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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말 못하는 안녕-짧은 행복(7)

레드체리 | 2015.03.25 16:34:43 댓글: 12 조회: 4244 추천: 4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2618202

신나는 여름 휴가로 무더위를 싹 날리고 돌아온 영수와 옥자는 한동안 들뜬 기분을 눅잦히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누울때까지 이야기 화제는 늘 휴가 때 이야기였다. 그만큼 영수와 옥자에게는 너무나 행복했던 날들이였으니까.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못하고 또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였다
. 영수의 간암세포가 또 재발한것이다. 벌써 4번째 받는 고주파수술이다. 완전히 치료는 안되고 그저 재발하면 또 태우고 생기면 태우고 그렇게 반복적인 힘든 치료에 영수도 가족들도 그저 한숨만 나온다. 치료를 포기할수도 그렇다고 매번 힘들고 돈 많이 드는 이 치료를 언제까지 계속 해야하는지 그저 답답할뿐이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영수는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냥 옥자랑 중국으로 가서 시골에서 집앞밭농사나 살살 지으면서 좋은 공기마시고 마음 편하게 사는게 낫겠다 싶어졌다.



"
당신 항암치료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물어보고 우리 중국갈까?"

"중국에?"

"냐 싫소?"

"그러기쇼. 여기 있어봐야 돈만쓰고 병도 낫지않고 시골가서 봄에 무슨들레캐먹고 달래캐먹고 가을에 더덕캐 먹고 버섯따 먹고 암이 완치된 사람도 있담다."

옥자도 선뜻 그러자고 대답한다.
그 날밤 영수도 옥자도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옥자와 영수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여간다. 일년동안 웃는 날 보다 울었던 날이 더 많았던 시간들 하지만 그 동안 영수와 옥자는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였고 정우와 정희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더 한층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였다.



10월이 시작되면서 아침저녁으로 더욱 쌀쌀해진 공기가 어느새 가을이 돌아왔음을 알려준다. 그 가을에 정희는 한국으로 왔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아픈 부모님곁에서 병원이라도 한번 같이 가야겠다면서 울고불고 고집을 피우다 혼자 한국으로 덜컥 와버렸다.

아버지가 간암이라는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었던 정희는 4번째 고주파수술을 받은 아버지의 상황을 오빠한테서 얼마전에 전해들었다. 정우도 더 이상 정희에게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다 말한것이다. 거의 매일 저녁 컴퓨터로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면 매일 거짓말을 하는것도 참 힘든 일이였었다.

그 동안 자신만 모르고 히히닥닥 웃으면서 살았다면서 아버지까지 아픈데 왜 말을 안했냐고 그 동안 아프면서 고생해서 번 돈을 매달 생활비로 보내주면 좋아서 기숙사에서 맛난거 사먹고 철없이 살았는데 후회돼 죽겠다고 하면서 펑펑 우는 정희한테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한국에 온 정희가 아버지생신이 지나면 갈줄 알았는데 비자변경학원에 등록하고 C-3에서 F-4로 변경했다. 안산다문화거리에 캐쥬얼옷매장에 사촌언니의 등록증으로 취직을 한 정희는 아침10시부터 밤10시까지 매장에서 옷파는 일을 한다. 그러다 비자변경학원에 등록하고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밤9시까지 일하고 퇴근하고 바로 뛰여서 근처에 학원으로 가 한시간반동안 강의를 듣고 11시가 되여야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정희가 안타까워 영수와 옥자는 비자변경하지말고 중국에 가서 대련에 가서 졸업하고 그쪽에서 취직을 하라고 권했지만 정희의 굳은 결심을 아무도 꺾을수 없었다. 그렇게 한국에 와서 두달만에 정희는 5년비자로 변경하고 아예 한국에 자리잡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자만 바꾸면 취직을 쉽게 할거라 생각했던 정희는 속상하기만 하다. F-4비자는 제한된 취업업종이 너무 많아서 음식점 써빙도 공장일도 할수가 없다. 어쩔수 없이 비자변경할 때 까지만 일해야지 하고 시작했던 캐쥬얼옷매장에 계속 일 나갈수 밖에 없었다. 좀 더 돈을 많이 벌수 있는 일거리를 찾고 싶은데 비자도 비자지만 일거리는 생각처럼 쉽게 나타나지를 않았다. 좋은 점이라면 일주일중 내 마음대로 하루 쉬는데 부모님 병원가는 날에 쉴수 있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있다.



