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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클로버(상)

xingyu | 2014.07.11 17:10:05 댓글: 1 조회: 3109 추천: 1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235275

국장 사무실을 나오면서도 나는 약간 떨떠름한 기분이였다.

< 조PD, 대단해 ... 언제 그렇게 공을 들인거야? 김작가가 자진해서  

대본을 넘길 줄이야.. 특히 자네를 지목하더군. 능력 있는 친구라고 말이야... >

하던 말을 멈추고 국장은 이상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커피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내가

그 웃음의 의미를 음미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사실 자네랑 박PD중에 누가 가장 적합할지 고민이 많았네... 자네도 알다 싶이 지금
수목드라마만 빼고 모두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네. 다음 주말드라마 차기작에 우리
의 사활이 걸렸단 말일세... >
< 잘해낼 수 있을거라 믿네. 대본이 아주 탄탄해... 방송3사가 서로 눈독들이던 김작
가의 작품이니.. 빠른 시일내 배우 캐스팅하게, 회의가 있어 나가봐야 하네. >


남은 커피를 단숨에 마셔버리고 국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테이블 위의 대본을 넘겨주었다.
그 대본을 받으며 나도 엉거주춤 일어섰다. 국장은 종종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서며 한마디

더 남겼다.

< 김작가한테 연락해.. 혹 염두에 둔 배우가 있을지도 모르니말야. >


며칠전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정확히 2년만이였다.

나는 마침 2년 전만 해도 여친이였고 지금은 다른 남자의 와이프가 되있는 소윤이와 섹스

중이였다.  보통 섹스 중에 폰을 진동으로 하거나 전원을 꺼두었지만 그날은 어쩐 일로 깜

빡하고 폰을 켜두었다. 한창 절정을 향해 가던 중이라 벨소리따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벨소리는 집요했다.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웬지 전화를 꼭 받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슬쩍 탁자 위를 살펴보았다. 폰 액정에 <클로버> 라고  

선명히 떠 있는 세글자.  나는 황급히 손을 탁자 위로 뻗었다. < 받으면 죽어?! > 하며 앙

탈부리는 소윤이 몸에서 떨어져나와 나는 폰을 챙겨들고 급히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몇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나름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통화버튼을 터치했다.

< 여보세요... >

그러나 저쪽은 아무 대꾸도 없이 침묵이였다. 내가 다시 < 여보세요. >라고 물을 때 저편

에서 그녀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말했지. 뭘하든 그 일에만 집중하라고... >그리고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끝내버린 그

녀였다. 아마 내가 섹스 중이였단걸 눈치챘을것이다. 쪽집게, 귀신..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라도 된듯 그녀는 늘 다른 사람의 의중을 귀신같이 알아맞추고 콕 집어냈다. 그만큼 그녀는

영리했고 직감이 뛰여났다.

그날 전화는 아마 대본에 관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하며 편집실로 걸음을 향
했다. 그나마 인기를 얻고 있는 수목드라마 편집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편집실은 연습생 둘만 지키고 있었는데 뭔 얘기에 열을 올리는지 사람이 들어선것 조차 모르
고 있었다.

< 들었어? 김작가 극본이 들어왔대. >
< 오, 이제 시청률 오를 일만 남았네 . >

< 누가 맡을가... 조감독? 아님 박감독? >

< 거야 모르지뭐. >
< 근데 그 김작가 대단하지 않냐.. . 원고만 넘겨주고 어제 어떤 남자랑
여행갔다던데... 이번엔 또 어떤 놈인지. 캬~ >
< 하긴. 듣는 소문에 팜므파탈이라고 하던데... ㅋㅋ >
< 응. 소문에 방송국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먹히지 않은 놈 없대. ㅋㅋ
특히 너같은 햇병아리는 더 조심해야 할걸... >

여행? 남자? 두 단어가 왠지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나는 부러라고 할 것도 없이 극본

을 테이블에 던졌다. 

< 잘한다 잘해. 하라는 일은 안하고 ... 니들이 껌 씹으러 왔냐?!
니들 일이나 잘해. 남이야 어찌 살든 냅두고.. >

 의자에 늘어져서 히히덕거리던 두 녀석이 기겁을 하며 벌떡 일어섰다.

