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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TCH PAY (12)

작은도둑 | 2017.03.13 19:19:20 댓글: 19 조회: 4419 추천: 16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306944
희미한 가로등이 비추는 아래에서 나는 숨가쁘게 달려온 판양을 만났다. 만났다고 하기보다는 기다렸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하다. 기다란 털실 가디건을 걸치고 나는 가로등 벤취에 앉아 있었고 멀리로부터 판양이 주차를 하고 서서히 걸어오는걸 지켜보았다. 12시가 임박하는 이시간,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는게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도 새로운 관계라는게 시작되려나 부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여기 사는거?]






팔짱을 끼고 서서 체온을 유지하며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가 다가오더니 나를 품에 안았다. 커다란 외투가 감싸와 나는 저도 모르게 팔을 풀고 경직된듯 서있기만 했다. 나보다 머리하나 이남자를 같이 안을수도 밀어낼수도 없어 나는 뻘쭘한 자세로 그대로 서있기만 했다. 그의 심장이 툭툭 고르롭게 뛰는 소리가 느껴졌다. 간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가 싫지 않았다.






[이번엔 뭔데? 이것도 위로야?]

[맘대로 생각해.]

[이거..인격을 의심해야 하나. 안목을 기대해야 하나?]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는게 나는 어떤 느낌인지 이제 알거 같았다. 강현수도 이런 느낌이 였을까? 어머니가 귀뺨을 때릴때 방종하고 있던 강현수가 원망스러웠다. 체온이 바닥에 떨어져 나는 보일러 빵빵 집안에서 냉동고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세상 내편 하나 없어보였고 나는 외로운 섬에 버려진 기분이였다. 아남이의 조심스런 위로와는 다른 판양이의 포옹은 내게 체감적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느낌이 점점 커질까바 두려워졌다. 조심스레 판양의 품에서 떨어져나와 나는 장난조로 말을 건넸다.







[기획서 제대로 쓰나 관리감독하러 온거야? 아님 기획서에 추가하고싶은게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자약하게 묻는 내게 판양은 양미간이 찌프리고 주시해보고 있었다.

[항상 이런식으로 상대방 진심을 못본척 피하는게 취미야?]

갑자기 할말을 잃었다. 줄곧 판양은 나랑 같은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가까와진 했어도 누구도 가운데 창호지를 뚫을 생각이 없는거로 믿고 있었다. 망설여졌다

그런 나를 보더니 판양이 하늘를 우러러 길게 숨을 내쉬였다.

[..갈길이 머네. 춥다.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문전박대하는건 아니지? 전에 하루밤 재워 준적도 있는데.]







나는 문을 열고 판양을 집에 들였다. 집이라고 해봤자 전에 살던 집에 비하면 화장실보다 큰편이였다. 주방이 달려있고 오래된 주방도구들이 걸려있고 유럽풍의Simmons 침대 대신 작은 간이침대가 구석에 놓여있었다. 집에 있는 내리는 커피기계 대신 아남이가 두고간 즉석 커피가 다였다. 물을 끓이는 동안 판양은 쏘파에 걸터앉았다.







[근데 어떻게 알고 왔어? 얘기한적이 없는데..] 커피잔을 건넸다. 오늘도 잠을 자긴 글렀다.

[봤어. 니가 부동산 중계인이랑 같이 보러다니는거.]

[일찍 얘기하지 그랬어? 그날 오래 걸어다녀서 무지 아팠는데.. 봤음 태워주지.]

[지금 이상황에 그러고 싶어? 농담이 나오지? ]

[과하게 신경써준다는 생각 안들어? 요즘 동료는 사생활도 걱정해주냐?]

[동료? 지금 이게 동료로 보여? 어느동료가 미쳤다고 한밤중에 달려와?]





나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판양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그래 동료라고 하기엔 우리는 너무 많은걸 공유했다.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한번만 동료라고 해봐.]








판양의 낮게깐 목소리가 협박처럼 들렸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났다.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고 입술을 감빨았다. 공기마저 굳어져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스스로 연민에 빠져 피페하고 공허한 시간을 버텨가는 와중에 그의 호의를 내가 덥석 잡아버릴까바 두려워졌다.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이 진심 같아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세상이 질서가 있다면 판양은 나랑 엮이면 안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는 그한테 흔들리면 안되는거였다. 나는 손을 내밀어 판양의 약간 웨이브가 곱슬머리를 더듬어보았다. 판양의 눈빛이 짙어졌다. 얼굴로 향한 손을 그는 잡아쥐였다. 서서히 얼굴이 다가올 쯔음. 나는 얼른 그의 손에서 손을 빼고 떨어져 앉았다.