"
엄마~오빠 주말에 온담다 하하하"

정우랑 통화를 끝내던 정희가 누워서 뒹구르며 하하하 소리내여 웃는다. 밥을 짓던 옥자도 TV를 보던 영수도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멍때린다.


"
! 정시돌았재? 왜 그러니?" 보다못한 옥자가 정희를 발로 툭툭 차면서 두 눈을 껌뻑거린다.

"하하하 엄마 아부지~오빠 주말에 여자친구 데리구 온담다"

"정말이니?" 국간을 맞추던 어머니는 국자를 쳐들고 정희옆에 바짝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

"허허허" 아버지는 그냥 좋으신가보다. 웃으신다.그런 어머니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던 정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월요일날 아버지 생신인데 회사에 다니다 보니 하루전날인 일요일에 오려나보다.옥자는 한달전에 정우가 사귀는 여자 있다면서 사진까지 보여주던걸 떠올렸다. 눈도 크고 오각이 큼직큼직 하게 생겼고 한마디로 시원시원하게 생겨서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빨리 집에 데려 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근데 이번 주말에 정우가 며느리감을 데리고 온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세상에 어디있을고...

"엄마~좋지? 아부지 좋지?" 무엇보다 정희가 제일 신나하는것 같다.

"나는 오빠 빨리 장가가서 조카도 낳아주고 그랬음 좋겠어. 그럼 맨날 안아주고 업어주고 내가 다 키울건데 크크크"

"너두 빨리 시집가라. 나이 어릴 때 잘 팔린다"

"엄마~내 뭐 물건임까?"

"
여자는 24살 때 금값이고 25살 때 은값이고 26살 지나면 페철값두 안간다. 지금 금값일 때 좋은 짝 만나서 시집가. 우리두 시름 훌훌 놓게"

"알았슴다. 오빠 장가가면 나두 갈게. 형제간에 순서는 지켜야지 ㅋㅋ"

"그나저나 동무, 저번에 사진본게 맘에 듭데까? 난 괜찮아 보이던데~"

"~사진으로 봐선 괜찮아 보입데."

"내일은 리발관가서 머리두 깍구 목욕탕가서 때두 미쇼"
"허참 나를 서바보내자구?"

"며느리감이 오는데 냄새나구 지저분하믄 어찜까. 그렇다구 아픈티를 내겠슴까. 아플수록 케케사게 하지말구 깨끗하게 보여야됨다."
"알앗소 알앗소"



사흘밤이 참 길고도 길다. 드디어 일요일이 돌아왔다.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꽃단장하고 앉아 있는 옥자를 보며 출근하려던 정희가 한마디 한다.

"엄마, 시집가두 되겟슴다. 표우량!"

그러고는 두 엄지를 처억 꺼내들고 흔들고는 쌩~하니 현관문을 열고 출근을 한다.

"입술 너무 찐하오. 쥐잡아먹었는가해서 며느리놀라 도망가겟소."
"이게 뭐 찐하다고"

"지우오 쫌."

그렇게 아침부터 티격태격 하던 영수와 옥자는 11쯤 거의 도착했다는 정우의 전화를 받았다. 영수는 TV를 제꺽 끄고 일어서더니 선자리에서 디디장만 하고 있고 옥자는 반지하집 작은 창문으로 발뒤축을 들고 골목길을 향해 내다보고 있다. 밖으로 마중나갈까? 그냥 집에 앉아 있을까? 마중까지 나가면 너무 그렇겠지? 영수와 옥자는 창문에 매달려 그렇게 한참을 밖을 주시한다.

그때 손에 뭔가를 든 남여가 영수와 옥자의 시야에 나타났다.

"온다 온다"

!