< 이 바닥에 오래 남고 싶음 입은 다물고 손발은 부지런히.
똑바로 하란말야, 알겠나!?>
< 죄송합니다. 선배님..죄송합니다... >
<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
< 선배님, 여기 물... ... >
 
굽신거리던 녀석 중 하나가 물 한 잔 건네주었다. 눈치가 빠른 녀석이였다.

< 선배님 지금 저희 점심 먹으러 가려던 참인데. 같이 가시죠...>
< 아니, 니들끼리 가. 생각없어. >
< 그럼 들어올 때 도시락 사갖구 올게요. 가보겠습니다... >

나는 허공에서 손을 몇번 휘젓고 나서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녀석들이 빠지고 난 뒤

밀려든 적막속에서 나는 팜므파탈의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하얀

고무신도 떠올렸다. 고무신도 팜므파탈의 악세서리가 될 수 있을가.. 그녀라면 가능할거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빙그레 웃었다.

 

 

대본을 받고 며칠이 지났다. 하루에 몇번씩 수십통 전화를 걸어봐도 그녀의 폰은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아예 속 편히 즐기려고 작정하고 떠난 것 같았다. 아님, 어쩌면 여행같은건

핑게고 그냥 집에 틀어박혀 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애초에 남자같은건 없이말이다.

이건 언제까지나 나 좋을대로 해석이다. 아니 추측이였다.

이런 추측으로 마음은 어느새 그녀의 집으로 가야한다고 나를 부추겼다. 머리는 오후 2시에

잡혀 있는 주연급배우와의 약속을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따로 간다.  결국 고민끝에 머리는

마음을 한번 따라주기로 한다.  저녁식사약속으로 다시 맞추고  나는 부랴부랴 주차장을 내

려와 시동을 걸었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다시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한 30분 더 달리자 사명산 6키로

라는 도로표지판이 보였다. 그 표지판을 좀 지나서 우회전하자 울퉁불퉁한 시골길이 이어졌

다. 굽이굽이 돌아서면 논밭이 보이다 멀리 강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미로같았다. 2년전과 별 다를바없이 얽히고 설킨 시골의 갈림길들 위에서 나는 가끔

차를 멈추고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2년전.

우회전이냐 좌회전이냐 매 갈림길마다에서 나는 진땀을 쏙 뺐다. 어렵사리 입수한 그녀의

주소를 갖고 사전연락도 없이 찾아가는 중이였었다. 나름 기습이였다.

얼마나 촌동네인지 GPS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도 여름이라 삼복철 한낮 더위에 길에는 개

미 한 마리도  얼씬하지 않았다. 갔다 되돌아오기를 여러차례 반복한 끝에야 산에서 내려오

는  등산객 하나 붙잡고 길을 물어 겨우 그녀의 집이 있다는 산기슭에 닿았다.

산속엔 해가 짧았다. 길에서 헤매다보니 날이 꽤 어두워졌다. 그녀의 집으로 오르는 비탈진

길에서 차는 그만 길옆에 있는 수렁으로 빠지고 어떻게든 차를 빼보려고 허둥대다 나는  발

목까지 접질렸다. 게다가 바지도 진흙범벅이 되버렸다. 길옆에서 나뭇가지 하나 지팡이삼아

짚고 비탈길을 오르며 나는  운이 지지리도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길 옆에는 몇 걸음 간격으로 한 무더기씩 클로버가 자라있었다. 어릴적 동네 뒷산,  산

이라 할 것도 없는 낮은 언덕에 많이 자라던 토끼풀이였다. 커다란  밤나무 숲을 지나 조금

더 오르자 버섯처럼 솟아난 그녀의 집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집에 마당은 잘 정리된듯 보였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길 양옆으로 해서 돌담

장이 집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 담장위로 장미넝쿨이 무성하게 뻗어 있었다. 나는 대문으

로 보이는 돌담 사이에 멈춰서서 주인을 불러보았다.

 

<계십니까? >하는 내 목소리만 으스스하게 울려퍼질 뿐 주위는 여전히 고요했다. 다시 집

가까이 다가섰을 때 문득 허연 그림자 하나가 튀여 나왔다. 순간 헉소리를 지르며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누구세요? >앳된 목소리가 어둑하고 축축한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하루종일 길을 헤

매다 두뇌회전마저 멈춰버렸는지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머리속에 저장해둔 그녀의 파일

을 재빨리 열어보았다.

