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4

xingyu | 2017.02.10 20:05:47 댓글: 3 조회: 1289 추천: 1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274743

단편이 아닌 단편이 된 것 같은 이 느낌은?? ㅎㅎ
SF는 영화도 성공하기 힘들지만 글은 더 따분하게 느껴지네요 ㅠ
맨 처음 구상은 전체적으로 아날로그적으로다가 가기로 했는데 잘 전달됬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암튼 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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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잦아들자 메리는 다시 말했다.

< 도우미로봇들은 사용중 이상이 생기는 즉시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되있거든요. 신고하면 바로 새제품으로 교환가능했어요. 전 앤이랑 8년이란 시간을 함께 했기에 정이 들대로 들었지요. 전 남자애한테 만약 앤을 신고하면 성추행으로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죠. 그 남자애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앤을 위해서 전 뭐든 해야만 했거든요. 우리는 조용히 이 일을 덮어두기로 했어요. 그 일이 있고나서 앤은 어쩐지 예전같지 않았어요. 자주 혼란스러워 했고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앤은 자꾸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들이 들린다고 했어요. 엄마랑 아빠는 로봇에 이상이 생긴 것 같으니 신고하고 교체하자고 했고 전 아직 쓸만하다며 고집을 부렸지요.> 메리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박... 박사님 이제 기억이 나요. 전 죽었어요... 병으로 죽었어요. 돌연변이바이러스로 인한 희귀병이였어요... 전부 다 기억이 나요. 제가 아파서 앤을 지키지 못했던거얘요... > 박사는 인간의 우는 모습을 처음 보기에 당황스러워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다행히 메리는 곧 안정을 찾아갔다. 메리한테서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 부모님은 앤의 상태가 안 좋으니 아픈 저를 보살필 수 없다고 판단하고 T사에 신고하기로 결심했어요. 회사에서 앤을 수거하러 오기로 한 전날 밤, 앤이 제게 말했어요.. 머리속에 있는 칩 하나를 빼달라구요. 그 칩에 자신의 모든 기억이 저장되 있으며 칩을 갖고 있으면 우린 영원히 함께 있는거라고 했어요. 앤의 배터리가 방전되자 전 칩을 빼냈지요. 그리고 제 손으로 앤을 2층 계단에서 밀어뜨렸어요. 앤의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갔어요. 제 마음도 산산히 부서지는 것 같았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멀쩡한 상태에서 칩이 사라진걸 회사에서 눈치채면 가만있지는 않을테니... 이튿날 회사에서 앤을 회수해 갔어요. 사라진 칩을 찾게 되면 꼭 돌려달라고 신신당부하면서요. 칩을 찾지 못하자 엄마 아빠는 새도우미를 교체할 때 칩값을 따로 지불해야만 했죠. 얼마후 엄마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 깊은 잠에 빠졌어요.. 오후 햇살이 제 몸 위로 쏟아져 들어왔던 기억이 나요. >

< 전 대체 누구인가요? 전 메리가 맞는데 메리가 아닌 것 같아요.. 복제된 메리인가요? >

박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 그게 그러니까 그게... >

< 박사님도 인간이 아니죠? >

N박사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온몸의 부품들이 작동을 멈추는 듯 했다. 메리에게 만큼은 인간으로 보이고 싶었던 박사.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였다.

< 제가 의식을 찾고 나서 처음 박사님을 만났을 때 알아버렸어요. 박사님 몸에서 앤과 같은 냄새가 났거든요. 뭔가 다른 냄새가 섞여있긴 했지만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방도 거의 바뀐게 없는데 그래도 느낌이 달랐어요. 제가 부모님을 찾을 때 늘 출장중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출장중에 갑자기 두 분이 함께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도 수상했고 저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점이 젤 수상했어요.>

< 몰래 밖에 나가서야 제가 살던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걸 확신하기까지 숨을 두세 번 쉬는 시간이 필요했지요. 전 박사님이 진실을 말해주길 기다렸어요. 이젠 제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군요. 제가 메리든 메리가 아니든.. . >

박사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사실 N박사에게도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3시간 전.