창문을 제꺽 닫고 옥자는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한번 들여다보고 머리를 손으로 다시 한번 다듬고는 영수곁으로 다가가 힐끔 영수를 곁눈질해 본다. 멀쑥한 영수의 모습도 마음에 드는지 옥자는 다시 현관문을 주시한다.철컥~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나자 영수와 옥자는 동시에 침을 꼴깍 삼켰다.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영수가 현관문쪽을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않는다.옥자도 덩덜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라"
"아부지 어머니~윤희임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다."

신발벗고 올라온 윤희는 정우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허리굽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처음뵙겠습니다.윤희라고 합니다."

"앉소 앉소. 바쁜데 어쩌다 쉬는 주말에 또 이렇게 먼데까지 오느라 고생했소" 옥자는 윤희의 손을 덥썩 잡으며 이쪽으로 와 앉으라며 끌었다.

"집이 작아서 앉을 자리 불편해도 좀 참아주오 허허"

"이거 아부지생신이라고 윤희 산겜다."정우가 커다란 생일케익을 건네자 아버지가 제꺽 두손을 내밀어 받는다.

"아이구 이렇게 큰걸~잘 먹겠소 고맙소"

형제는 몇이고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냐 고향은 어디고 이런저런 얘기를 잠깐 나누고 근처에 사는 고모네 두분이랑 막내친삼촌이랑 점심을 먹기로 한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점심 먹는 내내 아버지는 맛있는 음식을 윤희에게 집어 주라며 정우를 툭툭 친다. 두 고모와 어머니는 윤희를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하는것같지 않다.오늘 윤희를 부모님께 소개시켜드린게 진짜 잘한 일인것같이 느껴져 정우는 무척 기뻤다.병치료 잘하라면서 자주 정우랑 같이 놀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윤희는 정우랑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버스타는 곳까지 따라온 옥자와 영수는 버스가 안보일 때 까지 그 자리에서 흐뭇하게 웃으시며 오래오래 손을 흔들었다.

출근땜에 오빠 여자친구를 직접 만나지 못한 정희는 그저 아쉬움에 몇번이고 전화를 하는지 모른다.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지 바람으로 신발도 안벗은채 어머니 아버지께 며느리감이 맘에 들었냐고 묻는다.

"
. 마음에 딱 든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시에 대답한다. 그러자 정희의 얼굴이 급 어두워 지더니 미간을 찌프렸다.

"엄마.아부지! 이러다 딸보다 며느리 더 이뻐하는게 아임까?"
"며느리 이뻐해야 늙으막에 따뜻한 밥 얻어먹지 딸이사 시집가면 남의 식구인데 뭐"
"엄마!"
"호호호호호"

농담인듯 진담아닌 진담같은 한마디에 정희는 괜히 심술을 내본다.



영수와 옥자는 윤희가 마음에 딱 들더라면서 보는 사람한테 마다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 만나도 며느리감이 키도 크고 눈도 크고 성격도 시원시원한게 어쩜 그리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면서 자랑을 하고 주말에 놀러온 언니한테도 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이뻐죽겠다고 하신다. 옥자언니가 영수에게 마음에 들더냐고 묻자 영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문열고 들어오는거 보니까 낯설지 않습데. 원래 우리 식구같은게 암튼 좋습데"
"그래~식구될사람인가 보다. 둘이 잘돼서 결혼도 빨리 했으면 좋겠다"


영수와 옥자의 며느리자랑은 몇달째 쭈욱 이어져 음력설이 되여 친척들이 모여서도 그칠줄을 모른다. 음력설에 대구에 있는 홍매네 집에 가서 쇠기로 해서 친척들 모두 대구로 내려갔다.그 곳에서 삼일동안 화제는 정우를 비롯한 혼기가 꽉찬 자식들 결혼이야기였다. 하루빨리 자식들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님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들 귀를 틀어막고 앉아 오랜만에 모인 사촌들 끼리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다.

