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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9)

혜원1008 | 2018.12.06 17:18:39 댓글: 8 조회: 2359 추천: 6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86175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2 장 절망의 꽃

(4)

다음 날 아침 경숙이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새벽일찍 시어머니 한테 불려 나갔다. 빨갛게 부어오른 경숙이 뺨과 퉁퉁 부은 눈을 보고 잠깐 멈칫하던 시어머니는 이윽고 집안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온돌바닥은 아침저녁으로 닦아놓을것 마당은 아침에 한번 쓸것 평상도 아침저녁으로 닦아놓고 손빨래 매일매일 해놓고 밥은 하루세끼 정성들여 챙길것이고.... 하도 많아서 그 머리 좋던 경숙이조차도 외워지지가 않았다. 귀에서는 윙윙 소리만 계속 울렸고 (따귀를 너무 심하게 맞아서 그런지 잠을 못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랫배는 어젯밤부터 계속 따끔거리고 아팠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어머니는 경숙이 한테 빗자루 하나 던져주곤 방에 들어가 버렸다. 새벽부터 아직 해도 채 떠오르기 전에 경숙이는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을 해야만 했다. 어느새 일어났는지 철민이가 밤새 아무일도 없는듯이 싱글벙글 경숙이 한테 다가왔고 경숙이는 반사적으로 두 팔로 얼굴을 감쌋다. <색시.. 장보러 읍내 갔다오자.> 대답을 하건 말건 철민이는 경숙이 손목을 잡아 끌었고 경숙이는 세수도 못한채 낡은트럭에 태워졌다. 읍내라는게 무었인지 정확히는 몰랐으나 최소 지금 있는 이곳 보다는 좀 더 번화한 곳이라고 경숙이는 짐작만 했다. 차로 한 20분정도 달리고 나니 그 번화한읍내에 도착할수 있었다. 아침대바람부터 자그마한 장터가 열려 있었고 야채부터 과일에 고기에 여러품목 장사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철민이는 경숙이 손목을 잡고 앞장서서 걸었고 필요한 야채들을 골라잡았다. 감자에 고추에 얼갈이 배추까지 한창 야채들을 골라잡고 있는 철민이 한테 한 장사꾼이 말을 걸었다. <철민씨 새장가 간다하더만 이 색시여?> 철민이는 씩 웃기만 했고 새색시를 구경할려고 옆자리 장사꾼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곱다 고와. 몇살이라드나?> <히야~ 철민이 복터져부렸다야. 어디서 이리 이쁜얼나를..>다들 아래위로 훑으면서 신기한듯이 쳐다봤다. <우리 말은 알아듣기는 한다냐? 어이~ 어이 새색시 거 중국에선 이런거 먹어봤을라나?> 덩치가 꽤 있는 고기파는 아저씨가 삼겹살 한덩어리 잡아들고는 말을 걸었다. <에이, 중국사람이 언제 그런걸 먹어봤드랐겟나... 못산다고하던데..> 옆에 아줌마들이 대신 대답을 했고 고기파는 아저씨는 그럼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돼지고기 누가 못먹어봤겠슴까? > 경숙이는 화가나서 한마디 대꾸했고 경숙이 말투를 들은 장사꿈들은 더 신나서 모여들었다. <말을 하네.. 우리말 비슷한데 어째 북한쪽 말 같기도 하고> 이윽고 철민이가 나섰다. <됐고. 우리 색시 구경 그만들 합지비> 철민이가 손을 훼이훼이 휘젖자 다들 아쉬워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경숙이는 처음 알았다. 한국 읍내라는게 얼마나 작은 동네인지 중국의 한개 촌보다도 훨씬 적은 사람들이 살면서 서로 간 집에 누구누구 살고 누구집에 젓가락 몇개있는지까지 다 안다는것을. 철민이네가 중국에서 조선족동포색시를 데려온다는 소문은 벌써 다 퍼졌고 다들 그렇잖아도 어떤 색시 데려오나 기다리던 찰나였다. 경숙이는 동물원원숭이마냥 구경거리가 된게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었다. 철민이는 경숙이 한테는 묻지도 않고 감자 몇알 오이 몇개 고추 한바구니에 이것저것 사고 싶은대로 샀다. 경숙이한테 장보는 법을 배워주는거 같기도 한데 설명은 한마디도 없이 그냥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아주매 이거 몇개 저거 몇개 이런식으로 지가 알아서 샀다. 경숙이는 대충 눈치로 머가 얼마나 하는지 기억하려고 애썻고 새롭게 안 사실이지만 남조선은 신기하게도 야채랑 과일을 개수로 쳐서 팔았다. 중국은 다 한근에 얼마 키로에 얼마 이렇게 파는데 말이다. 머리가 꽤 좋은 경숙이지만 돈 액수 만큼은 너무 헷갈렸다. 사과 두알에 천원씩이나 하고 가격을 적어놓은 표시판에는 동그라미가 너무 많아서 헷갈렸다. (무슨 돈이 이렇게나 값이 없나. 이정도면 집한채 살려면 억소리나겠네) 경숙이는 입을 삐죽거렸다.

