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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의 밤2

Research | 2018.03.12 09:14:22 댓글: 1 조회: 575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bbs.moyiza.com/fiction/3573460

2.

"바깥으로 나가지요."
나리타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에리코의 몸을 떠받이고 아직 입만 쩍 벌리고 있는 다카아키를 손으로 밀며 서재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불을 껐다. 누군가가 창을 통해 시체를 보고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
문을 잠그는 게 좋겠습니다."

나리타는 에리코에게서 키를 받아 문을 잠근 다음 열쇠를 돌려주었다.
"
일단 다른 방으로 가서 대책을 생각해 봅시다. 이런 데서 어슬렁거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
대책이라면...... ."
에리코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설명은 나중에 하지요. 어디 빈 방 없습니까?."
"
응접실이 좋겠는데. 아무도 오지 않을 테니까."
다카아키가 그렇게 말했다.
"
그럼 그리로 가죠. 거기서 의논하도록 합시다."

무슨 의도인지를 몰라 우물쭈물하는 두 사람의 등을 밀고 나리타는 잰걸음으로 앞장섰다. 참으로 곤란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무슨 수를 써야 한다. 그의 두뇌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쪽 소파에는 다카아키가, 다른 쪽에는 에리코가 앉고, 두 사람과 등거리의 위치에 나리타가 섰다.
문은 닫혀 있고 그 방의 방음 효과에 대해서는 다카아키가 보장했다.

"
왜 사장님이 자살을...... ." 하고 다카아키가 신음하듯 말했다.
"
최근에 우울증 증상이 있기도 했고, 아까 보았듯이 사모님과의 문제도 있고 그래서 충동적으로 이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
나리타는 얼이 빠진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어떡하다니? 경찰에 알려야지."
다카아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지 뭐. 가능하다면 사장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에리코가 드세게 고개를 저었다.
"
안 돼, 그건.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
"
?"
", 아직 마사키의 정식 부인이 아니야. 지금 저런 식으로 죽어 버리면 나에게는 돈 한푼도 들어오지 않아."

에리코는 틀어 올린 머리칼을 풀어 버리고 그 속에 손가락을 넣어 마구 헤집었다. 다카아키는 얼이 빠져 버린 그녀 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 끝을 끌어올리며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
어쩔 수 없지. 운이 없다 생각하고 포기할 수밖에. 생각해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사장님이 당신 명의로 거액의 생명 보험을 들어 두지 않았던가? 액수는 자세히 모르지만 억대는 될걸.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게 좋을 거야."

보험금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탓인지 에리코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수령액은 3억 엔, 나리타의 기억에는 그런 수치가 남아 있다. 그러나 나리타는 소태 씹은 표정으로 이렇게 선언했다.
"
자살의 경우에는 계약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사장님이 에리코 씨를 수령인으로 계약한 것은 작년 생신에서 2,3일 지난 후였으니까, 이대로 자살로 처리되면 에리코 씨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까 나리타가 정말 곤란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
그럼 나에게는 유산도 없고 보험금도 없다는 거야?"
에리코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
그렇습니다."
"
싫어, 그건 절대로 안 돼."

에리코는 다시 머리를 마구 긁으며 말했다.
"
저런 할아버지랑 1년이나 살았는데 아무 대가도 없다니 너무해."
"
운이 나빴어."
다카아키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
, 이런 건 어때?"
에리코가 매달리는 듯한 눈길로 나리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꾸밀 수는 없을까? 그러면 보험금이 나올 텐데."
"
불가능해. 그런 건."
나리타가 대답하기 전에 다카아키가 끼어들었다.
"
그런 짓을 했다가는 경찰이 파고들어서 오히려 복잡해지고 말아. 그럴 바에는 사고사로 위장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마사키 가의 체면도 유지할 수 있고 자네에게도 보험금이 들어가지. , 말을 하고 보니 좋은 아이디어네."
"
안 됩니다."
나리타가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착 깔린 어투로 말했다.
"
타살도 사고사도 안 됩니다."
"
?"
"
들키고 말 테니까요."

나리타는 다카아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반드시 드러나고 맙니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위장을 해도 목을 매 죽은 시체를 경찰이 타살이나 사고사로 판단할리 없습니다. 밧줄의 흔적이나 울혈 상태를 보면 간단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
그렇게 간단히 알아낼 수 있는 건가?"
"
간단하지요. 보통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익사나 교사의 판단은 법의학의 기초입니다.
경찰학교의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깁니다."

