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부분적으로 흐림 북경 6°C / 18°C
부분적으로 흐림 상해 14°C / 18°C
대체로 흐림 광주 20°C / 25°C
부분적으로 흐림 연길 -1°C / 11°C
대체로 흐림 심천 21°C / 26°C
부분적으로 흐림 소주 15°C / 20°C
부분적으로 흐림 청도 12°C / 22°C
흐림 대련 9°C / 16°C
흐림 서울 10°C / 18°C
부분적으로 흐림 평양 6°C / 17°C
흐림 동경 14°C / 21°C

굿바이,코치

Research | 2017.12.11 15:51:01 댓글: 0 조회: 969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bbs.moyiza.com/fiction/3514171

1.

처음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내 왼쪽에서 나오미가 나타났다.
나오미는 벽 쪽에 놓인 긴 의자에 걸터 앉아 똑바로 이쪽을 보았다. 옅에 립스틱을 바른 것 말고는 여느 때처럼 화장기는 없다. 뒤로 보이는 하얀 벽지 때문인지 다갈색 피부가 한결 두드러져 보인다. 짧게 자른 머리 사이로 살짝 드러난 귀에는 빨간 산호 귀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눈을 몇 차례 깜박이더니 입술을 살며시 움직였다. 그리고 한 번 커다랗게 심호흡을 하더니 애절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
코치."
이윽고 나오미가 입을 열었다.
"
저 이제 지쳤어요."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오른손 유니폼 가슴께에 대고 호흡을 가다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몇 초 동안 그 자세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가슴에 놓인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
이제까지 몇 번인가 이런 일이 있었죠. 그때마다 쓰러질 것 같았지만 늘 코치는 말했어요.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되니까 힘내라고요."
나오미는 고개를 젓더니 말을 이었다.
"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전 그렇게 강한 녀자가 아니에요.더는 못하겠어요. 참을 수가 없어요."
나오미는 시선을 떨어뜨리더니 손을 마주 비볐다. 다음 말을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몸짓이었다.
"
그 무렵에 있었던 일, 기억하세요?"

고개를 숙인 채 말하더니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가 잘하던 시절이요. 그때는 저 말고 다른 부원도 있었지요. 나카노 씨와 오카무라 씨도 함께였어요. 그 사람들은 지금 어엿한 엄마가 되었대요. 은퇴하고 직장으로 돌아갔지만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결국에는 회사를 그만주었지만요."
거기까지 말하더니 나오미는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
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쓸쓸해 보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
기억하시죠? 제가 30미터에서 일본 신기록을 도전했을 때요. 전일본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이었죠. 그때까지 받은 점수가 좋아서 우승 가능성도 있었는데. 저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도저히 과녁을 맞힐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여섯 발 정도 남겨두자 심장박동 소리에 맞춰 팔까지 떨리기 시작했죠. 그때 코치는 이렇게 제 손을 잡더니... ."
나오미는 뭔가 소중한 것을 감싸듯이 량손을 살포시 포갰다.
"
두려워할 거 없다. 그렇게 말씀하셨죠. 네 뒤에는 내가 있다. 나는 너만 바라 보고 있다.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만 보여줄 생각으로 후회없이 쏴라. 다른 사람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이 경기장은 넓지만 여기에 있는 건 너와 나뿐이다."
나오미는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눈을 살짝 내리깔고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그녀는 다시금 이쪽을 보았다.
"그때 저는 거의 실수 없이 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선두에 올랐고, 마지막 한 발이 10점에 들어가면 30미터 일본 신기록도 세울 수 있었죠. 하지만 마지막 한 발은 9점이었지요. 코치,그때 눈치 채셨나요? 그 마지막 한 발을 쏠 때, 전혀 떨리지 않았어요. 그전에는 이렇게 떨리지만 않는다면 완벽하게 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떨림이 멎었지만 9점이었어요.어째서 떨리지 않았는지 지금 저는 알 수 있어요. 그때 전 아주 행복했어요. 정말로 코치와 둘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아서 경기 같은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몸도 떨리지 않은 거죠. 하지만 코치, 역시 그러면 이기지 못하는 거더군요. 1점 차로 결국 제게는 아무것도 돌아옺 않았죠."