부모님이 아프시고 두번째로 맞는 설이다. 작년 설에는 울음바다였던 설명절이 였지만 올해는 작년처럼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기에 웃는 명절을 보낼수가 있었다. 설명절휴가 끝나고 다음날 옥자의 항암치료받는 날이다. 오랜만에 홍매는 정우랑 정희랑 함께 옥자의 병원으로 가 교수님을 만났다.

"보다싶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폐에 있던 암세포가 눈으로 확인할수 있을 만큼 크기가 줄었구요.다른 곳으로 암세포가 전이가 되지않고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 이미 전이된 곳의 암세포는 지금 이대로 쭈욱 정지상태가 되여줬으면 좋겠지만 일년동안 똑같은 주사를 맞다보니 주사가 내성이 언제 생길지 모릅니다. 약이 말을 안들으면 암세포활동이 활발해서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질수도 있으니 항상 잘 지켜보시는게 좋아요. 이대로 잘 버텨주시면 어머니 일년은 더 보실수 있을거에요."

"
? 일년요?"

". 일년 잘 버텨주셨어요. 항암주사 같은 약을 이렇게 오래 맞는 분 드물어요"

"다른 방법 없을까요? 교수님"
"환자분이나 가족분들 잘 하고 계시는데 지금처럼 좋은 결과 계속 바래야죠. 환자분이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상태가 아주 좋아요. 아드님도 따님도 힘내세요. 아버님까지 암이라 사실 저도 안타깝습니다. 두분 잘 치료받으셔서 꼭 좋아졌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꼭 연락주세요"

CT사진을 보여주면서 상세하게 일년동안 치료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는 교수님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만 남기고 나올수 밖에 없었다.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 교수님에게 더 이상 어떻게 살려달라고 애원할수가 없었다. 교수님도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살려달라고 무릎꿇고 애원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때문에 꾹꾹 참았다.



시간은 빨리도 흘러 어느새 봄이 돌아왔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니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그저 안타깝고 야속하기만 하다. 해놓은게 없이 한해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리고 여행갔다오고 여자친구생기고 여자친구 부모님께 소개시켜드리니 일년이 지나가버렸다.


2014년 올해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든게 좋은 일들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올해 들어와 구정이 지나고 열흘만에 사촌여동생이 아이를 낳아 조카가 생겼다. 건튼한 녀석이 태여나고 정우도 마다바이가 되여버렸다. 윤희랑 정우는 아기옷매장에 가서 조카옷을 샀다. 언젠가는 둘만의 아이옷을 사러 아기옷매장에 함께 손잡고 올거라는 상상에 정우는 설레였다.윤희랑 결혼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기들은 낳아놓기만 하면 지절로 큰다고 하던데 조카가 태여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옥자는 손자가 태여났는데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면서 영수랑 날잡아 아기보러 가자고 매일 조른다.

"
동무~내일 동무병원가서 검사하고 우리 청주가기쇼.애낳은지 한달반이 다 됐는데 한번도 못가봐서 이러다 돌잔치때 가겠슴다"

"냐 그러기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들려서 검사받고 청주로 갈 준비를 다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피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높다면서 CT를 찍어보자는 교수의 말을 듣고 청주로 가려던 생각은 싹 다 잊고 또 다시 긴장이 감돌았다.

"
~또 재발하셨네요. 다음주 병원에 입원하셔야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영수와 옥자는 아무말도 안했다. 몇달에 한번씩 계속 고주파수술치료를 반복해야한다는 생각에 한편으로 화도 나고 한편으로 속상하기도 하고 아무튼 겉잡을수 없는 감정이 얽매여 몰려와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누나 몇시에 오겟소?"

옥자의 큰남동생 광일이 전화다. 자신의 손자보러 온다고 하던 누나와 매형이 언제 오나 하고 전화를 한것이다. 옥자는 사실을 얘기하고 못가게 됐다고 얘기를 했다. 매형치료하는게 더 중요하다면서 나중에 오는 걸로 하고 이번 수술도 잘 하라고 며칠있다 안산으로 가겠다고 말한다.