다카아키는 에리코를 향해 두 손을 벌려 보인다.
"
안 되는 모양이야."
그녀는 나리타의 설명을 듣고 모든 희망을 버린 것 같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나리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무슨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리타는 날카로운 눈길을 다카아키 쪽으로 돌렸다.
"
에리코 씨의 보험금이나 마사키 가의 체면도 문제지만, 지금 여기서 사장님의 죽음을 밝히는 것은 부사장님에게도 불리할지 모릅니다."

다카아티는 의구심이 섞인 가느다란 눈으로 나리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불리......하다니?"
"
먼저 유산입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후미에 부인께서 2분의 1을 상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분의 1을 부사장님 사모님과 전무님이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
? 이혼하지 않았는가?"
"
이혼 신청서는 관청에 제출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상식이죠."

후미에가 도지로와의 이혼을 승낙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오빠가 사업에 실패해서 거액의 빚을 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지로에게서 위자료를 받아 오빠에게 빌려 줄 생각인데, 만일 여기서 도지로의 자살이 드러나면 이혼을 철회할 것이 분명하다.
"
먼저 유산.....이라고?"

다카아키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리타에게 물었다.
"
그것 말고도 어떤 안 좋은 점이 있다는 말인가?"
나리타는 그를 바라보며,
"
이건 그냥 노파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하고 운을 띄웠다.
"
마음만 먹는다면 사모님께서 회사의 실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드님이신 마사키 전무님을 사장 자리에 앉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
그런가."
다카아키는 나리타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작게 신음했다.
"
하긴 그 두 사람이 장인의 재산 가운데 4분의 3을 상속받으니까."
"
제 말뜻을 아셨습니까?"
"
잘 알았네."
다카아키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지만 방법이 없지 않은가. 아니면, 자네한테 무슨 묘안이라도 있다는 건가?"

나리타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
그런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입니다. 사장님의 죽음을 늦게 알리는 겁니다. 그사이에 이혼을 성립시키고 그런 다음에 공표하는 것입니다."
"
그렇지만 시체를 일부러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곤란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지요. 그래서 내일부터 사장님은 여행을 떠나시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행방불명됩니다. 시체는 한 달 후나 되어 발견됩니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2,3일 정도는 충분히 속일 수 있습니다. 장소는 가루이자와의 별장 가까운 곳. 거기에 깊은 숲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목을 매 자살……인가?”
나리타가 깊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그때쯤이면 딱히 조작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경찰도 세상도 사장님이 혼자 여행을 떠난 의미를 알게 되는 거지요.다카아키는 팔짱을 끼고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 나름대로 이런 위험한 도박의 승산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리타는 아까부터 얼이 빠진 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리코를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에리코 씨는?”
그녀는 천천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성공할 수 있을까?
"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흘 후의 시점까지 사장님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조작할 수만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조금 귀찮게는 하겠지만 결국 보험금을 탈 수 있을 겁니다. 남은 문제는, 하느냐 하지 않으냐는 것입니다.”

.”하고 에리코는 바로 대답했다.
실패해 봐야 본전이고, 하지 않으면 손해잖아.”
부사장님은?”

나리타는 다카아키에게 물었다. 그는 자신의 둥그런 턱을 두세 번 쓰다듬은 다음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할 수밖에 없겠지.”
그럼 결론은 나왔습니다.”
나리타는 애써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오늘 밤 이 시간 이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이대로 모른 척 지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사장님을 만난 것으 우리 세 사람뿐이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또 한 사람 확실한 증인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반대야.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지 않은가.”
그러자 나리타는 흰 이를 살짝 드러내며 방긋 웃었다.
물론 사람을 더 늘릴 필요는 없지요. 그래서는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장님의 생존 사실을 제삼자에게 확인시켜 두자는 것입니다.”
사장님의 생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장님은 이미 돌아가셨지 않나.”
그러니까.”
나리타는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머리를 잘 쓰면 됩니다.”

응접실을 나선 세 사람은 다시 도지로의 방으로 잠입했다. 도지로의 메마른 몸이 마치 인형처럼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에리코는 벽 쪽을 바라본 채 애써 외면하려 했다.
우선 시체를 내리도록 하지요.”
같이 하자구.”

나리타와 다카아키는 힘을 모아 도지로의 몸을 아래로 내렸다. 빨갛고 하얀 끈이 목을 감고 있었다. 나리타는 어디서 난 끈인가 생각하다가 그만 손이 미끄러져 도지로의 머리를 바닥에 찧고 말았다.
조심해, 괜찮아?”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리타는 황급히 시체를 들어 올렸다. 그때 바닥을 구르는 흰색 물체를 보았다. 도지로의 앞니였다. 틀니였다. 나리타는 그것을 한손으로 집어서 자신의 양복 호주머니에 넣었다.
두 사람은 도지로의 몸을 방구석에 있는 침대 위에 눕힌 다음 이불을 덮었다.