자칭 앨리슨이라고 하는 브로커는 만난지 10초도 안되어 다짜고짜 N박사의 팔을 잡아뽑았다. 그리고는 자루에 집어넣고 눈에 잘 뛰지 않는 어느 구석에 세워두었다.

< 돌아올 때 찾아가시오. 시간이 촉박하니 서두릅시다. >

앨리슨은 애꾸눈이였다. 얼핏 보면 오드아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라색으로 색소가 침착된 눈동자에 렌즈가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리도 길이가 맞지 않는지 걸음이 좀 불편해 보였다. 그것말고는 아주 튼튼한 몸을 갖고 있는 셈이였다.

< 멀쩡한 몸으로 그 곳에 가면 아주 험한 꼴을 당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말하는 것도 삼가하시구요.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 뭐 눈치껏 알아서 움직이세요. 타워에 계시는 분이라 눈치가 뭔지 아는지 모르겠네요. >

앨리슨의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었다. 그 웃음이 박사를 불쾌하게 했다.

T자 모양의 지하도를 여러개 지나자 간간이 기계소리가 들려왔다. N박사는 목적지가 거의 가까워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셋은 어느새 출구가 점점 넓어지는 지하도를 걷고 있었다. 가끔 이상한 차림의 글리머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들은 팔 다리가 하나씩 없거나 둘다 없거나 아님 두 눈이 뽑혀서 뻥 뚫린 자들도 있었다. 눈이 사라진 자나 팔다리가 성하지 않은 글리머나 모두 벽에 바짝 붙어서 벽을 따라 걷고 있었다. 박사는 처음 보는 광경에 애써 덤덤한 척했다.

< 이들은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한 놈들은 따로 있어요. 글리머와 인간들로 구성된 갱단인데 그 조직에 있는 글리머들은 인간들의 사악한 면만 따라배워 아주 무자비하다고 소문났어요. 아까 지나쳤던 글리머들 대부분 그 녀석들한테 신체일부를 빼앗긴 거얘요. > 백작은 낮은 소리로 박사에게 속삭였다.

드디여 천정에 구멍이 뻥 뚫린 곳에 도착했다. 글리머라 부를 수도 없는 단순한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박사는 이 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인간들의 쓰레기장인걸

눈치챘다. 유리돔에 사는 인간들은 글리머들이 생산하는 먹거리를 먹고 생활용품을 사용했으며 각종 쓰레기들은 돔밖으로 내보내어 글리머들이 처리하게 하였다. 숨어사는 글리머들은 그 쓰레기더미속에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내어 서로 필요에 의해 교환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설마 이 쓰레기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올거라고 박사는 생각하지 않았다. 거래를 위해 왜 이 곳까지 와야 하는지 누굴 더 만나야 하는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 박사는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로봇들의 작업속도는 생각보다 빨라 산더미같은 쓰레기는 금세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청소로봇이 훑고 지나가자 쓰레기장은 커다란 공터가 되었다.

< 저기로 내려옵니다. > 앨리슨이 먼저 달려갔다. 천정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상자 하나가 내려왔다. 앨리슨은 그 상자에 뭔가를 집어넣고는 와이어를 힘껏 잡아당겨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상자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물건이 왜 이것뿐인가? >천정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탁한 물건을 내려주면 나머지를 마저 주겠다. >

<하하... 글리머들이 날로 똑똑해지는군. 너희에겐 선택권이 없다. 나머지를 마저 주던가 아님 이 거래는 없던걸로 하겠다.>

< 그럼 물건을 도로 내려보내. 우리도 거래를 취소하겠다. > 어떡하던 이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던 박사는 마음만 조급하여 천정을 살펴보았으나 그림자 하나 없었다.

