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3

xingyu | 2014.11.23 21:19:21 댓글: 12 조회: 3563 추천: 7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473770


통_장이 왜 금지어가 되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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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

선배가 수주를 강제로 떠맡기고 급작스레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연이틀 밤을 꼬박 샜더니 정신이 몽롱했다. 폰 전원을 아예 꺼버리고 잠을 청했지만 쉽게 깊은 잠이 들지 못했다. 자는둥 마는둥하다 오후 2시즈음 침대를 떨치고 일어났다. 대충 씻고 전날에 사다놓은 샌드위치로 배를 채운 다음 다시 폰 전원을 켜놓았다. 그사이 메시지 몇 통이 들어와 있었다.

메시지 1

--할렐루야.

이 아름다운 계절에 여러분의 마음도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린 모두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죄란 하나님 없이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여 거룩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과의 사귐이 끊어졌고 그 결과 풍성한 삶이 사라졌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합니까? 삶의 의욕이 없습니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원하시는 분은 주일에 가까운 교회로 나가 하나님을 사귀기 바랍니다.

XXX 교회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않고 삶의 의욕도 충만하기에 하나님은 나중에 사귀기로 하고 다음 문자로 넘어갔다.

메시지 2

--많이 바쁘냐? 시간 나는대로 집에 들러라. 아빠가 말은 안해도 널 무척 보고싶어 한다.

엄마는 늘 아빠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아빠말고 다른 관심사조차 없는듯 싶다. 생각해보니 집에 들른지도 한달이 지난것 같다. 내일 한번 가볼가 생각하며 다음 메시지로...

카톡 1

--입을 만한 옷이 별로 없네.. ㅠㅠ 낼 나랑 쇼핑가자, 응? 내가 티 한 장 사줄게. ㅎㅎㅎ

민지는 내 친구 중 유일하게 드레스룸을 갖고 있는 친구였다. 그 드레스룸을 열어보면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가방이며 옷, 신발 모자 선글라스 스카프... 등등 온갖 패션아이템들이 즐비하다못해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였다. 그에 비하면 내 옷장은 너무 초라하다. 청바지 두 세벌에 반팔티 긴팔티 몇장, 후드티 두장에 겨울점퍼 하나가 전부다. 가방은 일년내내 배낭만 메고 다녔다. 아직은 꽃 피는 생활이 아닌 빠듯한 내 은행잔고를 생각하면 티 한 장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였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는 순간 나는 저도몰래 가슴이 쿵당거렸다. 그 사람 문자였다. 낯선 번호였지만 분명 그가 틀림없었다. 무슨 선문답처럼 그의 메시지는 늘 짧고 간결했다.

카톡 2

--나 이스라엘로 떠나요, 같이 갈래요?

같이... 같이라는 말에 심장이 튀여 나올 것 만 같앗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버려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머리 속을 정리해 줄 누군가가 급히 필요했다.

훈이한테 전화를 했다. 훈이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이 남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었다.

" 왜? " 피곤이 잔뜩 몰려있는 목소리였다.

" 뭐하는데? "

" 오후내내 웨딩드레스 고르고 있어... 벌써 세시간이야. "

" 나, 이스라엘 갈 것 같애, 아니 갈거야... "

이상하게도 훈이와 얘기하면 나는 모든 일을 쉽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훈이가 꼭 좋은 훈수를 줘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결단이 내려졌다. 지금처럼...

" 뭐? 갑자기 뭔소리야! "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훈이의 언성이 높아졌다.

" 그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어. 이스라엘에 같이 가겠냐구... "

" 너, 제 정신이야? 뭘 믿고 따라가는데... 그 사람 잘 아냐구. "

" 알만큼 알아."

" 알긴 개뿔. " 훈이가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 그래, 만나는 봤어? 너 그 사람 한 번도 만난적이 없다며.. "

" 응. 근데 믿음이 가, 그냥... 왠지모르게...... "

나는 습관처럼 오른쪽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 미쳤구나, 너! "

" 그래서 갈거야? "

" 응. 갈래.. 가고 싶어. "

" 그럼 결정 다 해놓구 전화는 왜 하는데?? 니 마음대로 하구 살어! "

씩씩거리며 훈이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틈으로 여자목소리 하나가 흘러들어왔다. " 훈이씨, 무슨 일... "

훈이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였다. 훈이는 항상 그 남자 얘기만 나오면 흥분했다. 그래서 난 훈이의 반응이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혼란스럽고 불분명해졌던 마음이 한쪽으로 굳어졌다.

훈이 말대로 난 이 남자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 그저 훈이가 아는 정도다. 난 이 남자를 y라고 불렀다. 물론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훈이에게조차 그건 비밀이였다. 그만큼 그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였다.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를 만났는지 얘기하자면 너무 길고 복잡하다. 난 단지 그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밖에 알려줄 수 없다.

