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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거짓말5

피노키온 | 2014.12.16 21:02:52 댓글: 6 조회: 4075 추천: 4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500538
자리에 앉아서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이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할텐데 하는 생각에 머리를 굴렸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영이..."
"... ..."
"오후엔 어디 어디 가야 됨까?"
"오후에 안가겠슴다. 래일 다시 가겠슴다."
"예? 어째서?"
"차 없으면 다니기 불편해서."
"그럼 오후엔 나랑 데이트 하기쇼."
"오후에 일있슴다."
"무슨일? 나랑 데이트 하기 싫어서 그러지?"
"... ..."
그녀는 말없이 밥만 먹는다. 단순히 튕기는거인가 아니면 그녀는 나랑 있는게 불편한거인가? 나는 도무지 감을 잡을수 없었다.
"영이, 영이 하고싶은걸 하기쇼."
"... ..."
"커피숍 갈까?"
"... ..."
"쇼핑하겠슴까?"
"... ..."
"영화보러 갈까?"
"... ..."
"당구 치러 갈까?"
순간 그녀의 수저를 든 손이 멈칫 하더니 나를 바라본다.
"당구 잘 침까?"
앗싸! 걸렸다. 그녀는 당구를 좋아하나 보다. 후에 그녀한테서 들었는데 그녀는 당구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허나 친한 사람중에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별로 치지 못했다고 한다.
"아니, 잘 치지는 못하고 좋아하는 편임다."
"나는 좀 잘 치는데... "
"그렇슴까? 그럼 내기 할까?"
"무슨 내기 하겠슴까?"
"이긴 사람이 저녁 사기.."
"... ..." 그녀는 거절을 못한다. 거절할수가 없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잘친다고 하는데 이긴 사람이 밥 사는거라고 하면 친하지 않은 이상 거절하기 어려워 한다는걸 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라도 그녀와 한시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사실 나는 당구를 초중 다닐때부터 수업 땡땡이치고 치러 다녔으니 좀 과장하자면 눈감고도 칠수 있다.그녀가 아무리 잘 친다 한들 나보다 잘칠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당구장에 갔다.
그녀는 정말 당구를 치는걸 기대했는지 가는 길에 내내 기분이 좋아 보였고 먼저 말도 걸어주었다. 나는 당구라는 이 녀석한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첫게임에서 그녀가 이겼다. 사실은 뽈을 만들어 줬다. 못치는척 하면서 그녀가 넣기 좋은 각도에 뽈을 대주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실력이 있어보였는데 오래만에 치는거라 그런지 실수가 잦았다. 그래도 잘만 넣었다. 나는 연신 그녀가 잘 친다고 칭찬을 해줬다. 그녀는 내가 잘 못 치는걸 보더니 훈수를 둔다. 그래도 못 넣으니 위안이랍시고
"자주 쳐 놓으면 잘 칠수 있슴다"라고 얘기해서 하마트면 빵 웃음보가 터질번했다. 나는 그녀가 의외로 단순함도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첫 게임은 그녀가 이겼다. 그녀는 신이 나 보였다.
두번째 게임에서 나는 그녀의 뽈을 방해했다. 첫게임보다 잘 안들어가는데다가 내가 쑥쑥 잘도 넣으니 초조해 했다. 실수도 더 연발한다.
당구 판을 보면서 생각을 하는 그녀의 옆에 가서 나는 얘기했다.
"저기 14호 뽈 넣으쇼."
"어디?" 그녀의 눈길이 판을 휩쓴다.그녀가 선 자리에서는 14호라고 쓴 번호가 보이지 않는다.
"저기 록색있잼까."
"예?"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저쪽편으로 걸어가서 뽈 번호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본다.
"거기서 번호 보임까?"
"아니."
"그런데 어떻게 록색인거 암까?"
"록색이 큰뽈이 14번이구 작은뽈이 6임다."
"... ... 아.. 창피해.." 그녀는 말이 없다가 갑자기 자기의 얼굴을 감싸며 말한다.
"하하하.."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여웠다.
"아.. 원이 진짜.. 속으로 나를 많이 웃었지?"
"아니. 영이 잘 치던데..."
"너무 잘 쳐서 번호하구 색상까지 훤히 아는 사람하구 어떻게 비교함까.. 아 창피해!!"
"그건 기억력이 좋아 그런겜다. 수평은 그닥잼다."
그녀는 갑자기 내옆에 와서 나를 올려다 보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얘기한다.
"지금부터 정식으로 치기쇼. 대수 치면 나를 업신 여기는걸로 알겠슴다!!"
"예 알았슴다."
거의 끝나가는 게임이라 이 판은 내가 먼저 다 넣어버렸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하고 그녀는 표정이 비장하다. 그녀는 시작뽈을 자기가 치겠다고 한다. 운인지 실력인지 큰뽈이 하나 들어갔다. 나는 짐짓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신이나서 그녀는 다음 뽈을 친다. 못 들어갔다. 다음 내 차례에서 나는 연속 다섯개를 넣었다. 하나씩 넣을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정말로 점점 놀란 토끼같았다.
결국 세번째 게임도 내가 이겼다. 그녀는 말없이 당구대를 갖다 꽂아놓더니 그만 치자고 한다. 한참 말이 없던 그녀가 한마디 한다.
"아.. 창피해." 우리는 당구장을 나왔다.
"영이. 목 마른데 커피숍 가기쇼."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팥빙수를 시켰다. 같이 말없이 먹으면서 나는 그녀을 쳐다 보았다.
"영이, 당구 좋아함까?"
"네. 원이는 당구 언제부터 쳤슴까? 잘 치면서 못친대서 내 정말 .. ㅠㅠ"
"하하, 영이 참 귀엽슴다."