<이 바보같은 녀석들. 우리가 줄 것 같으냐? 너희가 아니더라도 거래를 원하는 녀석들은 수두룩하단 말야. >기분나쁜 인간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바로 이 때 난데없이 한 무리의 글리머들이 뛰쳐나왔다.

< 저놈들을 잡아라! 상금으로 오일 20리터나 걸려있다구! >

< 이런 젠장! 빨리 뛰어요! >

앨리슨이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박사도 얼떨결에 그 뒤를 쫓아 달렸지만 백작은 운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박사가 얼핏 고개를 돌려 돌아보았을 때 글리머무리들은 백작의 팔과 다리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백작과 앨리슨은 죽을 힘을 다해 쫓아오는 나머지 무리들을 겨우 따돌리고 백작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 비열한 인간들. > 앨리슨이 씩씩거렸다. < 저 녀석들은 갱단조직원이얘요. 글리머 해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혼자 떠도는 글리머들을 속여서 부품들을 떼내어 되팔아먹는 놈들이죠.>

< 치졸한 인간들. 어쩌면 저들은 영원히 돔속에 갇혀 살아야 하는 종족인지도 모르지요. 지난번에도 제 VF를 가로챘었지요. >

VF는 보호구역에 사는 인간들이 극도로 금지하는 약물이였다. 흡입한 자의 곁에만 가도 똑같은 중독증상이 나타나는데 약물효과가 길게는 한달 가까이 지속되기도 했다. 하기에 적발시 사형에 처하는 극형이 내려졌다.

< 멍청한 놈들 이번에도 저희들이 한건 했다고 좋아하겠지... 베이비파우더의 향기를 맡고 나면 어떤 표정일지 그게 궁금하군. > 앨리슨의 얼굴에 야비한 웃음이 떠올랐다.

< 백작 일은...... 저도 그 녀석들이 나타날거라고 생각지도 못햇어요. 시티타워에서 우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설마 저놈들의 손을 빌릴 줄이야. 박사님 녀석들이 백작의 부품을 해체했을테니 이 곳을 역추적하는건 시간문제얘요. 빨리 이 곳을 떠나야 합니다... >

< 네. 그러지요. 만약 지금 계신 곳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저를 찾아오세요. 제 집 주소는... ... >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려던 박사는 그제야 오른 팔을 두고 온 생각이 났다. 당혹스럽기는 앨리슨도 마찬가지였다. 박사는 왼손으로 메모지에 주소를 적어주었다. 메모지에는 약도도 그려져 있었다.

< 아무도 모르는 곳이요. 찾기 어렵지는 않아요. > GPS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앨리슨같은 브로커 아니 오랫동안 숨어살았던 자들이라면 이미 알고 상식이였기에...

< 박사님 팔은 제가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

아지트를 떠나는 박사의 뒤통수에 대고 앨리슨이 소리쳤다. <난 귀가 안먹었다구... > 박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추천 (1) 선물 (0명)
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232
xingyu (♡.159.♡.232) - 2017/02/10 20:08:10

ㅁㅇ으로 시작되는 단어도 금지어엿군요 약물로 급대체되었어요 ㅋㅋ

비오는날찻집 (♡.166.♡.63) - 2017/02/15 15:14:04

님의 글은 항상 겉에 드러난 정서보다 더 깊은 감정의 온도가 들어있는 기분이 들어요.
매번, 다른 쟝르, 다른 성별, 다른 배경이지만 인간의 욕망과 그걸 표현하는 재치는 일관성이 있구요.
어떤 일상을 사는 사람의 생각인지는 항상 궁금하구요.

개인적으로 저는 짧고 굵은 당신의 단편글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번글은 어려웠어요. 독자로서의 피드백이라고 하나요. 전반 글이 주는 느낌은 마감하실때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ㅋ

xingyu (♡.159.♡.232) - 2017/02/15 15:37:12

저 또한 짧은 글이 쓰기 편합니다..ㅎ 연재 쓰다보면 제 자신이 먼저 지겨워지거든요 ㅋㅋ 원래 예정은 초단편 sf였는데 어쩌다보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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