<다 샀다. 가자> 철민이는 양손가득 산 물건을 트럭에 휘휘 던져 넣고는 차에 올라탔다. 철민이는 항상 일방통이였다. 상대방의 마음도 생각도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성격이였다. 대신 말수가 적다 보니 남들 눈엔 그저 어리무던하게만 보였던것이다. 집에 오는 길 내내 늘 그랬듯이 두사람은 대화가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경숙이는 또 다시 노예모드였다. 부랴부랴 아침준비하고 설거지 끝내고 나니 시어머니가 명태말린것을 한가득 안고 와서는 명태살 발라내라고 경숙이 한테 던져줬다. (남조선에서는 북어포라고 불렀다.) 평상에 앉아 손이 부르트도록 명태살 바르고 있는 와중에 이웃에 산다는 임씨할매가 놀러왔다. <이게 저 중국새색시란가?> 임할매는 신기한듯 경숙이를 깐깐하게도 살펴봤다. <참 곱더라네> 이쁘다는 말이겠지. 경숙이는 대충 짐작했다. 아침에 장터에서 봤던 사람들도 그렇고 지금 임할매도 그렇고 보아하니 여기 동네에선 나이 많으신 분의 말은 도통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나중에서야 그게 강원도토배기사투리라는걸 알게 되었다. <곱기만 해서 머라소용있게요, 감자하나 볶을줄도 모르는 멍충이인데..> 시어머니는 경숙이를 흘겨보며 아침에 먹었던 감자채에 들기름을 않넣고 볶았노라고 한참을 비웃었다. <어찌 감자를 볶는데 참기름 들기름도 않넣고 마늘 빻아넣고 볶았지 멈니까.. 어의없어서...> 경숙이는 그냥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던 감자채볶음을 연변식으로 만들어 줬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웃음거리인줄 몰랐다. <중국사람이니까 한국요리 몰라부러서 그랬겟습지비..>경숙이 편을 잠간 들어주던 임할매는 갑자기 먼가 생각이 난듯 자리에서 일어나 잽싸게 문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임할매는 바로 앞집에 살고 계셨다. 잠간 집에 들어갔던 임할매가 이윽고 손에 먼가를 들고는 다시 경숙이네 마당에 뛰어오셨다. 그 손에 들려 있는건 다름아닌한식요리라는 책이였고 임할매는 그걸 경숙이 손에 척 하고 쥐어주셨다. <색시.. 이거 보고 배워보랑께> 그 책속엔 한국요리의 기본 방법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책을 품에 안고 경숙이는 연신 임할매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시어머니는 여전히 경숙이를 흘겨보며 책을 본다고 배워내겠냐면서 비꼬았다. 한식이라는 요리들을 먹어보지도 못했던 경숙이한테 한식요리를 만들어내라니.. 한숨만 짓고 있던 경숙이한테 그나마 이웃집 인심좋은 임할매가 있어서 다행이였다. 오후내내 경숙이는 집안 일 할랴 책을 보면서 요리방법을 익힐랴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철민이는 딱히 하는 일이 없어보였다. 방안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티비를 한창 보다가 차려주는 점심밥 먹고는 어디 다녀오마 하곤 나갔다가 저녁편 즘엔 경숙이랑 시어머니가 애써 발라놓은 명태살(북어포)를 차에 싣고는 어딘가에 가져다주고 온게 다 였다.