"예? "
"나는 영이 표정이 늘 똑 같으니까 한가지 표정밖에 없는가 했슴다."
"아.. 나두 사람인데.."
"이렇게 고운데 이젠 나한테두 웃는 모습 마이 보여주쇼."
"... ..."
"영이... "
"네?"
"아님다. 고바서."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 ..." 그녀는 대답대신 내 눈을 피한다. 커피숍에 마주 앉아 있으니 정말 어색하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한다. 팥빙수도 거의 먹고 열기도 거의 식은지라 다음엔 또 뭐할까를 고민했다.
"영이는 무슨 운동 좋아함까?"
"음... 배드민턴 좋아하구.."
"그리구?"
"걷는거 좋아함다."
"그렇슴까? 여자들 걷기 싫어하잼까?"
"나는 좋아함다. "
"그럼 소화도 시킬겸 나가서 좀 걸을까?"
"원이는 집 안 감까?"
"대 낮에 집에서 뭐하겠슴까? "
"하루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면 걱정 안함까?"
"영이랑 만나는거 아는데 뭐 걱정 안함다."
"예?!"
"가기쇼. 나가 좀 걷기쇼."
그녀는 말없이 일어난다. 우리는 무지개다리 밑에 강뚝에 가서 나란히 서서 걸었다. 내옆에 그녀가 서 있다는게 너무 황홀했다. 슬쩍 그녀의 손을 잡고 짐짓 모르쇠를 했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그녀와 손잡고 걷는 느낌이 정말로 너무 좋았다.
나는 팔을 들어 어깨동무 하듯 그녀를 잡아당겨 꽉 껴안았다. 그녀는 놀라서 움찔한다. 그러고는 그녀의 볼에 뻑소리 나게 뽀뽀를 하고는 말했다.
"음마!! 곱다!!"
그녀는 내 품안에서 벗어나려고 바둥 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더 꽉 안았다.
"좀!! 사람들이 봄다!!"
나는 내 기분에 젖어 미처 옆 사람들을 신경쓰지 못했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그저 무안해할 그녀한테 미안해서 그녀를 안은 팔을 풀었다.
무심결 그녀의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굽 높은 신발이다. 아차 싶었다. 거기에다가 오후의 햇살은 아주 기를 쓰고 빛을 뿌려대는거 같은게 너무 따가웠다. 그녀는 손으로 자꾸 자기의 팔을 만진다.아마도 뜨거운가 보다.
"저...영이... 저기 그늘에 좀 앉아 있을까?"
"벌써 힘듬까?" 그녀가 의아하듯 묻는다.
"영이 이렇게 고운 피부 까맣게 되면 어찜까?" 그녀는 자기의 팔을 힐끗 내려다 보고는 그러자고 한다.
저녁쯤 그녀한테 뭘 먹고 싶은가 하니 꼬치를 먹고싶다고 했다. 어제 그 빌어먹은 선생이란 녀석하고 먹었다더니 안 먹었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어제 꼬치 잡수었다 했잼까?"
"네."
"그런데 오늘 저녁도 꼬치 잡숫겠슴까?"
"네."
"음.. 꼬치를 좋아하나 봄다에."
"네. " 후에야 알았는데 그녀는 꼬치를 점심에 먹고 저녁에도 먹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꼬치를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녀가 사는 동네에 맛있다는 꼬치 집에 갔다. 방이 8개 정도인 자그마한 가게였는데 네명이 앉을수 있는 룸도 있었다. 여름이라 더워서 어떻게 먹지 하고 생각했는데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주고 조용하니 좋은게 딱 마음에 들었다. 꼬치도 맛있었다.
그녀을 마주 보는 내내 내 입은 아마 귀에 걸린듯 싶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24시간도 모자란듯 아쉬웠다. 술 한잔 하면서 나는 어제의 만행을 사과하려고 입을 열었다.
"영이... 미안함다."
"... 뭐가요?"
"어제 내가 너무 심했슴다."
"... 사과치곤 너무 늦지 않았슴까?"
"정말 미안함다... 내 영이한테 잘하겠슴다. 고바하구 떠 받들면서 살겠슴다."
"내 무거운데..." 그녀는 롱담으로 받아친다.
"영이. 나란 놈 정말 잘난것도 없고 가진게 심장밖에 없었는데 그것두 이젠 영이께 됐슴다. 영이 날 버리지 마쇼."
그녀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더니 그저 말없이 술 한모금 마신다.
그녀는 구경 무슨 생각일까... 그녀의 표정에서 나는 아무것도 읽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단위 출근 시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나는 학원에 오전만 나가는거라 시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우리는 거의 매일 같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10시간을 초과하지 않을 정도로 붙어 있었다. 눈 떠서부터 다시 잠잘때까지 그녀의 껌딱지처럼 졸졸 따라녔다. 나는 집에 가봐야 된다는 그녀를 얼리고 닥치고 하면서 불쌍한척도 했다가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가 오늘만 같이 있자고 래일은 집에 꼭 들어가라면서 그녀를 졸라 한달째 그녀를 곁에 꼭 붙들어 두었다.
그녀는 아마 애들마냥 떼쓰는걸 어쩔수 없었는지 한발 양보해 부모님이 아침 시장에 나가시는 시간전에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난처하다는걸 알면서도 그마저도 싫었다. 허나 여러가지로 내가 너무 억지를 부렸기에 말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와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게 시무룩해났다.
나는 매일 그녀를 꼭 안고 잤다. 그녀는 늘 방황했던 내 령혼을 평온하게 잠재워주는 마력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여지껏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였다. 눈을 떴을때 내 품에서 그녀가 사라지면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옆에 그녀는 꼭 있어야만 하는 떨어지면 안되는 존재가 되여버렸다.

