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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또 하나의 생명과 이별하면서

목향수 | 2016.11.29 10:18:07 댓글: 3 조회: 2782 추천: 2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3215517

하나의 생명과 이별하면서

오늘 하루도 역시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속에서 나는 사색의 여운은 남겨주는 특별한 하루를 목격했다.

병동에 계시는 간암이라는 불치의 병으로 앓고 계시는 아저씨가 죽음의 시공을 따라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떠나간 날이다.

하나의 생명이 떠나는 길에 나의 작은 손길 하나라도 보탬이 되였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기도 하면서 슬픈 일이기도 하다.

간호학교를 졸업하면서 무한한 꿈과 희망을 안고 <<백의천사>>라는 값진 옷과 성스러운 이름을 지니고 간호를 시작한지도 어언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나는 그동안 일해 오면서 의사나 간호사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생명의 신>>이라고 인식하여 왔었다. 하지만 하나의 하나의 죽음의 절정에 이른 환자들와의 아픔들을 공감하면서 나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신성한 일이라면 인간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에 자신의 티없는 사랑과 정성을 바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임종시의 간호가 진정 위대하고 값진 일이라고 .

아저씨를 간호 했었던 40일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인상깊은 일들이 많고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어느날 저녁 아저씨와의 짧은 대화, 다정하고 행복하게 부인과 지내시던 아저씨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였다.

퇴근시간, 마지막병동라운딩을 시작하면서 조용히 이 아저씨가 계시는 병실로 들어섰다. 난 그만 눈앞의 정경에 깜짝 놀랐다. 부인은 아저씨의 손을 꼭 잡은채 엎드려 침상에 조용히 잠들어 계셨고 아저씨는 행복한 듯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뭔가를 감상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였다. 난 너무도 기뻤다. 병환에 계시기전에는 부인이 옆에 다가서기만 해도 터무니없이 화만 내고 소리 지르셨다는 아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없이 부인의 사랑과 마음을 받아들였는지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두분의 행복한 순간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몇 분정도 지났을까내가 다시 병실에 들어갔을때 부인은 아저씨의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다서서서 아저씨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오늘따라 나를 보시더니 전에 보지 못했던 해맑은 웃음을 지으셨다. 머리를 빡빡 깍으시고 웃으시니 천진한 어린아이의 웃음을 상기시켰다. 아저씨한테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아저씨,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그래 좋지,>>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머리를 끄덕이셨다.

옆에서 아저씨의 식사를 준비하시던 부인이 말씀하시기를 오늘 아침부터 우리 직원이 목욕도 깨끗하게 시켜드리고 머리도 깍아드리셨단다.

<아~ 그러기에 이렇게 좋아하시는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저씨, 머리를 이렇게 깍으시니 아주 보기 좋습니다. 영화배우처럼 멋있습니다. 젋었을때 아저씨의 이런 멋진 보습에 우리 아주머니가 반했겠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정색해서 말씀하신다.

<<그래,총각때는 정말 멋있었지. 자네가 몰라서 그렇지 따르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다고 허허~>> 이렇게 말씀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에 보인은 우습다고 호~호 하신다. 그러면서 아주 침착하게 조심스레 아저씨한테 드릴 죽 물을 입으로 후~후 불면서 식히고 계신다. 그런 아주머니의 모습이 더없이 정답기만 하다.

내가 웃으면서 아저씨한테 <<아저씨, 아주머니가 예쁘세요?>>하고 물었다.

아저씨가 웬지 서글픈 표정으로 슬픈 눈빛으로 아주머니만 바라보신다.

한참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엄지 손가락을 ~ 내미신다.

아주머니의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하신다.

수많은 하고 싶은 말들과 행동, 그리고 아저씨의 내심에 숨겨놓았던 그 크나큰 감정들을 단 한가지의 행동으로 표현했음을 아주머니는 잘 알고 계신다. 그 시간이 불과 몇분이나 되였을까?

아저씨가 아주머니 옷자락을 마구 잡아당기더니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아마 또 환각이 오는 모양이다. 요즘이 환각이 자주 나타나서 가끔씩 이러신다. 말기암환자들한테는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라 어쩔수 없는 증상이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아주 밝은 미소로 아저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 대답을 해주신다.

정말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 같다. 아니 이건 진정 영화를 압도한 아름다운 현실이였다. 나는 갑자기 콧날이 찡해지고 가슴이 뭉큰해진다. 그런 모습을 뒤로 한채 나는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병신 문을 나선 나의 마음에 못할 아픔이 살며시 찾아 든다.

나도 몰래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도 많은 고통과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지 만약 이것이 하느님이 우리 인간에게 내려주신 인생의 수업중의 한가지라면 말없이 받아 들일수는 있겠지만 하필이면 이렇게 모진 아픔을 남겨주시는지

한번 두분의 모습을 그려본다. 사랑의 힘이 이렇게도 컸을까? 이런 아저씨의 모습을 볼수 밖에 없는 아주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며 또 그 누구도 모르는 아저씨의 다른 한 조가각의 마음을 또한 그 누가 알까?

부인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눈물을 글써이시던 아저시의 처량한 모습, 죽음앞에서 느낀 아저씨의 절실한 감정, 늦게나마 과격했던 자신의 성격을 뉘우치고 부인과의 따뜻한 의사소통을 가진 아저씨얼마나 부인을 잘해주고 싶었을까? 하지만 이젠 죽음이라는 처참하고 지독한 현실밖에 받아들일수 없으니 그 마음 또한 오죽하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떄늦은 시간이나마 닫혀 있었던 마음을 문을 열고 부인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부인의 소중함과 부부지간의 애틋한 감정을 뼈저리게 느낀 아저씨가 비록 이 모든것을 향수하면서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추억조차도 이제는 없겠지만은 이미 미지의 세계로 가신 아저씨의 영혼이라도 우리 인간 세상에 남아서 하루하루를 지켜보면서 부인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영화나 소설처럼 영혼과 인간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엮어갔으면 좋겠다.

추천 (2) 선물 (0명)
IP: ♡.169.♡.10
내딸래미520 (♡.48.♡.25) - 2016/11/29 18:55:22

이 아저씨의 가슴 아픈 글을 읽으면서 작년에 암선고를 받고. 저세상 사람이 된 울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남다...우리 엄마를 보면서 느꼇는데 자신이 죽는단 생각보다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한다는 현실을 받아드려야 한다는게 제일 큰 고통인것 같습데다.....

목향수 (♡.50.♡.63) - 2016/11/30 06:45:02

그래요! 참~ 안타깝네요
그때 그 순간 떠올리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요!
어머님이 아마 하늘나라에서 쭉 지켜보고계시고
많은 힘을 줄겁니다.
힘내시고 늦게 나마 어머님의 또 다른 평안을 기원합니다!

ccc521 (♡.62.♡.16) - 2016/12/02 11:42:14

잘보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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