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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코치 6

Research | 2017.12.12 15:38:26 댓글: 0 조회: 262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bbs.moyiza.com/fiction/3514837
6.

거무칙칙한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공기가 몸에 달라붙으면서 다가오는 장마를 느끼게 했다.
그날은 각 기업의 감독과 코치가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나오미의 련습에 함께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것은 4시가 되기 조금 전이었다.

양궁부실은 체육관 2층에 있다. 1층에서는 롱구부가 련습을 하고 있었다.
2층 복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햇다. 2층에는 소프트볼부, 배구부 등의 방이 있는데 다들 련습 중이었다. 양궁부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문은 안쪽으로 잠겨 있었다. 가볍에 노크를 했다. 옷을 갈아입을 때 나오미는 안에서 문을 잠근다.
대답이 없어서 가지고 있던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나오미는 긴 의자에 누워 있어다. 낮잠을 자나? 처음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유니폼 밑으로 뻗어 나온 전선, 그리고 전선이 련결되어 있는 타이머를 보고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허둥지둥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고 그녀의 몸을 흔들었다. 나오미는 가늘게 눈을 뜨더니 한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린 표정이었다.

"코치,저요... ."
"왜 이러는 거야?"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아아, 그랬지."
나오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두통을 참는 듯 미간을 모았다.
"저 죽지 않았군요. 코치가 방해한 거군요."
"너 제정신이야?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그래요."
나오미는 입술을 희밓게 움직였다.
"모든 걸 끝내고 싶었어요. 뭘라까, 이제 살아 있는 게 싫어져서...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고작 국가 대포 팀에서 탈락한 거 갖고,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금세 복귀할 수 있어."

그러자 그녀는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뿐이 아니에요. 이제 지쳤어요. 코치, 저도 곧 서른이에요.그런데 보통 녀자들이 해온 걸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모르고요. 이대로 나이를 먹고 할머니가 되어도 제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남아."
"추억이 남을 거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 ."
"이제 우리 양궁부도 끝이잖아요. 그럼 전 어떡해야 하는 거죠?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제대로 된 실무는 해본 적도 없어요. 게다가 지금 제 실력으로는 어떤 회사에서도 양궁 선수로 받아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는 거야."
"그리고 꿈은 깨지고... ,정신이 들고 보니 외톨이 ... .련인도 없고... ."
나오미는 내 팔에 안겨 울었다. 그녀를 입으로만 위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말이 결코 망상으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카레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건 그 후였다. 왜 이런 짓을 한 거냐고 물었다.
"코치가 나의 마지막 순간을 보기를 원했어요."
허탈한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코치가 나를 잊지 않도록."

그날 밤 그녀와 시내로 나가 술을 마셨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사적인 교제는 최대한 피해왔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오미는 취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카운터 테이블에 놓여 있는 내 손가락을 살짝 만졌다.
"내게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어요."
말없이 그녀의 젖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그날 밤 이후로 나와 나오미는 단순한 선수와 코치 관계가 아니었다. 그런 상태가 부자연스럽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관계를 가진 것으로 히스테릭해 보이던 나오미의 정신적 동요는 빠른 속도로 진정되어갔다. 정신적 안정으로 그녀는 예전의 기량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몇몇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결과, 국가 대표 팀에 복귀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내게 결혼 같은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은 것도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리고 나 자신은, 나오미를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그 위험한 관계를 솔직히 즐기고 있었다.
우리에게 최상의 결말은 나오미가 무사히 올림픽에 출전하고, 그 후로 다가올 그녀의 은퇴와 더불어 두 사람의 관계도 청산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만약 최상의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 그때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 선발 대회를 치르고 일주일이 지난 날 나오미에게 불려나갔다. 그녀가 집 근처로 찾아왔다. 우리는 동네 공원에서 만났다.
"이제 양궁은 그만둘 생각이에요."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왠지 모르게 예감하고 있던 일이라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그래, 할 수 없지. 넌 할 만큼 했으니까."
"네, 이제 미련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느긋하게 술이라도 마시고 싶네."
내 말에 나오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뺨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코치, 내 얘기를 부인한테 해주지 않을래요?"
"뭐?"
"얘기해줬으면 해요. 우리 둘 사이를."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양궁은 그만둘 거예요. 하지만 코치를 잊을 수는 없어요. 코치가 말하기 거북하다면 제가 직접 부인을 만날게요. 그리고 코치와 헤어져달라고 부탁해볼게요."