나중에 임할매가 알려줘서 안 내용인데 철민이네는 딱히 하는 일이 없다고 그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때 남겨준 자그마한 산이 두개 있는데 몇년전에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 그 산에 염소 키운다고 산을 임대해서 그 임대료 받아먹고 산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액수가 얼마 않돼서 사실 겨우겨우 먹고 사는 사정이라고. 철민이 전처는 철민이가 하도 두들겨 패서 참다참다 도망가버렸고 하나 남은 아들 대를 끊으면 않된다고 철민이 엄마가 이제까지 모아왔던 돈 탈탈 털어서 중국며느리 사온것이라고 또다시 한국며느리 드리면 도망갈수도 있으니 아예 도망 못가게 외국며느리 사온다 했다는것이다. 그러고 보니 경숙이가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 여권은 시어머니가 보관을 하였고 집에 도착해서는 아예 어디에 숨겨놨는지 찾을수 조차 없게 만들었다. 경숙이는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앞으로 다달이 몇천원씩 저네 집에 보내게 해줄게>라고 하던 김할매 말도 다 거짓이였다. 김할매는 그저 그 몇푼 않되는 남에 집 딸네미 판 돈에서 수수료나 떼어먹는 사람장사꾼일 뿐이였다. 어쩌면 철민이네 사정을 다 전해듣고는 수수료를 더 올려받고 경숙이네를 의도적으로 속였을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경숙이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김할매부터 목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두매산골에서 경숙이가 할수 있는건 없었다. 매일같이 없는 일도 만들어내서 경숙이를 녹초로 만드는 시어머니는 그나마 참을만 했다. 제일 무섭고 두려운건 밤이였다. 낮엔 멀쩡하던 사람이 밤만 되면 미친듯이 경숙이한테 달려들었다. 경숙이는 저항을 않했다. 아니 못했다. 더 저항을 하다간 언젠간 맞아죽을거 같았기 때문이다. 철민이는 처음엔 손으로 구타했지만 점점 그 강도가 세졌고 몽둥이까지 집어들곤 했었다. 경숙이는 저항이 없으면 구타도 없을줄 알았다. 그런데 철민이 학대는 거기에서 멈추지는 않았다.어린 경숙이는 그 때까지 남자들 다 그거 할때면 저렇게 짐승이 되는줄 알았다. 나중에 아주 썩 나중에야 안것이지만 철민이는 사실 발기부진환자였다. 거의 대부분 상황에 정상적인 반응이 않되다 보니 철민이는 온갖 지랄발광을 다 하였다. 어떤 날은 어디서 이상한 비디오 테이프를 가져와서는 밤새 경숙이한테 억지로 보게하고 자기한테 그 여자주인공이 하던것처럼 해라고 시키고... 그래도 않되면 손에 잡히는거 닥치는대로 경숙이 한테 던지고 매질하고.. 경숙이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 되어갔다. 하루는 경숙이가 참다못해 방에서 뛰쳐나온적이 있엇다. 거실에 앉아 있는 시어머니 한테 경숙이는 알몸으로 무릎꿇고 빌었다. 제발 제발 당신 아들 좀 말려달라고... 시어머니는 티비에 눈을 박은채 경숙이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차갑게 말했다. <내가 너를 얼매나 많은 돈을 주고 사왔는데.. 참고 살아라.. 원래 여자는 그리 사는기다> 경숙이는 그 차가운눈빛을 잊을수가 없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의 피가 흐른다면 절때 저리 할수가 없었다. 애걸하는 경숙이를 철민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머리채를 잡아서는 다시 방으로 끌고 들어갔고 그날 경숙이는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맞았다. 때론 시어머니랑 철민이가 다 자리를 비운 사이 여기저기 여권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에 꽁꽁 숨겨뒀는지 경숙이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수가 없었다. 여권만 찾으면 도망가리라.. 경숙이는 결심을 하고 또 했다. 이제 남조선에 시집온지도 두달이 넘어 가는데 경숙이는 집에 전화한통 못하고 있었다. 집에 하나 있는 전화기는 중국지역번호만 누르면 해외전화않된다고 머라고 설명이 나오고 앞집 임할매네 집에 잠간 머 갖다주러 간 사이에도 사정사정해 전화통을 잡아봤으나 전화가 않되긴 매 마찬가지였다. <국제전화를 할라카면 읍내 나가야 될것인데..>임할매는 않됐다는듯이 혀를 끌끌 찾다. (그래. 여긴 파출소 하나 없는 깡촌이라서 않되겠다. 읍내 나가서 기회를 찾아봐야겠다.> 경숙이는 며칠동안 기회만 살폈다.