이름은 김재경 나이 마흔정도, 현재 싱글. 뒤져봤자 이정도였다. 워낙 베일에 쌓여 얼굴조차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이가 없는건 확실한데 목소리는 분명 십대소녀였다.

 

< 누구냐구... >

 

밀짚모자에 얼굴이 반쯤 가려진 그림자가 다시 물어왔다.

 

< s방송국 조신우PD인데... 실례지만 누구세요? >

< 그만 돌아가세요. >

< 여기 김작가님 집으로 알고 찾아왔는데... 집에 안 계신가요? >

 

허연 그림자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하자 나는 다급히 땅을 짚고 일어서며 소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 몰라요. 그만 돌아가세요. >

<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 > 내 손을 뿌리치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소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나는 분명히 들었다. 일단 김작가 집은 맞는 것 같았다. 아마 집을 비우고 어디로

나간 모양이였다.

소녀가 들어가자  창문으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난 참으로 난감한 모양새가 되버렸다. 차는 수렁에 처박히고 발은 삐끗해서 걸음도 온전치

못했다. 게다가 집안에는 십대소녀 혼자 있다.

문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그 외 별다른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 이봐요, 학생. 저 지금 차는 수렁에 빠지고 발도 다쳤어요. 하룻밤

묵고 가면 안될가요? >

< 저 나쁜 사람 아니얘요, 원하면 주민증록증도 보여줄 수 있어요...

아니다... 방송국출입카드를 보여줄게요... >

< 아님 택시라도 불러줘요.. 저 지금 배터리가 다 나가서... ... >

 

하룻밤 묵기로 죄 지은 놈마냥 목소리가 점점 기여들어가고 구걸에 거의 가까웠다. 다리

하나로 버티고 서있기도 점점 힘이 들었다. 다시 문을 두드리는데 현관문이 열려 나는 그

만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바람처럼 눈앞을 스쳐가는 흰 그림자를 따라 나도 집안으로

들어섰다.

 

20평 남짓한 집은 소박하고 간결하게 꾸며져 있었다. 방은 따로 없고 내부 전체가 거실겸

부엌겸 방이였다. 부엌 옆에 문이 하나 보였는데 크기로 보아 창고나 욕실같았다. 거실의

제일 간단한 소품인 티비나 소파마저도 없었다. 방 한 켠에 놓여진 낮은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정도.  그 외 책이라고 생긴건 눈 씻고 찾아 볼 수도 없었다.

테이블 옆에는 이불이 포개져 있었다. 꼭 피접나온 살림같았다.

< 먼저 씻어요. >수건에 뭔가를 둘둘 말아서 건네주는 그녀 역시도 피접 나온 사람같았다.

흰 티에 몸빼바지를 걸친 모습이였다. 소녀의 차림치고는 너무 후줄근해보였다. 그러나 그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소녀의 얼굴이 아니고 그저 지극히

평범한 삼십대후반 마흔을 바라보는 여인의 것이였다. 그제야 이 여자가 김작가라는 직감이

들었다. 목소리와 얼굴이 전혀 매치가 안되는 충격속에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들어낸 얼굴표

정을 바꿔보려 나는 애썼다.

< 애쓸것 없어요. 다들 그런 표정이니까... >소쿠리 하나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가며 그녀

가 심드렁하니 말했다.

 

샤워하고 겨우 무릎을 넘기는 몸빼바지 차림으로 나오자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이 풀들의

잔치였다. 배고픈 놈이 이것저것 가리랴, 고기없이 한 끼도 먹기 힘든 나였었다. 시장이 반

찬이라고 점심도 걸렀던지라 나는 게눈감추듯 밥 한 그릇 먹어치웠다. 풀반찬이 그렇게 맛

있기는 처음이였다.