[피곤하면 저기서 . 나는 오늘 기획서 작성해야 ? 알지? 우리팀 장팀장 성격. 불안하면 이불 덮고 . 걱정말어. 이상한 여자 아니니까 덮쳐…] 나는 최대한 쿨하게 내뱉았다.

[ 사람 미치게 하네. ] 판양이 시선을 고정한채 입을 열었다.

[. 그대를 생각해서 그러는거야. 나랑 엮여서 좋을거 없잖아. 나는 안목은 믿는데 인격을 안믿어. 유부녀고 나보다 좋은 여자를 만나야 . 우린 관계가 적당하다고.]






마신 커피잔을 들고 싱크대에 가져다 놓았다. 판양이 등뒤로 부터 나를 끌어안았다. 아주 오래전 신혼살림을 차렸을때 강현수도 이런 백허그를 좋아했었는데.. 간만에 지난일이 생각이 나는 물을 틀고 애매한 컵을 빡빡 씻었다.그때 강현수의 사랑이 지금의 판양이 느끼는 감정보다 적지 않았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뻗어도 닿을 정도로 멀어지고 무기력해졌는데.. 나는 실타래마냥 엉킨 생활가운데 판양의 개입을 원치 않았다. 판양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작게 떨리는 어깨가 내 불안함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었다. 판양의 손이 고개를 살짝 돌려 입술이 와닿았다. 싱크대 수도를 닫고 손에서 컵을 내려놓고 대범하게 혀가 들어왔다. 셔츠의 단추가 하나둘씩 풀릴때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았다.







새벽녘 판양은 침대에서 잤고 나는 지난번 판양처럼 밤새 작업을 했다. 침대에 누워 서류를 뒤적이며 타자를 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판양은 나즈막하게 한마디 했다.







[다음에는 들여놓지 마라. 들여놓으면 허락한거로 알게.]







날이 밝아올 무렵, 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고 세안을 했다. 거울속에 약간 창백해보이는 여자의 생얼이 보였다. 낯설게 느껴졌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나온지 열흘째, 남편은 여전히 연락이 없다. 마치 내가 내발로 나가기를 바랬던것처럼. 화김에 나오긴 했지만 나는 남편이 잡아주길 바랬다. 오산이였나부다. 남편은 나를 잡을 생각이 없나부다. 이대로 나가가다간 우리는 가장 익숙한 남이 될것 같았다. 나는 남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전화저편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단번에 권지안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권지안도 액정에 내이름을 확인된건지 전화저켠으로 침묵이 흘렀다. 세상이 내려앉는것 같았다.








[아직 안깼어요. 급한 일인가요? 깨워줄까요?]

목이 메였다. 이게 시츄에이션인건지. 나는 다른 여자한테서 남편의 아침을 듣고 있다. 너무 자연스러워 눈물이 났다. 한마디도 못하고 나는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출근하여 장팀장한테 제출한 계약서는 또다시 퇴짜를 맞았다. 어느정도 예상한 일이라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직 시간이 있었고 나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억울할 일도 아니였다.판양은 외근을 한건지 하루종일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일상과 별다를바 없이 서류를 체크하고 전화를 걸어 미팅을 잡고 혼례식 디테일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렸을때, 정서는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한번 탁상에 놓여진 달력을 보았다. 오늘 날자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오늘이 그날이였다. 나는 기억하고 강현수는 까맣게 잊은 그날...




남편의 전화가 걸려온건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회사에 남아 밀린일을 잔업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액정에 남편의 이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는 뒤늦게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세기를 경과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화했었어?]

[. 저녁에 뭐해요?]

[지금 일끝나고 돌아가는중. 무슨 일있어?]

[. 중요한 일이 있어요. 만나요.]

[어디서?]

[xx 호텔에서요.]




전화기 저편으로 남편의 표정이 보이는듯 했다. 이도시의 가장 화려하고 비싼 호텔. 결혼기념일마다 호텔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자고 했던 약속 나만 기억하는게 아니였다. 하루 숙박료가 우리 한달 생활비랑 맞먹는 호텔에서가난할땐 말로만 해도 행복했던 일이 정작 숙박료를 충분히 지급할수 있는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사치스러운 고민이 돼버렸다.