우린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많이 끌렸다. 그런 대화가 3년은 이어졌다. 줄곧은 아니지만 3년이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중국사람이였다. 나는 가끔 구글지도로 그가 알려준 주소로 그의 고향을 찾아보았다. y가 이제 더이상 그 곳에 살고 있을리 만무하지만.

훈이 녀석은 그것을 빌미삼아 나를 골려주었다. " 니들 찐따이 장화로 통하나 보지?" 훈이가 중국사람을 부러 폄하하거나 싫어해서도 아니다. 녀석이 날 놀려먹는 것이 유일한 취미라서 그렇다. 내가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호우, 짜이짼수준밖에 안되지만 다행스럽게도 y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에 세종대왕께 감사드려야 할 일이였다.

우린 온라인에서 우연히 자주 만나곤 했다. 어디서든 그가 먼저 나를 알아보았다. 나는 우연의 우연은 필연이라며 기뻐했고 훈이 녀석은 y를 무서운 스토커로 치부했다. 훈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 사람의 모든 sns이미지사진들은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가 썼던 가이 포크스의 가면이였다. 훈이는 음침하다 느꼈고 내 눈엔 독특한 개성으로 비춰졌다.

어느 한 번. 거의 한 달동안 연락이 없던 y한테서 메시지가 날라왔다. 그는 거의 한 달동안 어느 곳에 억류되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두렵거나 무섭지 않냐고 물었고 나는 전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저 웃었다. 문자로 ㅎㅎㅎ하고.......

훈이는 완전 어의없다는 표정이였다. 그러다 y와는 또 연락이 끊어지고 훈이와의 화제에서 그는 점점 멀어져갔다. 잊혀졌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거의 6개월이란 시간이였으니.

그런 그가 연락이 왔다. 누가뭐래도 나는 내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폰으로 y에게 또박또박 문자를 찍어보냈다.

---함께 갈게요, 이스라엘...



추천 (7) 선물 (0명)
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18
nero (♡.123.♡.135) - 2014/11/23 22:51:04

불법으로 통장 판매하는 게시물들이 범람해서 일시 금지어로 등록했었습니다. 통장 금지어 해지해 드렸습니다.

xingyu (♡.159.♡.18) - 2014/11/24 20:52:53

글쿤여~ ㅎㅎ

북위60도 (♡.60.♡.229) - 2014/11/24 12:54:57

작가는 글을 아주많이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로그인하기 싫어서 그냥 읽고지날때가 더 많네요.끝까지 잘부탁합니다.

xingyu (♡.159.♡.18) - 2014/11/24 20:54:14

그 심정 이해갑니다 ㅋㅋ 그럼에도 들러주신 발걸음 감사요~ ^^

쑥사랑 (♡.52.♡.68) - 2014/11/24 15:57:19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xingyu (♡.159.♡.18) - 2014/11/24 20:55:16

우리 혹시 아는 사이? 영 작업멘트같지만... ㅋㅋㅋ

Miss 오 (♡.9.♡.34) - 2014/11/24 21:09:05

매번 잘 읽고 갑니다.
저두 로근하기 귀찮지만 재밌게 읽고 모른척 지나기엔 양심이 찔려서.
재미지기도 하고 다분히 문학적이고 하고
추천해요

xingyu (♡.159.♡.18) - 2014/11/24 21:31:06

개의치않는것처럼 보여도 댓글이 글쓴이한테 힘이 되는건 사실입니다.ㅎㅎ 보이지 않는 공간속에 댓글이 소통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

뽀레버 (♡.203.♡.233) - 2014/11/25 12:45:45

글이 잼있네요.
y라는 사람이 급궁금해요.
생각보다 쿨한 성격의 여주네요. 담집기대할게요.

xingyu (♡.159.♡.18) - 2014/11/25 21:00:41

와이라는 사람 지금 당신의 댓글을 보고 있을걸요?ㅋㅋㅋ y가 누군지는 y자신뿐 모르겠지요,ㅎㅎ

들래 (♡.69.♡.81) - 2014/11/25 12:48:52

작가는 여자라 추측하는데...
글에서는 자꾸 어딘가 모르게 끌리는
숫컷의 냄새?랄가가 흘리넘치는 같슴다...ㅋㅋㅋㅋ

세공방 검색중 재미진 글이 많아 쭉 검색해 보고...
또 여기서 글 쓰신데서 마침 딱 찾아뵙습니다.^^
마침 또 궁금한게 있어서 갱상도말로 데지레가 문 뜻입니까?
네이버고 다음이고 찾아바도 없네요...궁금한거 참으면 병이 될거 같아서...

추천 한표 때리고 아랫글 계속 탐독하겠습니다~~ ^^&

xingyu (♡.159.♡.18) - 2014/11/25 21:11:11

경상도 친구 하나 있는데 데지레데지레 합니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데지레이~ 죽어뿌리라는 저주의 주문입니다 ㅋㅋㅋ 부디 병이 되지 마시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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