내가 숟가락을 놓았을 때 그녀는 밥그릇을 반도 비워내지 못했다. 그녀는 풀반찬을 무슨

코스요리 먹듯 했다. 손바닥을 펴서 상추를 먼저 올려놓고 다음 순서로 깻잎, 쑥갓, 치커

리, 마늘, 밥 , 고추장 약간. 그리고 아주 정성스럽게 싸가지고 입에 넣어 천천히 씹어먹

었다. 그 다음은 밥 한술에 오이를 된장에 찍어먹고 그 다음엔 밥 한 술에 고추를 고추장

에 찍어먹고. 쭉 이런 순서대로 나름의 코스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흥미진진

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외겹진 눈매는 살짝 꼬리가 올라갔으며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에는 한 때 여자들이 너나할

것없이 부러워했던 전지현의 그 점이 붙어있었다. 눈가에 살짝 주름이 가고 눈밑에 기미가

몇개 눈에 띄였다. 딱히 이쁘다고 할 수 없는 얼굴에서 도톰하고 윤기가 흐르는 입술만은 

참 매혹적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눈길은 다시 그녀의 손으로 옮겨졌다. 보기 드문 이쁜 손이

였다. 얼굴에 비해 손은 놀라울 정도로 하얗다. 길다란 손가락에 타원형의 손톱은 깔끔하게

정리되있었다. 손가락만 길다고 다 이쁜것은 아니다. 손가락이 자로 잰것마냥 곧아야 이쁜

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말라도 보기 싫고. 손톱은 타원형이면서도 볼륨이 있어야

하고...

나에겐 편집증에 가까운 이상한 성적편력이 있다. 손이 이쁘고 다리가 이쁜 여자만 보면 성

적욕망이 솟구쳤다. 여직껏 만나왔던 여자들도 다 그런 여자들이였다. 나름대로 손과 다리

에 대한 엄격한 미의 기준을 정해놓았다. 그리고 그것만을 엄수했다. 아니면 하나같이 늘씬

한 여자들이 넘쳐나는 방송국에서 아무것도 못했을것이다. 아프리카 난민마냥 다리를 비쩍

말린 여자들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였다. 화면발 하나 잘 받으려고 밥 먹듯이 굶어야 하는

그녀들이 때론 가엾게 느껴지기도 했다.

 

< 올라오는 비탈길에 클로버가 많이 피여 있던데요... >나는 자꾸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잡념들을 떨쳐버리려고 입을 열었다. 그것은 생각지도 않은 클로버였다.

 

< 밥 먹을 때 말 시키지 마세요. 뭘 하든 그 일을 할 땐 그 일에만 집중하기.>

 

머쓱해진 나는 조용히 테이블 쪽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생각없이 하루키의 소설을 집어

들고 펼쳤다. 그 페이지는 마침 덴고가 연상의 걸프랜드에게 슬립을 입고 오게 하여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재현하는 장면이였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도 그렇고 이 장면은 다시 읽어봐

도 마음 깊은 곳에서 짜릿한 흥분이 일어났다.

 

< 매일같이 행운이 찾아오면 그건 더이상 행운이 아니고 매일같이 행복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닐것이다. >

 

책 속에 빠져 온갖 상상을 하던 나는 뜬금없는 그 소리에 한참을 헤매다 그제야 좀전에 클

로버를 떠올렸다

 

나의 시선은 그녀가 설거지를 끝내고 욕실로 들어갈 때까지 몸빼바지만 줄곧 쫓아다녔다.

그녀가 나올 때까지 나는 몸빼바지 속에 감춰진 그녀의 다리를 생각했다. 이번 화천행의

궁극적인 목적도 잊은 채 상상만으로도 아랫쪽에서 야릇한 기운이 떠돌았다.

그녀는 부들부들하고 시원해보이는 면마소재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얼음주머니를 채운 다음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 쪽 무릎은 세우고 한 쪽은 눕힌

다음 내 발목을 눕힌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몇번 돌려 보았다. 발목이 많이 부어올랐지만 못

견딜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그녀의 세워둔 다리에서 치마가 허벅지까지 흘러내렸다.

매끈하다 못해 윤기마저 흐르는 다리였다. 늘 빛을 못봐서인지 눈부시게 흰 다리였다. 나의

눈길은 허벅지가 끝나가는 그 굴곡진 부분에 멈춰졌다. 고산증세마냥 머리가 흐릿하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조금은 거칠어진 숨결을 감추려고 나는 숨을 작게 내쉬며 다리를 움츠렸

다. 제법 단단해진 녀석을 감추는데 몸빼바지는 최악이였다.

그녀는 얼음주머니를 내게 던져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천 (1) 선물 (0명)
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18
안녕하쎄용 (♡.210.♡.99) - 2014/08/06 18:40:37

역시역시..아재 글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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