영수가 고주파치료를 하는 날, 큰처남광일이 병원으로 찾아 왔다.한국에 와서 누나없을 때도 매형집에서 거의 살았고 누나랑 매형이 못된 병에 걸려도 용돈 한번 못챙겨주고 누나집에 가서 신세 많이 졌다면서 많지 않지만 받으라면서 용돈을 전해준다.

수술은 잘 됐고 영수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중국 가기오."
"그러기쇼" 영수의 중국으로 가자는 말에 옥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뜻 그러자고 대답했다.

"어째 난 오래 못살것같소. 집에 가서 푹 쉬다가 죽으면 죽고 살면 살고"
"뭐 그런 말 함까. 병은 내가 더 심한데 동무는 그런 말 하고싶슴까?"

"이 치료두 한두번이지 이젠 몇번째요. 진짜 힘들어서 못하겟소 이제는"
"그래도 수술한번 할때마다 잘 되잼까. 요번에도 수술 잘 됐다지않슴까"

"에잇c~모르겟소 나두."

이부자리를 펴고 영수와 옥자는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 영수가 짜증을 부리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버린다. 그런 영수를 보면서 옥자는 짧게 한숨을 쉰다.


다음날 아침 탕~하는 문소리에 옥자는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영수가 없다. 아침마다 운동을 같이 나갔었는데 엊저녁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다 어느새 푹 잠에 빠졌더니 영수가 그새 혼자 운동하러 나갔나싶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시계를 보니 6시다.눈을 감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한참 하다가 불현듯 현관입구에 신발장위에 공구가방이 걸려있던 곳을 올려다봤다. 공구가방이 없다! ! 자리를 차고 일어나 신발장주위를 아무리 뒤져도 없다. 일갈 때 입던 옷도 없고 안전화도 없다! 세상에~일하러 갔다!


어제 퇴원해서 집에 왔는데 오늘 일하러 가다니. 저 나그내 죽을라고 작정을 했나.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오늘 일을 나갈수 있단말인가. 옥자는 화가 나는데 눈물이 나온다. 핸드폰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오래오래 울리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번 전화를 걸었더니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화가 난 옥자는 핸드폰을 이불위에 휙 던져버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어버렸다.


어머니의 울음소리에 놀라 잠을 깬 정희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다가 아버지가 안계시는걸 눈치채고 아버지 일 나갔냐고 물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를 보자 정희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왜~ 제발 좀 쉬시라고요. 돈을 저도 벌잖아요. 왜 자꾸 고집피우시면서 그렇게 다들 속상하게 만드세요. 왜요! 병원에서 쉬라고 하잖아요. 힘든 일 하시면 안된다고 하잖아요. 가볍게 일 나가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수도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않는 한 일 하루이틀씩 나가는것도 좋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일주일에 삼일정도 일나가는거 말리지 않고 있었는데 퇴원하자마자 일나가는게 말이 되냐고요.


겨우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정희는 아침도 먹지 않고 출근을 했다.하루종일 아버지한테 신경이 씌여 기분이 별루다. 손님들이 와도 얼굴 근육이 굳어 미소를 지을수 없었다. 사모님이 너 그렇게 인상쓰고 있으면 손님 다 쫒아내겠다면서 한소리 하신다. 속상할 때 마다 홍매한테 전화를 하는 정희는 밥먹는 시간에 홍매한테 전화를 걸어 열변을 토해낸다.


그 날 저녁 영수의 전화기에는 불이 달릴 지경이다. 홍매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일나가다니 말도 안된다면서 일나가지말고 푹 쉬라는 전화다. 하지만 영수는 알았다고 대답만 할뿐 다음날 도 그 다음날도 새벽일찍 일어나 일을 나갔다.

정희가 밤새 울면서 속상하게 왜 그러냐고 말했지만 영수는 괜찮다는 말만 연신 할 뿐이다.

"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니. 병원값도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 하루라도 벌어야 살지. 내 몸은 내가 안다. 힘들면 내 절루 그만 둘테니 걱정하지말라" 영수의 고집은 아무도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어느날 부터 소화가 잘 안된다면서 밤마다 소화제를 찾는 영수.