단숨에 거기까지 이야기하더니 나오미는 잠시 쉬듯이 혀로 입술으 축였다.
"그래도 코치,이기지는 못했지만 저는 만족했어요. 저게는 생애 최고의 시합이었죠. 가장 화려한 날이었어요. 코치는 경기가 끝나고 제게 오셔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마지막에 놓치는 것이 너답다며 웬일로 롱담을 다 하시고."

그녀의 말이 갑자기 끊겼다. 고개를 숙이고 무릎 우에 놓인 량손을 움켜쥔다. 어깨는 가느라닿게 떨리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그녀는 말했다.
"
코치, 그때는 정말 즐거웠어요.제 성적을 회사에서 인정해줘서 예산도 대폭 올랐죠. 선전부장님이 련습을 보러 오신 적도 있었고요. 다음에는 올림픽을 목표로 하자. 그 말이 씨가 되어 정말로 그렇게 되었죠."

고개를 든 나오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눈을 깜박이자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빰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물을 닦지 않고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
이 방도 쓸쓸해졌네요. 예전에는 그렇게 많던 부원이 지금은 저 한 사람뿐이네요. 왜 이러게 되고 말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녀는 왼손을 뻗어 알람시계 같은 것을 집어 들었다. 타임스위치였다. 거기에 달린 전선이 그녀의 유니폼 속으로 련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타이머의 문자판을 보여주었다.
"지금 3시 반이에요. 앞으로 한 시간 후에 스위치가 켜지고, 그럼 전선에 전류가 흐르겠죠. 어디로 전류가 흐르느냐 하면... ."
나오미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
전선은 제 가슴과 등에 련결되어 있었다. 여기로 전류를 흘려 보내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대요. 이제 수면제를 먹을 거니까 잠든 사이에 죽음이 찾아오겠죠."

그녀는 곁에 놓여 있는 컵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는 그 옆에 있는 알약을 집었다. 그리고 알약을 입에 넣더니 컵에 든 물을 마셨다. 한순간 얼굴을 찌푸린 것은 알약이 목에 통과하는 불쾌감 때문일 것이다.
'
'하고 숨을 내쉬더니 그녀는 컵을 제자리에 놓고 벽에 기대었다.
"
굿바이,코치."
나오미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
코치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딱히 무언가를 후회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좀 지쳤을 뿐이에요. 안녕히 계세요,코치.정말 즐거웠어요."
나오미는 눈을 감았다. 의자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는 나오미의 모습, 그대로 몇 분쯤 흘러갔다. 이윽고 그녀는 조용히 드러눕고, 또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비디오 화면은 꺼졌다.

"
그랬군요."
모니터의 스위치를 끈 건 관할서 형사였다. 나이는 나보다 다섯 살쯤 위일 것이다. 입언저리에 수염을 길렀지만 깔끔하게 손질해서 불결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른 얼굴임에도 눈이 동그래서 사람이 좋아 보였다.
"
작정하고 자살을 한 거로군요. 그렇다 해도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찍어두다니. 시대가 변하니 유서의 형태도 변하나 봅니다."
감탄한 투로 말하더니 형사는 비디오테이프를 되감았다.
"
그녀가 자살을 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었으니까요."

수염을 기른 형사가 고개를 살짝 꼬고 비디오 기기 쪽을 보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눈길을 돌렸다. 벽 쪽에 방금 전 영상에서 나오미가 앉아 있던 긴 의자가 놓여 있다.
나오미의 모습은 이미 없고, 수사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로 30분쯤 전까지 저 의자에 나오미가 누워 있었다.
"
이 카메라군요."
형사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방 가운데에 삼각대로 설치해놓은 비디오카메라로 다가갔다.
"
조작 방법은 간단하겠죠?"
형사가 물었다.
"
간단합니다."
비디오 기기 앞에 앉아서 대답했다.
"
모치즈키 씨도 조작하는 데 익숙했나요?"
"
평소에는 제가 그녀를 찍어주었지만, 그녀도 사용한 적은 있습니다.게다가 정말로 조작법이 간단해서 누구든지 금세 익힐 수 있습니다."
"
그래요?"