다음으로 나리타는 도지로의 책상 위 전화기에 연결된 녹음기를 조작하여 테이프를 재생했다.
도지로의 갈라진 목소리와 낮은 남자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도지로와 남자는 물품의 유통 경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상대는 영업부장이야. 이야기 내용은 대충 알겠어.”
다카아키가 말했다. 도지로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면 반드시 녹음해 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럼 부장님 목소리만 지우겠습니다.”

나리타는 신중하게 테이프를 돌리면서 도지로와 이야기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테이프에서 지웠다.
조작된 테이프에는 이제 도지로의 목소리만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남아 있다.
거기까지 작업을 끝낸 다음 나리타는 내선 전화를 부엌으로 연결했다.
가정부 아사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사코 씨, 나리타입니다. 사장님 방으로 커피 한 잔 보내주세요. , 한 잔이면 됩니다.”

곧 가져가겠다는 대답을 듣고, 나리타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사코가 바로 올 겁니다. 준비해 둡시다.”


준비란.
우선 에리코가 도지로의 가운을 걸치고 그가 애용하는 털모자를 머리에 덮어쓴다. 그리고 등받이가 입구 쪽으로 향한 소파에 앉아 가운 자락이 살짝 보일 정도로 자세를 낮춘다.

다카아키는 그 대각선 방향에 앉는다. 문에서 에리코의 위치까지는 2,3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입구에서 보면 마치 도지로와 다카아키가 대화를 나누는 듯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라므이 발아래에는 녹음기가 놓여 있다.
완벽합니다.”
나리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카아키가 녹음기 스위치를 누르자 도지로의 쉰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리타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머리를 뒤로 묶고 화장기 없는 아사코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커피 향기가 그녀 앞에서 피어올랐다.
커피 가져왔습니다.”
, 수고했어요.”

나리타는 뒤를 돌아보았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도지로의 목소리에 맞춰 다카아키가 있는 힘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었다.
가격을 낮춘다면서 질을 떨어뜨리는 건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질을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사업을 좀 확장하는 것뿐입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예전 방식대로 해.”

나리타는 아사코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가 들고 가지.”
그러면서 커피 잔을 올린 쟁반을 받아들려 했다.
아사코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그럼 부탁할게요.” 하고 쟁반을 건네준다.

아사코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다음 나리타는 살짝 열려있던 문을 닫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목소리를 신호로 두 연기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긴장했어. 실제 목소리하고 많이 다른 것 같아.”
어쩔 수 없죠. 그렇지만 녹음된 목소리인 줄 아니까 그런 느낌이 들 뿐입니다. 아사코는 눈치 채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빨리 정리하도록 하지요.”

나리타는 에리코에게서 가운과 모자를 받아들어 소파 위에 던졌다. 그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였다.
에리코는 커피 컵을 들더니 아직도 김이 나는 내용물을 창문 밖으로 쏟아 버렸다.
밀크는 희니까 눈에 띄어.”
에리코는 소파 옆에 놓여 있는 티슈 상자에서 몇 장을 빼내 밀크 피처의 내용물을 적셔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카아키는 녹음기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안에서 테이프를 빼낸 다음 미리 준비해 테이프를 넣어 두었다.

그런 다음 각지의 지점을 시찰할 때처럼 안을 점검했다.

이상 없는 같군.”

창은?”

단단히 잠갔지.”

그럼 일단 방을 나가죠.”

사람이 방을 나서자 에리코가 문을 잠갔다. 그들은 응접실로 향했다.

9 반이 조금 지나고 있었다.


응접실로
들어서자 나리타가 다카아키에게 말했다.

우리가 한꺼번에 회식 자리로 돌아가면 이상하니까 일단 부사장님이 먼저 주세요.

후에 우리가 뒤를 따르겠습니다.

혹시 누구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사장님을 잠깐 보러 갔다가 사업 이야기를 하느라 늦었다고 슬쩍 귀띔을

두시면
됩니다. 사장님은 회식이 끝난 다음에 처리하도록 하고요.”

알았네.”



다카아키는 몹시 긴장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어 바깥을 살펴보고 나서 나갔다.이제 새로운 사장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 두었다는 생각을 하며 나리타는 내심 미소를 머금었다.

애당초 그는 마사키 가문과 어떤 인연이 있어서 비서가 아니다.

그냥 도지로의 눈에 들었을 따름이다. 임원 가운데는 그를 스파이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도지로가 자리에서 물러나

가장 곤란한 사람은 바로 나리타인지도 모른다.


점수를 땄다기보다는 약점을 잡았다고 해야겠지.”