[그래. 거기 어디야? 데리러 갈께.]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사주소를 메세지로 보내고 나는 서류를 정리하고 빌딩을 내려왔다.

한참 지나 남편의 차가 멀리로부터 가까와오더니 어둠속에서 나를 싣고 계속 달렸다. 남편의 차안에서도 권지안의 냄새가 났다. 떨쳐버릴수 없는 아침의 통화가 떠올랐다.








호텔문앞에 이르러 강현수는 차키를 웨이터한테 넘겨주었다. 늦은 저녁 디너를 생략하고 강현수는 카운터에서 키를 받아가지고 곧장 엘리베이트로 향했다. 엘리베이트를 타자 호텔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열쇠를 가져갔다. 키에 있는 번호대로 층수를 누르더니 고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25층에 내린 우리는 직원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뒤따라 갔다. 맞은켠으로부터 젊은 남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시선이 여자에게 머무는 사이. 그여자도 나를 훑고 지나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부부라구요. 나는 하마트면 그를 붙잡고 설득을 할뻔했다. 호텔방문을 열고 들어가 강현수는 직원에게 와인을 부탁하더니 자연스레 지갑을 꺼내 직원한테 팁을 건넸다.






[니가 먼저 씻을래? 내가 씻을까?]




그랬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였고 우리는 약속대로 호텔에서 밤을 보내러 온것이였다. 흔한 저녁식사도 모두 생략하고 온전히 섹스를 하려고 온것이였다. 호텔내부는 긁은 카드의 숫자만큼이나 정교하고 화려했다. 창밖으로 야경이 예술이였고 침대는 크고 넓었다. 강현수가 먼저 씻고 나왔고 나는 욕실로 향했다. 씻고 나왔을땐 그가 와인을 따서 창가의 베란다쪽에 앉아있었다.





[와서 한잔 .]

나는 와인잔을 들어 원샷을 했다.




[오늘이 그날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남편도 잔을 들어 반쯤 비웠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머님는 지내죠?]

[.]
[
나는 괜찮은지 안궁금해요?]

서로 테이블을 마주한채 우리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기다렸어요. 당신이 먼저 연락이 오길. 연락이 오면 뭐라고 하지? 그걸 연습했다고….내가. 적어도 뭐라고 설명은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것도 시끄러워요? ]

[그러는 나한테 연락안했는데? 전에도 그전에도 나한테 따질수 있었잖아.]

[니가 질려할까바. 그래서 나한테서 떨어져갈까바 무서워서 그랬다. 무서워서.]

[아니다 싶을땐 따지라고. 혼자 산파의 여주인공처럼 착한척 여린척 하지 말고 대놓고 따져봐.]

[그래서 권지안이랑 무슨 사이인데..]

나는 거의 히스테리적으로 내뱉았다.

[내가 여자한테서 당신소식 들어야 되는데? 너한테 나는 뭐야? 집나가서 걱정은 되기나 했어? 아니면 제발로 나가줘서 고마워? 그사이를 못참고 권지안이랑 잤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강현수의 시선이 점점 나를 막장으로 치닫게 했다.





[권지안 사랑해? 솔직하게 얘기해줘. 바보 만들지 말고.]

[그래. 흔들렸어.]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결혼기념일에 이게 뭐하는 짓이야? 결혼기념일에 내가 남편으로부터 다른 여자의 사랑을 확인해야 겠냐고.




[그렇게 나오면 안되지..내가 할수가 없잖아.]

[더치페이 좋아. 좋다고. 당신한테 짐이 돼고 부담이 됐던거 미안해. 당신 힘들때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당신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당신이 힘든 결정을 하고 계약을 할때 도움이 안돼서 정말 미안해. 모두 미안해. 나한테 돈쓰는게 아까워진것도 상관없고 나더러 혼자 벌어서 살아가라고 하는것도 상관없어. 근데….이렇게 나오면 내가 할수 있는게 없잖아. 내가 할수가 있겠어? ]






나는 오열을 하고 말았다. 지금 몰골이 얼마나 추한지 상관없었다. 다시 만나는 순간 나는 여전히 강현수를 사랑하고 있었고 잡고 싶었다. 강현수만 내곁에 돌아와줄수 있다면 자존심따위는 없어도 괜찮다.