나는 그녀와 있으면서 하루에도 곱다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껴안고 내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갖다 대고 그녀가 곱다는 말만 했다. 그녀가 난처해했지만 나는 그녀가 정말로 너무 좋았고 내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 별로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한시라도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고 우울했다. 그렇다고 학원을 빼 먹을수 없으니 그녀한테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녀와 함께라는것이 그 어떤것보다 최우선이였다. 그녀는 나와 만나는 동안 거의 자기 생활이 없었다. 그러나 싫다. 일이 있다. 약속이 있다는 따위의 말은 나한테 먹히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하나 그녀를 내 옆에 24시간 두고 싶어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내 주변에 소개하고 싶었고 자랑하고 싶었다. 못나고 애만 먹이던 이 원이가 지금 영이 만나서 마음 잡고 잘 사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고 사랑스런 그녀를 세상에 다 자랑하고 싶었다.

나는 그날 저녁 내가 제일 따르는 사촌 형님한테 그녀를 소개하려고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그녀의 의사도 묻지 않고 말이다. 솔직히 그녀가 거절할걸 알고 있었기에 미리 그녀의 량해를 구할수가 없었다.
저녁쯤 나는 그녀에게 저녁에 술한잔 하자면서 말을 꺼냈다.
"영이. 우리 사촌 형님 말임다. 저녁에 전화와서 같이 식사하자는데 영이도 같이 가기쇼에."
나는 내가 먼저 전화를 해 약속을 잡았다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녀한테 야단 맞는게 두려웠다. 그래서 형이 전화와서 같이 술 한잔 하자고 한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네? 좀 불편한것 같은데.. 다음에 좀 더 여유로울때 보는게 낫지 않겠슴까?"
"괜찮슴다. 같이 가기쇼."
"둘이 식사하쇼. 만나서 할 얘기가 있을수도 있는데 내 있으면 불편하잼까.."
"아니. 전혀.. 이미 형하고도 같이 간다고 얘기했슴다."
"... ..."

그녀는 처음으로 나에게 화를 냈다. 자기의 의사를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자기의 개인생활을 고려해달라고.