다리도 붓고 얼굴도 부은것 같고 일다니면서 살이 좀 많이 빠진것같지만 그냥 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인다. 옥자는 오늘도 소화제를 꺼내 주면서 내일은 쉬라고 또 입버릇처럼 말한다.

"~내일은 좀 쉬여야겠소"
"며칠 쉬쇼. 내일 모레 일요일인데 언니랑 광호랑 저기 산에 산보가잡데다"
"
그러기오"

일요일날 영수는 처형,처남이랑 옥자랑 4명이서 집근처에 있는 산으로 가볍게 산책을 갔다. 산정상위에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면 맛있다면서 휴대용가스버너와 오리고기랑 상추랑 사들고 올랐다. 산으로 오르면서 영수는 처형이랑 나란히 걸으며 정우여친얘기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정우를 빨리 장가보내야 내 한시름 놓겠는데. 집이나 사고 돈 좀만 더 모으고 그 집에 인사가겠다고 고집피우"
"그램 사돈보기래두 먼저 하지"

"지내 펄쩍 뛰니까 뭐 말두 못꺼내겠소. 좀 더 만나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은 그렇게 하는데.답답하오. 애비 에미 생각도 좀 해줬음 좋겠구만"

"글쎄 말이오. 우리 옥자때문에 저두 고생많이 햇소. 마음고생하믄 병이 안떨어지우. 애들도 다 생각이 있겠지.너무 몰아부치지말고 일도 무리해서 하지말고 중국두 한번 다녀오오"

"정희는 몰라두 정우는 내 손으로 장가보내야 죽어두 눈감겠는데 미내 말으 안듣는단데"

영수는 자나깨나 정우 장가보내는 일이 제일 중요한듯했다. 처형한테 그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영수에게 제일 큰 고민거리는 정우의 결혼문제였다.



따뜻한 5월이 돌아왔다. 요번 옥자의 생일날에 영수는 정우에게 다시 한번 결혼얘기를 꺼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옥자의 생일날 정우는 윤희랑 함께 어머니생신축하하러 온다니 옥자도 영수도 또 다시 기쁜 마음을 어떻게 달랠길이 없어 하루종일 입이 귀에 걸리셨다.

아침일찍 영수는 옥자랑 뉴코아로 갔다. 생일인데 옷한벌 사입자면서 싫다는 옥자를 끌고 길을 나섰다. 옥자는 영수의 그런 행동에 너무 행복해한다. 말은 싫다고 했지만 속으론 너무 기뻐 막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뉴코아매장을 돌면서 영수는 이것저것 만지며 어떠냐고 물어보고 옥자는 가격표부터 뒤져본다. 그런 영수는 창피하네 하지말라며 그냥 마음에 드는거 하나 고르라고 한다. 옥자는 남색 가디건 하나를 골랐다. 입어보니 딱 맞고 마음에 들어서 샀다.


남편덕에 이쁜 옷도 선물받아 보고 옥자는 또 한번 행복해한다. 점심은 밥만 먹고 회사로 바로 돌아가야하는 정우와 윤희땜에 간단하게 중국음식점에서 먹고 저녁은 친척들이랑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 노래방은 근처에도 안 가는 영수였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노래방에 가자고 먼저 말을 꺼낸다.


"동무 내일 해 서쪽에서 뜨겠슴다."
"나두 노래 해보자고 그러오 허허"

영수는 노래방에 간다면 혼자 집지키고 있었는데 오늘은 적극적으로 노래방에 제일 크고 제일 좋은 방까지 달라면서 노래도 대충 아는 노래는 다 부른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영수가 그렇게 신나게 노래방에서 노는 모습을 다들 처음봤다.

영수와 옥자는 둘이 함께 감수광을 불렀다.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감수광 감수광 난 어떡허램 감수광

-설릉 사람 보냄시매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

...