[내게 기회를 . 당신이 원하는게 뭔지 알겠는데 나는 아직 당신 사랑해. 사랑은 아직 유통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그러니 내가 당신이 원하는 여자가 될때까지 시간을 .] 마음이 아프다 못해 죽을거 같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시간들이터진 저수지마냥 한꺼번에 쏟아져내렸다. 내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남편을 나는 필사적으로 잡고싶었다. 권지안에게 신경쓰는걸 잡고 싶었고 흔들리고 위태로운 마음을 잡아주길 간절히 바랬다. 할수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하여 나는 강현수를 찾고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모든걸 내려놓고 강현수에게 매달리는거다. 오열을 하는 내게 강현수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두려웠다. 정말 남은게 하나도 없을까바 나는 무서웠다.





[나를 안아줘.]



강현수가 나를 안아서 침대에 내려놓았다. 어린아이마냥 나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고 강현수는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눈과 코와 볼에 속삭이듯 도장을 찍다가 진한 키스로 이어졌다. 부드럽게 닿아 누르며 깊이 빨아들였다. 숨이 가빠지고 입술이 열리고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강현수와 첫경험을 치룰 때보다 긴장되였다. 강현수는 몸에서 욕실 가운을 걷어냈다. 팬티조차 입지 않은 몸은 있는 그대로 시야에 드러냈고 강현수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나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의 손이 머리카락사이를 스며들어와 한번 숨가쁜 키스가 이어졌다. 혀가 입속 안쪽까지 들어와 혀랑 엉키고 손이 얼굴을 감싸더니 목을 더듬고 내려와 가슴으로 향했다. 몸은 여전히 강현수에게 반응하고 있었고 원하고 있었다.



[전등 꺼줘.]




부탁을 무시한채 그는 구석구석을 애무했다. 손이 닿았던 자리에 입이 닿았고 나는 몸을 훔칫 떨었다. 나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몸을 만지던 그의 손길은 점점 급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자극하던 그의 손이 흥건히 젖어들때 , 희미한 시선사이고 고통스레 이그러진 그의 표정과 낮게 목소리가 들렸다.




[하고싶었어. 들어올때부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현수의 밤은 그의 낮처럼 젠틀하지가 않다. 단마디 신음과 한께 그의 분신이 내몸으로 들어왔다. 그는 강렬하면서도 압도적으로 몸을 즐기고 있었다. 땀이 머리결을 따라 가슴에 떨어지고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는 마지막 체력까지 소진하고 드디여 질주를 멈추었다.






사지가 물러날거 같은 화끈한 밤이였다. 다음날 아침, 깨여났을때는 나는 전라의 상태로 호텔방 커다란 침대를 차지하고 혼자 자고 있었다. 목과 가슴사이에 키스마크가 찍혀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살폈다. 강현수가 옆에 없었다. 실망하려던 찰나에 욕실 문이 열리고 상의를 탈의하고 하반신을 타울로 가린 남편이 걸어나왔다. 젖은 머리결이 햇살에 비췄고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는 식스팩이 드러났다. 나는 이불을 끄집어 가슴께로 가져가 가렸다. 여기저기 널린 옷가지들과 마시다가 와인이 지난밤 히스테리적으로 소리지르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강현수가 머리의 물끼를 닦으며 내가 다가왔다.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 안아줘요.] 강현수가 웃더니 다가와 내몸을 안았다. 어제밤에는 몰랐는데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이 몸에 닿으면서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의 팔을 가져가다 팔베개를 하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알몸이 밀착하여 그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그의 체온이 느껴지면서 나는 살며시 그를 안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라운지에서 늦은 아침을 먹으며 남편은 내게 게살죽을 갖다주더니 말을 이었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어머니랑 부딛치고 싶지 않으면.]

[그래요.]

[지금 사는데는 지낼만해?]

[. 좋아요.]







조용한 아침을 먹을 여유도 없이 남편의 핸드폰은 아침부터 울리고 있었다. 아마도 회사나 거래처나 둘중 하나일것이다. 남편이랑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정리되였던 생각을 조리정연하게 털어놓았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요. 나도 그게 좋아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당신이 아직도 좋아. 지금도 설레이고 사랑해요. 그런데 나한테 애정이 바닥났다는거 나도 알아요 그정도 눈치는 있다고. 그리고 권지안에게 끌렸는지도 알고. 그러니까 서로에게 시간을 줘요. 아직 한번도 전력투구를 한적이 없어요. 최선을 다하게 해줘요. 그여자랑 페어플레이 하게 해줘요. 그래도 아니다 싶을땐 끝내요. 우리





그때는 내가 놔줄께요.]