아무래도 나오미는 진심인 것 같았다. 이제껏 올림픽 출전이라는 외길을 달려왔으니, 그 꿈이 깨진 지금 결혼이라는 또 다른 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리고 남자 경험이 부족한 탓에 자신을 안아준 남자라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그녀가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라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좋아요. 오늘은 갈게요. 하지만 코치, 배신하지 마세요. 만약 배신하면 온 세상이 우리 둘 사이를 알릴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나오미는 눈동자를 번쩍엿다.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알고 있어. 너를 배신하거나 하진 않아."
절박한 심정을 감추고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작년에 자살을 기도했을 당시 찍어둔 테이프가 없었다면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테이프가 생각났기에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고 그녀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제 나오미를 죽이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었다. 나오미는 거의 매일 전화해서 아내에게 말했느냐고 추궁했다. 내가 얼버무리면 자기가 직접 만나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발설하는 것도 두려웠다. 회사에 알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죽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요코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인이라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장이 오그라들것 같으면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그렇게 이르면서 준비를 해나갔다.

그 테이프는 선반 깊숙한 곳에 보관해두었다. 그것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고 작년에 촬영한 테이프라는 건 알 수 없을리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영상 후반에 내가 그녀를 살려내는 장면이 찍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앞 장면에서 커트하기로 했다. 록화가 중간에 멈춘 것에 대해 경찰은 의문을 품겠지만 어쩔수 없다.

방 안을 비디오 속 영상과 똑같이 복원했다. 이제 나오미 본인을 복원하는 문제가 남았지만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이제 양궁부고 사라질 테니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두지 않을래? 유니폼을 입고 활을 잡은 모습으로 말이야."
내 제안에 그녀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렇다면 한껏 멋을 내야겠다고 말했다.
"화장한 얼굴도 좋지만 난 시합에 나갈 때의 네 모습이 좋아. 머리도 더 짧은 편이 좋고. 그래, 이 사진 같은 느낌이 좋겠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 보여준 것은 그녀가 자살을 기도했을 당시 찍은 사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들고 한동안 생각하더니 "그럼 이런 느낌으로 준비하고 올게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4시경에 우리는 방에서 만났다. 여전히 다른 방에는 인기척이 없어서 일단 안심했다.
그녀는 내가 주문한 대로 머리 모양을 바꾸고 왔다. 빨간 산호 귀거리도 작년 그대로다.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주스 병을 꺼내 그녀 앞에서 뚜껑을 따서 건넸다. 수면제를 탄 다음 다시 뚜껑을 닫아둔 것이다.

이내 그녀에게 졸음이 찾아들었다. 말을 주고받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이윽고 맥없이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받쳤다. 그녀는 억지로 눈을 뜨고 있는 상태였다.
"졸려요."
"자도 돼."
"코치."
"왜?"
"굿바이, 코치."
이윽고 나오미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긴 의자에 눕혔다.

그다음은 작년에 나오미가 한 일을 그대로 따랐다. 지문이 남지 않도록 장갑을 끼고 그녀의 가슴과 등에 전선을 붙인 다음 타이머에 련결하고 콘센트에 꽂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단숨에 타이머 바늘에 움직여서 그녀의 몸에 전류가 흐르게 했다.

한순간 그녀의 몸이 꿈틀 움직인 것 같다. 그러고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겁에 질린 채 눈을 떴다. 그녀는 방금 전과 똑같은 자세로 아직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살며시 그녀의 입가로 손바닥을 뻗어봤지만 틀림없이 숨은 멎어 있었다.

전신에 소름이 쫙 끼치고 또 다른 공포가 가슴에 밀려왔다. 하지만 마냥 그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선반 깊숙이 숨겨둔 테이프를 꺼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다시 한번 테이프를 재생해본다. 괜찮다. 잘될 거다.

나오미가 자살한 상황과 한 치의 모순도 없도록 꼼꼼히 방 안을 체크했다. 타이머 오케이, 비디오카메라 오케이, 지문과 나오미의 자세에도 문제없음.

됐다.

심호흡을 하고 구석에 놓여 있는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경찰은 1,1,0. 어떤 식으로 말하는 게 좋을까? 당황한 목소리로 조금 더듬는 편이 나올까? 아니야. 도리어 담담하게 말하는 편이 ...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누군가가 전화를 받자 정신없이 지껄여댔다.
제대로 한 걸까?
나를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소 목소리로 톤이 높아지긴 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제 회사에 전화만 하면 된다.
그때 문득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나오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굿바이,코치."
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것일까?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속으로 퍼져가는 걸 느끼면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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