-어쩌다가 나를 두고 떠난다 해도

-못 잊어 그리우면 혼저 돌아옵서예

-감수광 감수광 난 어떡허램 감수광

-설릉 사람 보낸시매 가거들랑 혼자옵서예~


음정도 박자도 잘 맞지 않지만 둘만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는 방안에 오래오래 울러퍼졌다. 그리고 비가 살짝 내린 5월의 밤하늘에도 새여나가 울려퍼진다. 오래 오래~

추천 (4) 선물 (0명)

IP: ♡.239.♡.7
싱싱걸 (♡.186.♡.206) - 2015/03/25 16:35:21

1빠...

ㅋㅋㅋㅋ
먼저 찍고 읽을게염..

추천.빵빵

레드체리 (♡.239.♡.7) - 2015/03/27 11:43:38

글쓰느라 바쁘신데 일빠찍어주시고 감사해요. 편하실때 읽어주세요.^^

김자반 (♡.136.♡.97) - 2015/03/26 09:24:32

글 읽는내내 안타갑기만햇슴다.두분 빨리 완쾌하시길바랍니다.

레드체리 (♡.239.♡.7) - 2015/03/27 11:46:09

김자반님 안녕하세요. 완쾌를 바라는 진심 감사합니다.들려주셔서 고마워요^^

바닷가조개 (♡.249.♡.43) - 2015/03/26 10:38:59

어제 올라온다해서 본다든게,, 이제야 읽었네요..

정우 빨리 장가 갔으면 좋겠네요.. 고집 피우지 말고...
집있고 모든게 다 갖추어졌을때 가면 좋긴하겠지만,, 부모님들한테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들이라...

힘들면서도 순간순간의 행복에 충실하는 영수와 옥자한테 박수 보냅니다.

레드체리 (♡.239.♡.7) - 2015/03/27 11:50:53

바닷가조개님 안녕하세요. 정우가 장가를 빨리 가야 부모님 걱정 덜어드릴텐데 고집을 피우고 있어서 저도 속이 탑니다. 힘들고 아플때 사랑이 더 깊어지고 찐해진다는 말 맞는것같아요. 글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마워요. 다음집은 월요일날 올리겠습니다^^

북위60도 (♡.225.♡.65) - 2015/03/26 12:03:22

제발 고향가서 병이 뚝 떠어져서 재밌게 만년을 사셨으면 해피앤딩이였으면 좋겠네요.

레드체리 (♡.239.♡.7) - 2015/03/27 11:53:52

북위60도님 안녕하세요. 고향에 가서 좋은공기마시고 살면 병이 뚝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가요.자식입장에서는 항암치료 그만두고 고향으로 보내드리는게 참 쉬운 결정이 아니더라구요.해피엔딩일지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해마미 (♡.220.♡.206) - 2015/03/26 12:27:50

ㅜㅜ 아버님 소화도 그냥잘안되시는데 혹시 또 무슨 나쁜일이 생긴거 아닌가요 ~부모들도 너무 속상하시고 자식들도 너무 안타깝겠어요 부디 아들장가까지 보내셔야되는데 웬지 물안한 느낌이네요

레드체리 (♡.239.♡.7) - 2015/03/27 11:56:40

진해마미님 안녕하세요.불안한 느낌이 맞을 때가 더 많자나요.아버지가 자꾸 일나가시고 여기저기 몸이 안좋아 지니 다들 너무 불안해해요. 다음집 빨리 올리겟습니다.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하구요 끝까지 지켜바주세요.

ging (♡.225.♡.230) - 2015/03/30 13:57:09

오늘 처음 님의글 1회부터 여기까지 읽었슴다
님가족의오랜시간동안의 아픔을 저는 이렇게 하루에 읽어버렸슴다..
그리고 뭐라고 리플을 적어야할지몰라서 많이 망설였슴다
새로운 소식 기다리겠슴다

레드체리 (♡.239.♡.7) - 2015/03/30 15:54:06

ging님 반가워요. 오랜만에 뵙네요.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한꺼번에 읽어주셔서 감사해요.뭐라고 리플을 적어야할지 망설였다고 하셨는데 아무말씀 안하셔도 알것같네요.그저 끝까지 응원부탁드립니다.^^ ging님은 새글 안쓰세요? 님 글도 잼있게 잘 읽었는데 새글 갖고 오시길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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