추천 (16) 선물 (0명)
IP: ♡.166.♡.227
monica (♡.24.♡.5) - 2017/03/13 20:40:17

작가님 요새 수고 많으십니다. 올려주시면 항상 여러번씩 읽어보는 일인입니다. 여자와 판양사이를 질투할 남편을 상상했는데. ...약간 반전이에요. 남편 냉철합니다.

싼쌰인 (♡.236.♡.168) - 2017/03/13 20:58:12

요즘 자주 올려주셔서 읽는 재미 솔솔 합니다~.~
혹시나 해서 들어왔는데 야~호~~ㅎㅎ
결혼 기념일에 불타는 황홀한 밤...
완전 반전 이네요 ~ 잘 풀어나갈수 있음 좋겠어요 ~.~
다음집 고대합니다~ㅎㅎ

스마일87 (♡.120.♡.123) - 2017/03/13 23:32:14

추천하고 갑니다. 우리 여주 솔직한 고백... 잘 보고 갑니다.

meilan0308 (♡.241.♡.120) - 2017/03/14 08:53:53

잘 읽고 갑니다 . 추천 꾹~~~~

준호 (♡.236.♡.171) - 2017/03/14 09:51:21

자작글란에 작가님의 글이 붕~뜨면 너무 행복합니다.
여주의 변화가 기대되네요.
다음집 기대할께요.

SILK (♡.175.♡.106) - 2017/03/14 10:08:36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작에 들럿는데 역시 오늘도 웬떡이냐 흠흠 ....수고많으셨어요.어김없이 잘보고 갑니다.

토토로11 (♡.100.♡.124) - 2017/03/14 10:24:49

드뎌 강현수와 연이의 대화가 이루어졌네요..ㅎㅎ
먼가 뻥 뚤린 느낌입니다.
사랑이 남았기에 노력하려는 여주, 대단합니다.
강현수는 너무 이성적이네요.
판양이가 좀 안됬네요. 유부녀를 좋아해서.

부부도 늘 서로 매력을 느끼도록 노력이 필요하군요.

글 쓰시느라 수고 많습니다.

핑크빛바램 (♡.62.♡.116) - 2017/03/14 11:09:12

요즘은 모이자 여는 재미가 쏠쏠하네요.요렇게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꽃대지0606 (♡.108.♡.36) - 2017/03/14 12:38:54

한꺼번에 3집 잘보고 갑니다.
요즘엔 님 글 기다리는 재미에 모이자에 들리게 되네요.
여주의 변화와 강현수의 태도가 기대됩니다.
담집도 애타게 기다리고 잇을께요 ... 수고많습니다.

솜사탕520 (♡.40.♡.98) - 2017/03/14 14:24:37

여자 주인공의 용기가 너무 부럽습니다 .
사랑하는 남자를 만류하려는 그용기가 ...
사랑에는 자존심이 없지요 .사랑해서 나주는거라??다 변명뿐입니다 .
다음집도 기대할게요 .

내딸래미520 (♡.69.♡.17) - 2017/03/14 18:49:09

잘 읽고 감니다...여주인공의 앞날이 궁금해짐다...

별꽃향기 (♡.2.♡.124) - 2017/03/15 10:14:08

너무나 세련된 글솜씨에 푹 빠져 있는 일인이지 말입니다
덕분에 요짐은 눈도 마음도 호강을 하고 있지 말입니다
어떤 전개를 펼쳐 나갈지 무지 궁금하지 말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봄추위 건강 잘 챙기시구요

보라빛추억 (♡.140.♡.93) - 2017/03/15 11:32:52

요새 좀 바쁘다보니 댓글을 제때에 달아드리지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 한꺼번에 네편을 함께 읽고 댓글을 달아드립니다.

여주는 마음은 강현수한테 가있으면서 남편한테서 느끼지 못한 감정 느낌들을 판양한테서 조금씩 보상받으려 하는거 같네요. 그래서 판양이랑 엮여서는 안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굳이 행동으로 거부하지는 않는듯 하네요. 현대인들의 너무나 진실한 감정욕구를 그대로 보여준거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듭니다. 결혼한지 몇년 되여 더이상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유부녀가 잘생긴 남자한테 식사초대를 받고 설레여하는 심정, 이 잘생긴 남자랑 아무사이도 될수 없음을 알면서도 설레여하는 마음이랑 여주가 판양에 대한 마음이랑 비슷한걸가요.