철민이는 밤만 되면 화가났다. 자기 몸도 마음대로 않됐고 경숙이는 점점 아파하는 반응조차도 없이 밤만 되면 돌이 되어 갔다. 이젠 더 이상 창의적으로 괴롭힐수 있는 아이디어도 없는 철민이는 읍내 유일한 하지만 재고량 최고 많은 비디오방 가서 최고로 거로 빌려왔다. 비디오방 주인은 철민이 한테 윙크까지 해대며 <어우~ 이런거 좋아하는거먼..ㅎㅎㅎ 색시가 아주 좋아죽겠네..> 라며 요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흐흐 경숙이가 좋아한다고..> 철민이는 오후내내 그 비디오를 틀고 유심히 배웠다. 공부를 저정도 했으면 아마 서울대에 붙었지 싶다. 비디오테이프는 켜지는 순간부터 온통 살색 바다였고 그 안엔 오만가지 SM도구들이 난무하고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홀닥 벗은채로 가죽끈에 묶여서는 몸에 양초물 떨어뜨리고 회초리로 내리 치는데도 좋다고 신음하고 난리법석이였다. 철민이는 눈을 뗄수가 없었다. 비디오를 돌리고 또 돌려보면서 철민이는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11시가 되어가는데도 경숙이는 평상에 앉은채 마늘만 까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그냥 이 평상에서 이 마늘더미속에서 자고 싶었다. 시어머니는 피곤하다고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셨고 철민이는 기다리다 못해 경숙이 팔목을 잡고는 억지로 방에 무슨 물건자루를 끌듯이 질질 끌어갔다. 거긴 이제까지 경험해본적이 없는 새로운 지옥이였다. 양초를 구해올데가 없는 철민이는 담뱃불로 경숙이 허벅지며 팔뚝을 사정없이 지졌고 고통스러워 하며 소리치는 경숙이를 보며 깔깔 웃었다. 그땐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없을때였고 아마 지금 같았으면 그런 사람이 곧 싸이코라고 단정을 지었을것이다. 담뱃불에 데인 자국 여기저기는 빨갛게 살갖이 벗겨지고 물집이 생겼다. (곧 끝나겠지.. 참자.. 곧 끝날거야) 경숙이는 너무 아파서 여기저기 도망가기 바빳고 채 세평도 않되는 방엔 경숙이 숨을만한 곳은 없었다. 한창 담뱃불로 지져대던 철민이는 그것도 모자란지 이젠 발기 않되는 자기 양물 대신에 이런저런 막대기로 쑤셔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도 성에 않차는지 이어지는 목졸림. 철민이는 거북이 등껍대기 만큼 두꺼운 양손으로 경숙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손을 풀자 켁켁 대며 힘들어 하는 경숙이르 보며 철민이는 개구쟁이들이 개구리를 잡아 쳐들고 관찰하는 애처럼 신기해하며 그 반응을 지켜봤다. 처음 두어번은 그나마 질식직전까지 갔고 그다음부터는 조르는 시간을 점점 늘여가기 시작했다. 눈이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경숙이는 난 그저 이렇게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래도 사람은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어느순간 버둥거리던 경숙이 손엔 유리재털이가 만져졌고 경숙이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힘껏 철민이 머리를 내려쳤다. 철민이는 찍소리도 못하고 방바닥에 쿡 쓰러졌고 경숙이는 허둥지둥 마당에 뛰어나왔다. 머리속이 하앴고 아무 생각도 않났다. 허겁지겁 바닥에 있는 슬리퍼에 발래줄에 걸려있던 옷들로 몸을 가리고는 정신없이 뛰었다. 걸음아 날 살려라는 어릴때 보았던 책속에 말들이 피부에 와닿았다. 이런 느낌이였겠구나 라고. 그나마 두어달동안 철민이 차타고 다녔던 시골 골목길을 따라 경숙이는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종아리가 끊어질것 같고 숨이 목구멍에 다달았지만 멈출수는 없었다. 웬지 뒤를 돌아보면 철민이가 그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가까이까지 뒤쫓아왔을거 같아서 경숙이는 죽을힘을 다 내 뛰고 또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경숙이는 이제 마을에서도 한창을 더 뛰어나온 상태였다. 슬리퍼는 언제 어디서 떨어뜨렸는지 경숙이는 맨발로 뛰고 있었고 빨간 피가 두 다리를 타고 줄줄 흐르고 있었다. 갈림길에 도착한 경숙이는 잠간 멈췄다. 마을쪽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고 산을 타고 지나가는 차량 한대가 통과할만한 좁은길 두갈래가 눈앞에 펼쳐졌다. 길 옆엔 바로 산이였고 달빛빼곤 아무런 조명설비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뻐꾹뻐꾹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집에서 들어봤던 뻐구기시계종소리보다는 훨씬 많이 음산하고 무서웠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갈림길에 주저앉은채 경숙이는 엉엉 울었다. 행복하고 싶어서 남조선에 온건 아니였다. 돈을 받고 팔려온만큼 힘들어도 참으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구도 모른채 변태새끼손에 개죽음당하긴 싫었다. 돈을 받고 시집온 자기도 별로 떳떳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은가... 경숙이는 너무나 무섭고 서러웠다. 얼마나 울었을까? 사방은 조용한채 경숙이 흐느낌 소리만 메아리칠 뿐이였다. 이윽고 경숙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이판사판이였다. 돌아가서 발가벗긴채로 처참하게 목졸려 죽던가 아니면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가다가 들짐승한테 물려 죽거나.. 경숙이는 후자를 선택했다. 설사 이 길에서 호랑이나 뱀한테 물려죽더라도 저 짐승만도 못한 놈한테 그렇게 비참하게 맞아죽기는 싫었다. 경숙이는 걷고 또 걸었다.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걷노라면 언젠간 도시쪽으로 갈수 있지 않을가 해서 줄곧 도로를 따라 걸었고 새벽녘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니 그게 읍내로 가는 길이였음을 알수가 있었다. (경찰서에 가야지.. 신고할거야.이 나라도 법은 있겠지. ) 경숙이는 한동안 읍내 장터 다니면서 경찰서가 어디에 있는지 눈박아 찾아보았더랬다. 아침시간즘 되자 경숙이는 끝끝내 경찰서에 다닳았다. 경숙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경찰서에 뛰어들어갔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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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23.♡.35
이쁜아짐 (♡.147.♡.242) - 2018/12/06 19:58:41

