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음식인 만큼 도심에서 초계탕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약간의 수고를 더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곳에 위치한 초계탕집을 찾을 수 있다. 초계탕의 첫 느낌은 화사함이다. 어떻게 구색을 맞추었는지 알록달록한 야채의 빛깔이며, 위에 고명으로 얹은 새싹채소는 앙증맞기 그지없고, 입맛을 당기는 겨자향과 함께 큼직한 얼음이 동동 떠있는 육수를 보니 벌써부터 눈이 시원해진다. 그 시원함에 서둘러 숟갈을 들고 육수의 맛을 보니 첫맛은 닭 육수의 담백함이요, 둘째맛은 동치미 국물의 상큼함, 셋째맛은 이 둘이 어우러진
시원함이다. 살코기 한 점에 양상추며 오이, 당근, 저민 대추 등 고명을 얹어 한 입 먹어본다. 입 안에 넣고 천천히 씹어보면 ‘아삭’하며 물기가 느껴지는 양상추와 담백한 맛이 일품인 살코기, 또한 입 안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육수의 맛은 가슴속까지 서늘~함을 안겨준다.
초계탕은 따뜻한 메밀전, 차가운 닭 날개찜과 함께 나온다. 아무래도 육류인지라 식으면 기름이 굳거나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초계탕은 물론 차갑게 나온 닭날개찜까지 기름기가 쏙 빠져 담백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유일하게 따뜻한 음식인 메밀전은 초계탕으로 시원해진 입 안에 따뜻함을 전해주어 맛의 묘미를 더한다. 이렇게 함께 나온 별미음식과 초계탕에 건더기를 다 건져먹고 나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할 때 즈음 기다렸다는 듯이 메밀국수가 나왔다. 남은 초계탕 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두 번째 맛 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서걱이는 얼음이 든 냉 육수에 차게 식힌메밀국수를 휘휘 말아 함께 나오는 물김치를 척하니 얹어 먹는다. 이 한 입에 입 안은 얼얼할 정도로 시원하고, 오는 길 더위에 흘렸던 땀은 그 흔적조차 간 곳이 없다.
초계탕의 닭고기는 속이 허(虛)하고 냉(冷)한 사람들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음식이다. 물론 소화도 잘 되며 속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겨자는 ‘담을 없애는 약’으로 통한다. 몸 안의 갖가지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기침·가래는 물론이고, 소화기 계통의 불순 요소도 없애 소화를 돕는다. 더운 여름, 보양식을 먹겠다며 꼭 뜨거운 삼계탕을 먹을 필요는 없다. 시원하게 먹을 수 있고, 보양식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초계탕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