강현수는 매력적인 남자는 맞으나 좋은 남자는 아닌듯 싶네요. 결혼은 연애와 달라서 그 단어에는 평생의 책임감이라는 뜻도 포함되여있는데 끌리지 않는다고 버리겠다는 마음은 좀 아닌듯 싶어요. 결혼시에는 분명 많이 끌렸고 뜨거웠겠는데 사이가 이렇게 멀어진건 여주만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보면 강현수와 권지안이 차연이와 판양이 가치관 등 면에서 더 어울리는것 같긴 한데, 그런데 차연이는 아직도 강현수를 더 사랑하니까 이들의 감정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도 미결이네요.

채배 (♡.238.♡.58) - 2017/03/16 14:59:49

분석으 잘하는 구나.ㅎㅎ

한자연 (♡.13.♡.191) - 2017/03/16 14:23:05

우리 작가님 요즘 수고 많으시네요..두분 사이 점점 잼잇어 지네요!! 다음회도 기대되네요!!추천 도장꾹 누르고 .....

작은도둑 (♡.166.♡.227) - 2017/03/16 15:28:39

monica 님: 저도 좀 강현수가 질투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는 얘기가 될테니까.


싼쌰인 님: 머리나 마음으로 감이 안잡힐때는 몸이 가장 확실한거 같네요. 제가 썼던 글중 최고로 음..황홀했던 밤이네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마일87 님: 우리 여주,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meilan0308: 항상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응원이 제가 글을 쓰는 동력입니다.

준호 님: 님이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는 일에 일조를 해볼까 합니다. 여주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방향을 찾아갈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은도둑 (♡.166.♡.227) - 2017/03/16 15:43:19

SILK 님: 글을 쓰는 과정은 지루하고 따분합니다.그런데 끝날 무렵이면 항상 실연을 당한것처럼 허전해집니다. 과정을 즐겨야 겠죠.

토토로11 님: 집중적으로 판양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판양도 판양의 갈등과 선택이 있었을겁니다. 노력한 만큼 피드백이 있는건 아니지만 우리는 가끔 스스로 가치있다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투자할때도 있으니까요. 강현수는 밑에 어느분 말씀대로 매력적이지만 좋은 남자는 아니구요.

핑크빛바램 님: 재미있었다니 다행입니다.좀 현실적인 주제라 주저했거든요.

꽃대지0606님: 다음집 올렸습니다.70후는 뭐가 고장나면 고치고. 80후는 바꾸고 90후는 고장나면 버린다는 비과학적인 통계를 본적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권태기를 대처하는 자세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솜사탕520 님: 노희경의 책중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현실에서 적용되는건지는 모르겟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참 많이 방어의식을 가지고 사니까...

작은도둑 (♡.166.♡.227) - 2017/03/16 15:57:41

내딸래미520 님: 여주의 앞날요.글쎄요. 저는 그냥 평범하게 행복했음 좋겠습니다.

별꽃향기 님: 긴 얘기 차곡차곡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추위가 장난 아니네요. 오늘도 날씨가 흐렸습니다. 커피가 그리운 날이네요.

보라빛추억 님: 한동안 안보이셔서 걱정했습니다. 제가 님 플 정말 많이 의식한다는거 혹시 알고 계십니까?내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제대로 표현이 된건지. 님 댓글을 읽으면서 그래..이런식으로 이해를 하시는구나..다행이다라고 생각한적도 있구요. 세상은 돌고 돈다고 생각합니다. 강현수한테 냉대를 받는 차연이가 판양에게서 위로를 받는것처럼. 도덕적으로는 어긋나는 일이나 인간의 감정으로는 가능하구요.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는 판양의 적당한 위로가 고맙기도 합니다. 꼭 애정이나 결과를 향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가끔 나를 따뜻하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에 희망을 느끼니까요.


강현수는 요즘 세대의 특정된 일부분의 사람을 대변합니다.배우자는 자기가 고를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을 할거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책임보다는 자기애와 내가 느끼는 감정에 솔직한 겁니다.

연이의 선택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가볼 예정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한자연 님: 요즘 확실히 수고가..ㅋㅋ 회사일이랑 겸해서 해야해서 글쓸 시간이 제한되여 있습니다.특정된 시간내 타자속도 요즘 제가 최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사원찻슴다 (♡.36.♡.62) - 2017/04/07 23:18:23

잘보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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