보는 내내 가슴이 미여지네요... 어떻게 저런 짐승같은노옴이 다 있죠 ㅠㅠ 경찰서 갔으니 이제 벗어날수 있겠죠 ? 저런늠은 꼭 벌받아야 되는데 ... 보는사람도 억울한데 부모님들이 아시면 ㅠㅠ

잘살아보세839 (♡.10.♡.243) - 2018/12/06 22:03:41

말이 안되게 한심한 사람들을 만났네요.중매할머니도 괘씸하구요.경숙이가 얼른 곤경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기계사람 (♡.126.♡.94) - 2018/12/06 23:31:05

kim제니하루 (♡.34.♡.209) - 2018/12/07 09:27:51

별 괴물 같은 인간한테 소개하는 소개자도 정말 가서 때려주고 싶네

신짱 (♡.228.♡.82) - 2018/12/07 10:07:23

돈에 팔려온 짐승 취급이네요.ㅠㅠ 마음 아프네요

나연이맘 (♡.224.♡.6) - 2018/12/07 13:47:11

실화라는게 믿기지 않아요.
빨리 어둠속에서 벗어나
새 출발해서 성공한 모습 보고싶어요

핑핑엄마 (♡.194.♡.121) - 2018/12/07 14:35:38

막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서 몽둥이로 그 남자 패고 픈 마음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남자엄마가 더 끔찍해요...실화라는 말에 막 치가 떨리네요 .경숙이 엄마가 알았더라면 마음속에서 피눈물이 났겠어요. 가난이 죄라는말 절실히 느껴집니다. 가난으로 착하고 이쁘고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경숙이가 엄마 살리겠다고 한국으로 시집가서 끔찍한 일을 당하네요 .그리고 포르노 영화 여자들한테는 정말 상처입니다. 영화속의 세계는 가상이니까요 .경찰서에 신고해서 나쁜일이 경숙이를 기다릴기봐 걱정되네요.다음 집 언제 올리시나요 ?감사합니다.

한자연 (♡.241.♡.100) - 2018/12/14 23:59:11

실화 아니고 소설이엇음..너무 비참하네요..완전 짐승이네요..이가 다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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