나는 솔직히 그녀의 화남을 직접적으로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나한테 시도하는 대화에 개입할수가 없었다. 잘못은 분명 나한테 잇으니까 말이다.
그녀의 화난 마음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와의 소통을 택하지 못했다.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없어서 피하기만 했다. 그녀는 여러번 대화를 시도해 왔지만 나는 늘 두리뭉실하게 피해버렸다. 그녀는 아마 많이도 답답했을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풀리겠지 하는 요행도 있었고 내가 더 사랑하고 아껴주는걸로 무마하려고 했다.
그녀랑 간다 안간다 하면서 싱갱질을 할때 형이 멀리서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과 달리 그녀는 언제 다퉜냐 싶게 사촌형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우리는 고기구이집으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아 그녀는 잠깐 화장실을 간다면서 자리를 떴다.
"만난지 얼마나 됐니?"
"한달 좀 넘었소. "
"음... 너에 대해서는 다 알구?"
"... ..." 나는 흠칫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헨님에. 영이 참 괜찮은 여자요. 내 잘해보기싶소."
"그래도 미리 얘기하는게 낫지 않을까? 나중에 알면 너를 떠날수도 있어."
"지금 말해서 떠나면 어떡하우..."
"그러길래 알고도 널 받아줄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지. 바꿔놓고 니 새기 너한테 뭔가를 감추고 있었다가 너한테 들키면 넌 어떨것 같니."
"그래도 지금은 안되우. 헨님은 그냥 모른척 해주우. 내 이제 기회 봐서 말하겠소."
"그래... "
그녀가 자리에 돌아왔는데 걱정스런 표정이 사촌형의 얼굴이 그대로 나타나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주문한 메뉴들이 속속 올라온다.
사촌형이 술 한잔 따르고는 만나서 반갑다면서 술을 권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신다. 나는 그틈에 절대 말하면 안된다고 형한테 눈치를 줬다.
형과 나는 최근 얘기를 주고 받고 그녀는 옆에서 듣기만 한다. 형은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가 심심해 할까봐서인지 화제를 그녀한테 돌린다.
"무슨 일 합니까?"
"이번에 공무원 시험치고 출근 준비 하는중임다." 형의 얼굴엔 놀람과 그녀가 안쓰럽다는 표정이 뒤섞인다. 형이랑 이러저러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형이 그런다.
"원이 보니까 영이를 마니 좋아하는거 같은데 남자는 그저 다 큰 애기임다. 원이 떼쓰구 억지 부려두 잘 다독여주쇼."
"네. 원이 자랑 좀 해주쇼."그녀가 갑자기 얘기한다.
"예? 자랑이라.. 흠... " 형은 갑자기 당황해 한다. 당황한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원이는 운동을 잘하구... 그다음에..."
"... ..."
"그다음에... 음... 달리기 잘하고... 음.. 그다음에.. 음..덩치 좋아서 어디가서 영이를 얻어 맞게 하는 일은 없겠구.. 음... " 형은 안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짜느라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다 들릴지경이다. 적당히 얘기하면 될것을 말이다. 내가 그렇게 우점이 없나?
"원이 살면서 여태까지 여자를 많이 만났지만 정작 먼저 전화 와서 정식으로 소개하구 마음 먹구 살아보겠다는건 오늘 처음임다. 그만큼 원이한테 영이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겠슴까!"
술이 들어가니 수위 조절이 안되는지 형이 말하는 중점은 뒤에 있었지만 그걸 두드러지게 할려고 언급한 비교조건이 너무 치명적이였다. 그리고 형이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한 말과 달리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약속 잡은거라는 말에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따지기라도 하면 정말 원숭이 되는거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우리 원이 떼질만 써서 애기인줄 알았았는데 이젠 좀 든든하단 생각이 듬다." 그러고는 싱긋 웃어보인다.
나는 그런 그녀가 두려웠다. 내가 여자가 많았다는걸 그녀가 알아버려서 두려웠고 그녀가 나한테 실망을 했을까봐 두려웠고 내가 한 거짓말을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에 잡히지 않아서 두려웠고 그녀가 나를 떠날까봐 두려웠다.
그녀는 현명한 여자였다. 아니면 감정 조절을 잘하는 것이였을까? 절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굳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미소띤 얼굴로 일관했다. 그리고 남들 앞에서 나를 무안케 하거나 내 얼굴을 깍는 일을 절대 하지 않았고 내가 놀랄만큼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그런 그녀가 무서웠다.
추천 (4) 선물 (0명)
IP: ♡.136.♡.43
비밀연애83 (♡.224.♡.93) - 2014/12/16 21:19:24

기다리다 잘봣습니다.. ㅋㅋ

장난아니야 (♡.85.♡.92) - 2014/12/17 07:17:38

잼잇음다~

이뽀지자 (♡.116.♡.176) - 2014/12/17 09:47:40

이번집도 잘 보고 감다 ~ 드뎌 둘이서 알콩달콩 연애를 할수 있네요 ~ 근데 .. 사촌형이 싹 까발려서 ㅎ~ .. 그래도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 ... 담집도 기대함다 .. 추천~

길문맘 (♡.232.♡.160) - 2014/12/17 12:44:51

추천하고 갑니다

북위60도 (♡.225.♡.65) - 2014/12/17 16:52:25

나두 추턴한표. 어쩜 저런남자가 마음 잡으면 더 잘 삼다. 그런데 저런 남자 만나면 피곤할것 같슴다.

하나나 (♡.17.♡.113) - 2014/12/18 18:12:07

우에..
둘 잘되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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