나리타가 본의 아니게 기획한 오늘 밤의 위장 전술에는 그런 노림수가 있었다.

그는 쪽으로 가서 다시 문이 잠겼는지 확인한 다음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하고 에리코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는
빠진 발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마치 병든 사람처럼 온몸을 그에게 기댔다.

괜찮을까>”

물론 괜찮지요.”

나리타는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주었다.

문제는 당신의 결단과 용기입니다. 모든 것이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어려운 일도 많을 겁니다.”



나리타는
그녀에게서 떨어져 안을 둘러보았다.

사장님은 내일 아침 일찍 이곳을 떠나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밤에 여행 준비흘 필요가 있어요.”

회식이 끝나면 바로 시작할게.”

그리고…… .”

나리타는 말하기 힘들다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입을 뗐다.

사장님은 차를 타고 가신 겁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차가 차고에 있어선 됩니다. 에리코 , 운전할 안다고 했지

?”

…… .”

미안하지만 차를 가루이자와에 가져다 있겠어요?”

그건 문제가 아니지만……혹시…… .

에리코의 얼굴에 그림자가 스쳤다. 나리타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장님의 시체를 옮겨야 합니다. 물론 트렁크에는 내가 넣을 테지만…… .당신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운전만 하면 됩니다.그런 다음 차를 거기에 두고 돌아오면 그만입니다. 나중에 내가 사후 처리를 테니까.”


에리코의
눈에 당혹과 망설임, 그리고 공포가 떠올랐다. 가혹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리타는 눈길을 돌리지

았다
. 이윽고 그녀는 체념한 고개를 아래위로 천천히 끄덕였다.

알았어. 이렇게 된거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 수밖에.”

부탁합니다.”

나리타는 다시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오늘 바쁘신 가운데도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사장님도 기분 좋은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자리에서 사장님이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하셔야 하지만 피로하셔서 먼저 실례하게 되었고…… .”


다카아키의
인사말과 함께 연회는 막을 내렸다. 시간은 10. 손님들은 바로 돌아가지만 연회 담당자들은 정리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다. 나리타는 에리코에게 여행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방문을 잠그고.”

, 알았어.”

그녀의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에리코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다카아키의 아내 료코가 나리타에게 다가왔다.

아버니는 어떠셔?”

조금 피로하실 겁니다. 서재의 소파에서 쉬고 계시는 같은데요...... .”

그래.”



료코는
나리타의 얼굴에서 눈길을 돌리더니 도지로의 방이 있는 방향과는 반대쪽 복도를 걸어갔다. 다카아키와 료코

있는 쪽이다.

연회장이 모두 정리되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나리타는 다시 복도를 걸었다.

응접실 앞에 서서 소리가 들리지 않게 살짝 두드렸다. 문이 빼꼼 열렸다. 틈으로 다카아키가 날카로운 눈길로

리타의
얼굴을 확인한 다음 바깥으로 나왔다.

서재 열쇠는?”

주변에 신경을 쓰며 다카아키가 물었다.

여기 있습니다.”

나리타는 아까 에리코에게 받은 열쇠를 다카아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시체를 옮겨 볼까.”



다카아키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 나온다.

사람의 도지로의 방으로 다가가려 때였다. 앞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사장님.” 하는 목소리

들려온다. 다카아키와 나리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도지로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람이 서둘러 보니 가정부 아사코가 문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참이었다. 다카아키가 달려가면서 말했다.



하고 있어?”

그의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아사코는 뻣뻣하게 굳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장님께 물병을 가져다 드리려고…… .그런데 문이 잠겨 있어서…… .”

그녀는 쟁반에 올린 물병과 컵을 사람 쪽으로 내밀어 보였다.

오늘 밤은 괜찮아.”

오른손을 흔들며 다카아키가 말했다.

사장님은 피로하셔. 오늘 밤은 그만 됐어.”

아사코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물병과 사람을 번갈아 바라 보더니 다카아키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판단이 .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녀는 도지로가 봐주고 있는 도매상 집의 딸인데 신부 수업

해서
집의 자질구레한 일을 돕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일과가 물병을 도지로의 방에 가져다 두는

것이었다.

그래, 조심해서 .”

다카아키의 말에 아사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녕히 계세요, 하고 복도를 걸어갔다. 물병과 컵이 달그락 달그락

흔들리는 소리가 멀어져 간다.



나리타는
불안한 표정으로 다카아키에게 물었다.

달리 사장님 방을 찾아올 사람은 없겠죠?”

도쿠코라는 노파가 있지만 사장님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괜찮아.”

나리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사코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애가 우리에게 뭔가 수상쩍은 낌새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그때 나리타의 쪽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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