혼자서 이겨내는 사나이의 모습입니다.
정말 안타까운건 벙어리속은 낳은 어미도 모르듯이.. 조금은 털어놓고 살았더라면.. 혼자서 삭히지 않았더라면..
만약이 있다면 자기가 건강한것이 모든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란걸 알았을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명복을 바랍니다.

yun95 (♡.249.♡.43) - 2014/01/08 08:24:34

하늘이 무심하다는 말 딱 이런 사연에 두고 한것 같습니다 ...
좋은 사람은 좀 잘 살아주게 하늘이 돌봐줘야 유정인것 같지만 그게 아니네요 .
다들 하늘아래 여러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간 언제든지 만날수 있겠지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구요 .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괴롭네요 ...

한단님 고맙네요 .새해에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우림이엄마 (♡.161.♡.145) - 2014/01/08 08:53:47

명복을 빕니다 . 좋은 사람은 원래 하나님이 빨리 편히 쉬라고 데려가는건지 아니면 하나님이 정말 무심한건지 항상 좋은 사람은 빨리 가는건 같습니다 . 우리 엄마도 동네에서 마음 좋기로 소문이 낫는데 52살에 이 세상을 떠낫지요 ....그때도 12월인데 그날 비가 구질구질 내러더라구요 .......님의 글을 읽으면서 엄마 떠나던 그날이 세삼스레 떠오르네요 ....

yun95 (♡.249.♡.43) - 2014/01/08 11:57:22

사람은 아마도 못돼야 더 오래 사는 모양입니다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네요 ..많이 섭섭하셨겠습니다 ...
우리 산 사람들이라도 건겅하게 서로 아끼면서 잘 살아야겠지요 .
있을때 잘 하라는 말 또다시 돌이켜 봅니다 ..정말 정말 맞는 말인데..

북위60도 (♡.60.♡.229) - 2014/01/08 12:29:27

님글을 읽으면서 정말 착한 사람은 남한테 피해는 안주지만 혼자 삭히다 보니 일찍 가드라구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윈님도 얼굴이라도 좀 뵜으면 마음이 덜 아프셨겠는데 참 안됬네요...

yun95 (♡.249.♡.43) - 2014/01/08 13:16:12

자꾸만 떠오르는 추억과 아픈 마음 뿐입니다 ...
되돌아 보게 되는 얼마 안되는 저의 인생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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