형사는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를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원을 켜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수염을 기른 형사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카메라에서 얼굴을 떼더니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내 곁으로 돌아왔다.
"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당신이 여기 온 건 오후 5시경이라고 하셨죠?"
"
그렇습니다."
"
방문은요?"
"
잠겨 있었습니다."
"
어떻게 여셨죠?"
"
열쇠를 가지고 있거든요."
주머니에서 키홀터를 꺼내 방 열쇠를 형사에게 보여주었다.
"
그리고 긴 의자에 누워 있는 모치즈키 씨를 발견한 겁니까?"
방금 전에도 한 말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도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
바로 자살이라는 걸 알았습니까? 그 상황을 보고서?"
형사가 말하는 '그 상황'이란 누워 있는 나오미의 모에서 나온 전선이 타이머를 거쳐 방의 콘센트에 련결되어 있던 당시 상황을 가리키는 듯했다.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
그 순간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낮잠을 자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그랬겠지 하는 얼굴로 형사는 나를 보았다.
"
하지만 이내 타이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고, 그래서 당장 콘센트에서 뺐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흔들어보았는데... ."
거기서 말을 멈췄다. 이제 와 이런 이야기를 아무리 반복한다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하신 거군요."
수염을 기른 형사는 그렇게 말하며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비디오카메라를 보게 된 거요?"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곳에 세워두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경찰과 회사에 알리고 나서 안에 들어 있는 테이프를 재생해본 겁니다. 그랬는데... ."
"모치즈키 씨의 마지막 순간이 담겨 있있다는 얘기군요."
"네."

형사는 수염을 문지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손길을 멈췄다.
"그 전선과 타이머는 원래 이 방에 있었던 겁니까?"
"타이머는 여기에 있던 겁니다. 겨울철에 련습을 끝내고 들어 왔을 때 방을 따스하게 데우기 위해 전기스토보에 련결해 쓰기도 했지요. 하긴 최근에는 위험하다고 해서 쓰지 않았지만요."
"전선은요?"
"모르겠습니다."
"모치즈키 씨는 왜 이런 자살 방법을 생각해냈을까요? 뭔가 짚이는 건 없습니까?"
"글쎄요."
고개를 꼬았다. 아닌 게 아니라, 듣고 보니 이상하다. 그녀는 왜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수면제 말인데요, 모치즈키 씨는 약을 어떻게 구한걸까요?"
"그건 아마 그녀가 때때로 먹던 약일 겁니다."
"때때로요?"
형사는 의아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씀이죠?"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흥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밤에 수면제를 복용했나 봅니다. 큰 대회에서는 약물 검사를 하니 못 먹게 했습니다만."
"그렇군요."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실내를 한 번 둘러보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래서 자살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추천 (1) 비추 (0) 선물 (0명)
IP: ♡.226.♡.14
23,276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Research
2018-03-12
0
626
Research
2018-03-12
0
692
Research
2018-03-12
0
624
Research
2018-03-12
0
822
길에
2018-03-11
0
699
Research
2018-03-09
1
1224
길에
2018-03-09
0
430
이강님
2018-03-08
0
881
길에
2018-03-08
0
482
길에
2018-03-07
0
443
길에
2018-03-05
1
566
길에
2018-03-04
2
721
길에
2018-03-03
2
870
All인
2018-01-29
1
1334
이강님
2018-01-19
0
1474
Research
2017-12-12
0
927
Research
2017-12-12
0
738
Research
2017-12-12
0
713
Research
2017-12-12
0
670
Research
2017-12-11
0
728
Research
2017-12-11
1
969
Research
2017-12-11
1
879
Research
2017-12-08
1
783
Research
2017-12-08
0
363
Research
2017-12-08
0
463
Research
2017-12-07
0
414
Research
2017-12-07
1
938
Research
2017-12-06
1
557
Research
2017-12-06
0
358
Research
2017-12-06
0
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